수원교구는 6월 23일부로 사제 50명에 대한 2015년 상반기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소임 이동에 따른 용인대리구 여주본당의 사제 이임 및 부임, 성남대리구 퇴촌본당의 사제 부임 모습을 들여다봤다.
23일 화요일 오전 8시 40분 경 여주성당 사제관 밖. 한국 교회 모든 성직자의 주보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상 앞.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사제관 2층의 창문을 열고 사다리차를 통해 1톤 트럭 적재함에 짐을 싣는다.
갈색 중절모를 쓴 조한영(야고보) 신부가 적재함의 85% 정도를 채운 트럭 주위를 둘러본 뒤, 트럭에는 마지막 이삿짐인 자전거가 실렸다. 이어 조한영 신부가 성전으로 들어가 앞쪽 왼편에 앉아 잠시 묵상에 잠기자, 신자들 80여 명도 들어와 함께 말없이 기도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로부터 안양대리구 사무국장 겸 복음화국장으로 파견 받은 조한영 신부는, 제대 계단 아래 중앙으로 나아가 신자들을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복음의 진리 안에서 복된 공동체와 함께 한 지난 세월 참 행복했습니다. 여주본당이 더 나은 공동체로 거듭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곳을 떠납니다. 제게 잘 대해주셨듯이 새로 오시는 분께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잠시 후, 제대를 향해 고개 숙여 절한 조한영 신부는, 성전 밖 엘리베이터와 계단 사이의 로비에서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손을 맞잡아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행복하세요, 신부님!”, “늘 건강하시고······”.
지난 2010년부터 5년 가까이 이곳 여주본당 주임으로 사목해온 조한영 신부는 자신을 환송하려 줄지어 서있는 본당 부설 ‘소화유치원’ 어린이 170여 명에게 다가가 그 초롱초롱한 모습을 눈에 담아두려는 듯 한참 동안을 말없이 둘러봤다. 그러는 동안 어린이들은 ‘우리들의 신부님!’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어린이들은 ‘신부님, 안녕히 가세요.’, ‘보고 싶을 거예요.’ ‘사랑해요!~’ 등의 글씨 판을 조한영 신부를 향해 들어 보이고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소화유치원 안승재(노엘) 군과 신효원 양은 “신부님, 이다음에 다시 만나 뵈면 달려가서 큰 소리로 인사할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만치 멀어져 가는 차량을 향해 “신부님, 안녕히 가세요!”라며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조한영 신부가 탄 차량은 9시 10분 경 성당 정문을 지나 교우들의 시야에서 이내 멀어졌다. 한 신자는 “신부님은 떠나셨지만 내 맘속에 있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본당 소공동체위원회 회장 이현숙(마리안나) 씨는 “조한영 신부님의 사목 지침은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이를 믿는 것’이었다.”면서, “조한영 신부님은 성경 통독 및 신자 재교육 등을 통해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것을 각인시키려 애쓰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조한영 신부가 떠난 후 9시 15분 경 성당 정문과 사무실 앞에 각각 “설종권(요한 세례자) 신부님, 여주본당 부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현수막이 내걸리자, 조금 전 ‘석별의 아쉬움’에서 ‘기대 섞인 분위기’로 변했다.
“‘신자들 섬기는 사제’ 되겠습니다!”
10시 정각. 1톤 트럭 한 대가 성당 정문을 통과해 사제관 앞에 도착했다. 이어 본당 총회장 김사중(아우구스티노) 씨의 안내로 설종권 신부가 흰색 승용차에서 내리자, 두 어린이가 설 신부에게 미소를 띠며 다가가 꽃다발을 전하며 “신부님,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에 설종권 신부는 두 유치원생 머리에 손을 얹으며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줄지어 환영하는 신자들과 목례를 나누던 설종권 신부는, 먼저 와 기다리던 이웃 본당인 점동본당 주임 임유택(바오로) 신부와도 반갑게 악수했다.
곧이어 성전으로 들어가 제대 앞 중앙 첫 번째 층계에 무릎을 꿇은 설종권 신부는,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신자들과 함께 주모송과 영광송을 바친 후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저를 여주본당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주교님께도 감사드립니다.”라며 신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한 설종권 신부가, “사랑을 쌓아가면서 주님 앞에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써 보아요!”라고 말하자, 신자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고 나서 설종권 신부는, “3개월 전 귀국해 주임 사제로서는 초임으로 이곳 여주본당에 오게 됐다.”며, “발을 씻겨주는 자세로 ‘신자들을 섬기는 사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제게 다가오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00여 명의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하는 첫 강복을 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퇴촌본당 성전에서는, 휴양 중이던 임익수(베드로) 신부가 부임 첫 미사를 120여 명의 ‘교우들과 함께’ 봉헌했다.
임익수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지난 1년간 거의 혼자서 미사를 드려왔는데, 오늘 신자들과 더불어 미사성제를 봉헌하니 감개무량하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바라시는 완덕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주님 사랑과 아울러 정성을 다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 임익수 신부와 사목위원을 비롯한 신자들은 교육관에서 임익수 신부의 전임지인 용인대리구 신둔본당 공동체가 마련한 시루떡과 과일·식혜 등 이바지 음식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저녁미사에 참례한 노금희(스콜라스티카) 씨는 “구수한 임익수 신부님과 앞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재치와 유머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김대우 신부님을 수원가톨릭대학교로 떠나보내드린 섭섭함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사제 부임 및 이임에 앞서 19일 교구청에서는 파견예절 및 인계인수식이 있었다.
성기화 요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