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기필코 실현되어야 할 제도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제까지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임의조제가 근절되며 관련 직능의 전문성이 보장되며 특별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형태의 전면적이고 공정한 의약분업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작금의 의약분업 준비상황을 보며 우리는 우리사회 보건의료체계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전국의 수 만 명의 의사들이 해방이후 처음으로 진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생존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집회를 열게 된 작금의 현실을 초래한 정부당국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정부는 보험약가의 거품을 빼고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험수가를 인상하라.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그간 의사들의 수입의 상당부분이 진료에 의한 수익이 아니라 약에 의한 비공식적인 수익에 의존해 온 현실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이러한 약가차액에 의한 수익은 의료보험수가에만 의존해서는 의료기관의 존립할 수 없는 열악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에 대해 국민여러분의 이해를 구하며 수가인상에 대한 간곡한 주장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작년 약가차액문제가 제기된 이후 약가할증은 국민소득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보수가의 비공식적 보충물로서 존재해 왔음을 지적하고 비공식적으로 존재해 온 약가차액부분의 공식적인 의보수가로의 보전이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지적하였다. 그러나 금번 11월 15일 보건복지부가 단행한 약가인하 및 수가인상조치는 한마디로 약가의 거품을 빼지 못하여 제약회사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 반면 동네의원을 망하게 하는 조치였다. 약가가 이른바 '실거래가'로 전환된 반면 수가인상이 그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9%에 그쳐 이제 우리나라의 1차 의료기관은 이제 그 최소한의 존립조건조차 붕괴된 것이 11월 15일 약가인하-수가인상조치 이후의 의료계의 숨김없는 현실이다.
○ 사태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약가의 거품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 11월 15일 정부당국의 약가인하조치는 부풀려서 책정된 의료보험약가의 거품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미흡한 조치이다. 11월 15일 단행된 약가인하는 전체 약가의 30.9%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약가는 사실상 두배 이상 부풀려져 있었던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는 인의협의 내부자료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조사한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약가인하조치는 최소한 50%이상으로 단행되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태만 또는 고의적인 누락에 의해 발생한 불철저한 의료보험 약가인하와 이를 실제거래가로 인정한 조치로 말미암아 매년 국민이 낸 3천억 내지 4천억원의 의료보험료가 고스란히 제약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었다.
○ 금번 수가인상조치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동네의원이 살아남을 수 없는 수가인상조치이다. 수가인상은 약가인하 폭에 의해 조정되었는 바 이 약가인하가 보험약가의 거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수가인상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질 조건이 애초에 마련되지 못하였다. 또 그나마 수가인상도 1차의료기관보다는 병원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책정되어 평균적인 동네의원은 이제 그 정상적인 운영조차 힘들게 된 상황이다.
○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조치가 보다 정확한 약가전면재조사에 의해 제대로 다시 이루어져 실제 거래되는 가격으로 약가가 다시 인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료보험수가는 의료기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정상적인 의료인들이 불필요한 진료행위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을 정도로 인상되어야만 한다.
○ 인의협은 또한 정부당국이 과연 의약분업이라는 국민들의 의료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사업을 실행하면서 얼마나 재정적인 대비책을 세웠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른바 '국민의 정부'가 과거 정권들의 구태를 반복하여 새로운 의료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을 국민들이나 의료기관에 전가하려 한다는 의심이 11월 15일의 조치에서 괜한 기우가 아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판단한다. 기업의 경영부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정부가 정작 국민복지향상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의료재정에 대해서는 겨우 수천 억에 해당하는 재정지원조차 제대로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당국은 생산적 복지를 말하는 자신의 정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역의보재정 국고지원율 50%를 법제화하여 의료재정을 확충하고 비정상적 진료행위를 강요하는 저보험수가정책과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악순환적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하여야만 한다. 의약분업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 또한 국민복지 향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임의조제 근절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 답해야 한다.
○ 보건복지부는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으로 약사의 임의조제는 근절되었고 벌칙조항도 신설되었으며 이로서 임의조제근절책이 완벽하게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에 의한 임의진료행위와 직역을 벗어난 자의적인 조제행위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과연 법령의 정비만으로 근절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 많은 의사들의 우려이다.
○ 이것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약사법 21조 4항이 개정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약사법이 일정하게 임의조제근절의 근거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묻고싶은 것은 정부당국이 과연 임의조제를 근절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또 실질적이고 실효성있는 임의조제근절책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이다. 정부는 의약분업 시행초기에 임의조제근절을 확실히 이루어 내기 위해 모의환자 운용 등을 통한 실효성 있는 감시체계와 이러한 기구의 의사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3. 병협 등의 의약분업 반대 행위는 중지되어야만 한다.
○ 대한병원협회는 의약분업이 되면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든지 또는 의약분업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든지 의약분업이 되면 불편해진다든지 등의 주장을 내세워 의약분업의 사실상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고 또 의약분업에서 병원만 제외하여 가뜩이나 병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왜곡시키는 주장일 뿐이다. 불편은 조금 늘어나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분업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도 모자랄 의료기관들이 모인 사회집단이 도리어 의약분업 반대를 하는 작금의 작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인의협은 병협의 일체의 의약분업 방해 행위 및 이른바 반대서명운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 인의협은 의약분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약가의 실거래가 전환에 편승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제약회사들의 행위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으며 이를 용인하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제약협회 측은 이러한 형태의 의약분업 방해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아직까지도 부풀려진 약가를 실거래가라고 주장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 아울러 인의협은 의사들의 임의조제근절에 대한 우려나 수가인상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의약분업 반대행동으로 이용하려는 병협이나 그 외 다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의약분업 실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다 철저하고 전면적인 의약분업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의도를 왜곡하고 이용하려는 집단은 그 어떠한 집단을 막론하고 의사들과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1차의료기관, 다시말해 동네의원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데 대해 사과하고 이를 즉시 시정할 수 있는 수가인상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제약회사측에 수천억의 부당이익을 안겨준 불철저한 약가인하는 전면적인 재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을 의료기관이나 국민에게 전가하는 작태는 중지되어야 하며 의료재정 확충에 기반한 의료제도도입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우리의 요구
● 정부당국은 일차의료기관의 생존과 정상적 진료행위가 가능한 수준으로 즉시 의료보험수가를 인상하라
● 정부당국은 금번 약가인하조치가 불철저하게 이루어져 국민의 의료보험료를 낭비하게 된 것에 사과하고 약가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하여 실제 실거래가로 보험약가를 재인하 하라
● 정부당국은 보다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임의조제 근절책을 제시하라
● 정부당국은 지역의료보험재정 국고지원 50%를 법제화로 의료재정을 확충하라
● 의약분업은 내년 7월 1일 기필코 실시되어야 한다. 의사들의 요구를 왜곡하여 의약분업 연기나 저지에 이용하려는 세력은 불순한 기도를 즉각 중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