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2. 물날. 날씨: 아침에 비가 오다 그치더니 낮에 다시 비가 오다 오후에 개였다.
아침열기-홍시 따기-연극 대본 읽기-원형 직조 갈무리-발효 찐빵 빚기-점심-청소-과천시 노인복지관 가기(공연)-마침회-5, 6학년 영어-교사마침회
[홍시 따고 원형직조 마무리하고 발효찐빵 빚기]
아침 당번이라 일찍 학교에 가서 부엌 정리를 하고 찐빵 반죽을 했다. 아침 당번은 일찍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겨울에는 미리 난방을 틀어놓는 일을 한다. 그 다음 부엌과 강당이나 교사실 정리를 하곤 한다. 보통 부엌 일이 가장 많은데 전날 교육활동 뒤 나온 부엌용품들을 모두 정리해서 부엌서랍에 정리해 놓고 설거지를 해놓는다. 바쁜 탓이기도 한데 부엌용품을 쓰는 교육활동 뒤에는 뒷정리를 잘해 놔야 다음 활동을 하는 사람이 편하다. 다 함께 쓰는 부엌은 늘 정리 할 게 많다.
아침에 내린 비로 텃밭 가는 길 땅이 축축하다. 어제 서리꽃이 핀 풍경은 간 데 없다. 아침 걷기를 마치고 학교로 들어오다 서연이네 집 앞 감나무를 올려다보니 감이 모두 홍시가 됐다. 지금 따먹지 않으면 모두 떨어지거나 새 밥이 되도록 놔두기에는 높은 쪽에 아주 많이 달려있다. 이때쯤 지난해랑 지지난해도 홍시를 따먹곤 했다. 지난해 만들어 쓴 홍시 따는 장대 그물이 없어져 가을 자연속학교 때 하동에서 아이들이 잠자리채 주운 걸 잘 챙겨둔 터다. 다시 대나무장대에 바로 연결해서 드디어 홍시 따기 시작. 먼저 선생이 본보기로 아이들마다 하나씩 따주고, 다음은 어린이들이 따는 차례다. 잠자리채 그물에 감을 안전하게 넣어 잡아당기는 게 보는 것처럼 쉽지는 않아 애를 먹지만 아이들도 차례로 성공한다. 하늘을 실컷 올려다보지만 홍시만 보는 눈이다. 마을 속 작은 학교 어린이들과 초겨울 마을 풍경이 정겹다. 아침 운동을 가는 길인지 2학년 어린이들이 구경을 한다. 4, 5, 6학년은 대야미에 쌀을 가지러 간다. 홍시가 시원해서 꼭 얼음과자 같다. 딴 게 전교생이 먹기에는 부족해 1학년에게 홍시를 갖다 주었다. 나중에 가율이는 자기가 세 개나 먹었다고 선생에게 알려준다. 다음은 2학년에게 따주고 형들에게도 따줘야 할 텐데 감이 되려나.
홍시 따고 교실에서 피리와 강아지똥 연극 대본 챙겨서 1층 강당에 내려왔다.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르고 연극 대본 읽기를 한다. 저마다 읽는 연습을 한 뒤 모두 차례대로 연극을 입으로 해본다. 아직은 자기 말로 소화가 되지 못했는데 윤태는 대사를 다 외웠다며 대본을 보지도 않는다.
아침나절 공부는 원형직조를 마무리하고, 발효 찐빵 만들기다. 원형직조는 봄 학기에 틀을 잡고 한 뒤 여름학기에 한 번 하고 놔둔 상태였는데 마무리만 하면 될 정도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두 사람이 짝이 되어 하나를 만들었는데 멋진 작품들이 됐다. 발효 찐빵은 우리가 만든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가 있어서 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학기 천연발효빵과 술빵, 발효찐빵 수업을 줄곧 하고 있는데 겨울학기 첫 빵은 술빵을 했고 다음으로 찐빵을 한다. 지난 번 찐빵보다 크기를 더 작게 하고 어린이들이 잘 빚을 수 있도록 반죽에 정성을 들였다. 아침에 일찍 나온 덕분에 반죽과 발효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아침부터 끓인 팥소도 듬뿍 넣는다. 저마다 한 개 이상을 만들어 이십 개를 빚었다. 올 한해 줄곧 발효 빵 수업을 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아주 익숙하게 빵을 만든다. 굽는 발효빵보다 찌는 술빵이나 찐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아마 부드러운 맛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만든 빵은 다 맛있게 먹는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가 한 점씩 먹도록 잘라서 놔두니 모두 맛있게 먹는다. 겨울학기 들어 2학년이 굽는 발효빵을 만들어 새참으로 두 번이나 줬다. 3학년은 술빵과 찐빵을 만들어 냈고, 6학년도 빵을 구웠다. 알찬샘 겨울학기 밑그림에 그린대로 술빵과 찐빵, 굽는 발효빵 수업을 번갈아 할 것이라 다음 차례는 굽는 발효빵이다. 조금 더 난이도를 높여 여러 가지 소를 넣은 빵에 도전하는 것도 좋겠고, 캄빠뉴는 많이 했으니 바게트와 식빵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괜찮겠다. 본디 누룩발효빵에 집중하려 했으니 그쪽으로 가도 되겠다. 시간을 알맞게 쓸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워야겠다.
점심 때 단희와 서연이가 배가 아프다고 밥을 먹지 않았다. 2학년 민혁이와 현우가 교실에서 단희 물건을 만져서 속상해서 그렇다 하고, 서연이는 아침부터 배가 아팠단다. 낮 점심 시간 바깥놀이 지켜보는 당번이라 밖에서 무청을 손질하는데 비가 내려 모두 교실로 들어왔다
낮에는 과천노인복지관에 간다. 해마다 어린이들이 담은 김장김치와 텃밭에서 캔 고구마 요리를 해서 들고 가는데 이번에는 찐고구마와 김치를 가지고 간다. 학년마다 공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어깨도 주물러드렸다. 1, 2학년이 노래, 3학년은 피리, 4학년은 설장구를 하기로 했는데 피리로 바꿨고, 5,6학년이 사물놀이를 했다. 나누는 교육은 마을 속 작은 학교 교육과정이다. 올해는 어르신들이 많이 결석했단다. 손주 손녀들 보는 것처럼 즐거워해주셔서 고맙다. 늘 가던 과천동 경로당에 들리는 짬을 내지 못했다. 김치랑 새참 들고 가야겠다.
5, 6학년이 영화를 찍느라 어제 오늘 바쁘다. 4시 30분 영화 찍기를 마친 5, 6학년과 영어 수업을 하려는데 아이들이 피곤한 듯 보여 길게 할 수 없어 짧게 마치고 만다. 공부할 게 많은 맑은샘 5, 6학년이다.
학교를 마친 뒤 전기건조기로 감말랭이와 고구마말랭이를 만들려고 고구마를 삶는데 큰 고구마들이 많이 썩어서 잘라내느라 한참 걸린다. 다시 태양열건조기와 전기건조기로 말랭이를 만든다. 첫 번째 맛의 비교와 다른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첫댓글 아이들에게 빵 만들기 배워야겠네요...가스오븐을 치워 버렸는데 맑은샘에서 빵을 자주 만드는 걸 보니 조그만 전기 오븐이라도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