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가 울상이 됐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시점에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11년만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입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춘 것입니다. 당장 내달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로 프랑스는 우울한 상태에 놓였습니다. 경제수호자로 어깨에 힘을 주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도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S&P는 이번 조치를 프랑스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원인으로 내세웠습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경제 부진과 세수 부족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마크롱대통령은 경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법인세를 줄이고 친기업정책을 펼치면서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를 노렸지만 기대와는 달리 경제 침체로 세수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S&P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의 신용등급도 강등했습니다.
낙엽 몇개가 떨어졌다고 겨울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은 시사하는 바가 상당합니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과 나토를 이끄는 프랑스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상황을 보면 유럽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프랑스의 경제 하락은 유럽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합니다. 게다가 요즘 독일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유럽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그냥 악담만은 아닌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대처한 결과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별것 아닌 분쟁처럼 대처했다가 국제적인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러시아 본토 공격까지 감행하고 자국의 군대를 파병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는 것도 앞으로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이 쇠퇴하고 있다는 징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물론 아직도 경제력에서는 세계 10위안에 유럽국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점차 아시아국가들에게 밀리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 창업 3~4세대들이고 아시아국가들은 창업주가 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일찌기 문화와 예술 경제가 부흥했던 유럽국가들은 배고픔을 잊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계 1,2차대전을 치뤘지만 미국 등의 지원으로 조기에 수습했고 세계를 지배하는 그 자부심에 안주하고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배고픔을 뼛속깊게 경험했던 아시아 주요국들은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항상 더 개선해 보려는 의지가 있지만 굶주림의 기억이 사라진 유럽에서는 현재 상황에 만족하려는 게으름 문화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말입니다.
조상을 잘 둔 탓에 관광자원으로도 잘먹고 잘 살고 있으니 열심히 일한다는 의식이 사라졌다는 분석입니다. 노동시간을 너무 줄였고 휴일도 많이 늘렸습니다.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하니 사업자들도 노조와의 갈등을 피해 적당하게 운영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기 은퇴를 원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보다는 현실에 즐기자는 경향이 강한 것도 유럽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기 보다는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과 예술 문화에 더 집착하고 있어 인공지능 등에서 미국과 아시아국가들에게 밀리는 현상이 더욱 벌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저런 규제도 유럽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의 앞날을 위해 지극히 필요한 조치이지만 환경적인 요인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현실적으로 밀린다는 분석입니다. 유럽에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규제가 많아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의욕을 잃는다는 말입니다. 유럽연합이 야심차게 2026년에 전면 도입하려는 탄소국경조정제도도 결국 보호무역을 강화하게 되고 그런 조치가 기후변화 대응에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이 향하는 방향이 인간애적 측면이나 환경보호적 측면에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만 살벌한 경쟁이 최우선시 되는 세계적 추세속에 과연 그 힘을 잃고 방황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무한 경쟁을 줄이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자는 정신속 유럽이 약육강식의 잔인한 정글인 미국과 중국 등 아시아 각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유럽의 경제적 몰락을 언급하는 주된 요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6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