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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9部
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진 자앙의 감우에 차운하다[次陳子昻感遇] 36수
홍몽이 천지를 창조하여 / 鴻蒙闢子丑
청탁이 서로 오르고 내리매 / 淸濁互淪升
남은 기운이 화기와 결합하여 / 餘氣結冲融
산이며 강을 이루었는데 / 岳瀆乃渟凝
사람이 만물의 정수가 되어 / 人爲萬物粹
교화의 다스림을 흥기시켰으나 / 化理所由興
성인이 인류 중에 가장 뛰어나서 / 惟聖出庶物
은미한 말이 징험할 만하도다 / 微言足可徵
이(二)
현주가 어느 곳에 있는고 / 玄洲在何許
영묘만 부질없이 스스로 푸르른데 / 靈苗空自靑
신령한 바람은 화기를 고취하고 / 神颷鼓元和
상서로운 구름은 흰 줄기에 엉긴지라 / 祥雲凝素莖
꽃 따서 그 정수를 섭취하면 / 擷英挹其精
안기생이 바로 여기에 있나니 / 乃有安期生
체백 단련하여 더러운 것 제거하면 / 鍊魄袪濁穢
단전에 태가 절로 이루어지리라 / 丹田胎自成
삼(三)
성현은 천성 좇는 걸 귀히 여기고 / 聖賢貴率性
영웅은 사공 이루길 좋아하되 / 英雄耽事功
지극한 재주는 도리어 졸함 같고 / 至巧還若拙
큰 거짓은 진정에 가깝다오 / 大詐近乎忠
만고에 인륜을 수립한 이는 / 萬古樹彝倫
부지런한 동로의 늙은이었으니 / 區區東魯翁
일을 함에는 처음을 잘 꾀해야 하고 / 作事必謀始
사람을 보는데는 종말에 있다오 / 觀人要在終
사(四)
사람의 품성은 본디 순수하지만 / 人禀本純粹
어릴 때에 바름을 길러줘야 하나니 / 養正當在蒙
좋은 자질은 혹 얻기 쉬우나 / 美質或易得
누가 과연 유종의 미를 능히 거두랴 / 誰能果有終
이 때문에 자사자께서 / 所以子思子
중을 힘쓸 것을 들어 논했으니 / 揭論勉其中
성명은 곧 천도이거니와 / 誠明是天道
성을 다함은 궁리로 말미암는다오 / 性盡由理窮
오(五)
봉이여 봉의 덕이 쇠하였나니 / 鳳兮德之衰
내가 태어난 것이 늦었도다 / 吾生其晩矣
법도가 풀리면 도가 폐해지나니 / 解繩道已漓
누가 능히 대시를 돌이키리오 / 疇能回大始
세인들은 조박에 맛을 들여 / 世人味糟粕
수다스레 구이지학만 일삼거늘 / 紛紜事口耳
어리석은 듯이 누항에 앉았었나니 / 陋巷坐如愚
우뚝하도다 안씨의 아들이여 / 卓哉顔氏子
육(六)
나막신 신고 동쪽 언덕에 임하니 / 步屧臨東陂
출렁이는 시냇물 맑기도 해라 / 澹澹溪水淸
내 나이 이미 오십이 되었으니 / 我年已半百
어찌 다시 삶을 수고롭게 하리오 / 何用更勞生
한가히 살면서 세월을 보내노니 / 幽居度歲時
천운이 이지러졌다 또 차곤 하는데 / 天運虧復盈
홀연히 먼 데를 바라보노니 / 翛然縱遠目
광활한 들이 하늘과 평평하구려 / 曠野與天平
칠(七)
수레 몰고 넓은 밭둑길을 가노니 / 驅車臨廣陌
넓은 밭둑길이 심히 멀도다 / 廣陌路苦悠
말 채찍질하여 어디를 가려는고 / 揚策欲何適
갈 곳은 바로 동쪽 주 나라라네 / 所適在東周
문물은 이미 징험하기 어렵고 / 文物已難徵
사모하는 마음은 공자에게 있노니 / 景仰在尼丘
누가 알랴 일단사와 일표음이 / 誰知一簞瓢
도리어 천호후보다 낫다는 것을 / 却勝千戶侯
팔(八)
말 채찍질하여 운계를 오르니 / 杖策陟雲磎
운계의 길이 끝이 없는지라 / 雲磎路不窮
하늘과의 거리 한 자밖에 안 되어 / 去天僅盈尺
두 겨드랑에 청풍이 불어오는데 / 兩腋來淸風
그 위에 은거하는 도인이 있어 / 上有葆光人
검은 머리에 청춘의 얼굴이라 / 綠髮而韶容
무엇을 일삼느냐고 물었더니 / 借問何所事
하상공을 일삼는다 하누나 / 所事河上公
구(九)
부귀를 부러워할 것 없고 / 富貴不須艶
빈천 또한 비웃을 것 없나니 / 貧賤且莫嗤
바다 먼지가 돌산이 되기도 하고 / 海塵生石山
언덕과 골짝이 바뀔 때도 있다오 / 陵谷有時夷
권세가 비록 혁혁하다 하더라도 / 權勢雖云爀
운이 가면 오래 지탱키 어렵나니 / 運去難久持
오직 본분을 편안히 지키어 / 唯當安素分
속인의 속임을 받지 말아야지 / 毋爲俗子欺
십(十)
살아서 남의 배척을 받아야만 / 生則受人排
죽어서 역사에 빛이 나거늘 / 死乃光汗靑
천박한 논평은 어이 그리 낮은고 / 淺論何其卑
성패로써 영웅 호걸을 논하누나 / 成敗論豪英
술잔 들고 푸른 하늘 바라보매 / 擧觴望空碧
뜬구름이 갑자기 태양을 가리고 / 浮雲忽已暝
거센 바람이 날로 숲에 불어대니 / 狂颷日簸林
우격이 어느 때나 편안해질꼬 / 羽翮何時寧
십일(十一)
교외가 점차 아름답고 고와져 / 林坰漸明媚
따뜻한 봄이 성대히 오는지라 / 靄靄生陽春
뜰 앞에 서 있는 녹옥수가 / 庭前綠玉樹
가지와 잎이 모두 진기하구려 / 枝葉皆可珍
청빈은 내가 편히 여기는 바라 / 淸貧我所安
많은 재산을 영위하지 않고서 / 不營金萬鈞
읊고 즐기며 또한 유유자적하노니 / 嘯傲亦自適
나를 촌사람이라 이르지 마소 / 莫謂蓬蒿人
십이(十二)
위험한 길엔 뜻이 꺾이기 쉬운데 / 危途志易挫
늘그막이라 때가 이미 어긋났으니 / 暮境歲苦跎
도도히 흐르는 천 길의 파도를 / 滔滔千丈波
의당 어떻게 건너야 할 건고 / 揭厲當如何
산 위엔 기나무와 국화를 심고 / 山上種杞菊
산 아래서는 벼를 수확하나니 / 山下收嘉禾
장차 저 시골로 내려가 늙어서 / 逝將老原野
다시는 걱정 그물에 걸리지 않으리 / 不復嬰虞羅
십삼(十三)
옛날 복희씨와 신농씨 때에는 / 昔在羲與農
신묘한 도리가 큰 화기를 잡았는데 / 神理秉元和
황제가 한 번 간과를 씀으로 인해 / 干戈一習用
그후 전투로 세월을 경과하더니 / 戰鬪相經過
아, 춘추 시대에 이르러서는 / 嗟嗟春秋世
세도가 날로 마멸되어서 / 世道日蕩磨
인륜이 이로부터 쇠퇴해졌으니 / 彝倫自此斁
탄식을 한들 어찌하겠는가 / 太息當奈何
십사(十四)
명교가 이미 타락함으로 인하여 / 名敎已墮弛
속습이 점점 거기에 배어들어 / 俗習漸浸淫
고관 대작이 진흙같이 천해지고 / 軒冕若泥塗
장사꾼이 선비보다 앞장을 서서 / 市賈軼儒林
비유컨대 주먹만한 돌멩이도 / 譬彼拳石微
높은 산봉우리 능가할 만한지라 / 亦可凌嵩岑
소인들은 한창 아첨을 하고 / 宵人方翕翕
지사는 부질없이 길이 읊는다오 / 志士空長吟
십오(十五)
남쪽 나라에 미인이 있어 / 南國有佳人
곧은 지조로 비밀의 기약 맺었는데 / 貞心結幽期
옥같은 자질을 스스로 아끼어 / 玉質空自惜
파란 눈썹에 백분을 발랐네 / 鉛華浮翠眉
화조의 경치도 절정을 이뤄가는지라 / 花鳥又將闌
근심 속에 꽃다운 시절 보내나니 / 耿耿度芳時
어이해 이렇듯 이별의 괴로움 속에 / 奈此別離苦
쓸쓸히 비단 휘장 닫았단 말인고 / 寂寂閉綺帷
십육(十六)
봄바람이 한 번 불어 오니 / 東風一披拂
수목엔 꽃다운 자태 생겨나고 / 樹木有芳姿
아름다운 새들은 서로 화답해 울며 / 好鳥相和鳴
자연의 계절을 흔흔히 즐기는데 / 欣欣樂天時
그윽한 시내가 평야와 연접하여 / 幽磎接平野
산빛이 앞 뜰에 마주하였으니 / 山色當前墀
계절의 풍경 어찌 안 좋으랴만 / 節物豈不好
이토록 멀리 서로 그리워함을 어이하랴 / 奈此遠相思
십칠(十七)
말세의 풍속은 아첨하길 좋아하고 / 末俗喜夸毗
덧없는 세상엔 평탄한 길 없나니 / 浮世無夷途
뜻가짐이 참으로 정직하다면 / 所操苟正直
어떻게 몸을 완전하게 지키리오 / 何以完其軀
질장군이 이미 우레처럼 울리고 / 瓦缶旣雷鳴
황종이 길 구석에 버려지매 / 黃鍾棄路隅
성탕은 하대에 갇히었고 / 成湯囚夏臺
기자는 남의 종이 되었다오 / 箕子爲人奴
그대는 보라 서리를 이기는 대는 / 君看凌霜筠
우뚝한 절조가 본디 절로 외롭다네 / 標節本自孤
십팔(十八)
하 나라 걸은 조구를 쌓았고 / 夏桀築糟丘
한 문제는 노대의 비용을 아끼어 / 漢文惜露臺
광인과 철인이 천양지차로 다르니 / 狂哲霄壤懸
인심이 어이 그리 서로 멀단 말인가 / 人心何遠哉
앞서 간 수레가 이미 엎어졌으니 / 前車旣已覆
후세에는 이를 경계삼아야 하거늘 / 將以戒後來
어이하여 저 변수 가에다 / 如何汴水上
다시 미루를 높다랗게 세웠던고 / 迷樓復嵬嵬
필경에는 뇌당 길 한 구석에 / 畢竟雷塘路
국가 사업이 잡초 속에 버려졌었다 / 基業委蒿萊
십구(十九)
갈 길은 이미 머나먼데 / 道路旣云遠
세월이 박절히도 나를 기다리지 않네 / 歲月苦相欺
친구가 천 리 밖에 있어 / 故交隔千里
이별의 시름으로 길이 눈썹 찌푸린다 / 離愁長在眉
봄엔 꽃피고 가을엔 낙엽지나니 / 春花復秋葉
소장 시절이 그 얼마나 되랴 / 少壯能幾時
오직 흰 실과 아름다운 옥이 / 素絲與美玉
물들거나 닳을까가 걱정이로세 / 所憂惟磷緇
개연히 요슬을 가져다 타노니 / 慨焉攬瑶瑟
곡이 끝나매 눈물이 다시 흐르네 / 曲終涕還洟
이십(二十)
평소에 사물의 변화를 살펴보니 / 端居覽物化
유영이 실로 자신을 수양함이거늘 / 遺榮實自頤
가련하다 전씨와 두씨의 가문은 / 可憐田竇門
이해로써 서로 시끄러이 떠들었네 / 利害相嗷㘈
권세가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 權勢雖炙手
누가 이를 오래 가질 수 있으랴 / 何人能久持
차라리 진흙 위의 거북이 될지언정 / 且作泥上龜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지 말고 / 莫爲囊中錐
떠나서 맹세코 길이 은퇴하여 / 行矣矢長往
모름지기 제때에 농사나 지어야지 / 耕犂須及時
이십일(二十一)
모진 바람은 높은 나무를 꺾거니와 / 獰颷摧秀木
쇠퇴한 세상은 높은 재주를 꺼리어 / 衰世忌高才
마침내 경세제민하는 도구를 / 遂使經濟具
이따금 초야에 버려지게 한다오 / 往往委草萊
나는 때로 혼자서 한탄하며 / 我時獨悵然
동쪽으로 망향대를 오르건만 / 東上望鄕臺
괴로운 근심을 씻을 수 없노니 / 煩憂不可掃
객지 생활이 참으로 괴롭구려 / 客居良苦哉
뜬구름은 어이 그리 깜깜한고 / 浮雲何泱漭
바라보니 세상 온통 아득한 먼지로세 / 一望杳坌埃
이십이(二十二)
소장 시절을 자랑하지 마오 / 莫誇少壯時
잠깐 동안에 늙어지나니 / 老大在須臾
오늘 아침 거울에서 본 백발이 / 今朝鏡中霜
바로 지난날의 장상주였다네 / 昔日掌上珠
칼 한 자루 짚고 도성문을 나와 / 杖劍出都門
가서 낚시질하는 무리와 어울릴 제 / 去與漁釣徒
동풍이 아름다운 풀에 불어오니 / 東風吹瑶草
온갖 품류가 다 함께 소생하네 / 萬彙俱昭蘇
뜬 명예는 쓰레기와 같은 거라서 / 浮名等土苴
머리 풀어 헤치고 강호에 누웠노라 / 散髮臥江湖
이십삼(二十三)
물은 천지 사이에서 생기나니 / 物生於兩間
물욕 없으면 몸의 걱정도 없으리 / 無物無身患
강자는 약자를 서로 삼키고 / 强弱旣互呑
큰 것이 작은 걸 또한 서로 침범하네 / 大小亦相干
누가 알았으랴 오늘의 원수가 / 誰知今日敵
바로 옛날 서로 좋았던 사람일 줄을 / 乃是舊時歡
어이하여 반복하는 무리들은 / 如何反覆子
말 한 마디로 남의 비위를 맞추는고 / 迎合在一言
통달한 사람은 일찍 기미를 알거니와 / 達人早知幾
곧은 선비는 간장을 가르고 싶다오 / 直士欲刳肝
그만두고 다시 말하지 않으려노니 / 已矣勿復道
걱정의 눈물 속에 가슴만 아프네 / 危涕空茹酸
이십사(二十四)
그 옛날 연문자를 만났더니 / 昔遇羨門子
네모진 눈동자에 눈썹이 넓직했네 / 方瞳仍廣眉
나와 함께 선약(仙藥)을 먹고 / 與我餐玉方
나와 산수에 노닐기로 기약했는데 / 結我煙霞期
손 잡고 한 번 서로 이별할 제 / 摻手一相別
갈림길에서 눈물만 흘리었다오 / 岐路涕空洟
지금은 생각해도 만날 수 없고 / 懷哉不得見
삼수지의 꽃만 반짝반짝 빛나네 / 煌煌三秀芝
하늘로 구만리를 올라가자면 / 雲霄九萬里
검은 용을 타고 며칠이나 가야 할꼬 / 幾日駕玄螭
모름지기 봉새의 중개를 받아 / 要令鳳爲媒
속세를 버리고 그를 가서 따라야지 / 棄世往從之
이십오(二十五)
세상 사람들은 사람을 사귈 적에 / 世人結交道
오직 그 성쇠만 보고 하여 / 唯視盛與衰
세력이 강성하면 모두 와 붙좇고 / 炎炎盡來附
고독해지면 즉시 버리고 가며 / 踽踽卽棄違
한창 득세할 땐 자랑을 일삼고 / 騰驤事夸詡
버려지면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네 / 屛廢至涕洟
그러나 군자는 그렇지 않아 / 君子乃不然
몸가짐에 평소의 기약한 게 있다오 / 持身有素期
저 장삿군 무리들을 돌아보건대 / 顧視市賈徒
영영하는 꼴 어찌 웃음거리나 되랴 / 營營寧滿嗤
땅 두드리며 임금의 힘 노래하던 / 擊壤歌帝力
요 임금 시대를 멀리 생각하노라 / 緬思唐堯時
이십육(二十六)
신하되기는 본디 쉽지 않거니와 / 爲臣固不易
도를 행하기도 참으로 어렵나니 / 行道良亦難
위아래가 서로서로 해치고 / 上下交相賊
얼굴을 대해선 기만을 일삼도다 / 當面事欺謾
충종은 인을 겹겹으로 차고 / 纍印在充宗
비간은 도리어 심장을 베었었지 / 剖竅還比干
국운이 얼마 남지 않은지라 / 國勢其餘幾
민생이 날로 기쁨을 잃어가네 / 民生日失歡
누가 알았으랴 진왕의 군사가 / 誰知秦王師
일거에 한단을 빼앗을 줄을 / 一擧擧趙鄲
흥쇠가 하늘에 매이지 않았는지라 / 興衰不係天
지사는 부질없이 길이 탄식한다오 / 志士空永嘆
이십칠(二十七)
남쪽의 숙과 북쪽의 홀이 / 南儵與北忽
왕래하면서 능히 정기를 교합하매 / 往來能構精
지인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어 / 至人以踵息
그 기운이 멈추지를 않는지라 / 其氣無留行
양생술 이루어져 신선이 되고 나면 / 胎成證仙果
천지의 생성조화와 병행하나니 / 絪縕造化倂
바야흐로 조화가 될 때엔 / 方其調會時
자연의 기운으로 돌아간다오 / 涬涬還溟溟
위백양은 바로 선각자라서 / 伯陽是先覺
주역 참동계를 저술하였는데 / 著出參同經
내 또한 그 기미를 파악하니 / 我亦握厥幾
단전에 옥영이 생기는구려 / 丹田生玉英
이십팔(二十八)
노중련은 천하의 고사이기에 / 魯連天下士
젊어서부터 속세를 초월하여 / 少小脫塵氛
고상한 생각이 세상 밖에 있었으니 / 高想在霞外
어찌 다시 청운을 붙좇겠는가 / 那更附靑雲
그래서 높은 관직을 하찮게 여기고 / 珪組是何物
평원군에게 길이 사양하였도다 / 長揖平原君
성대한 명예는 당시를 진동했고 / 盛名動當時
뛰어난 행적은 사책에 실렸었네 / 逸迹載遺文
온 세상이 다 노중련이었다면 / 擧世皆魯連
세도가 어찌 과분을 당하리요 / 世道豈瓜分
슬프도다 내가 늦게 태어나서 / 嗟哉我生晩
노중련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 不得與之群
이십구(二十九)
푸르고 푸른 긴 대숲에서 / 靑靑脩竹林
새들이 울어 서로 청화하니 / 飛鳥鳴相和
논에는 물이 콜콜 흐르고 / 野田水汨汨
보리밭엔 이미 고랑이 나뉜지라 / 麥壠已分科
늙은 농부는 해운을 점쳐서 / 老農占歲氣
풍흉이 장차 어떨지 알아보네 / 飢穰將若何
내 또한 손수 농사를 지어 / 我亦把耕犂
여생을 벼슬 그물에서 벗어났노니 / 餘生逃網羅
졸박하기에 숨어 삶이 달갑고 / 拙薄甘跧迹
재능을 과시코자 설치는 게 부끄럽네 / 衒耀羞揚蛾
지극한 도가 진정 여기에 있어 / 至道諒斯在
깊이 생각하며 벌가를 읊노라 / 沈吟咏伐柯
삼십(三十)
공작 비취는 기이한 문채 있으니 / 孔翠有奇色
어느 곳 숲에서 날아왔는고 / 飛來何處林
희롱하는 모습 아침 햇살에 반짝이니 / 弄影耀朝日
한 쌍에 값이 만금이라오 / 一雙直萬金
돌아보니 저 협기 어린 남자가 / 眄彼游俠子
기수의 그늘에 탄환을 끼고 있어 / 挾彈琪樹陰
장차 그들을 잡아 깃을 가져다가 / 欲將身上羽
옷과 이불을 장식하려고 하네 그려 / 賁作衣與衾
이들은 어이해 날개가 그리도 빛나서 / 如何翔不冥
뜻밖의 재앙이 찾아들게 하는고 / 乃使奇禍尋
세상일이 모두 이와 같나니 / 世事盡若此
하찮은 새만 가슴 아파하지 말지어다 / 且莫傷微禽
삼십일(三十一)
농수가 동서로 흐르는지라 / 隴水東西流
나그네가 고향 이별을 슬퍼하여 / 游子悲舊鄕
멀리 바라보며 높은 대에 오르니 / 騁目上高臺
높은 대는 이미 석양이 되었네 / 高臺已夕陽
먼 산은 어찌하여 겹겹이 쌓이고 / 遙山爭合沓
넓은 바다는 어이 그리 아득한고 / 溟海何渺茫
버선의 실이 어찌 짧지 않으랴만 / 襪線豈不微
순 임금 의상을 깁기가 소원이라오 / 所願補舜裳
길이 한탄하노니 굴 좌도가 / 長悵屈左徒
회왕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 見擯於懷王
상수의 혼을 부르기도 전에 / 湘水魂未招
초 나라 또한 망하고 말았네 / 荊鼎亦云亡
삼십이(三十二)
율리의 도연명과 / 栗里陶淵明
곡구의 정자진은 / 谷口鄭子眞
살아서는 천하의 선비가 되었고 / 生爲天下士
죽어서는 천재의 일인이 되었더니 / 死爲千載人
죽은 이들을 살려낼 수 없는지라 / 九原不可作
만나고파도 아 인연이 없었는데 / 欲見嗟無因
다행히도 유편이 남아 있어 / 賴有遺編在
황연히 담소하며 친하였다오 / 怳然談笑親
지금 온 세상이 한창 혼란하여 / 海內方攘攘
풍진이 천하에 가득하나니 / 風塵滿函秦
산이 있으면 꽃을 심어야 하고 / 有山須種花
밭이 있으면 삼을 심어야 하리 / 有田須藝麻
삼십삼(三十三)
중화는 방훈의 뒤를 계승하여 / 重華繼放勳
사목을 밝히고 사문을 열어서 / 明目闢四門
집집마다 봉할 만한 사람 있었으니 / 比屋皆可封
어느 필부인들 원한을 품었으랴 / 匹夫孰含寃
탕무가 비로소 참덕이 있어 / 湯武德始慚
지극한 도가 남아있지 못했고 / 至道無遺存
춘추와 전국 시대에 대해서는 / 春秋及戰國
그 혼란함을 어찌 논할 수 있으랴 / 殽亂何可論
촌교로 탁류를 구하려는 것은 / 寸膠救濁流
그 근원을 맑게 함만 못하나니 / 不如淸其源
나는 복희씨 신농씨를 생각할 뿐 / 我思犧與農
지금 사람들과는 말하기가 어렵네 / 今人難與言
삼십사(三十四)
천리가 어찌 다함이 있으랴 / 天理豈終窮
정이 다하면 다시 원이 회복되는 걸 / 旣貞還復元
몹시도 서둘던 노 나라 늙은이가 / 遑遑魯中叟
주역을 설명하여 평론을 내리니 / 繫易垂評論
육예를 몸소 통한 칠십 제자들이 / 身通七十子
학통 이어 그 학문 더욱 힘썼는데 / 傳統學益敦
어찌하여 말세의 폐단은 / 如何末流弊
덕성 높이는 걸 생각지 않으며 / 不念德性尊
사촌의 사이만 드나들면서 / 出入四寸間
훈고는 어이 그리 번다히 냈는고 / 訓詁何其煩
석달 동안 인을 어기지 않았으니 / 三月不違仁
안씨가 바야흐로 조존을 하였도다 / 顔氏方操存
사욕이 없으면 묘리를 볼 수 있나니 / 無欲可觀妙
오직 이끗이 지혜를 어둡게 하네 / 惟利令智昏
삼십오(三十五)
첫서리가 푸른 나무를 말리니 / 新霜凋碧樹
동방에도 문득 가을이 왔는데 / 洞房忽已秋
어느 집의 젊은 미인이 / 誰家靑娥女
단장하고 저문 누각에 기대섰나 / 粧成倚暮樓
또한 무슨 일로 깊은 시름 하는고 / 幽愁亦何事
남편이 길이 나가 노닐되 / 夫婿長出遊
장대에 투계나 하러 가고 / 章臺鬪雞去
남의 원수 갚아주기나 일삼다가 / 借客事報讎
거년엔 변방 수비군에 징집되어 / 去年點戍籍
창을 메고 양주를 향해 갔는데 / 荷戈向涼州
한번 가서는 소식이 끊어져 / 別來消息絶
남편 생각에 꿈만 지루할 뿐이요 / 相思魂夢悠
꽃다운 시절 점차 늙어가는지라 / 芳歲漸遲暮
말을 하려다 되레 수줍어하네 / 欲說還自羞
집에 있으면 가난해도 좋으니 / 在家貧亦好
천호후의 봉작을 자랑하지 마오 / 莫誇千戶侯
삼십육(三十六)
청산이 지붕 위에 있으니 / 靑山在屋上
지붕 위에서 백운이 나오도다 / 屋上白雲生
이 깊은 골짝 초막집을 사랑하노니 / 愛此林廬幽
지경이 후미져 다툴 사람이 없고 / 境僻無人爭
세속 밖에 멀리 떨어져 있어 / 悠悠塵世外
시끄러이 싸우는 소리 들리지 않네 / 不聞有輸贏
마을 풍속은 퍽이나 순박하여 / 村俗頗淳古
아첨하는 서울 사람들과 다르고 / 夸毗異漢京
초목은 어찌 그리도 무성한고 / 草木何芊蔚
논밭은 종횡으로 가득차 있으니 / 田疇縱復橫
애써 여기에 농사를 지으면서 / 勉此耕犂功
시절에 따라 개간하고 수확하리라 / 墾穫順天行
다만 바라노니 조정이 청명하여 / 但願朝政淸
사방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든 / 四方不用兵
삼복과 납일엔 이웃들을 모아놓고 / 伏臘會鄰社
기나긴 날 맘대로 취하고 깨곤 하면서 / 長日任醉醒
북두 자루를 잡고 조금씩 잔질해 / 擬把北斗杓
동쪽 바다를 다 말리고자 하노라 / 細酌渴東溟
이리하면 근심 걱정 어디서 오랴 / 愁憂何從來
일생을 우유자적할 수 있으리 / 卒歲可優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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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나무 벌레에 대하여 읊다[樹虫吟] 병소서
을묘년 여름에 벌레가 땅에 가득하여 나뭇잎을 거의 다 갉아먹으니, 나무가 앙상하게 줄기만 남아서 보기에 쓸쓸하여 마치 늦가을에 낙엽이 진 모양과 같았다. 아, 벌레가 이토록 나무를 원수로 삼는단 말인가. 나무는 재목인데도 벌레는 그것을 원수로 여기고, 벌레는 적(賊)인데도 나무는 그 해를 받기만 하고 방어하지 못하니, 저 사기(四氣) 가운데서 배양(培養)되어 하늘에 치솟은 큰 나무들이 도리어 일개 추악한 벌레의 침해를 받아 모지라져 말라 죽게 될 줄을 일찍이 알았으랴. 사물의 이치를 쉽게 궁구할 수 없고 천도를 쉽게 알 수 없음이 이러하단 말인가. 하늘이 이런 무리를 기르는 것은 또한 무슨 마음에서인가? 마침내 아이를 명하여 붓을 가져다가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날이 가물매 나무 벌레 많이 일어 / 天旱多樹虫
꿈틀거리는 그 숫자가 억이나 되네 / 蠕蠕其麗億
거칠은 모양에 혹 털이 나기도 하고 / 形鬆或生毛
알록달록 오색 무늬가 난잡한데 / 斑駁紛五色
나뭇가지 기어올라 잎을 먹으니 / 緣枝而食葉
잎이 다해 나무 모두 앙상하여라 / 葉盡樹皆禿
푸르고 푸른 오만 산중에 / 蒼蒼萬山中
해독을 안 입은 나무가 없네 그려 / 無樹不被毒
크나큰 교목(喬木)들로부터 / 大者楩楠梓
잘게는 뿌리와 그루터기까지 / 小及株與橛
갑자기 일시에 모두 죽어서 / 居然一時空
백골처럼 바짝 말라 서있네 / 乾立如白骨
나무는 말라 죽고 벌레는 변화하여 / 木枯虫卽化
번득여 나는 나비가 되어 / 上爲拚飛蝶
윙윙 날아들어 집안을 소란케 하고 / 薨薨鬧庭階
어지러이 상자에도 달라붙어서 / 擾擾附箱篋
나를 휘저어 쫓느라 피곤하게 하고 / 使我困撝訶
부채로도 떨어내기 괴롭게 하네 / 扇箑苦難拂
하늘은 어찌하여 이런 것을 내서 / 天胡賦此種
잔학을 부려 오로지 남을 해치게 했는고 / 肆虐偏賊物
나는 들으니 옛 성왕 세대에는 / 吾聞古聖世
백물(百物)이 때를 만나 성하여 / 百昌逢時茀
기린은 산 풀도 밟지 않았고 / 麟趾不踐草
동물 식물이 다 일찍 죽지 않았네 / 生植無夭椓
그런데 어이하여 기수가 어긋나 / 如何氣機舛
정이 저지되고 사가 되려 득세하는고 / 正閼邪反角
한 나라 때는 홍공 석현이 있어 / 若漢有恭顯
소망지가 모진 해독을 받았고 / 望之遭彈射
당 나라 때는 황보박 노기가 있어 / 若唐有鎛杞
한유 육지가 끝내 배척을 받았으며 / 韓陸終見斥
송 나라 때는 장돈 채경이 있어 / 若宋有章蔡
정이 소식이 끝내 북으로 귀양갔으니 / 程蘇竟投北
사람과 벌레를 어찌 달리 볼 게 있으랴 / 人虫寧異觀
내 마음 한갓 슬프기만 하구려 / 我懷徒愴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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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나무 벌레에 대하여 읊다[樹虫吟] 병소서
을묘년 여름에 벌레가 땅에 가득하여 나뭇잎을 거의 다 갉아먹으니, 나무가 앙상하게 줄기만 남아서 보기에 쓸쓸하여 마치 늦가을에 낙엽이 진 모양과 같았다. 아, 벌레가 이토록 나무를 원수로 삼는단 말인가. 나무는 재목인데도 벌레는 그것을 원수로 여기고, 벌레는 적(賊)인데도 나무는 그 해를 받기만 하고 방어하지 못하니, 저 사기(四氣) 가운데서 배양(培養)되어 하늘에 치솟은 큰 나무들이 도리어 일개 추악한 벌레의 침해를 받아 모지라져 말라 죽게 될 줄을 일찍이 알았으랴. 사물의 이치를 쉽게 궁구할 수 없고 천도를 쉽게 알 수 없음이 이러하단 말인가. 하늘이 이런 무리를 기르는 것은 또한 무슨 마음에서인가? 마침내 아이를 명하여 붓을 가져다가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날이 가물매 나무 벌레 많이 일어 / 天旱多樹虫
꿈틀거리는 그 숫자가 억이나 되네 / 蠕蠕其麗億
거칠은 모양에 혹 털이 나기도 하고 / 形鬆或生毛
알록달록 오색 무늬가 난잡한데 / 斑駁紛五色
나뭇가지 기어올라 잎을 먹으니 / 緣枝而食葉
잎이 다해 나무 모두 앙상하여라 / 葉盡樹皆禿
푸르고 푸른 오만 산중에 / 蒼蒼萬山中
해독을 안 입은 나무가 없네 그려 / 無樹不被毒
크나큰 교목(喬木)들로부터 / 大者楩楠梓
잘게는 뿌리와 그루터기까지 / 小及株與橛
갑자기 일시에 모두 죽어서 / 居然一時空
백골처럼 바짝 말라 서있네 / 乾立如白骨
나무는 말라 죽고 벌레는 변화하여 / 木枯虫卽化
번득여 나는 나비가 되어 / 上爲拚飛蝶
윙윙 날아들어 집안을 소란케 하고 / 薨薨鬧庭階
어지러이 상자에도 달라붙어서 / 擾擾附箱篋
나를 휘저어 쫓느라 피곤하게 하고 / 使我困撝訶
부채로도 떨어내기 괴롭게 하네 / 扇箑苦難拂
하늘은 어찌하여 이런 것을 내서 / 天胡賦此種
잔학을 부려 오로지 남을 해치게 했는고 / 肆虐偏賊物
나는 들으니 옛 성왕 세대에는 / 吾聞古聖世
백물(百物)이 때를 만나 성하여 / 百昌逢時茀
기린은 산 풀도 밟지 않았고 / 麟趾不踐草
동물 식물이 다 일찍 죽지 않았네 / 生植無夭椓
그런데 어이하여 기수가 어긋나 / 如何氣機舛
정이 저지되고 사가 되려 득세하는고 / 正閼邪反角
한 나라 때는 홍공 석현이 있어 / 若漢有恭顯
소망지가 모진 해독을 받았고 / 望之遭彈射
당 나라 때는 황보박 노기가 있어 / 若唐有鎛杞
한유 육지가 끝내 배척을 받았으며 / 韓陸終見斥
송 나라 때는 장돈 채경이 있어 / 若宋有章蔡
정이 소식이 끝내 북으로 귀양갔으니 / 程蘇竟投北
사람과 벌레를 어찌 달리 볼 게 있으랴 / 人虫寧異觀
내 마음 한갓 슬프기만 하구려 / 我懷徒愴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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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후십구수(後19首) 병서.
십구수는 선체(選體)의 가장 으뜸가는 작품으로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는데, 혹자는 매승(枚乘)이 지은 것이라고 하나 참으로 그런지는 자세하지 않다. 명(明) 나라 가정(嘉靖 명 세종의 연호) 연간에 이르러 창명(滄溟) 이반룡(李攀龍)이 이를 모방하여 ‘후십구수’를 지었는데, 대체로 애써 고시의 풍격에 접근했었다. 나도 깊은 시름을 하는 여가에 그윽이 이를 모방하여 이으노니, 비록 호관영풍(胡寬營豐)의 솜씨에는 미치지 못하나 또한 거의 손숙오(孫叔敖)에 대한 우맹(優孟)은 될 것이다.
걷고 걸어서 또 어디로 갈꼬 / 行行又何之
머나먼 연 나라와 월 나라로다 / 渺渺燕與越
연 나라 월 나라는 바라보아도 끝이 없고 / 燕越望不窮
뜬구름만 부질없이 떴다 사라지곤 하네 / 浮雲空滅沒
어찌 서로 편지가 없으랴만 / 豈無雙鯉魚
바다가 하도 넓어 못 전하는데 / 浩蕩滄溟濶
보노니 저 숲속의 새들은 / 瞻彼林中鳥
정답게 서로 울어 떠들어대네 / 嚶嚶鳴自聒
네 계절은 서로 교대를 하여 / 四序迭代謝
춘풍이 불고 또 가을 달이 뜨거늘 / 春風復秋月
인생은 무엇을 믿을 만하여 / 人生那可恃
백년을 부질없이 허둥지둥하는고 / 百年空卒卒
깊은 근심 마음에서 우러나와 / 沈憂從中來
끊으려 하나 되레 얽히나니 / 欲絶還繚繞
슬프도다 광활한 길을 임하여 / 惻惻臨廣路
앞날의 기약을 참으로 알기 어렵네 / 前期諒難曉
이(二)
장안의 거리는 넓고도 크고 / 蕩蕩長安街
좁고 비뚠 길은 깊기도 한데 / 深深狹邪途
은은히 유벽거를 타고 / 隱隱油壁車
산뜻한 주취유를 입고서 / 嬛嬛珠翠襦
곱게 단장하고 실눈으로 바라보며 / 盈盈送微睇
어엿하게 네거리를 임하도다 / 脈脈臨交衢
좋은 만남은 본디 어렵거니와 / 良遘固已難
헤어져 있음을 어찌할꼬 / 離索當何如
동산에는 연리지가 있고 / 園有連理柯
물에는 비목어도 있다오 / 水有比目魚
삼(三)
땅은 동남쪽이 낮고 / 地不滿東南
하늘 또한 서북으로 기우나니 / 天亦傾西北
천지에도 차고 빔이 있어 / 天地有盈虛
아침이 오자마자 해 또 기울도다 / 纔朝還又昃
인생은 미미하게 이어짐이 괴롭거늘 / 人生苦微綿
누가 다시 후박을 논할 건고 무명씨(無名氏)의 시에 “후하게 하고 박하게 말아야지[聊厚不爲薄].”고 했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 誰復論厚薄
마음 맞는 이를 만날 수만 있다면 / 會心苟可得
말술도 참으로 마시고 남으리라 / 斗酒良已博
황제의 마을 오후의 소굴에는 / 帝里五侯藪
영화가 어찌 그리도 성했던고 / 榮華一何盛
주문은 치도와 나란히 들어섰고 / 朱門馳道並
화공은 대궐과 맞먹을 만했는데 / 畫栱璿霄竟
당상에는 구슬 잔대가 안치되었고 / 堂上安珠坫
뜰 아래는 구슬 신을 끌고 다녔네 / 庭下曳珠履
그대는 보아라 낙양 시장에 / 君看洛陽市
날 저물면 팔 내젓고 가버리는 것을 / 日暮掉臂起
사(四)
오늘 저녁이 어느 저녁인고 / 今夕知何夕
당상에 좋은 손이 있네 그려 / 堂上有好客
좋은 손은 쉽게 못 만나나니 / 好客不易會
오늘 저녁을 어찌 다시 만나랴 / 今夕那再獲
그를 인해 단지 술을 베푸노니 / 因之置尊酒
오늘 이 날씨도 아름다운데 / 趁此天氣美
연희가 요량으로 노래하고 / 燕姬歌遶梁
옥진 골라 유수곡을 타노니 / 玉軫調流水
청컨대 나그네는 날 위해 들어보소 / 請客爲我聽
인생은 즐겁게 지낼 뿐이로세 / 人生行樂耳
즐거운 때는 몹시 만나기 어려운 것 / 行樂苦難値
청춘이 어찌 다시 돌아오랴 / 盛年寧復回
옛날 주문의 행마가 있던 곳에 / 朱門舊行馬
지대가 가을풀에 다 묻혀버렸네 / 秋草沒池臺
오(五)
높은 누각이 완수에 임해 있는데 / 高樓臨宛水
벽과 문지방을 연대어 아로새기었네 / 鏤壁連雕楣
아침 구름은 때로 왕래하는데 / 朝雲時往來
그 안에 절세의 미인이 있어 / 中有絶世姿
독견의 화려한 옷소매를 끌면서 / 褕袘拖獨繭
아득히 아리따운 눈썹을 찡그리며 / 綿邈嚬蛾眉
칠보로 장식한 쟁을 손에 들고 / 手裏七寶箏
바람을 향해 줄을 시험삼아 퉁기니 / 臨風試拂軫
위에는 뜬구름이 엉기어 있고 / 上見浮雲凝
아래로는 찬 서리가 떨어지다가 / 下見寒霜隕
잠깐 사이에 큰 바다가 용솟음쳐 / 須臾瀛海湧
어룡이 서로 다퉈 처소를 바꾸도다 / 魚龍爭易所
차치하고 다시 타지 말아다오 / 且置勿更彈
누가 다시 그 질서를 알겠는가 / 誰復知其序
육(六)
초요가 어느덧 서방을 가리키어 / 招搖忽西指
가을 소리가 임택에 이르니 / 商韻集林澤
옥승은 비스듬히 문에 비치고 / 玉繩斜映戶
은하수는 서리같이 희도다 / 星河如霜白
강을 건너라 끝내 무엇을 바라랴 / 涉江竟何望
깊은 근심은 또 어디에 도피할꼬 / 幽憂安所逭
첩첩 음산 만릿길 나그네 신세에 / 曾陰萬里生
절서만 부질없이 절로 바뀌누나 / 節序空自換
어찌 마음 맞는 이 없으리오만 / 豈無同心人
하늘 한쪽에 서로 떨어져 있으니 / 落落天一畔
술잔으로 어찌 정을 풀 수 있으랴 / 羽觴那遣情
비파 곡조에 되레 슬픔만 이네 / 瑶瑟還成悲
새로운 귀인이 어찌 빛나지 않으리오 / 新貴詎不赫
패대를 띠고 준의관을 썼나니 / 帶貝冠鵕鸃
성음과 용모는 비록 성대하나 / 聲容雖翕翕
내 마음엔 맞는 바 아니로세 / 於我非所宜
칠(七)
서늘하여 서리가 많이 내리려 하고 / 凄凄霜欲繁
쌀쌀하여 가을이 이미 다했는지라 / 蕭蕭秋已央
푸른 나무는 성한 문채 시들고 / 碧樹凋斐亹
검은 제비도 들보를 떠났도다 / 玄燕亦辭樑
이 저물어가는 해를 당하여 / 屬玆歲序晏
나그네는 고향을 그리워하건만 / 游者懷故鄕
고향이 어디에 있는고 / 故鄕在何所
뜬구름이 천량을 막아버렸네 / 浮雲塞川梁
그윽한 난초 어찌 향기롭지 않으랴만 / 幽蘭豈不芬
가시나무가 곁에 나서 해를 입히고 / 荊棘生其旁
견고한 돌이 어찌 보배롭지 않으랴만 / 貞珉豈不珍
사이비 옥돌이 그 빛을 혼동시키네 / 珷玞混其光
옛을 배우면 자취가 되레 이상히 보이고 / 學古迹還畸
도를 믿으면 몸이 되레 죽게 되니 / 信道身反戕
슬프다 이를 어찌해야 할꼬 / 悲哉可如何
기로에서 부질없이 배회하노라 / 歧路空周章
팔(八)
무성하던 동산의 풀들을 / 蔚蔚園中草
가을 서리가 다 말려버리니 / 秋來霜悴之
그 중에 꽃다운 혜초 가지도 있어 / 亦有芳蕙枝
손에 쥐매 내 슬픔 더하도다 / 攬之增余悲
다행히도 이 뿌리가 견고하여 / 幸玆本根牢
보통 풀과 함께 말라죽지 않나니 / 不隨凡卉枯
봄이 와서 세 번 꽃피길 기다리며 / 春來待三秀
생각 멎고 다시 탄식을 말아야지 / 置懷勿復吁
구(九)
목란으로 노를 만들고 / 木蘭以爲楫
문행으로 돛대를 만들고서 / 文杏以爲檣
거슬러 올라 중류에 배를 띄우고 / 溯洄泛中流
먼 포구 향기로운 연꽃에 이르러 / 極浦芙蕖芳
노를 멈추고 그 꽃을 따가지고 / 停棹掇其英
서성이며 깊은 시름에 잠기노니 / 徘徊結愁腸
이 깊은 시름을 풀 수가 없어 / 腸結不可解
하늘 저쪽의 그 님만을 생각하노라 / 所思天一方
십(十)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있고 / 織女在河西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있거늘 / 牽牛在河東
은하수는 또한 무슨 물건이기에 / 河漢亦奚物
그 중간 가로막아 길게 뻗쳤는고 / 迢遞經其中
천추에 길이 서로 바라만 볼 뿐 / 千秋永相望
깊은 뜻을 서로 통할 길이 없네 / 幽意無由通
천지는 본디 다함이 있지마는 / 天地固有終
이 회포야 어찌 다할 수 있으며 / 此懷何當窮
인간 세상과 천상이 / 人間與天上
이별의 한이야 어찌 서로 다르랴 / 別離那異同
십일(十一)
도도히 흐르는 큰 강 위에 / 滔滔大江上
가파른 천 겹의 협곡이 있노니 / 巀嶭千重峽
높은 나무는 해와 달을 가리고 / 樹喬揜日月
음산한 골짝엔 눈과 우박이 쌓였는데 / 壑曀藏雪雹
곰들은 왼쪽에서 으르렁대고 / 熊羆咆其左
범들은 오른쪽에서 으르렁거리며 / 虎豹嗥其右
도깨비는 대낮에 돌아다니면서 / 魍魎白晝行
사람의 피를 먹이로 삼는도다 / 血人以爲糗
아 길을 다니기 어려움이여 / 嗟哉行路難
길 다니기 괴로움을 누가 알리오 / 誰知行路苦
공은 협곡을 건너갈 수 없나니 / 公無度峽去
협곡의 길은 건너지 못하리로다 / 峽路不可度
십이(十二)
동성은 어이 그리 높고 긴고 / 東城何迢遞
성가퀴가 구름에 닿을 듯하고 / 睥睨彌層雲
서른 여섯 군데의 이궁엔 / 三十六離宮
고릉마다 붉은 운기가 자욱하네 / 觚稜迷紫氛
화공에는 보로가 걸려 있고 / 畫栱懸寶璐
무지개 들보엔 붉은 비단이 펄럭이며 / 虹梁拂霞綺
아로새긴 문창은 계수나무 꽃으로 싸놓았고 / 文疏罩桂華
푸른 휘장은 동방 햇빛 받아들이는데 / 翠幄朝桑晷
구준에선 요 임금의 술을 잔질하고 / 衢樽酌堯醴
비파로는 상 나라 곡조를 타니 / 朱瑟彈商操
임금의 도는 금거울처럼 맑고 / 金鏡王道澄
옥촉은 태계에 높도다 / 玉燭泰階高
게다가 혁혁한 공후들은 / 赫赫公與侯
날 듯한 저택이 줄지어 있나니 / 飛甍聯雁齒
즐거워라 이 밖에 무얼 더하리오 / 樂哉復何爲
천추에 이만하기만 기할 뿐이로세 / 千秋期若此
십삼(十三)
북망산을 오르지 마소 / 莫上北邙山
그 위엔 죽은 사람 뿐이라네 / 上有千歲人
호리곡을 부르지 마소 / 莫唱蒿里曲
듣는 이가 절로 슬퍼한다네 / 聞者自悲辛
슬퍼한들 또한 무엇하리오 / 悲辛亦何爲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걸 / 死者不復生
그 옛날 뜻을 얻었을 때엔 / 伊昔得意時
명성과 위세 어찌 그리 높았던고 / 聲勢何崢嶸
저택은 척리를 독점하고 / 居第專戚里
전원은 장안에 으뜸이었으며 / 田園壓霸滻
해만 뜨면 문항이 벅적거리어 / 日出門巷閙
수레가 꿰놓은 듯 즐비하였네 / 軒車錯如綰
지금은 누가 다시 남아있는고 / 如今復誰在
석수만 여기저기 서있을 뿐이니 / 石獸爭西東
어찌하여 토만두를 가져다가 / 那將土饅頭
저 후문 가운데로 옮겨놓았나 / 移彼侯門中
에라 술이나 한잔 마시어 / 未若一盃酒
오만 생각 없애는 게 제일이로세 / 消除萬慮空
십사(十四)
백년도 많은 것 아니건마는 / 百年亦豈多
더구나 백년도 다 살지 못함에랴 / 況又未滿百
지난 일은 내가 보지 못했고 / 往者吾未見
오는 일은 내가 예측도 못하면서 / 來者吾未逆
시끄러이 서로 다투는 사이에 / 紛紛傾奪間
어지러이 머리털만 희어졌네 / 擾擾頭已白
부귀란 일급과 같은 것이요 / 富貴等日及
상전벽해도 조석 사이에 있나니 / 滄桑在朝夕
예전에도 옹문가를 듣고서 / 且聽雍門歌
전문이 눈물을 흘렸었다오 / 田文淚曾滴
십오(十五)
현달함도 기뻐할 것 아니요 / 達亦不爲懽
곤궁함도 슬퍼할 것 아닌지라 / 窮亦不爲戚
아득한 곤궁과 현달 사이에 / 悠悠窮達間
나는 아무런 변함도 없다오 / 伊我無變易
사는 것도 더 있는 것 아니요 / 生亦不加存
죽는 것도 더 없어지는 것 아니라 / 死亦不加亡
아득한 삶과 죽음의 사이에 / 茫茫生死際
나는 축복도 상심도 없다오 / 伊我無慶傷
땔나무 다해도 불은 절로 전하는 법 / 薪盡火自傳
지인이라야 큰 도리에 통하느니라 / 至人通大方
십육(十六)
천 길의 산을 들어가지 마소 / 莫入千丈山
산에서는 범과 표범이 나를 해치네 / 山有虎豹戕
깊은 바다를 들어가지 마소 / 莫入千重海
바다에선 교룡과 악어가 날 상하네 / 海有蛟鱷傷
장사꾼 친구를 귀히 여기지 마소 / 莫貴市道交
돈 다하면 도리어 싸움만 하네 / 金盡還爭鬩
요로의 친구를 귀히 여기지 마소 / 莫貴要路朋
세력 다하면 도리어 돌을 떨어뜨리네 / 勢盡還下石
싸우는 건 오히려 괜찮겠으나 / 爭鬩尙云可
돌을 떨어뜨림은 헤아릴 수도 없지 / 下石不可度
돌아와 문을 굳게 닫고 앉아서 / 歸來且閉門
옛 서적을 두루 읽노니 / 典墳與丘索
그 가운데 상고의 황제들은 / 中有古皇宰
신묘한 도리로 대박을 유지했고 / 神理存大朴
상주는 어찌 말할 것이나 있으랴 / 商周奚足道
전쟁으로 도리어 서로 겨루었네 / 戰伐還相角
천년 뒤의 지금에 와서는 / 如今千載後
사소한 이끗으로도 서로 다투니 / 競事錐刀末
술을 만들었던 두강생이 / 作酒杜康生
약간은 광달하다 일컬을 만하구려 / 粗得稱曠達
십칠(十七)
진쟁을 시끄러이 타지 말라 / 秦箏且勿閙
나에게는 천년조가 있어 / 我有千年調
한 번 타면 황풍이 불어오고 / 一鼓皇風來
두 번 타면 태시가 돌아오며 / 再鼓太始廻
세 번 타면 명행에 들어가 / 三鼓入溟涬
천지가 고요히 안존해지도다 / 天地穆以靚
그래서 귀신은 그윽함을 지키고 / 鬼神守其幽
만물이 각각 제 무리와 어울리며 / 品彙安其儔
봉황이 갑자기 찾아와 춤을 추고 / 鳳凰倏來儀
명협은 마른 가지에서 싹이 나며 / 蓂莢生枯枝
귀룡은 기우를 바쳐오고 / 龜龍獻奇偶
기린은 교외의 늪에 누웠도다 / 麒麟臥郊藪
이 악곡이 또한 족하거니 / 爲樂此亦足
구구한 급시곡을 탈 필요가 있나 급시곡은 주 무왕(周武王)이 주(紂)를 정벌하던 악곡 이름이다. / 區區及時曲
십팔(十八)
나그네가 어디서 왔는지 / 客從何方來
손에 넓고 큰 그림을 들었는데 / 手中豁落圖
금 상자에 그 문서를 담고 / 金箱護其簡
구슬로 지도리를 장식하였네 / 瓊珠粧其樞
나에게 열쇠를 주기에 / 貽我啓玄鑰
열어보니 불사문이 들어있도다 / 視之不死文
누가 이 글을 만들었나 물으니 / 問誰爲此書
태상옥진군이 만들었다 하기에 / 太上玉眞君
옥진군을 어찌하면 만날까 물으니 / 玉眞那得見
멀리 봉래산 구름을 가리키네 / 遙指蓬萊雲
십구(十九)
흰 이슬은 어이 그리 차가우며 / 白露一何寒
밝은 달은 어이 그리 교교한고 / 明月一何皎
교교한 달빛 창가에 임하니 / 皎皎臨窓畔
나에게 근심이 몰려드누나 / 使我憂纏繞
문에 들어서서는 홀로 슬퍼하고 / 入門獨怊悵
문을 나서서는 홀로 방황하노니 / 出門獨彷徨
묻노라 방황은 왜 하는고 / 彷徨問奚事
대답 않고 도리어 슬퍼만 하네 / 不言還慨慷
소보 허유가 너무 성급했던 것은 / 巢由太早計
주 나라 상 나라를 못 봤음일세 / 未見周與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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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의고(擬古) 6수
부상의 오색 누에고치로써 / 扶桑五色繭
무녀가 찬란하게 베를 짜되 / 燦爛婺女襄
금박으로 응룡의 서린 모양 넣고 / 金泥蟠應龍
밝게 구장을 모두 갖추어서 / 昭哉備九章
재단하여 조일포을 만드노니 / 裁爲朝日袍
이 제도가 황제에게서 비롯됐거늘 / 此制肇軒皇
나양이 장보를 해괴하게 여겨 / 裸壤駭章甫
큰길 가에 내다 버리도다 / 棄捐衢路傍
이(二)
모사는 시든 풀을 수놓고 / 蝥絲繡凋草
개똥벌레는 성긴 장막에 엉기며 / 宵行點踈幌
북두성 자루는 이미 서쪽으로 둘렀고 / 招搖已西柄
은하는 희미하게 남쪽으로 쳐들었으며 / 星漢迷南仰
초승달은 높은 봉우리에 걸려있고 / 初月掛高岫
옷깃 적시는 이슬은 시원도 한데 / 濡襟零露爽
덧없는 인생 근심과 어울리어 / 浮生與憂俱
홀로 이렇게 길이 한탄하노라 / 獨此長悵惘
삼(三)
고기 중엔 바다를 나는 요가 있고 / 魚有飛海鰩
새 중에는 회수에 빠지는 작이 있으며 / 禽有沈淮爵
별은 떨어져서 돌이 되고 / 天星隕爲石
썩은 풀에는 개똥불이 반짝이며 / 糞草螢灼灼
계수나무 꽃은 열매를 못 맺고 / 桂花不能實
북두 자루는 잔질을 하지 못하도다 / 斗杓不能酌
마음이 걱정되어 노래를 하노니 / 心憂歌且謠
이 회포를 누구에게 의탁할꼬 / 此懷知誰托
사(四)
풀을 심으려거든 난초를 심고 / 藝草當藝蘭
나무를 키우려거든 대를 키우며 / 養樹當養竹
새를 기르려거든 학을 기르고 / 畜禽當畜鶴
보배를 간직하려면 옥을 간직해야지 / 種寶當種玉
세상과 어긋남 속에 세월 저물어가는데 / 差池歲月晩
시름 속에 외로이 지내면서 / 端憂坐幽獨
가서 현주의 지초를 꺾어 오니 / 去斲玄洲芝
푸른 삼수의 꽃 반짝반짝 빛나네 / 煌煌三秀綠
오(五)
상이는 무늬가 이미 닳아졌고 / 商彝繡已澁
하정은 먼지가 또한 끼었는지라 / 夏鼎塵亦蒙
옛 기물을 다시 보배로 안 여기고 / 古器不復珍
진흙 속에 방치해 버리도다 / 棄置泥沙中
황종은 황소 귀를 해괴하게 여기고 / 黃鍾駭牛耳
백벽은 고기 눈을 부끄러이 여기네 / 白璧羞魚目
아 거듭 말하기도 어려우니 / 嗟嗟難重陳
그대 위해 노래 한 곡 부르노라 / 爲君歌一曲
육(六)
장상사를 부르지 말고 / 莫唱長相思
우선 완가행이나 부르자꾸나 / 且唱緩歌行
서로 생각함은 견딜 수가 없거니와 / 相思不可耐
느즈러이 노래함은 마음을 기쁘게 하네 / 緩歌聊怡情
천오는 바닷물을 맘대로 옮기고 / 天吳移海水
옥녀는 웃어서 번개를 일으킨다오 / 玉女笑作霆
나에게 천년조가 있으니 / 我有千年調
그대는 시험삼아 한 번 들어보소 / 請君試一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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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6권 / 시(詩)○오언고시(五言古詩) 1백18수
수춘에서 구월 구일에 여러 가지 사물을 섞어 읊다[壽春九日雜詠] 5수
나무 잎새는 정처없이 날리고 / 木葉飛不定
기러기 소리는 어이 그리 슬픈고 / 雲雁聲何哀
강성이라 구월 구일에 / 江城九月九
바람 거세어 대에 오르기 겁나네 / 搖落怯登臺
어여뻐라 동쪽 울타리 국화꽃은 / 可憐東籬花
서리를 맞아도 화려하기만 한데 / 逢霜亦靡靡
흰옷 입은 사람은 보지 못하고 / 未見白衣人
부질없이 도 처사만 생각하노라 / 空懷陶處士
이(二)
가을 소리는 나무 잎새에 있고 / 秋聲在樹葉
가을 회포는 사람 마음에 있는지라 / 秋懷在人心
마음과 소리가 서로 감응하여 / 心聲自相感
강개함을 진실로 견디지 못하겠네 / 忼慨諒不任
해와 달에는 박식이 있고 / 日月有薄蝕
하늘과 땅에는 전공이 없어 / 天地無全功
차고 빔이 교대로 왕래하는지라 / 盈虛迭來往
뛰어난 식견은 그 원리를 깨닫는다오 / 達識悟其宗
삼(三)
지난 일은 어이 그리 아득하며 / 往者何悠悠
오는 일 또한 어이 그리 아득한고 / 來者亦茫茫
사시는 교대로 운행하고 / 四時行替序
영고성쇠는 음양에 매였나니 / 榮落繫陰陽
그 누가 길이 살고자 하는고 / 誰歟欲長存
엄격한 한정 있어 귀신의 비웃음만 사는 걸 / 鐵限逢鬼笑
태산이 높다 이르지 말고 / 莫謂太山高
추호가 작다고 이르지도 마소 / 莫謂秋毫小
사(四)
모래 여울에 물은 이미 줄어들고 / 沙灘水已落
벼 논엔 남은 포기 하나 없으며 / 稻畝無遺穗
가을 일 또한 다 마쳤는지라 / 秋事亦云竟
농가의 작업이 비로소 완비되었네 / 農家工始備
그런데 나는 유독 어찌하여 / 伊我獨奚爲
외로이 객지에서 고생을 하는고 / 踽踽困旅災
영척의 쇠뿔 두드리며 노래하노니 / 行歌叩寗牛
방일한 회포 어이 그리 근심스러운고 / 放懷何悠哉
오(五)
나의 집이 남산 아래 있어 / 我屋南山下
이곳에서 삼십 년을 살았는데 / 居停三十年
늘그막에 떠도는 허수아비가 되어 / 垂老作漂梗
쇠한 머리털 이미 다 빠졌네 / 衰髮已颯然
창 앞의 두어 그루 소나무에 / 窓前數株松
몇 가지는 규룡을 이루었는데 / 幾枝成虯龍
길이 생각해도 보지 못한지라 / 長懷不得見
뜻을 얻지 못한 시름 천겹이로세 / 懭悢愁千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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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7권 / 시(詩)○칠언고시(七言古詩) 44수
규수 허씨의 사시사가 세상에 유행하므로 내가 보고거기에 화답하다[閨秀許氏四時詞 行於世 余見而和之] 4수
어젯밤 서쪽 누각에 이슬비 스쳐가 / 西樓昨夜經微雨
묵은 이슬 방울방울 난초밭을 적시었는데 / 宿露滴滴滋蘭塢
담황색 비단 주렴 열두 겹이 다 걸렸고 / 緗簾鉤盡十二重
난간 밖엔 수양버들 수많은 가지 휘늘어졌네 / 檻外煙絲嚲萬縷
그윽한 정 괴로움에 머리 빗고 단장하고서 / 幽情無賴理梳粧
작은 못에 쌍쌍이 나는 원앙 부러워하여 / 小池羨殺雙飛央
옥으로 기러기발 만들고 비녀로 공후 삼아 / 玫瑰作柱鈿箜篌
곡조마다 일일이 난새 봉새 울리어라 / 曲裏一一鳴鸞鳳
당시에 애가 끊어진 일 문득 생각하노니 / 却憶當時腸斷處
쇠잔한 꽃 시든 청춘 이 시름 뉘에게 말할꼬 / 殘紅斂翠愁誰語
구슬 자리 적막하고 비단 병풍 쓸쓸하여 / 瓊筵寥落錦屛空
수사에서 기러기 춤추던 것 부질없이 기억하네 / 水榭漫記輕鴻舞
꾀꼬리 소리는 원망도 같고 노래도 같은데 / 流鸎如怨又如歌
향로에 연기 다하고 비단 휘장만 둘려있네 / 獸爐香歇圍纖羅
애태우며 다시 가는 봄을 보내노니 / 傷心復送春歸去
제비는 한창 집을 짓고 꽃은 많이 떨어졌네 / 燕泥不禁花落多
이상은 봄을 읊은 것이다.
쇠잔한 꽃 빛 바래고 연지는 얇디얇으며 / 殘英褪暈臙脂薄
휘늘어진 수양버들은 금각에 아득한데 / 煙絲嫋娜迷金閣
가벼운 구름이 매자우를 빚어내어 / 輕雲釀出梅子雨
한바탕 부용막에 은밀히 뿌려주도다 / 一霎暗灑芙蓉幕
비단 베틀에 석죽화 수놓는 일 제쳐놓고 / 文機繡倦石竹花
주렴 앞에 비낀 제비 그림자 눈여겨 보며 / 貪看簾前燕影斜
찬 오이 쪼개노니 푸른 주발 써늘하고 / 氷瓜乍劈碧椀冷
벌꿀은 꿀벌의 집에 가득차려 하도다 / 蜜脾欲滿黃蜂衙
한적한 시름 교차한 곳에 푸른 눈썹 무거워 / 閑愁交處翠眉重
짐짓 그림 부채에 채봉을 수놓으면서 / 故遣畫扇盤彩鳳
알건대 봉래산은 몇 만리나 막혀있거늘 / 蓬山知隔幾萬里
상아 침대서 선경에 노니는 꿈 놀라 깨누나 / 象床驚破遊仙夢
서릉 소식이 북쪽으로 온 배에 전해와 / 西陵消息北來舟
지난 해에 원망스레 강 머리서 이별하였지 / 去歲怨別江上頭
남호에서 연 캐는 계집에게 말 전하노니 / 寄語南湖採蓮女
삼가서 짝진 갈매기 두드려 일으키지 마오 / 愼勿打起雙棲鷗
이상은 여름을 읊은 것이다.
물시계 더디어라 밤이 처음 길어지고 / 遲遲蓮漏夜初永
쓸쓸한 혜초 길에 서리도 차가운지라 / 凄凄蕙逕霜華冷
찬 기운 얇은 옷에 언뜻언뜻 스며들고 / 輕寒乍逼六銖衣
우물 난간 오동나무에 바람 소리 쌀쌀하도다 / 井欄蕭颯梧桐影
서쪽 누각의 오경 바람 하도 불안해 / 西樓窸窣五更風
등잔불 다 태우며 온갖 벌레 소리 듣노니 / 爇盡蘭缸聞百虫
한적한 시름 이내 슬픔으로 변하여라 / 閑愁祗是成怊悵
독수공방 비취 이불에 증오가 일어나네 / 翠被生憎一半空
사일이 오자마자 제비는 손님처럼 떠나고 / 社日纔回燕如客
겹겹의 비단 휘장을 초벽에 둘렀는데 / 重重羅幕圍椒壁
반추의 어느 곳에 육랑을 바라볼꼬 / 班騅何處望陸郞
일산 덮인 좋은 수레 서울 거리 아득하여라 / 寶盖香車迷紫陌
남쪽 기러기가 어떻게 용정을 갈 수 있으랴 / 南鴻那得到龍庭
넓고 맑은 하늘에 견우 직녀만 쳐다보며 / 玉宇㵳泬瞻雙星
머리 숙이고 은밀히 금전 던져 점을 치노니 / 低頭暗擲金錢卜
수침향의 연기가 부용 병풍에 끊어지네 / 水沈香斷芙蓉屛
이상은 가을을 읊은 것이다.
깊은 침실 적적하고 밤은 길기도 해라 / 洞房寂寂漏方永
박산로에 피어오른 향 연기 막 썰렁해졌는데 / 博山裊裊煙初冷
뜰앞엔 섬세한 눈 몇 치나 내렸는지 / 庭前密雪幾寸深
매화 가지 휘어지고 그림자 전혀 없네 / 小梅枝亞渾無影
황금 잔에다 백옥병의 술을 따르면서 / 黃金杯瀉白玉甁
수놓은 속옷 헤치매 그윽한 향기 생기고 / 繡襦披拂生微香
난로 숯불 이글이글 다습기 봄과 같아 / 獸鑪熾炭暖似春
비단 베틀 새 서리에 얼까 두렵지 않네 / 文機不怕凝新霜
그윽한 정 산란함을 누구에게 말하랴 / 幽情撩亂爲誰語
몸이 절반이나 야위어 띠도 맞지 않는데 / 寶帶參差一半瘦
공후로 은밀히 완랑귀를 헤아려보니 / 箜篌暗度阮郞歸
하도 원통해 연약한 창자 술취한 것 같네 그려 / 懊惱柔腸如中酒
꽃다운 마음 도리어 맘속의 사람 한하건만 / 芳心翻恨意中人
이별의 꿈이 어찌 교하 가에 도달할손가 / 離夢豈到交河濱
겹겹의 문 깊이 닫히고 날도 어두워졌는데 / 重門深閉日又昏
눈물이 붉은 비단 수건 다 적시누나 / 淚痕濕盡紅羅巾
이상은 겨울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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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9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1백 23수
사제에게 주다[贈舍弟] 6수
돌아갈 기약을 그르치지 말라 / 休遣歸期誤
천애에서 세월만 자꾸 가누나 / 天涯歲月
한 벼슬은 곧은 도리 따라 했고 / 一官從直道
두 귀밑은 희어지는 데 맡기노라 / 悉鬢任霜華
변새의 눈은 봄을 지나도록 남았고 / 塞雪經春在
관산 구름은 멀리 바라보이는데 / 關雲入望遐
무엇으로도 나그네 잠 이룰 길 없어 / 無因成旅夢
쓸쓸히 등잔불만 마주해 있노라 / 寥落對燈花
이(二)
서울엔 풍진이 시끄러운 무렵이요 / 京洛風塵際
객지에선 이별을 슬퍼한 때로다 / 關河悵別時
거칠고 게으름은 이미 내 고질이요 / 疎慵吾已痼
화려한 시문은 네가 되레 훌륭하니 / 華藻爾還奇
세업은 흠이 없도록 해야 하고 / 世業須無玷
가문의 명성은 함께 지켜야 한다 / 家聲要共持
세월은 본디 빨리 흐르기 쉽고 / 光陰知易駛
책 속엔 많은 스승이 있느니라 / 卷裏有餘師
삼(三)
위태로운 때 객지에 오래 머무노니 / 時危仍久旅
해 저물어 이별길에 서기 두려워라 / 歲暮怕臨岐
남국엔 매화가 하얗게 피었을 테고 / 南國梅應雪
하교엔 버들이 실같이 늘어지겠지 / 河橋柳欲絲
시름은 반씨의 귀밑에 연하였고 / 愁連潘氏鬢
병은 심씨의 비장에 들었는데 / 病入沈家脾
그리워라 머나먼 고향 꿈이 / 迢遞鄕關夢
봄이 되매 사영운의 못에 있다오 / 春來在謝池
사(四)
지역은 내가 원한 바 아니요 / 祗役非吾願
하의는 오래 전에 이미 검어졌네 / 荷衣久已緇
도서로 헛되이 세월을 보내긴 하나 / 圖書虛歲月
산골짝은 마음에 기약한 바인데 / 林壑且心期
기러기 따라 북으로 가기도 하고 / 正與鴻隨北
까치가 나뭇가지 도는 것과도 같노니 / 還同鵲繞枝
누가 불쌍히 여기랴 객지의 나그네가 / 誰怜出關客
또 사수시를 초하는 것을 / 又草四愁詩
오(五)
옛 어진이가 끼친 훈계 있어 / 昔賢有遺訓
세상에 기미 앎을 귀히 여겼나니 / 於世貴知微
애오라지 하사의 졸함을 따를 뿐 / 聊從下士拙
현달하여 비난 받는 것 나는 싫어 / 不取達人譏
세속에 응하긴 정이 깊지 못하고 / 應俗情還淺
참에 깃듦은 계획에 어긋나지 않으니 / 棲眞計莫違
모름지기 수초부를 지어가지고 / 須將遂初賦
나의 벽라의와 함께 하자꾸나 / 共我薜蘿衣
육(六)
온 집안이 지금 객이 되었는지라 / 盡室今爲客
봄이 오매 다만 스스로 시름하노니 / 春來只自愁
어찌 열 식구 생계야 없을까마는 / 那無十口計
임금님 걱정을 어찌한단 말인가 / 其奈九重憂
먹고 사는 건 이전에 정해졌는데 / 飮啄應前定
행장을 어찌 꾀할 것 있으랴 / 行藏豈可謀
어찌하면 태평한 세상을 만나서 / 何當遭世泰
백사에서 함께 배회할거나 / 白社共夷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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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9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1백 23수
한흥(閑興) 5수
차고 비고 한 것은 하나의 원리라 / 盈虛一元理
통달한 선비는 보는 것이 넓다오 / 達士視方恢
종고가 어찌 즐거움이 될손가 / 鐘鼓寧爲樂
청황이 끝내 재앙이 되는 거로세 / 靑黃竟是災
도서는 궤석에 한가히 놓여있고 / 圖書閑几席
좋은 경치는 정대에 있는데 / 雲物好亭臺
만사를 다 잊고 편히 누워서 / 萬事唯高枕
사립문을 낮에도 열지 않노라 / 柴扉午不開
이(二)
앉아서 푸른 산곽을 바라보며 / 坐望靑山郭
게으르게 백접리를 노래하노니 / 慵歌白接罹
스스로 알건대 세속 마음 씻었거늘 / 自知塵慮澹
어찌 속세 인연이 나를 속이랴 / 那有俗緣欺
시내 굽이선 때로 새 소리 듣고 / 澗曲時聞鳥
숲속의 정자에선 바둑도 즐기면서 / 林亭正伴碁
어느새 저녁이 되는 것도 잊어라 / 翛然忘景夕
맑은 달이 또 둥실 떠오른다네 / 晴月又盈規
삼(三)
봄비가 한밤중에 내리매 / 春雨中宵至
산 꽃이 차례로 피어나니 / 山花次第開
봄 빛은 참으로 즐길 만하고 / 韶光良可翫
세상 일은 나를 귀찮게 하지 않네 / 世故莫相催
졸함을 지키어 도를 보존하고 / 用拙聊存道
생명 아끼어 재목 되길 원치 않노니 / 全生不願材
누추한 사립문 절로 적막한지라 / 衡扉從寂寞
흥이 나서 홀로 대에 오르네 / 乘興獨登臺
사(四)
오만한 벼슬아치는 은자가 되어 / 傲吏仍成隱
풍진 속에 누워 자고하였으니 / 風塵臥自高
도시 거리에 살았다고 누가 말했나 / 誰言居市陌
도리어 신선 무리 같음이 괴이하구려 / 却恠似仙曹
큰 바다도 도리어 육지가 되고 / 滄海還爲陸
높은 산도 털끝과 같을 수 있나니 / 崇岑可並毫
이 아득한 덧없는 세상 가운데 / 茫茫浮世裏
몇 사람이나 인간의 호걸이던고 / 幾箇是人豪
오(五)
깊은 시골을 누가 와서 문안하랴 / 深巷誰來問
조용하기가 결하하는 중 같구려 / 蕭然結夏禪
책이 있어도 게을러 읽지 않고 / 有書慵不讀
일이 없어 낮에도 늘 잠만 자네 / 無事晝常眠
평소의 뜻은 남의 뒤서길 좋아하고 / 素志甘雌伏
인생은 개미같은 생활이 우습구려 / 浮生笑蟻旋
어찌하면 조석간에 지기를 만나서 / 何當朝暮遇
진리를 하나하나 토론해볼꼬 / 一一討眞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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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2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99수
새벽 흥취[晨興] 4수
벼슬길을 그만두려 생각한 지 오래라서久 / 久矣朝簪合罷休
이몸의 신세 이미 자연속에 맡겼다네 / 已將身世任沈浮
물위에 뜬 빈 배는 어찌 전복 걱정하리 / 虛舟汎水寧憂覆
갈림길에 놓친 염소 아서라 찾지를 마세 / 歧路亡羊且莫求
가랑비의 정자 속에 운치가 진진하고 / 小雨亭臺饒雅致
갓 서늘해진 날씨 맑은 놀이 알맞구나 / 乍涼天日愜淸遊
산가의 문 대낮에도 오히려 닫힌 속에 / 山門白晝看猶掩
숲너머 꾀꼬리소리 이따금 들려오네 / 林外時聞黃栗留
이(二)
금문에 통적함이 어찌 본심이었던가 / 通籍金門豈素情
은거하여 한평생을 보내자고 꾀했었네 / 冥棲本擬遣平生
우직으로 인하여 시속과 어긋났으나 / 長因孤戇違時俗
완전하게 보전됨은 성명의 은택이었네 / 猶喜全完荷聖明
그윽한 뜰 지는 꽃은 고운 자태 나부끼고 / 深院落花飄晩艶
높낮은 산 저문 햇살 그 빛이 해맑아라 / 亂峯殘照屬新晴
궁궁이 향 시름겹네 어디에서 풍겨오나 / 蘼蕪何處堪愁思
꿈결에 든 강호는 맑은 봄물 일렁이네 / 夢裏江湖春水淸
삼(三)
방안에서 바뀐 절서 느낌 어찌 자제하리 / 閉戶那堪節序更
한식 금방 지나가고 또 다시 청명이로세 / 纔過寒食又淸明
복사꽃 오얏꽃들 활짝 피어 아름답고 / 夭桃穠李自新艶
제비며 꾀꼬리들 정을 품고 노래하네 / 紫燕黃鸝俱有情
가랑비 속 누각에는 산안개가 피어나고 / 小雨滿樓山靄重
따스한 바람 부는 길 들연기가 비끼었네 / 暖風飄逕野煙橫
시 흥취는 바야흐로 봄날 풍경 속상하나 / 吟脾正得傷春恨
이별 시름 머리털에 돋아나지 말았으면 / 休遣離愁入鬢生
사(四)
따스한 바람 더딘 해 그야말로 화창한데 / 暖風遲日正淸和
벌과 나비 요란하고 꾀꼬리도 노래하네 / 蝶鬧蜂喧鷪又歌
한밤중 내린 비에 냇물소리 더해지고 / 半夜雨聲添㵎響
온 수풀 꽃빛깔은 누각에 환히 비치네 / 一林花色上樓多
술동이 앞에 다시금 흥겹게 구경을 하고 / 尊前且復留歡賞
거울 속에 지나가는 세월일랑 한탄 마소 / 鏡裏休須歎歲過
끝없는 봄시름을 다 녹이지 못하는데 / 無限春愁消不盡
산하를 그리는 마음 그 어찌 자제하리 / 相思况耐在關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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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3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110수
미관진에 머물러 검찰사 서경 유공과 함께 바닷길로 들어온 중국의 곡물을 감독하여 운송하고 바닷가 마을에 붙여 지내면서 회포를 쓰다[留彌串 同檢察使西坰柳公 督運天朝海粮 寓居海村書懷] 16수
잡목 꽃 울타리에 돌로 쌓은 움집은 / 揷棘爲籬疊石窩
거친 띠풀 떨기 속에 자그마한 민가로세 / 荒茅叢裏小民家
연산 지방 잇닿은 땅 바람 서리 빨리 오고 / 地連燕塞風霜早
어촌에 접한 거주지 장기 안개 한층 많네 / 居接蜒村瘴霧加
병든 나그네 여러 해 노상에서 시름하고 / 病客頻年愁道路
남은 백성 어느제나 상마 농사 종사하나 / 遺氓何日業桑麻
모래먼지에 궁중 옷 더러워짐 느껴지니 / 宮袍漸覺沙塵染
천상이라 난파에는 꿈이 또한 멀어지네 / 天上鑾坡夢亦賒
옥당의 관원으로 나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二)
적막한 나그네 마을 하루가 일년 같아서 / 僑村寂寂日如年
병중의 외론 읊음 도리어 묘연해지네 / 病裏孤吟轉杳然
나그네 희망 얼마나 변방 달에 걸었던가 / 旅望幾懸關外月
고향집 글월 이따금 서해의 배에 부치네 / 家書時寄海西船
서리에 시든 옛 언덕 가을바람 급히 불고 / 霜凋古隴秋聲急
누수 다한 삼엄한 성 새벽 목탁 소리 들려 / 漏盡嚴城曉柝傳
마음에 얽힌 나라 일 어찌 절로 풀을쏘냐 / 王事縈心那自遣
찌든 시름에 머리털 하얀눈이 가득하네 / 閑愁渾覺雪盈顚
삼(三)
오랜 객창 귀향 그려 나그네 꿈이 바쁜데 / 久客懷歸旅夢忙
북녘 바람 몰아치고 바다 하늘 아득하네 / 朔風吹盡海天長
친척 벗들 소식 보냄 오래도록 못 보지만 / 更無親舊傳消息
처자식들 죽음 모면 오히려 기쁘구나 / 猶喜妻兒免死亡
세상에 이바지할 뜻 늙어 이미 시들었고 / 老去已闌供世志
이름 맑힐 처방은 병들어 이제 얻었네 / 病來新得淨名方
십년 세월 시름 속에 벼슬길 쫓아다니는 몸 / 十年愁殺騎朝馬
손수레 타고 어느 때 고향으로 돌아갈지 / 鹿駕何時返故鄕
사(四)
처량한 외론 성에 세밑이 닥쳐오니 / 憀慄孤城逼歲除
관아 누각 마른 오동 하늘 높이 솟았네 / 枯梧官閣任蘧蘧
오활한 몸 그 어찌 공사를 완결할지 / 乖慵豈得了公事
호방한 흥 이따금 도가서를 살펴본다 / 逸興時能觀道書
먼 만리의 풍운은 바닷가에 아련하고 / 萬里風雲迷海曲
한 마을의 연화는 요동 땅을 접하였네 / 一村煙火接遼居
일찍이 초한 태현경 삼천자나 되는 것을 / 太玄曾草三千字
상자 속에 담아서 장차 내집 돌아가리 / 會把琅凾返我廬
오(五)
하늘 가의 절서는 이미 자주 바뀌고 / 天涯節序已頻更
머언 꿈은 때때로 자청 세계 오르네 / 遠夢時時上紫淸
객중의 바람 안개 도무지 적막하고요 / 客裏風煙渾寂寞
시름 속의 문장은 종횡 무진 솟아나 / 愁來篇翰任縱橫
용정의 가을 기럭 그림자는 끊어지고 / 龍庭斷鴈秋無影
요해의 밤중 조수 차가운 소리 들려 / 遼海寒潮夜有聲
높은 난간 기대어 북두칠성 바라보니 / 正倚危欄瞻北斗
오색 구름 어디에 백옥경 있단 말고 / 五雲何處是瑤京
육(六)
나그네살이 우연히 해변 마을 가까워 / 僑居偶近海邊村
시골 노인 생애를 자상하게 얘기하네 / 野老生涯得細論
솔 아래 자리 쓸어 마을 벗을 맞이하고 / 松下掃壇邀社伴
돌 위에 잎을 태워 와준을 마련해 두네 / 石頭燒葉寘窪樽
강바람 일어나려나 물결꽃이 솟구치고 / 江風欲起浪花湧
서산에 해 기울자 어촌 저자 시끄럽네 / 山日已斜漁市喧
몸 편안함 당연히 낙으로 삼을 만하니 / 自是安身爲足樂
고달프게 붉은 문 두드릴 것 없어라 / 不須辛苦叩朱門
칠(七)
나그네살이 작은 집 강변에 접해 있는데 / 僑居小屋傍江涯
변방 한번 떨어지자 가는 세월 한이 없네 / 一落邊荒歲月賒
장기 안개 스며들자 취하도록 술 마시고 / 瘴霧襲衣仍醉嗗
거센 바람 불어닥쳐 콧물이 나오려한다 / 颶風吹面欲生齄
짧아진 하얀 머리 눈인가 의심스럽고 / 華顚種種還欺雪
희미하게 꾸이는 꿈 고향까지 못 가네 / 斷夢依依不到家
궁궁이풀 꺾어서 멀리 부치려 하니 / 擬掇江蘺將遠贈
뜬구름 하늘 너머 갈림길이 비끼었네 / 浮雲天外路岐斜
팔(八)
세모에 돌아갈 기약 가망이 전혀 없어 / 歲暮歸期有也無
칠년 동안 여행길 너무나도 고달프다 / 七年辛苦任征途
생애는 인형목처럼 정처없이 표류하고 / 生涯似梗飄還泛
세상사는 바둑마냥 지고 이김 무상하네 / 世事如碁贏又輸
목탁소리 끊긴 옛 진 성곽 물시계 빠르고 / 古戍柝殘城漏短
애 끊기는 객창에 새벽 등이 외로워라 / 旅窓膓斷曉燈孤
서리 맞아 갈대잎 전부 떨어진 지금 / 新霜落盡蒹葭葉
이소경을 들고서 좌도에 견주지 마세 / 莫把離騷擬左徒
구(九)
유유한 시름 걱정 하루가 일년 같아 / 愁緖愔愔日抵年
이따금 외로이 앉아 참선을 배운다네 / 有時孤坐學枯禪
몇 사람이 이 세상에 일을 함께 할 만한고 / 幾人於世堪同事
늙은 이몸 기심 잊어 이미 인연 끝을 냈네 / 老子忘機已了緣
종횡 무진 문장은 글로써 동산을 삼고 / 篇翰縱橫文是苑
술잔 잡고 헤엄치며 술로 배를 채웠으면 / 籌浮拍酒爲船
남은 인생 오로지 진정한 은사 이루어 / 餘生只合成眞隱
명성이 세속 속에 전해지길 원치 않네 / 不願聲名與俗傳
십(十)
험한 시대 가문을 크게 할 게 뭐 있고 / 時危門戶何須大
탁한 세상 낮은 명성 그 어찌 싫어하랴 / 世亂聲名豈厭低
위 나라에 대접 받는 헌금 항상 한이 되나 / 每恨軒禽空饗衞
제 나라 서투른 비파 뭐 그리 부끄러우랴 / 寧慚操瑟不工齊
조정 반열 옛 길에 새친구 사귀지 말고 / 鵷班舊路休新契
손수레로 깊은 산에 어진 아내 함께 하리 / 鹿駕深山共逸妻
따스한 봄이 되어 석수 많이 자랐다니 / 聞道春來饒石髓
동천 저 어느 곳에 단제가 있을 거야 / 洞天何處有丹梯
십일(十一)
유령이며 완적과 그리고 또 혜강은 / 劉伶阮籍及嵇康
수많은 닭 가운데 봉황이 틀림없네 / 卽是群鷄之鳳凰
한 손으로 하늘 받침 안 될 줄을 알거니 / 隻手天知不濟
맨몸으로 위수 막음 어찌 능히 당하리 / 橫軀防渭焉能當
차라리 몸을 가져 세상 함께 버리고 / 寧將身與世俱棄
자취가 이름 따라 함께 숨길 원하네 / 欲使迹隨名共藏
천고의 광릉산이 맥이 끊겨 적막하니 / 千古寥寥廣陵散
어느 누가 청사에서 남긴 글을 기억하랴 / 誰從靑史記遺章
십이(十二)
머나먼 행역 해마다 변방 땅에 맴돌아 / 遠役年年傍塞隍
돌아갈 마음 날마다 고향땅에 있다네 / 歸心日日在滄浪
단지에는 시대 구제 계책을 누가 올리나 / 丹墀誰進匡時策
초야에는 둔괘 만나 소장만 불태운다오 / 草野空焚遇遯章
요해에 집을 옮겨 세상 혼란 알겠고 / 遼海移家知世亂
오문에 졸개 있어 현인 숨음 알겠네 / 吳門有卒識賢藏
예로부터 호걸들은 매몰되기 일쑤라 / 古來豪傑多埋沒
풍진 속에 홀로 서서 분개하여 한탄하네 / 獨立風塵一激昻
십삼(十三)
인묘년 사이에는 공봉관의 몸으로서 / 寅卯年間供奉官
아침마다 붓대 들고 금란전에 모셨었지 / 朝朝珥筆侍金鑾
황제께서 내린 황봉 놀빛처럼 찬란하고 / 黃封勑賜霞初爛
은총으로 주신 자고 먹물 아니 말랐었지 / 紫誥恩頒墨未乾
패옥 차고 몇 번을 꽃 밑에서 흩어졌나 / 玉珮幾從花底散
운향 냄새 오랫동안 장서각에서 맡았네 / 芸香長向閣中看
풍진 속에 속절없이 태평의 낙을 그리며 / 風塵空想昇平樂
세밑에 천애에서 초관을 쓰고 있네 / 歲暮天涯戴楚冠
십사(十四)
우습구나 나는 본디 노복의 자질 아닌데 / 笑我初非趨走具
우연히도 세상 따라 벼슬에 몸이 매였네 / 偶從人世繫簪纓
호해에 침체되어 명예 늦음 달가운데 / 沈淪湖海名甘晩
풍진 속에 떠돈 지가 몇 해나 지났는고 / 歷落風塵歲幾更
나무 심는 책이 있어 한가할 때 벗삼는데 / 種樹書存閑處伴
용 잡는 높은 재주 늘그막에 이룰쏘냐 / 屠龍藝亢老奚成
능연각이 반드시 편안한 곳 아니거니 / 凌煙未必安身地
일찍이 봄밭을 찾아 농사일을 배우리라 / 早向春田學耦耕
십오(十五)
난간 기대 바라보니 뻗은 길이 끝이 없어 / 憑欄一望路何長
머언 변방 늦가을에 속마음이 상하누나 / 絶塞高秋意易傷
한해의 만 겹 구름 칠흑처럼 컴컴하고 / 瀚海萬重雲盡黑
요산의 온갖 숲은 단풍 져서 누렇구나 / 遼山千樹葉俱黃
타관 시름 등루부는 지어내지 못하고 / 羈愁未就登樓賦
나그네 한 몽초장만 속절없이 이룰 따름 / 旅恨空成夢草章
생각하면 정평 같은 당대의 호걸로도 / 每憶正平當世傑
끝내 유표 의지해 방황하는 신세였네 / 晩依劉表却彷徨
십육(十六)
묘당의 계책이란 부화 뇌동 일색이니 / 廟堂籌策尙雷同
나라 사업 볼품 없이 그림 속의 떡이로세 / 事業蕭條畫餠空
초야에 세상 다스릴 선비 어찌 없으랴 / 草澤豈無經世彦
험난한 땐 출중한 영웅을 의지해야만 / 艱危須仗出群雄
교룡은 본디 하늘을 횡행하는 동물이고 / 蛟龍自是行天物
천리마는 쥐잡는 공 이루기가 어렵다네 / 騏驥難成捕鼠功
촉한 선주 제갈량을 찾아갔던 그 당시에 / 先主當年訪諸葛
삼분천하의 묘책이 담소 속에 나왔다오 / 三分之策笑談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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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4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107수
새봄[新春] 4수
세상길 다 겪고나니 진정으로 구의로세 / 閱盡世途眞九疑
남가의 꿈 좌각 다툼 그 또한 무엇하랴 / 南柯左角亦何爲
일은 서툴든 능하든 때를 만남이 귀하고 / 事無巧拙逢時貴
어질거나 못난 사람 후세에서 알아보리 / 人有賢愚後世知
술을 찾아 무엇보다 크게 취하길 원하고 / 覓酒且須同酩酊
꽃 구경해 오직 빨리 흐트러질까 두렵네 / 看花只恐易離披
교제 이미 끊기어 마음 게을러졌는데 / 交遊已斷心情懶
적막하여 생각한 걸 얘기할 길 없구나 / 寂寞無因話所思
이(二)
드넓은 안개 숲에 얇은 그늘 걷혔으나 / 煙林薄薄散輕陰
으스스한 남은 추위 견뎌내기 어렵다네 / 料峭餘寒苦不禁
한가로이 화로 안고 숯덩이를 뒤적이며 / 閑擁竹爐新撥火
술동이를 열어놓고 흉금을 풀어본다네 / 爲開樽酒乍披襟
봄이 오자 시를 찾는 빚만 자꾸 쌓여가고 / 春來轉積徵詩債
몸이 늙자 세상 위해 일할 마음 전혀 없어 / 身老全無供世心
그 어디에 농사 배울 농부가 있단 말고 / 何處有農堪學稼
그와 함께 밭을 갈아 벼슬을 하직하고파 / 耦耕還欲謝朝簪
삼(三)
마흔 한 살 지난 세월 도무지 꿈속 같으니 / 四十一年渾似夢
천년 만년 그 또한 이와 다름없으리 / 百千萬歲亦如斯
인생살이에 얻은 술 즐겁지 않을쏘냐 / 人生得酒不爲樂
세상길의 뜬이름은 참으로 가소롭네 / 世路浮名良可嗤
이몸 밖에 그 어찌 또 다른 일이 있으랴 / 身外何曾有他事
집안의 잡다한 일 애들에게 넘긴다네 / 家間自可付諸兒
따스한 바람 맑은 날 그리 많지 않으리니 / 暖風晴日知無幾
아름다운 이 때를 좋은 기회 삼아야지 / 且趁佳辰作好期
사(四)
따스한 바람 맑은 날 자그마한 정자에 / 暖風晴日小亭臺
수압의 향불 연기 하늘하늘 피어나네 / 睡鴨薰沈篆縷堆
문을 닫아 세속 손님 멀어져감 관계 않고 / 閉戶何關塵俗去
발을 걷어 들어오는 고운 산빛 바라보네 / 捲簾時看好山來
시의 정은 이미 벌써 물빛보다 해맑다면 / 詩情已是淸於水
세상 생각 지금에는 싸늘하기 재와 같아 / 世念如今冷似灰
다만 하나 기쁜 것은 동군의 소식 이르러 / 却喜東君消息到
한매의 남쪽 가지 성급하게 찾고싶네 / 南枝先欲問寒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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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6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105수
어떤 사람의 운을 차하면서 서곤체를 본뜨다[次人韻效西崑體] 6수
한가한 사람 맑은 일 신선무리 흡사한데 / 閑人淨業似仙曹
칼 잘 쓰는 백정처럼 능란하기 그지없네 / 割罷庖丁已善刀
새고막개 물결꽃에 바다 가까움 알겠고 / 蚶浦浪花知海近
화산이라 서리빛은 높은 하늘 닿았구나 / 華山霜色倚天高
암자 속의 신비한 책 잡다한 말이 없고요 / 龕中秘笈無塵語
바위 위 오목한 술통 탁주가 들어 있네 / 石上窪樽有濁醪
우스워라 당시의 양 집극 그 사람은 / 却笑當時揚執戟
한평생에 속절없이 반이소를 지었다네 / 一生空賦反離騷
이(二)
산속의 원숭이와 학 내 그들과 무리 되어 / 山中猿鶴我爲曹
옥 자르는 예리한 칼 도리어 감추었네 / 銛鍔還藏切玉刀
손님맞이 반찬으로 구운 죽순 있고요 / 迎客有羞燒稚笋
시내에서 잡아온 잉어회도 올랐구나 / 叉溪登雋膾琴高
계수나무 잎을 주워 방아 찧어 약 만들고 / 閑收桂葉砧成藥
송화 꺾어 그 얼마나 술을 빚어 만들었나 / 幾折松花釅作醪
닥나무종이 잘라서 가을빛을 그려 내니 / 劈破蠻牋寫秋色
숲 가득 서리 잎이 우수수 소리나는 듯 / 滿林霜葉響騷騷
삼(三)
죽은 제갈량 산 조비 똑같다고 뉘 말하리 / 誰將死葛等生曹
납칼을 가지고서 보검에 견주지 마소 / 莫把鉛刀比赤刀
법망에 걸렸으나 마음은 곧 태연하고 / 文岡縱嬰心卽泰
형벌이 사라지자 도가 또한 높아지네 / 天黥已息道還高
낚시터의 연월에는 공후 귀함 하찮고 / 漁磯烟月輕侯貴
거품 이는 찻잔은 좋은 술을 대신하네 / 蟹眼茶甌當法醪
망태 메고 공자의 문 애써 지날 게 없나니 / 荷蕢不須勞過問
창랑의 한 가락이 풍소를 대적할 만해 / 滄浪一曲敵風騷
사(四)
구구한 연리 소조는 비루한 자들로서 / 區區掾吏鄙蕭曹
이룬 공업 오로지 문서 손질 의지했네 / 功業唯憑筆與刀
도가 커서 그에 맞는 운을 만나야 하는데 / 道大更須逢運合
시세와 어긋나니 높은 재주 어디에 쓰랴 / 時違安用負才高
거문고의 기러기발 옮겨서 새 가락 타고 / 琴移鴈柱彈新曲
술 거르는 기구 눌러 좋은 술을 걸러 내네 / 醅壓糟床霤細醪
초 나라의 삼려대부 그는 과연 누구런고 / 借問三閭何似者
소상 강변 야윈 꼴로 슬픈 노래 초했거니 / 湘濆憔悴草衷騷
오(五)
녹록한 기타 사람 아이들 무리거니 / 紛紛餘子是兒曹
웃으면서 이문 향해 백정을 찾아가네 / 笑向夷門訪鼓刀
한 그릇 밥 만족하여 천사 부귀 아니 찾아 / 簞食不求千駟貴
가을날의 새털도 태산과 같을 수 있지 / 秋毫可並泰山高
병혈에서 고기 잡아 밥상에 올릴 만하고 / 魚收丙穴宜登俎
오갱을 추수하여 술 빚기 좋고 말고 / 塲穫吳秔好釀醪
물가 난간 들 제방에 한가로운 흥취 일어 / 水檻野堤渾漫興
이루어진 천 수의 시 구태의연 진부할 뿐 / 詩成千首足奴騷
또[又]
갈림길에 드문드문 벗들 서로 막혔으니 / 歧途落落隔朋曹
서글퍼라 누굴 통해 보검을 보내줄꼬 / 悵望誰因贈鏤刀
포로 추포 는 바다에서 소식이 끊어지고 / 浦老 秋浦 音書蜒海濶
기생 창기 은 산중으로 들어가 은거하네 / 期生 昌期 棲泊劍門高
타향이라 함께 모여 눈을 뜰 곳 어디인고 / 殊方何處同開眼
좋은 철에 나 홀로 술잔 들 마음이 없네 / 佳節無心獨擧醪
끼니에 유념하여 튼튼한 몸 바랄 따름 / 加飯但須身健在
궁궁이풀 좌도의 글 읊조리지 말게나 / 江蘺休詠左徒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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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6권 / 시(詩)○칠언율시(七言律詩) 105수
이른 봄에 회포를 기술하다[早春記懷] 4수
어긋나는 세상사 종잡을 수 없으니 / 世事差池不可期
어인 일로 오도는 갈수록 미심쩍나 / 如何吾道轉堪疑
문을 닫고 대낮에 자주 옮겨 눕는데 / 門關白日頻移枕
봄이 온 푸른 산은 시 속에 들어오네 / 春到靑山更入詩
천하에 우리 무리 몇몇이나 남았는고 / 海內幾人還我輩
예로부터 지나온 일 한스럽기 그지없네 / 古來遺恨在當時
쓸쓸한 외론 마을 한식까지 겹치니 / 孤村寥落仍寒食
술잔 들고 생각에 잠겨 슬픔을 되씹는다네 / 惆悵樽前有所思
이(二)
예전에 나의 두 눈 뉘와 함께 반겼던고 / 向來雙眼共誰明
초 나라 강변 맴돈 지 여러 해가 지났네 / 楚澤棲遲歲幾更
걸출한 사마 장경 세상을 우습게 보고 / 壁立長卿元慢世
은거한 동방 만천 이름을 숨기려 했지 / 陸沈曼倩爲迯名
높은 강 경사진 골짝 그 모두 험한 길인데 / 高江急峽途皆畏
긴긴 밤 찬 등잔 아래 청아하게 앉아 있네 / 永夜寒燈坐獨淸
고향의 꿈 꾸인다고 그 정도야 말을 마소 / 莫道鄕園能作夢
뜬구름에 아스라이 서울 장안 막혔다오 / 浮雲迢遞隔神京
삼(三)
어디서 온 어부가 굴원에게 물어보나 / 漁父何來問楚平
십년 동안 초췌하게 가람성에 머무냐고 / 十年憔悴滯江城
글 이루자 명산 빌려 무게를 더하고 싶고 / 書成欲借名山重
뜻 이루자 세속 사물 도리어 가볍게 되네 / 意得還敎俗物輕
외론 산에 눈이 녹아 꽃소식이 가깝고 / 孤嶂雪消花信近
작은 시내 얼음 풀려 조약돌도 깨끗하네 / 小溪氷褪石鱗淸
높은 재주 세상 살기 해로울 줄 알았다면 / 高才早識妨行世
내 뜻대로 고고하게 일생을 보냈으리 / 偃蹇從吾自一生
사(四)
은거한 몸 대낮에 문을 닫음 무방한데 / 高臥那妨晝掩衡
조용한 삶 세상 인연 얽히지 않는다네 / 齋居不遣世緣攖
저절로 있는 청산은 티끌 빛이 없는데 / 靑山自在無塵色
백설은 한결같이 태고적 소리 지녔네 / 白雪依然有古聲
해변가의 내집에는 어느제나 돌아갈꼬 / 家傍海門何日到
꿈에 거니는 백구 마을 정신 맑음 느껴지네 / 夢隨鷗社覺神淸
대견해라 사광은 범상한 인물 아니니 / 長憐思曠非常調
일찍이 인간 세상 물정을 감지하였네 / 早向人間見物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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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현헌팔영(玄軒八詠)
낙로(樂爐)
솥 속에서 신광이 나타나더니 / 鼎裏神光現
용사 모양이 갑절이나 둥그렇네 / 龍砂倍樣圓
남산과 북두에 / 南山與北斗
생학이 몇 겹 하늘을 날까 / 笙鶴幾重天
경권(經卷)
깨닫고 나면 글자는 소용 없고 / 悟後元無字
연구해 보면 천기도 잡히지 / 參來更握機
범부들이야 밟고나 나오는 것 / 凡夫蹈以出
대지라야지만 현미함을 알지 / 大智却知微
오궤(烏几)
혼혼하고 돈돈한 즈음이여 / 混混沌沌際
명명하고 행행한 초기로세 / 溟溟涬涬初
소리도 빛도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 希夷眞世界
고요히 오궤를 기대는 것이지 / 烏几靜憑餘
포단(蒲團)
숨을 세어 하늘 도수를 알아내고 / 數息知天度
고동을 잊어버려야 육신에서 벗어나느니 / 忘機漸去形
전신이 바로 마힐이기에 / 前身是摩詰
이 자리 하나면 한평생 족하다네 / 一座足平生
산광(山光)
연하가 서로 비쳐 빛을 발하니 / 煙霞相映發
짙푸른 산빛이 씻어놓은 것 같네 / 翠色濃似濯
이를 대하여 심신을 융화시키고 / 對此融心身
이미 오악을 생각한다네 / 因之思五嶽
임영(林影)
몇 이랑 정원을 그늘로 덮어 주고 / 蔭此數畝園
높다란 가지들이 울창하게 걸려 있네 / 喬枝欝相掛
뉘 알랴 유월 염천에도 / 誰知六月中
이 냉연한 세계가 있는 것을 / 亦有冷然界
국형(菊馨)
온 세상 모두가 심고는 있으면서 / 擧世皆能種
어찌하여 유독 도연명을 들먹일까 / 如何獨說陶
이제야 알겠고야 도연명과 그 국화가 / 始知陶與菊
향기와 덕에 있어 둘 다 함께 높은 것을 / 馨德兩俱高
송운(松韻)
산골짝에 가랑비가 스쳐가고 / 山蹊小雨過
텅 빈 누각이 석양 따라 시원해지면 / 虛閣晩涼生
아름다운 풍류소리 모두 다 소용없고 / 簫韶都不管
덩그렇게 누워서 소나무 소리 듣는다네 / 高臥聽松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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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동년 이해의 과천별업 팔영[題李同年 海 果川別業八詠]
수종폭포(水鍾瀑布)
아침에 보아도 누인 베가 펄럭이고 / 朝看匹練飛
저녁에 봐도 누인 베가 펄럭이네 / 暮看匹練飛
무슨 일로 청산 아래에다 / 底事靑山下
직녀의 베틀을 가로 차렸을까 / 橫拖織女機
양곡풍남(陽谷楓楠)
천 그루도 더 되는 석남나무들 / 千千石楠樹
사이사이로 단풍나무도 끼었네 / 間以丹楓枝
아늑한 이 양지 골짝에 / 窈窕陽之谷
가을이 들면 널려 있는 비단을 보리 / 秋看錦繡披
역림현호(櫟林懸壺)
나이도 알 수 없는 높다란 상수리나무 / 喬櫟不知年
그 꼭대기엔 덩굴이 덮고 있네 / 薜蘿施于顚
부으려면 손 닿게 매달아 둔 병이 있어 / 懸壺瀉在手
그것이면 주천도 당할 수 있겠네 / 可以當酒泉
석담류상(石潭流觴)
골짜기 몇을 지나 청담이 흐르던가 / 淸潭知幾谷
흐르는 굽이마다 유상을 할 만하이 / 曲曲堪流觴
이 경관 이 놀이가 백 번 낫고 말고 / 絶勝貴公子
상 다리 휘어진 귀공자들 잔치보다 / 折俎宴華堂
용산채미(龍山採薇)
무슨 까닭에 하루 만금을 써 가며 / 何曾日萬錢
일생을 구복에만 힘쓸 것인가 / 一生事口腹
그대는 용산에 고사리가 있어 / 君有龍山薇
밥 먹을 때 고기가 없어도 되겠네 / 可使食無肉
귀암조어(龜巖釣魚)
삼천 육백 날 낚시질한 것은 / 三千六百釣
나라 낚기 위함이지 고기 낚은 게 아니라네 / 釣國非釣魚
고기나 낚고 나라는 안 낚으면 / 釣魚不釣國
그 모두가 귀암의 고기잡이 같을텐데 / 爭似龜巖漁
연사효종(煙寺曉鍾)
어두컴컴할 때면 / 冥濛杳靄間
저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올까 / 一聲來何自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반성하게 하는데 / 令人發深省
알고 보니 연중사 종소리로세 / 知是煙中寺
송만조람(松巒朝嵐)
뿌연한 것이 천 겹 만 겹으로 / 浮嵐千萬重
걷혔다 끼었다 몹시도 한가롭잖네 / 卷舒苦不閑
송만의 진짜 면목이야 / 松巒眞面目
제 모습 그대로 헌창 사이에 있으련만 / 依舊軒窓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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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한거사영(閑居四詠)
봄
조용하게도 찾는 사람 하나 없어 / 悄悄無人問
중문을 낮에도 열지 않았다네 / 重門晝未開
봄바람이 약속을 어기지 않고 / 東風知有信
향기롭게 몇 가지 매화를 터뜨렸네 / 香綻數枝梅
여름
적막하게 발을 바닥까지 드리우고 / 寂寞簾垂地
한가한 시름에 해지면 문도 닫지 / 閑愁掩暮關
꾀꼬리도 뭐가 그리 바쁜지 / 黃鸝亦多事
울면서 푸르른 숲 사이를 누비네 / 啼遍翠林間
가을
가을바람이 우물 난간을 흔들면 / 西風撼井䦨
오동잎 한 잎이 떨어진다네 / 一葉梧桐雨
현헌옹은 어인 일로 / 底事玄軒翁
천고의 그윽한 상념에 잠기는 것일까 / 幽愁入千古
겨울
덮여진 서리는 누에고치 같고 / 冪冪霜如繭
소슬한 바람은 칼과도 같아 / 蕭蕭風似刀
화로에 차 다릴 솥 얹어 두고 / 地鑢安茗鼎
눈 녹인 물에 얼음을 타 다린다네 / 巖雪和氷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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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삼귀정팔영(三龜亭八詠)
학교청봉(鶴嶠晴峯)
어느 해에 귀신이 도끼로 다듬어서 / 何年鬼斧鐫
바위들이 저렇게 천연적으로 수려할까 / 石骨天然秀
그래도 그 바위들 참모습을 보려거든 / 要看眞面目
비가 멎고 해맑게 갠 뒤가 제격이지 / 正是新晴後
마애초벽(馬崖峭壁)
보기도 좋을시고 마라담 그야말로 / 可愛馬螺潭
층층한 낭떠러지 높이가 만장일레 / 層崖高萬丈
봄 들어 피는 꽃 가을에 단풍잎은 / 春花與秋葉
왕유의 망천보다 경개가 절승하다네 / 絶勝王家輞
현리연화(縣里煙花)
강릉의 천 그루 귤나무와 / 江陵千樹橘
위천의 천 이랑 대나무가 / 渭川千畝竹
일현의 꽃인 양 서로 시새워서 / 爭如一縣花
우리 정자 앞을 향기롭게 감싸 있지 / 向我亭前馥
역동한송(驛洞寒松)
푸르고 푸르른 일만 그루 소나무는 / 蒼蒼萬株松
범상한 초목과는 유별나게 다르다네 / 獨也殊凡卉
소나무야 너야말로 존경도 할 만하다 / 松乎爾可敬
천지간의 정기를 네 가지고 있느니라 / 天地有正氣
장교관가(長郊觀稼)
너풀너풀 춤을 추는 천경의 벼들이 / 䆉稏千頃稻
논두렁에 즐비하게 비단결을 이루었네 / 塍隴如繡錯
다만 바라는 건 좋은 날씨 계속되어 / 但願化日長
승평의 즐거움을 영원히 누렸으면 / 永享昇平樂
곡저타어(曲渚打魚)
곡강 가에다 어구를 펼쳐 두고 / 矢魚曲江渚
그물 치는 소리가 어찌 그리 활활한지 / 施罛何濊濊
참으로 우스워라 피라미떼들은 / 却笑陽驕魚
낚시줄을 입에 물고 꼬리를 흔들어대네 / 吸綸爭鱍鱍
삼복피서(三伏避暑)
인간에 삼복날이 오면 / 人間三伏日
대지가 뜨겁기 불과도 같은데 / 大地焦如火
이 정자만은 대체 어찌하여 / 玆亭夫如何
자리 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까 / 靈籟來襲座
중추완월(仲秋翫月)
일년 중의 중추절 / 一年仲秋節
중추 이날 밤 달이 / 中秋此夜月
깨끗하게 심간을 맑게 하여 / 冷然淸心肝
나로 하여금 월굴을 더듬게 한다네 / 使我探月窟
김씨(金氏) 집안에 삼귀정(三龜亭)이 있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언제 지었다는 것, 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것, 색동옷으로 재롱을 떨고 판여(板輿)로 모셔 어버이를 기쁘게 해드렸던 일들이 모두 허백당(虛白堂)성현(成俔)이 쓴 기(記) 속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태사씨(太史氏)는 그것을 《여지(輿誌)》에다 기록하여 역사의 한 장면으로까지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후 일백 년이 지나서 김씨 후예인 청음공(淸陰公)이 그 정자를 중심으로 한 팔경(八景)을 시(詩)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을 나에게 해왔다. 나는 깜짝 놀라 말하기를 “김씨 집안에 그 정자가 있은 지도 이미 오래되었고, 정자로서도 김씨들을 놓치지 않고 오랜 세월 김씨들의 소유물이 되고 있지 않은가. 곤명지(昆明池)와 백량대(柏梁臺)도 나라가 망하면 함께 없어지고, 녹야(綠野)와 평천(平泉)도 사람이 가 버리면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 아니던가. 한 백 년을 두고 구업(舊業)을 그대로 지키는 이가 어쩌면 그렇게도 적은 것일까? 그 당시 검정 옥과 붉은 현판을 깎아 세우고 갈고했던 이들이 성(姓)이 몇이 바뀌고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건만 공만은 어지러운 세상 병화(兵火) 속에 천 번이나 불타고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도 끄떡없이 그것을 보전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덕(德)으로 전해온 것이기에 다른 아무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몇 백 년을 더 김씨들이 이 정자를 차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 아닌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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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을축년 초봄에 내가 상부(相府)에 있다가 무슨 일이 있어 휴가를 청했는데, 그때 우연히 풍락목귀근(風落木歸根)이라는 시구가 생각나서 그 다섯 글자를 하나씩 운으로 하여 시 다섯 수를 읖었다.
재상이 내가 할 일 아니라서 / 黃閣非吾事
무심코 앉아 무아의 경지를 더듬었네 / 翛然坐念空
봄날이 구십 일이라 하지마는 / 靑春九十日
풍파가 몇 번일지 어떻게 알 것인가 / 知復幾番風
기이(其二)
대지는 하나의 하품 기운이요 / 大塊一噫氣
건곤은 하나의 풀무인 것을 / 乾坤一橐籥
못난 자나 잘난 이나 결국은 일반인데 / 凡楚竟同歸
영화롭고 낙막함을 뉘라서 논할 건가 / 誰復論榮落
기삼(其三)
초봄인데 기후는 벌써부터 따뜻하여 / 孟春候已暄
응달 골짝에도 봄이 찾아 들었다네 / 陽和布陰谷
질펀한 초원에는 아지랑이 끼어 있고 / 平原團野馬
예쁜 새들은 좋은 나무 찾아 우네 / 好鳥鳴嘉木
기사(其四)
내 바야흐로 생의 기능을 발동시키지 않고 / 吾方杜德機
심오한 도의 경지에 들어갔더니 / 入於希夷微
추호와 태산이 / 秋毫與泰山
결국은 그게 그거더라 / 畢竟同一歸
기오(其五)
산에 오르면 정상까지 가야 하고 / 登山要陟顚
물에 가면 꼭 원천을 찾아야지 / 涉水須尋源
인생은 걱정 속에서 사는 것 / 人生與憂俱
얻는다는 게 잃을 장본 아닌가 / 得者失之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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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8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46수
향렴체(香奩體) 어느 누구를 위하여 지은 것임 4수
푸른 하늘 생학도 종적은 원래 없고 / 碧霄笙鶴本無蹤
달 아래 은대에서 우연히 만났다네 / 月下瑤臺偶自逢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의 이별이라 / 何限人間別離恨
봉래산이 몇천 겹이나 막혔길래 / 蓬萊知隔幾千重
기이(其二)
비단 자리 구슬 침상 꿈 속에서 만날 때는 / 錦席瑤床夢裡逢
옷과 패물 꽃이 되고 얼굴은 달일러니 / 花爲衣佩月爲容
양대에서 이별 후론 소식이 끊겼으니 / 陽臺一別無消息
무산이 겹겹으로 막혔음을 알겠구나 / 知是巫山第幾重
기삼(其三)
나이 십오세 난 동가의 딸이 / 東家女兒年十五
날마다 분단장하고 취루에 기대서서 / 日日明粧凭翠樓
규중 이별 얼마나 괴로운 것 모르고는 / 不識紅閨離別苦
공후 줄 새로 고르며 양주를 바라본다네 / 箜篌新度望涼州
기사(其四)
대제의 아녀들이 새벽 단장 곱게 하고 / 大堤兒女靘晨粧
둑 위에서 짝을 찾는 사내들을 맞는다네 / 堤上爭迎遊冶郞
청루의 오밤중은 춘심이 바다 같아 / 午夜靑樓春似海
귀고리를 풀어줘도 아까운 줄 모르리라 / 低帷不惜解明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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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8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46수
한가로움을 읊음(詠閒) 5수
세상사 그 동안에 되는대로 살아왔지 / 向來蹤跡任浮沈
홍문관 예문관을 누가 평소 바랐던가 / 玉署鑾坡豈素心
베개 위에서 깜짝 놀라 낮잠을 깨었더니 / 欹枕忽驚殘午夢
녹음 깊은 곳에 우는 새가 있네 그려 / 綠陰深處有啼禽
기이(其二)
별원이 깊숙하고 발이 늘 쳐져 있어 / 別院深深簾額垂
일 없는 한가한 사람 항상 늦게 일어나지 / 閒人無事起常遲
동백꽃 철쭉꽃이 피든지 지든지는 / 山茶躑躅自開落
봄바람이 제 뜻대로 불기에 달렸다네 / 一任東風盡意吹
기삼(其三)
세상길 험하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 誰言世路羊腸險
내 가슴은 몽택처럼 넓게만 느껴지데 / 我覺胸中夢澤寬
뜰 가득히 숲 그림자 우우하고 소리내고 / 林影滿庭生夕籟
반공에 비는 내려 푸르른 산 마주보네 / 半空疏雨對蒼巒
기사(其四)
성 밖을 나가지 않기 이미 오래되었는데 / 杖屨多時不出城
도인의 살과 뼈는 원래가 가벼운 법 / 道人肌骨向來輕
뜰 앞의 나무들 녹음 짙게 어우러져 / 庭前綠樹濃陰合
거기 와 우는 산새 소리 한가로이 듣는다네 / 閒聽山禽自在鳴
기오(其五)
산 옮기고 바위 갈고 그게 되려 오활한 짓 / 移山鍊石計還迂
소년 시절 쫓아다니던 일 그 역시 헛짓이지 / 少日趨營信浪圖
뜬 세상 원래부터 별다른 일 뭐 있겠나 / 浮世向來無別事
먹고 자는 걸 등한히 여기는 그것이 공부라네 / 等閒眠食是工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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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8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46수
영사(詠史)6수
노련(魯連)
춤 추고 노래하던 집들 변천이 몇 번이며 / 舞榭歌臺幾變遷
삼천 명 문객들도 연기처럼 흩어졌다네 / 三千賓客散如煙
세상 덮을 공명인들 결국 무엇에 쓸 것인가 / 功名蓋世終安用
만고토록 사람들이 노중련을 들먹이리 / 萬古人稱魯仲連
한신(韓信)
그 당시 한의 고조 한신이 없었던들 / 當年漢祖無韓信
해하의 큰 공을 쉬이 기약 했을건가 / 垓下奇功豈易期
장군 지휘 병졸 지휘 방법이야 뭐 다르리 / 將將將兵非二道
잘되고 못되고는 때와 운명 탓이라네 / 秖緣時命有成虧
유후(留侯)
소하는 옥중생활 한신 팽월은 죽었으니 / 蕭何械繫韓彭戮
한 고조 공신들도 이제 몇 안 남았네 / 漢祖功臣亦已稀
예부터 영웅들도 특별 계책 없는 법인데 / 終古英雄無上策
유후는 뉘이길래 미리 알아차렸던가 / 留侯何者獨知微
엄광(嚴光)
천고의 흥망이래야 한 번 꾸는 꿈속인데 / 千古興亡一夢中
구구하게 자웅을 따지잘게 뭐라던가 / 區區誰復辨雌雄
알겠고야 칠리탄 여울 머리에 있는 객이 / 始知七里灘頭客
위수에 있다 큰 공 세운 영감보다 훌륭한 것을 / 大勝鷹揚渭上翁
방덕공(龐德公)진퇴격(進退格)
제갈량도 통일천하 못 이루고 말았으며 / 諸葛未能成混合
주유는 기껏해야 삼분천하 다루었지 / 周瑜秖得定三分
공명을 초월하여 세상에 나가지 않은 / 超然不赴功名會
천고의 영웅이야 녹문 바로 그일러라 / 千古英雄是鹿門
우이(牛李)
기장은 귀양가고 문요는 폄직 되고 / 奇章纔謫文饒貶
늙으막에 다 함께 나라 떠난 몸 되었지 / 白首同爲去國身
끝내는 두 무덤의 흙이 되고 말았으니 / 畢竟歸於兩丘土
그들 일생 진짜 은원 누구다려 물어볼까 / 一生恩怨問誰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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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8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46수
봄을 노래하여 어느 뉘에게 주다[感春贈人] 6수
궁벽한 서쪽 거리 게으름뱅이 살기 좋아 / 西街幽僻懶相宜
시끄러운 세상 소식 도무지 모른다네 / 世故紛紛總不知
우스운건 고요해도 그 속에도 할 일 있어 / 却笑靜中還有事
꽃을 심고 대나무 물 주고 시도 또 읊는다네 / 栽花澆竹又吟詩
기이(其二)
신선도 부처도 두 가지 다 못 되고 / 求仙參佛兩無成
벼슬이름만 억지로 띤 채 일생을 그르쳤네 / 强帶官銜誤一生
비가 잠시 오더니만 뻐꾸기 소리 들려 / 小雨乍來聞布穀
이 봄철에 돌아가서 밭이나 갈면 좋으련만 / 煙花時節好歸耕
기삼(其三)
거리에 먼지를 이십년을 누비면서 / 役役街塵二十年
임금을 요순처럼 만들자는 뜻만 컸네 / 致君堯舜志徒然
봄철 새가 조잘조잘 날 부르는 것 같은데 / 春禽格格如呼我
어찌하여 가지 않고 머리털만 희었는가 / 胡不歸來雪滿顚
기사(其四)
병든 몸 추위 겁나 문 밖을 못 나서니 / 病怯餘寒不出門
친구 떠난 외로움이 배나 더 넋을 빼네 / 向來離索倍銷魂
봄빛은 그래도 세상 인정과는 달라 / 春光不與世情似
일없는 이 먼저 찾아 작은 정원에 들어왔네 / 先逐閒人入小園
기오(其五)
열흘 넘게 병을 앓고 달팽이처럼 살고 있는 곳 / 經旬吟病蟄如蝸
문 밖이 쓸쓸맞은 처사의 집이라네 / 門巷蕭然處士家
밤 들어 봄비가 한 치나 깊이 와서 / 春雨夜來深一寸
뜰에 있는 자당화에 새로 물을 대게 됐네 / 小階新灌紫棠花
기육(其六)
세상이 달라져서 뜻대로 되는 일 없고 / 時危事事不如意
몸은 병들어 해마다 대문 닫고만 산다네 / 身病年年長掩門
한없는 시름에 싸여 우두커니 서서 보니 / 無限閒愁空佇立
교목에 연기 걷히고 황혼이 되어가는군 / 斷煙喬樹向黃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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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9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75수
수북정 팔경(水北亭八景) 판관(判官) 김흥국(金興國)의 부여(扶餘)별서(別墅)임
낙화암의 아침 남기[落花朝嵐]
백제의 왕가업도 허무함 그것인데 / 濟王家業亦徒然
부생들이 백년 산다 그 누가 말했는가 / 誰把浮生擬百年
아직까지 남은 것은 낙화암 푸른빛이 / 唯有落花巖翠色
아침마다 변함없이 초당 앞에 있는 것이네 / 朝朝不改草堂前
고란사 저녁 풍경[高蘭暮磬]
강 폭 넓고 연무 길고 저 멀리는 모래톱 / 水闊煙深沙渚遙
지금까지 초동목수도 전조였음을 알고 있지 / 祗今樵牧認前朝
산에 중은 국가 흥망 상관이 없다던가 / 山僧不管興亡事
드맑은 풍경소리 구름 밖을 날아가네 / 淸磬一聲雲外飄
부교에 지는 해[浮橋斜日]
지는 해가 뉘엿뉘엿 물굽이 따라 내려가네 / 落日依依下淺灣
강물 바로 중간에는 부교가 떠 있는데 / 浮橋正在水中間
직포처럼 빽빽한 동서남북 사람들이 / 東西南北人如織
남 먼저 한가로움 차지했다고 제각기 자랑이라네 / 却詫吾生早占閒
합탄의 개인 달[蛤灘霽月]
삼청에 이슬 기를 새로 말끔히 씻었기에 / 三淸露氣洗新晴
오밤중에 평호에서 달 밝음을 보네 그려 / 午夜平湖看月明
은교를 잠시 빌어 은하수로 올라가서 / 會借銀橋上星漢
계궁 높은 곳에서 난생 소리 들었으면 / 桂宮高處聽鸞笙
평사의 갈대와 기러기[平沙蘆鴈]
눈 같은 모래벌판 비단 같은 물결인데 / 平沙如雪水如羅
가을 다한 남호에 기러기 떼 빗겼어라 / 秋盡南湖鴈陣斜
원래부터 모래섬에 주살질이 적었기에 / 曲渚向來矰弋少
갈대꽃 깊은 곳을 집으로 잘 삼는다네 / 蘆花深處好爲家
고산의 소나무와 눈[孤山松雪]
철 같은 몸통 용 같은 가지 더위잡을 수가 없네 / 鐵幹虯枝不可攀
마주나 볼 뿐 무서워 감히 가까이야 하겠는가 / 凜然相對敢相干
이상케도 매서운 눈 저리 많이 쌓였는데 / 怪來凍雪深如許
추운 겨울 견뎌내는 절개 시험 하나보네 / 應試孤標耐歲寒
백마강의 이슬비[馬江煙雨]
오백년 그 세월이 일장의 꿈이런가 / 五百年間一夢空
이끼 낀 돌 지금은 고기 낚는 영감 것이네 / 苔磯今屬釣魚翁
제멋대로 오고 가는 외로운 돛단배가 / 孤帆隨意往來穩
푸른 물결 가랑비 속을 뚫고서 들어가네 / 穿入碧波煙雨中
온대의 생황소리[溫臺歌管]
황폐한 온대 유적 사람을 슬프게 하네 / 荒臺遺跡自傷神
야생초만 더부룩한데 몇 세월을 보냈던가 / 野草離離幾度春
상전벽해 그 모두가 속절없는 일이로다 / 滄海桑田亦閑事
동풍의 생황소리도 한가한 백성들 차지로세 / 東風歌管屬閒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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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9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75수
잡흥(雜興)4수
오랜 세월 장주의 두덕기를 배웠더니 / 久學莊生杜德機
가끔은 나비 되어 꿈 속에 날은다네 / 有時蝴蝶夢中飛
봄이 오면 꽃 피거나 지거나에 관계 않고 / 春來不管花開落
덩그렇게 산재에 누워 죽비를 닫는다네 / 高臥山齋掩竹扉
기이(其二)
손은 주인 의식 않고 주인도 손 의식 않고 / 賓能忘主主忘賓
둘 다 서로 의식 않아야 그것이 진짜이지 / 賓主相忘却是眞
자리를 애써 내린 진번이 우스워라 / 却笑陳蕃勞下榻
떨어진 꽃 꽃다운 풀 그게 모두 자리인데 / 落花芳草足爲茵
기삼(其三)
언제나 봄이 오면 낮잠을 즐기면서 / 每到春來愛晝眠
대 침상에 네모 베개로 유연한 꿈을 꾸지 / 竹床方枕夢悠然
소로도 일을 많이 벌렸던 게 아닐는지 / 却疑邵老還多事
사시 가경 설월풍화가 너무나 미치광스러워 / 雪月風花太放顚
기사(其四)
부슬부슬 가랑비가 하늘을 꽉 메우니 / 細雨濛濛忽滿空
담에 복숭아 섬돌에 약초가 일시에 꽃피우네 / 墻桃砌藥一時紅
바람과 꽃 그게 제일 권세가 약한 건지 / 風花最是閑權柄
시인들이 제 알아서 마음대로 요리한다네 / 盡入騷翁領畧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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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9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75수
안흥관에서 즉흥시로 인수에게 보내다[安興館卽事寄仁叟] 4수
그 옛날 엄마 따라 요대를 오를 때는 / 憶從阿母上瑤臺
아홉 굽이 험한 길 안개 속을 뚫고 왔지 / 九曲雲璈霧裏來
꿈결 같은 인간 세상 번쩍하면 천겁인데 / 一夢人寰便千刼
푸른 하늘 신선 학은 지금도 맴을 돌리 / 碧霄笙鶴更徘徊
기이(其二)
강 위의 높은 누대 옛 생각 아득하여 / 江上高樓意渺然
올라보니 물색들은 그 시절 그 물색인데 / 登臨物色似當年
구름 한 번 가고 나면 한스럽게 자취 없어 / 行雲一去愁無跡
신녀봉 묏부리만 예쁘게 바라보이네 / 神女峯巒望裏姸
기삼(其三)
고루에 해가 지니 풍광도 서글픈데 / 高樓風色暮堪悲
등불만이 쓸쓸하게 객의 장막 비쳐주네 / 燈燭寥寥照客帷
생각나네 그 옛날 서로 보내고 헤어질 때 / 忽憶昔年相送地
해는 지고 찬 비가 강 가득히 내리던 일이 / 滿江寒雨夕陽時
기사(其四)
강루의 닷새 간에 나흘을 바람 불어 / 五日江樓四日風
장막을 낮게 치고 발로 창을 가리웠지 / 低垂帷帟掩簾櫳
동양위가 앓고 나서 몸이 너무 수척한데 / 東陽病後身偏瘦
계절은 또 연화삼월 화창한 봄이로구먼 / 又是煙花三月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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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19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75수
의주관에서의 기생놀이[灣館狹邪] 5수. 내가 조사(詔使) 접대를 위해 수 개월을 의주(義州)에 체류하고 있는데, 그때 각기 맡은 바 일에 종사하는 일행들이 매우 많았다. 의주에는 기생들 놀이하는 곳이 많아 보고 듣기에 색다른 것들도 있었으므로 장난삼아 시로 써서 풍류객들 한바탕 웃음거리를 제공해볼까 하였다.
새하얀 비단적삼 속이 비치는 분홍치마 / 白羅衫映石榴裙
귀밑머리 흩어놓고 화장도 곧잘 하지 / 鴉鬂參差學抹雲
장루에 기대앉아 띄엄띄엄 수를 뜨면 / 斜倚粧樓慵刺繡
버들 실과 꽃 눈이 펄펄펄 날린다네 / 柳絲花雪正紛紛
기이(其二)
오추마 비껴 타고 자색고삐 감아 잡고 / 斑騅馬上紫游韁
깨끗한 봄옷에다 하얀 얼굴 저 사내야 / 楚楚春衣白面郞
묻노니 오늘 밤은 어느 곳에서 자려는가 / 借問今霄何處宿
행화촌 안에 있는 세 번째 방에서 잔다 하네 / 杏花村裏第三坊
기삼(其三)
기나긴 십리 거리에 향미가 진동하고 / 長街十里動香風
부슬비 가벼운 먼지에 낙화가 엉겨 붙네 / 小雨輕塵襯落紅
옥굴레 자류마 우는 곳이 어디메냐 / 何處紫騮嘶玉勒
버드나무 그늘 속에 청루가 있나 보지 / 靑樓知在柳陰中
기사(其四)
버드나무 우거진 곳 장루를 기억하소 / 粧樓須記柳深處
꽃 질 때를 잊지 말자 맹세맹세 하였다네 / 信誓莫忘花落時
옥비녀 비껴 꽂고 눈썹을 찌푸리고 / 釵玉欹斜眉黛蹙
검은 줄 친 종이에다 이내 마음 적었다네 / 芳心一點寫烏絲
기오(其五)
달이 지고 종소리 멎자 앉아서 턱 고이네 / 月沈鍾斷坐支頤
겨우 금방 왔다가는 또 금방 돌아가다니 / 纔得來時又却歸
이별의 괴로움도 걱정 않는 건 아니지만 / 不是不愁離別苦
혜란 길을 남이 알까 그게 더 겁난다네 / 蕙蘭蹊逕怕人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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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20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166수
귀양살이 생활을 기록하여 자신을 비웃음[記謫居自嘲] 4수
김포의 전려에서 사년을 지냈는데 / 金浦田廬過四年
성은이 바다 같고 하늘과도 같았었지 / 聖恩如海又如天
노저에서 삼동 난건 무슨 일 때문이었던지 / 三冬鷺渚緣何事
냉돌에 차가운 마루 병고에 시달렸지 / 冷突寒廳病苦纏
기이(其二)
봄이 되자 각기병이 몹시 괴롭게 덤볐는데 / 脚氣逢春轉苦侵
산골에는 약도 없고 침 놓는 이도 없어 / 峽中無藥又無針
자아반성 그 하나로 진짜 효험 보았기에 / 唯須內視收眞息
정신수양 공 이루고 병들기를 면하였지 / 九返功成免六淫
기삼(其三)
옷과 이불 한 상자에 책만은 두 상자 / 一篋衣衾二簏書
행장이라곤 그뿐이지 나머지는 바라지 않아 / 行裝止此不求餘
신분이야 평민과 똑같은 신분 갖고 / 身名却與編氓列
사는 일은 도리어 호장 의지로 살아가지 주인이 바로 호장(戶長)이었음 / 生事還依戶長居
기사(其四)
이자현 거처한 암자 풍류가 대단했고 / 李資玄窟風流遠
김열경 남긴 글은 일품으로 전해오지 / 金悅卿書逸躅傳
이분들의 후계자가 없다고 말을 말게 / 莫道後來無繼者
내가 들어 삼현 되면 해로울게 뭐라던가 / 何妨共我作三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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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20권 / 시(詩)○잡체(雜體) 16수
일언에서 십언까지로 하여 한흥을 노래하다 [一言至十言 賦閒興]
푸르고 / 蒼
아득한 / 茫
저녁빛이 / 夕照
창랑에 있고 / 滄浪
사립문은 닫혔고 / 柴扉掩
들길은 길어라 / 野逕長
시원하려면 세갈포 입고 / 涼穿細葛
졸리면 은낭 기대지 / 睡倚隱囊
높은 버드나무 빈 처마에서 소리 나고 / 高柳虛簷籟
예쁜 꾀꼬리는 온종일 생황 부네 / 嬌鶯盡日簧
반평생 꼭두각시놀음을 하다가 / 半生寵辱儡傀
오늘 소상강 가로 쫓겨났다네 / 今日放逐江湘
바깥 인연 다 끊고 대사처럼 되었으며 / 已斷外緣同大士
한가로운 꿈 멋대로 꾸어 희황세계로 간다네 / 任敎閒夢到羲皇
한 두락 동문 밭에 소평의 외가 달고 / 東門一頃邵平瓜美
만권 책에 꽂힌 첨대 업후의 장서라네 / 牙籤萬軸鄴候書藏
소라고 하건 말이라 하건 칠척 이 몸에 무슨 상관이며 / 呼牛呼馬七尺亦何關
상대도 잊고 나 자신도 잊고 천고가 잃어버린 염소 같아 / 忘物忘我千古等亡羊
허리춤에서 늙은 칼 추수와도 같이 번쩍이는데 / 腰間老劒之光燄如秋水
교룡을 베고 나서 조만간 부상에다 걸어두리 / 誅蛟計大當早晩掛扶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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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선생집 제20권 / 시(詩)○잡체(雜體) 16수
회문시. 만흥을 읊다[回文詩賦漫興] 3수
물 여울이 세면 돌이 잘 갈리고 / 磋磋水急瀨
잎 다닥다닥 나무에서 연기가 나네 / 撲撲煙生樹
해질 무렵이면 풍경이 아름답고 / 斜陽夕景佳
길 가늘게 모래 포구를 둘러 있네 / 路細圍沙浦
기이(其二)
새는 깊은 숲에 숨어서 울고 / 禽語隱深林
사슴은 먼 골짝에 의지하여 졸고 / 鹿眠依遠谷
그윽함을 찾아 먼 곳 바라보니 / 尋幽極望逈
빽빽한 나무들 뿌옇고 강물은 푸르러 / 密樹煙江綠
기삼(其三)
젖은 풀엔 이슬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 濕草露滴滴
가을달은 휘영청 예쁘기만 해 / 涼月晴娟娟
백발로 부질없이 이별을 걱정하여 / 白髮空愁別
먼 하늘을 길이 함께 생각한다네 / 長懷共遠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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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송담의 사계절 그림이 그려진 족자에 쓰다 송남수〔題松潭四時畫簇 宋柟壽〕
봄〔春〕
따뜻한 날에 꽃은 비단 같고 / 日暖花如錦
산들바람에 실버들 한들거리네 / 風輕柳拂絲
꽃 찾는 사람 응당 뜻이 있으리니 / 尋芳應有意
동자가 거문고 안고 따르네 / 童子抱琴隨
여름〔夏〕
술 떨어지고 비파에 기댔는데 / 酒盡倚琵琶
벼랑의 소나무 굳은 가지 드리웠네 / 崖松垂鐵柯
사공은 어찌 저리 급한가 / 篙工何太急
풍랑이 저물녘에 거칠구나 / 風浪晚來多
가을〔秋〕
폭포가 가을 들어 웅장하니 / 懸瀑秋來壯
은하수를 몇 자나 드리웠네 / 銀河幾尺垂
알겠다 시를 찾는 흥취가 / 應知覓詩興
모두 소나무에 기대는 때에 있구나 / 都在倚松時
겨울〔冬〕
한 그루 매화 피고 / 一樹梅花發
산마다 눈빛 차구나 / 千山雪色寒
동자와 나귀는 뒤에 세워두고 / 短童驢在後
홀로 서서 담담히 돌아감을 잊었네 / 獨立澹忘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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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김 동지가 국화를 보내 준 것에 사례하다 3수〔謝金同知惠菊 三首〕
노란 국화 따서 / 採摘黃金菊
백발 늙은이에게 보내왔네 / 投來白髪翁
먼저 자소 잎을 부쳤으니 / 紫蘇先寄葉
푸른 꽃술도 포기 나누어 주오 / 靑蘂願分叢
본래 늙음을 막아 주지만 / 本爲頹齡制
누가 반쯤 죽은 늙은이 불쌍히 여길까 / 誰憐半死翁
가을에 서리 맞은 꽃 보기 위해 / 秋看霜後萼
봄날 빗속에 떨기 나누어 심었으리 / 春劚雨中叢
병든 몸으로 남산 아래에서 / 抱疾終南下
《주후방》을 집중해 읽노라 / 凝神肘後方
두통 있으니 베개 만들면 좋겠지만 / 頭風宜作枕
폐갈증 앓아 술에 띄우기는 겁나네 / 肺渴怯浮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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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천마산을 지나며 3수〔過天磨山 三首〕
병자년에 유람하고 / 丙子曾遊地
이제 사십 년 흘렀네 / 今垂四十霜
폭포의 모습 그려내기 어려우니 / 飛流畫難似
은하수 엎어놓은 줄 누가 알까 / 誰識倒銀潢
거듭 천선 따라 지나가니 / 再逐天仙過
가리키고 바라보던 일 생생하네 / 分明指顧間
그때는 꽃이 다 졌었는데 / 當時花盡落
오늘은 가을 산 마주하네 / 今日對秋山
지족암의 이름 들은 지 오래인데 / 知足聞名久
아침에 와서 설봉을 보노라 / 朝來見雪峯
우습다 나의 늙음이여 / 吾衰自笑省
종 울리기를 기다릴 필요 없구나 / 不必待鳴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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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사내도인의 시집에 있는 시를 차운하여 주다 3수〔次四耐道人卷中韻以贈 三首〕
정찰하는 기마병이 돌아갈 길 재촉하지만 / 候騎催歸路
기성과 순안은 맞닿아 가깝네 / 箕城接順安
사내 노인 만나 / 相逢四耐老
우연히 잠깐 동안 한가롭네 / 偶得暫時閑
변방에 산천은 멀리까지 뻗었고 / 絶塞山川遠
새봄에 눈 내려 쌀쌀하네 / 新春雨雪寒
백발 보며 함께 놀라니 / 共驚成白髪
무슨 수로 젊음 유지하랴 / 何計住朱顔
변방의 먼 길 시름겨우니 / 關塞愁長路
고향인 시안과 떨어졌네 / 家鄕隔始安
삼 년이나 나그네 신세 되었는데 / 三年常作客
한 가지 병으로 감히 한가하길 바라랴 / 一病敢求閑
오랜 약속 청산에 있건만 / 宿契靑山在
백조와의 깊은 맹세 식었구나 / 深盟白鳥寒
봄바람이 짧은 머리에 불고 / 春風吹短髮
눈 달이 늙은이 얼굴 비추네 / 雪月照衰顔
나그네살이 내 어찌 즐거우랴만 / 旅泊吾何樂
나그네 신세 그대는 편안히 여기네 / 覊遊子所安
티끌세상의 만 가지 일 마치고 / 塵埃萬事了
이리저리 다니며 백년인생 한가롭네 / 萍梗百年閑
장자의 우화는 허황되고 / 寓語莊生誕
범숙의 허름한 옷은 차구나 / 輕裝范叔寒
묘향산 꼭대기에서도 / 香山絶頂上
한 번 웃기 어려우리 / 難得一開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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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간이의 시를 차운하다 4수〔次簡易韻 四首〕
먼 이별을 어찌 운명이라 말할까 / 遠別寧論命
떠돌이 인생 발붙이는 곳이 집인 것을 / 浮生著處家
난리 통에 계절 여러 번 바뀌었지만 / 亂離時屢換
바라보니 길은 멀지 않네 / 瞻望路非賖
들녘 객관에 가랑비 내리고 / 野館霏微雨
강가 성에는 꽃들도 적막하네 / 江城寂寞花
시를 보내시니 서글픈데 / 詩來一怊悵
객지에서 또 사월 만났네 / 客裏又淸和
지난날 임진왜란 때 / 昔値龍蛇會
서주에서 오래 머물렀지 / 西州久作家
칠 년 동안 사정은 다급했고 / 七年光景急
천 리의 역로는 멀기만 했네 / 千里驛程賖
희끗희끗 머리는 세고 / 種種頭添雪
흐릿흐릿 눈은 침침하네 / 茫茫眼著花
시절 아파하면서도 죽지 못해 / 傷時猶未死
몸의 원기 한껏 상했네 / 嬴得損天和
큰 진영도 예전 같지 않은데 / 鉅鎭非前日
황량한 성에 몇 집이나 남았으랴 / 荒城有幾家
봄날 되니 방초가 두루 자라는데 / 春歸芳草遍
하늘 넓어 북극성 아득하네 / 天闊北辰賖
바다 기운은 구름에 묻혔고 / 海氣埋雲葉
별빛은 등불처럼 깜박이네 / 星文眩燭花
황제의 위엄으로 나쁜 기운 쓸어내면 / 皇威掃氛祲
눈을 씻고 화평한 시절 보리라 / 拭目見時和
북극이 몇천 리나 멀지만 / 北極幾千里
동쪽 번방도 진정 한 집안이네 / 東藩眞一家
하늘가의 용천군 작은데 / 天邊龍郡小
그곳 경계에 석성 아득하네 / 地界石城賖
쌀 운반해 군량 공급하느라 / 運米供軍食
돛을 펼치고 물결 가르네 / 張帆劈浪花
바닷가에 묵은 빚이 많으니 / 海汀多宿債
미곶과 삼화라네 / 彌串亦三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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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배율(五言排律)
사은사로 가는 용졸재 영공에게 주다 신식〔贈用拙令公謝恩使之行 申湜〕
속국이 대단히 위태로울 때 / 屬國濱危甚
황제의 위엄으로 거듭 구해 주셨네 / 皇威再救之
참소하는 말이 비록 망극하지만 / 讒言雖罔極
자모께서 어찌 의심하시랴 / 慈母詎生疑
흰 해는 밝아서 가릴 수 없고 / 白日明難掩
높은 하늘은 낮은 곳의 말까지 듣지 / 高天聽卽卑
금세 깨끗하게 밝혀졌으니 / 俄然快昭雪
무엇으로 큰 은혜에 보답할까 / 何以答恩私
계찰은 일찍이 음악을 감상했고 / 季札曾觀樂
문충은 오래도록 시를 말하였지 / 文忠久說詩
홀로 수고함을 사람마다 안타까워하는데 / 獨賢人共惜
전대의 적임자로 모두들 추천하네 / 專對衆皆推
마침 내가 타향에 머물다가 / 適我淹羈旅
그대 만나 이별을 슬퍼하네 / 逢君愴別離
애오라지 한 글자 고치기 위해 / 聊因一字改
어느덧 수십 일이나 지체되었네 / 嬴得數旬遲
천 년의 화표주 지나고 / 華表千年柱
만고의 청풍사 들르겠지 / 淸風萬古祠
꿈에서도 응당 일하에 헤매겠지만 / 夢應迷日下
몸은 이미 하늘가에 아득하네 / 身已杳天涯
밤에 오만관에서 묵고 / 夜宿烏蠻館
새벽에 백옥지 따르겠지 / 晨隨白玉墀
반열은 말과 코끼리로 나뉘고 / 班行分馬象
등촉은 용과 기가 이끌겠지 / 燈燭引龍夔
머리 조아리며 어전을 우러러보고 / 稽首瞻虞殿
눈 비비며 황실의 위의 보리라 / 揩眸覩漢儀
바람과 안개의 풍광에 묵은 빚 남았으니 / 風煙留宿債
멋진 말로 새 시 지으리 / 葩藻騁新辭
힘써 식사 잘 하고 / 努力加餐日
여유롭게 술도 마시구려 / 寬心把酒時
흰 구름이 멀리 눈에 들어오는데 / 白雲長在望
푸른 풀은 얼마나 못가에 돋아날까 / 靑草幾生池
계주 북쪽에는 소식도 없고 / 薊北無消息
요서에는 꿈조차 막히리 / 遼西隔夢思
멀리 가니 괴롭기 그지없는데 / 遠遊堪作惡
기쁜 만남도 아득하여 기약할 수 없네 / 良覿邈難期
여름비 자주 만날까 염려되니 / 暑雨愁頻遇
수레가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경계하오 / 征車戒疾馳
정성스레 도구에게 물어보오 / 丁寧問屠狗
누가 멋진 남아인지를 / 誰是好男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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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배율(五言排律)
소회를 서술하여 동지사 서장관 조카 지평 유시행에게 주어 술을 경계하라고 권하다〔述懷 贈冬至書狀家姪柳持平 時行 勖以戒酒〕
비 온 뒤에 석양도 거두니 / 雨後殘陽斂
외로운 마음 가눌 수 없구나 / 孤懐未易裁
어이할까 사현에서 이별할 때 / 如何沙峴別
갑자기 옥산이 무너졌네 / 遽作玉山頽
일찍이 병자년에 명나라 갈 때 / 丙子朝天早
조카는 겨우 열 살이었으니 / 阿咸十歲纔
어머니께서는 유독 머리 쓰다듬어 주셨고 / 慈堂偏撫頂
형님은 어린 자식 바르게 가르치려 하셨지 / 伯氏正提孩
나에게 별 말씀 없이 / 贈我無多語
사행 중에 한 잔 술도 경계하라 하셨네 / 沿途戒一杯
신명이 도우셔서 / 明神所勞矣
일곱 달 만에 잘 돌아왔는데 / 七朔好歸哉
곧이어 풍수의 아픔 맺히고 / 風樹俄纒痛
다시 형제의 슬픔도 안게 되었지 / 鴒原又抱哀
난리 속에 서글피 홀로 남았는데 / 亂離悲獨在
늙음과 질병이 괴롭게도 재촉하네 / 衰疾苦相催
계사년에 사신 갈 때 / 癸巳星槎逈
압록강 굽이에서 나그네 되었지 / 萍蓬鴨水隈
초가을에 이별 슬퍼하며 / 初秋愴分手
만 리 멀리서 누대 오르기 겁났네 / 萬里怯登臺
두 조카는 고을 맡아 가고 / 二妙專城去
외로운 자취는 사명 받들고 왔네 / 孤蹤奉使來
백발로 오랫동안 나그세 신세 되었다가 / 白頭爲客久
반가운 눈길 때때로 열렸네 / 靑眼有時開
외람되이 세 번이나 사신 되었으나 / 猥忝三持節
전대의 재주 없음 부끄러웠네 / 慚非專對才
하늘 끝에서 골육 만나 / 天涯遇骨肉
강가에서 술자리 성대했지 / 江上盛尊罍
뒤에 만날 날 진실로 멀지 않지만 / 後會誠非遠
앞길에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네 / 前途願速迴
떠나는 배에 홀로 올라 / 移船身獨上
강 건너 부질없이 머리 들어 바라보네 / 隔岸首空擡
남아의 간장은 철석 같은데 / 男子腸如鐵
세상의 일은 식은 재와 같구나 / 人間事若灰
나는 늙었으니 오히려 이치대로 하겠거니와 / 吾衰猶理遣
너는 건강하니 마음 아파 말거라 / 爾健莫心摧
간결하고 종요로움은 진실로 우리 집안의 법도이고 / 簡約眞家法
깊이 미혹됨은 재앙의 시초라네 / 沈冥是禍胎
사신으로 정씨와 이씨 만났으니 / 使華逢鄭李
시론이 귀한 보석처럼 중히 여기지 / 時論重瓊瑰
쑥은 삼을 의지해 곧게 자라고 / 蓬倚麻仍直
마음은 눈을 따라 더욱 넓어지지 / 心隨眼益恢
난하에서 고죽군의 사당 둘러보고 / 灤河孤竹廟
백룡퇴에서 사냥하는 불빛 보리라 / 獵火白龍堆
상서로운 빛이 자욱하게 하늘에 뜨고 / 瑞色浮天靄
환호성이 우레처럼 궁전 감싸리 / 歡聲繞殿雷
홍려는 항상 이끌어 주고 / 鴻臚常指導
코끼리 무리는 놀라지 않으리 / 象隊不驚猜
일을 마치고 양관으로 돌아오면 / 竣事還陽館
색동옷 입고 노래자처럼 재롱떨겠지 / 斑衣戲老萊
돌아와서 술 마셔도 늦지 않을 터 / 歸來飮未晚
집에서 빚은 술 새로 거르리라 / 家醞潑新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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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1권 / 시(詩)○오언배율(五言排律)
선후대장군 제독 이승훈의 〈증행첩〉에 쓰다〔題善後大將軍李提督贈行帖 承勛〕
속국이 심각한 위기 만났을 때 / 屬國濱危甚
천자의 위엄으로 거듭 구원하여 / 天威再救之
천지가 정돈되니 / 乾坤歸整頓
더없는 우로의 은혜 입었네 / 雨露荷恩私
어찌 선후의 계책이 없으랴 / 善後寧無策
동쪽으로 다시 군사 나왔네 / 征東更出師
특별한 분이 절월을 맡으시고 / 異人專節鉞
여러 장수들 모두 훌륭하네 / 諸將總英奇
명령 엄숙하여 산하도 진동하고 / 令肅山河動
명성 높아 초목도 알았네 / 名高草木知
청유막을 처음 연 뒤로 / 靑油幕初闢
백우선을 항상 지녔지 / 白羽扇常持
혼란한 시기에 백성 구제하려고 / 草昧存經濟
신묘한 일을 베풀었지 / 神功要設施
남쪽 변방에 거센 물결 그쳤건만 / 南邊鯨浪息
북극에서는 조서가 더디기만 하였네 / 北極鳳書遲
먼 곳에서 나랏일에 얽매여 / 絶域縻王事
고당의 어머니 그리워했네 / 高堂戀母慈
평생 목숨 바칠 뜻 품었으니 / 平生裹革志
조석으로 문에 기대 걱정하셨네 / 朝暮倚閭思
의리는 혹 은혜와 서로 빼앗지만 / 義或恩相奪
충성은 오직 효성을 옮긴 것이지 / 忠惟孝所移
해마다 소식은 드물어 / 頻年消息罕
만 리 밖에서 꿈의 넋은 내달렸네 / 萬里夢魂馳
기쁨과 두려움에 마음 항상 아팠는데 / 喜懼心常折
오래 앓은 고질병 고치지 못했네 / 沈綿病莫醫
차라리 반포하는 새가 될 것을 / 寧爲反哺鳥
옷자락 자른 아이 누구인가 / 誰是絶裾兒
넓적다리 베어내더라도 슬퍼한들 무슨 소용이랴 / 割股悲何及
평생 슬퍼해도 돌이킬 수 없네 / 終天痛莫追
아득한 도성에서 혼을 부르고 / 招魂迷日下
멀리 하늘 끝에서 눈물 흘렸네 / 泣血杳天涯
덕을 사모해도 잡을 방법 없으니 / 戀德留無計
군사 이끌고 돌아가는 날 정해졌네 / 班師去有期
햇살 받아 칼과 창 반짝이고 / 日華搖劍戟
바람 불어 깃발 말아 올리네 / 風色卷旌旗
능연각에 초상 그리고 / 繪像凌煙閣
타루비에 향기 전하리 / 流芳墮淚碑
거친 이 시가 채록된다면 / 荒詞如可採
노송이 주나라 시에 나열된 격이리 / 魯頌列周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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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그림을 읊다 4수〔詠畫 四首〕
1.
나무 그늘과 꽃 그림자가 화려한 새장 감싸고 / 樹陰花影護雕籠
앵무새 앞에는 백발의 늙은이 있구나 / 鸚鵡前頭鶴髮翁
세상에는 진실로 이런 일 없는 줄 아노니 / 人世固知無此事
어찌하면 그림 속의 선동이 될 수 있을까 / 畫中安得作仙童
2
술 장식한 멋진 일산이 붉은 난간 덮고 / 流蘇寶蓋赤欄干
진귀한 음식이 마노 소반에 담겼네 / 玉饌瓊糜瑪瑙盤
연밥 벗겨 어디서 주었는가 / 剝得蓮房何所贈
신선 대여섯이 모두 동안이네 / 仙人五六摠童顔
3
인간의 티끌세상 상관 않고 / 人間埃壒不相干
상계의 신령한 술 붉은 옥쟁반에 담겼네 / 上界靈醮赤玉盤
푸른 연꽃 꺾음이 의도 있는 줄을 아노니 / 折得碧蓮知有意
분명 가섭을 미소 짓게 하려 함이지 / 定敎迦葉欲開顔
4
난새 봉황 공작 비취가 비단 새장에 갇혔으니 / 鸞凰孔翠隔紗籠
누가 길들였나 머리 흰 늙은이지 / 馴擾誰敎白髮翁
꽃 아래 해는 길고 아무 일 없어 / 花下日長無一事
손에 새 들고 아이들과 노는구나 / 手持雛雀弄兒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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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안동 삼귀정 팔영〔安東三龜亭八詠〕
학이 우는 맑은 봉우리〔鶴鳴晴峯〕
세 거북바위 위에 높은 정자 세우니 / 三龜石上創危亭
맑은 가학봉이 반갑게 눈에 들어오네 / 駕鶴晴峯眼爲靑
전란 겪고도 홀로 남았으니 / 閱盡龍蛇猶獨立
지금부터 남은 경사가 길이 이어지리 / 從今餘慶幾千齡
마애의 높은 절벽〔馬崖峭壁〕
영호루 아래 맑은 연못들 있어 / 映湖樓下幾澄潭
여기 오니 부용이 맑은 물에 잠겼네 / 到此芙蓉鏡裏涵
비단 잎과 붉은 노을 모두 찬란한 / 錦葉紅霞俱爛熳
층층 절벽이 동남쪽에 솟았네 / 層崖絶壁峙東南
현리의 안개 속 꽃〔縣里煙花〕
누대가 드리운 버들가지 사이로 살짝 보이고 / 樓臺掩映柳垂絲
삼월의 안개 속 꽃 사철 중에 제일이네 / 三月煙花冠四時
묻노니 행와는 어디인가 / 却問行窩何處在
역동 선생은 우리의 스승이시네 / 易東先正是吾師
역동의 쓸쓸한 소나무〔驛洞寒松〕
눈 속의 쓸쓸한 소나무 변함없이 푸르고 / 雪裏寒松不改靑
무덤과 마주 보니 마치 사정 같구나 / 佳城相望若思亭
하늘가에서 길이 생황 소리 보내니 / 天邊長送笙簧韻
땅 바닥에 조수의 형상 남으리 / 地底應留鳥獸形
장교에서 농사일 살피기〔長郊觀稼〕
난리 후에 오히려 태평세월 만나 / 亂後猶能見太平
농사 노래 사방에서 일어나니 기쁜 소리네 / 耘歌四起卽歡聲
농사일로 평생 괴롭다 말하지 마라 / 莫言緣畝終年苦
오곡백과 익으면 기쁘리라 / 却喜登場萬寶成
굽은 물가의 고기잡이〔曲渚打魚〕
비 그치고 산들바람이 낚싯줄에 스치는데 / 雨後輕風拂釣絲
저물녘 맑은 물에 물고기 뛰네 / 鏡中跳擲日斜時
장생이 이미 호량의 즐거움 말했지만 / 莊生已說濠梁樂
나와 물고기는 모두 알지 못하네 / 我與游魚兩不知
삼복의 피서〔三伏避暑〕
〈병서부〉의 웅장한 글 가장 걸출하니 / 病暑雄辭最崛奇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 할까 / 東南西北去何之
한 조각 높은 정자 청량하니 / 高亭一片淸涼界
세상이 유월인 줄 알지 못하노라 / 不識人間六月時
한가위 달구경〔中秋翫月〕
고운 숲 누런 구름으로 들녘 빛깔 분명하고 / 琪樹黃雲野色分
가을 하늘 탁 트여 티끌 한 점 없구나 / 秋空寥廓絶埃氛
밤 되자 달 떠올라 맑은 대낮 같으니 / 宵來霽月如淸晝
천주봉 유람 바랄 것 없네 / 天柱峯遊不乞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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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다시 절구 아홉 수를 지으니 저절로 흥취가 있었다〔又賦九絶 漫興〕
만송정 아래 우리 집 있는데 / 萬松亭下是吾家
떠난 뒤로 지금까지 많은 세월 흘렀네 / 一別如今歲月多
비에 젖은 푸른 절벽에 꽃이 절로 피고 / 翠壁雨霑花自發
바람 잔 맑은 못은 새 거울 같지 / 澄潭風定鏡新磨
고산은 본래 도인의 집 / 孤山元是道人家
서호와 견준다면 어디가 더 빼어난가 / 若比西湖問孰多
지난날 명나라 사신이 남긴 글씨가 / 宿昔天仙留玉索
지금도 푸른 절벽에 남아 있네 / 秪今蒼壁未能磨
혼사 끝내고 누가 일찍 집 버렸던가 / 婚畢誰人早棄家
백발 되도록 맑은 세상에서 많은 은총 받았네 / 白頭淸世受恩多
돌아가고 싶은 마음 끝내 끊을 수 없으니 / 思歸一念終難斷
냇물은 멈추지 않고 바위는 닳지 않네 / 水不停流石不磨
진나라 문장 누가 대가인가 / 晉代文章誰大家
육기는 젊어서도 재주 뛰어나 걱정했지 / 陸機年少患才多
길 헤매다 멀리 가지 않고 삼경으로 돌아왔으니 / 迷塗未遠還三徑
〈귀거래사〉는 절로 없어지지 않으리라 / 歸去來辭自不磨
이백과 두보의 명성 시인들 가운데 으뜸인데 / 李杜詩聲冠百家
나무 흔드는 개미 어찌 그리 많은가 / 蜉蝣撼樹一何多
고래를 바다에서 끌어내듯 정신 드날리고 / 鯨魚掣海神飛動
천마가 하늘 달리듯 자취 남지 않았네 / 天馬行空跡滅磨
서한 이후로 시인들 얼마나 많았던가만 / 詩自西京閱幾家
성당의 높은 자취 이은 사람 많지 않네 / 盛唐高躅繼無多
물결이 고동침은 신기로 말미암고 / 波瀾鼓動由神氣
금석처럼 울림은 탁마에 달렸네 / 金石鏘鳴在琢磨
우리 유가의 학문은 선가와 달라 / 吾儒問學異禪家
동찰은 언제나 정양에 의지함 많지 / 動察恒資靜養多
무공은 구십에도 오히려 스스로 경계하였으니 / 九十武公猶自警
공부는 자르는 듯 가는 듯이 해야 하네 / 用工如切又如磨
젊어서 일찍이 신선의 집에 들어갔는데 / 少時曾入羽人家
일만 이천 봉우리에 사찰 많았지 / 萬二千峯寺刹多
묻노니 남쪽 유람하여 청학동 찾은들 / 爲問南遊尋鶴洞
어찌 서쪽으로 가서 천마산 오름만 하겠는가 / 何如西出躡天磨
지난날 꽃이 피었을 때는 집에 있지 않았는데 / 宿昔花時不在家
지금은 늙고 병들어 문 닫아 두는 일 많네 / 秪今衰疾掩門多
약초 캐러 명산에 갈 수 없으니 / 無由採藥名山去
우습다 속세의 인연 다 끊지 못하네 / 却笑塵緣未盡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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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정사 한 찬성에게 삼가 주다 3수〔拜投正使韓贊成 三首〕
해마다 사명 받들어 서쪽 땅에 머무는데 / 頻年奉使滯西陲
고삐 잡은 공은 이제 절휘 쥐었네 / 攬轡公方擁節麾
거듭 바쁜 부서에서 나라의 계책 맡더니 / 重入劇曹司國計
이윽고 발탁되어 황궁으로 달려가네 / 俄蒙峻擢赴天墀
큰 은혜로 우리나라를 다시 세운 날이며 / 鴻恩再造東藩日
화축을 멀리 북극에 펼치는 때이네 / 華祝遙伸北極時
천 리 멀리 머문 구름에 일찍이 서글펐는데 / 千里停雲曾悵望
의주에서 또 헤어지니 견디지 못하겠네 / 不堪灣上又分離
예부터 사신은 뛰어난 인재를 중용했으니 / 古稱專對重全材
포은이 당시에 몇 번이나 오갔던가 / 圃隱當年幾往來
만 리의 엄한 여정 이제 네 번째 / 萬里嚴程今四赴
찬성의 높은 자리 정승과 같네 / 貳公巍秩亦三台
새벽녘 금문에 성 위의 까마귀 흩어지고 / 金門辨色城鴉散
옥전에 향기 날릴 때 의장마 돌아서지 / 玉殿飄香仗馬回
다행히 멋진 유람에 두 번 더해졌지만 / 自幸壯遊曾再忝
땅벌레가 어찌 다시 요대를 꿈꾸랴 / 壤蟲那復夢瑤臺
생각해 보니 서리 내린 새벽 사행 갈 때 / 憶曾霜曉早朝天
함께 우로의 은혜 받으며 은대에서 숙직했지 / 竝直銀臺雨露邊
한 번 산과 물이 있는 토구로 떨어졌다가 / 一落菟裘泉石地
전란 나던 해 함께 기적을 따랐지 / 共隨羈靮亂離年
유영에서 눈 맞으며 외로운 촛불 밝혔고 / 柳營對雪燒孤燭
유새에서 봄 만났는데 이별 자리 슬프구나 / 楡塞逢春愴別筵
오늘의 괴로운 마음 특히 더 좋지 않으니 / 今日苦懷偏作惡
백발로 이별시 쓰기 어렵구나 / 白頭難寫贈行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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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삼가 주청 겸 사은 정사 이공의 행차에 올리다 3수〔奉贈奏請兼謝恩正使貳公之行 三首〕
지난날 교정청에서 함께 일했는데 / 宿昔聯裾校正廳
벗들 흩어져 새벽별 같구나 / 朋儕散落若晨星
풍진에 형벌 늦춰 늘 우러러보았으니 / 風塵緩死常瞻仰
문헌 선생은 바로 전형이시네 / 文憲先生是典刑
전란 겪으며 함께 머리 세었고 / 閱歷龍蛇頭共白
원로처럼 따르며 모두 반갑게 대했지 / 追隨鵷鷺眼俱靑
남자가 이별하는 한은 아녀자와 다르니 / 男兒別恨非兒女
이별하며 눈물 흘리지 않노라 / 不用臨分涕淚零
예전의 종신 문헌공은 / 昔有宗臣文憲公
풍채와 지위와 명망이 우리나라에서 으뜸이셨지 / 風神地望冠吾東
네 번 빈상 되어 명성 크게 떨치고 / 四爲儐相名聲大
한 번 정승 되어 걸음걸이 당당했네 / 一蹴台躔步武崇
백 년 지난 지금 훌륭한 후손 있으니 / 已過百年今有後
남은 경사가 무궁함을 알겠네 / 却知餘慶自無窮
동사에서 막 돌아와 명나라로 가니 / 東槎纔返朝天去
황궁에 호소하여 보기 드문 공 이루시게 / 叫閤應成不世功
생각해 보면 옛날에 부평초처럼 옥전에 있을 때 / 憶昨萍蓬在玉田
공은 북쪽으로 가고 나는 동쪽으로 갔지 / 公方北旆我東鞭
고향에서 삼천 리도 더 떨어졌는데 / 離鄕不啻三千里
헤아려 보니 어느덧 십이 년이 지났네 / 屈指俄經十二年
연수는 지금도 그 경치 남아 있을 테니 / 煙樹至今留物色
예전처럼 금낭에 시편 들어있겠지 / 錦囊依舊檢詩篇
가련하게도 늙고 병들어 예전 같지 않으니 / 回憐衰疾非前日
하늘 끝에 가기도 전에 먹먹하네 / 未到天涯亦惘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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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삼가 사은 겸 주청 부사의 행차에 올리다 3수〔奉贈謝恩兼奏請副使之行 三首〕
머나먼 변방 풍경 오가며 익숙해져 / 絶塞風煙慣往回
꿈에서도 구룡대에 오르네 / 夢中猶上九龍臺
만 겹으로 늘어선 산들 모두 서쪽 향하고 / 萬重列岫皆西向
세 줄기 긴 강은 북쪽에서 흘러오지 / 三派長江自北來
눈 속에서 물고기 잡아 자주 회를 치고 / 雪裏叉魚頻作膾
백사장에서 술 마련하여 몇 번 술잔 돌렸던가 / 沙頭置酒幾傳杯
동사의 옛 동료 명나라 가는 날 / 東槎舊侶朝天日
새 시 지어 주며 머리 자주 드노라 / 爲賦新詩首屢擡
예전에 동사로 나갔다가 남은 빛 빌려 / 東槎昔日借餘光
옥당에서 호당으로 뽑혀 들어갔지 / 選入湖堂自玉堂
능연각에 붉게 기록되어 두터운 은총 받았고 / 煙閣丹書膺寵渥
미원에서 백간으로 무너진 기강 엄숙하게 했네 / 薇垣白簡肅頹綱
이제 호조에서 함께 일해 기쁜데 / 今來地部忻同席
홀연 명나라로 전송하며 이별의 시 짓네 / 忽送天朝賦別章
힘써 황궁에 호소하면 응당 감동할 터 / 努力叫閽應感動
황제의 칙서 동방으로 내려옴을 보겠지 / 佇看皇勅下東方
그대 보내는 오늘 서울에 도착하니 / 送君今日達京師
명나라 조정에서 다섯 번 절할 때 생각나네 / 仍憶明庭五拜時
궁궐 나무 지작관과 마주해 있고 / 宮樹平臨鳷鵲觀
궁궐 도랑 봉황지로 흘러나오지 / 御溝流出鳳凰池
금문에 날 밝을 때 까마귀 떼 나는데 / 金門辨色群鴉起
황궁에서 반을 나누어 여섯 코끼리 따랐지 / 玉陛分班六象隨
나는 세 번 갔고 그대도 두 번째이니 / 我已三行君亦再
돌아와 나에게 기행시 부쳐 주오 / 歸來寄我紀行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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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경자년(1600, 선조33) 늦가을에 감목관 정작에게 주다 4수〔庚子暮秋 贈鄭監牧官碏 四首〕
고옥 선생은 속태가 전혀 없어 / 古玉先生絶俗塵
모습은 들판의 학 같고 귀밑털은 은빛이네 / 形如野鶴鬢如銀
시 읊으며 문 닫으니 사도와 같고 / 哦詩閉戶眞師道
술 즐겨도 아내 없으니 백륜과 다르네 / 愛酒無妻異伯倫
객지에서 만나니 가을 저무는데 / 客路相逢秋色晩
강촌에서 이별하려니 달빛 새롭구나 / 江村一別月華新
문장 논하자 태헌 어른 생각나니 / 論文却憶苔軒老
구마다 날고 우는 사람 몇이나 있을까 / 句句飛鳴有幾人
세속에 섞여서도 고결한 의표 오래 흠모했으니 / 久挹高標混世塵
탐하지 않아야 비로소 금은을 안다네 / 不貪方是識金銀
난정의 수계처럼 선배들 따랐지만 / 蘭亭禊事追前輩
금곡원의 화려한 자리 계륜을 비웃었네 / 金谷繁華笑季倫
우연히 만나 손잡으니 반가운 눈빛 예전 그대로 / 握手偶逢靑眼舊
몸을 잊고 새 〈백두음〉 짓지 마시오 / 忘形休作白頭新
내일 아침 헤어지고 나면 마음 아플 터 / 明朝別後應怊悵
한 시대의 마음 통하는 사람 얼마 남지 않았네 / 一代知音不數人
담소 나누며 옥주로 가만히 먼지 털고 / 談邊玉麈細揮塵
술잔과 막걸리는 모두 다 은색일세 / 杯與醇醪一色銀
문득 몸이 참으로 누가 됨을 생각하다가 / 却憶形骸眞有累
홀연 말이 독보의 경지로 들어감에 놀라네 / 忽驚言語入無倫
반랑의 백발은 해마다 짧아지는데 / 潘郞白髮年年短
두보의 국화는 구절마다 새롭구나 / 杜老黃花句句新
다시 하늘가에서 먼 이별에 시름하니 / 更向天涯愁遠別
난리 통에 모두 타향 사람들이네 / 亂離俱是異鄕人
신선 되어 맑은 세계 밟기 어려우니 / 飛仙難遽躡淸塵
연단하는 솥에 어찌 수고롭게 수은 채우랴 / 鉛鼎何勞實水銀
하늘이 준 총명함 믿지 말라 / 莫恃聰明天所與
세상에 둘도 없는 재주도 소용없다네 / 不關才調世無倫
가련하게도 객지 잠자리에서 때때로 경계하는데 / 自憐旅枕時時警
누가 반명의 날마다 새로움을 알겠는가 / 誰識盤銘日日新
사십 평생 그릇된 줄을 알지만 이미 늦었으니 / 四十知非今已晩
백발에도 여전히 허물을 반성하는 사람일세 / 白頭猶是省愆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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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영백 윤가회 방 에게 주다〔贈嶺伯尹可晦 昉〕
그대의 형제 가운데 넷이 금초를 쓰고 / 君家兄弟四金貂
문무를 겸비한 재주로 성조를 돕네 / 文武全材翊聖朝
경기를 다스려 백성들 만족하고 / 畿甸咨周民望愜
영남에 부절 잡으니 임금의 은혜 크도다 / 嶠南持節主恩饒
예전에 계부께서 사랑 남기신 곳 / 昔年季父留遺愛
오늘 감당나무 아래에 옛 노래 이어지리 / 今日甘棠續舊謠
우습다 풍진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적은데 / 自笑塵埃少知己
백발로 이별하려니 갑절이나 애간장 녹는구나 / 白頭臨別倍魂銷
도구 선생께서 예전에 이끌어 주셨는데 / 陶丘函丈昔周旋
산 무너지는 슬픔에 통곡한 지 사십 년 되었네 / 痛哭山頹四十年
옥색과 금성 영원히 사라졌지만 / 玉色金聲長已矣
천광과 운영은 아직도 그대로네 / 天光雲影尙依然
관란헌 너머에 매화가 처음 피고 / 觀瀾軒外梅初發
완락재 앞에는 달이 거의 둥글겠지 / 玩樂齋前月幾圓
서원의 제군들이 내 안부 묻거든 / 書院諸君如問我
백발로 책 마주하고 있다 말해 주오 / 爲言頭白對陳編
위는 퇴계(退溪) 선생을 추억한 것이다.
성 모퉁이 전별연에 참석 못했으니 / 城隅分手已相違
대궐에서 그대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네 / 闕下逢君本不期
허둥대며 다시 손을 잡지도 못하는데 / 草草未能重把手
서운해도 어찌 잠깐이나마 옷자락 잡으랴 / 依依安得暫牽衣
인생살이 늘그막이라 이별하기 어려우니 / 人生到老難爲別
봄인데도 가을인 양 쉬 슬퍼지네 / 春日如秋易作悲
호서의 집으로 돌아가고자 결심했으니 / 家在湖西歸意決
오실 때 혹시라도 시골집 찾아 주려는가 / 來時倘許問郊扉
위는 궁궐에서 하직 인사 하는 날 뒤미처 부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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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집 제2권 / 시(詩)○칠언율시 상(七言律詩上)
영백 윤가회 방 에게 주다〔贈嶺伯尹可晦 昉〕
그대의 형제 가운데 넷이 금초를 쓰고 / 君家兄弟四金貂
문무를 겸비한 재주로 성조를 돕네 / 文武全材翊聖朝
경기를 다스려 백성들 만족하고 / 畿甸咨周民望愜
영남에 부절 잡으니 임금의 은혜 크도다 / 嶠南持節主恩饒
예전에 계부께서 사랑 남기신 곳 / 昔年季父留遺愛
오늘 감당나무 아래에 옛 노래 이어지리 / 今日甘棠續舊謠
우습다 풍진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적은데 / 自笑塵埃少知己
백발로 이별하려니 갑절이나 애간장 녹는구나 / 白頭臨別倍魂銷
도구 선생께서 예전에 이끌어 주셨는데 / 陶丘函丈昔周旋
산 무너지는 슬픔에 통곡한 지 사십 년 되었네 / 痛哭山頹四十年
옥색과 금성 영원히 사라졌지만 / 玉色金聲長已矣
천광과 운영은 아직도 그대로네 / 天光雲影尙依然
관란헌 너머에 매화가 처음 피고 / 觀瀾軒外梅初發
완락재 앞에는 달이 거의 둥글겠지 / 玩樂齋前月幾圓
서원의 제군들이 내 안부 묻거든 / 書院諸君如問我
백발로 책 마주하고 있다 말해 주오 / 爲言頭白對陳編
위는 퇴계(退溪) 선생을 추억한 것이다.
성 모퉁이 전별연에 참석 못했으니 / 城隅分手已相違
대궐에서 그대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네 / 闕下逢君本不期
허둥대며 다시 손을 잡지도 못하는데 / 草草未能重把手
서운해도 어찌 잠깐이나마 옷자락 잡으랴 / 依依安得暫牽衣
인생살이 늘그막이라 이별하기 어려우니 / 人生到老難爲別
봄인데도 가을인 양 쉬 슬퍼지네 / 春日如秋易作悲
호서의 집으로 돌아가고자 결심했으니 / 家在湖西歸意決
오실 때 혹시라도 시골집 찾아 주려는가 / 來時倘許問郊扉
위는 궁궐에서 하직 인사 하는 날 뒤미처 부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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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9部.끝.

첫댓글 잠시 머무르면서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長篇 漢詩 많은 자료들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시원한 휴일이 되십시오.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