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귀 들고나는 포장마차로 들어옵니다.
한 그릇의 우동에
사이좋게 들어 있는 숟가락 두개에 깊은 정이
연기따라 피어나는 우동을 수저에 떠서
먼저 아내에게 먹이는 할아버지..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는
겨우 입만 벌린 채 할아버지가 주는
우동 사리를 받아 먹습니다
할머니가 다 먹고 난 뒤 휴지로 입을 닦아준 후
할머니가 남긴 국물을 먹는 할아버지..
노부부의 우동에 감긴 애뜻한 사랑이야기가
서로의 입김 따라 늘 그렇게 피어나는
포장마차 안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듯 자식들마저 외면한 노부부의
고단한 일상 앞에 버는 돈은 노령연금이 전부라 말합니다.
자식들 공부시키랴,결혼 시키랴..
결국 자식들 살길 칯아주고 나니 노부부에게 남은 건
가난과 병만 남았지만..
24시간 단 한 시도
아내 곁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와 우동을 나눠 먹는 일은
가장 큰 행복이라 말합니다.
아내가 편히 잠들기까지
빨래도 척척,요리도 척척..
운동시키는 일이며 아내를 위한 일이라면
묵묵히 해오신 할아버지..
산다기 보다 버티기 같은 삶 앞에
나만 왜 힘들까가 아닌,이런 행복을 알게 되어서
참 기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루분에 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아내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며..
휠체어에 애뜻한 사랑을 싣고 어둠을 헤처갈 때도
아내가 바깥바람을 쇠는 유일한 이 시간을 위해
가까운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길을 택해 다니고
바람이 조금만 차가워도 아내의 어깨에 외투깃을 세워주며
황소 걸음으로 행복의 종착역을 찿아가는 두 사람..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노부부의 동행이 외롭지만은 않은듯 합니다.
사랑은 이유를 묻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도
혹 모자라지 않는지 걱정하는 것이라는 걸
휠체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새겨져 있습니다.
찬바람 쌩쌩 부는 길 위에서 노부부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건 아픔과 허물을 덮어주는
사랑의 향기 때문은 아닐런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가슴과 가슴사이
묵음으로 전해지는 사랑을 휠체어에 매단 체
행복한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갑니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긴 말은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죽는 날까지 곁에서 진정으로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 뿐이예요"
나처럼..
나같이..
나와 달라서..
나와 같지 않아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만족할 수 있어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며..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
"인연"이래서가 아니라..
내 선택에서 오는 몰입,거기서 오는
"인격"이라 말합니다
익숙함에 젖어 소중함을 잊고 산 건 아닌지..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당신과 함께 나이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