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에 의해 금메달을 딴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솔트레이크시티=AP)
미국의 각본에 희생된 김동성과 링크에 뒹굴고 있는 태극기.
2002/02/21 14:27
전세계 축제를 자국 결속에 이용하는 미국
각본에 의해 금메달을 딴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솔트레이크시티=AP)
역대 최악의 올림픽. 미국인들을 위한 잔치. 이번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적합한 표현이다.
개막행사에서의 작태를 보면 알듯이 미국은 시작부터 이번 올림픽은 지난 2001년 9월11일(현지시간) 당했던 테러로 인한 상처의 치유의 장으로 이용하려 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다. 또 다민족국가며 정체성마저 없는 나라다. 역사가 짧고 민족 구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은 스포츠를 이용한 국민결속과 부족한 영웅을 스포츠에서 만들어 내려고 많은 시도를 해왔다.
홈런 714개를 친 베이브 루스는 아직까지 미 국민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영웅이며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아직도 조지 부시 대통령보다 유명하며 어린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동구권이 붕괴된 후 패권주의와 제일주의에 빠져있던 미국에게 9·11 테러는 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5개월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미국이 아직 전세계 최고고 전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막식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오고 자국의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으로 분류된 이란에게는 박수조차 치지않았다. 이미 이번 올림픽의 주인공은 미국이고 나머지 참가국은 '역시 미국이 우월해'라는 쇼에 조연과 악역에 그칠 것이라는 것을 예고 한 것.
미국의 각본에 희생된 김동성과 링크에 뒹굴고 있는 태극기. (솔트레이크시티=AP)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고 엎치락 뒤치락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지는 쇼트트랙은 미국인들을 자극하기엔 훌륭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실력은 부족했고 쇼트트랙의 초강국 한국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쇼트트랙 첫날부터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한 한국은 미국의 각본에 희생양이 됐고 남자 1,000m에서도 좌절해야 했다.
드라마처럼 넘어져 미국인들의 뇌리에 남은 아폴로 안톤 오노를 영웅만들기에 나섰다. 미국인들의 주장처럼 오노가 반칙에 의해 은메달에 그쳤다면 제소를 하거나 항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지 못했다.
며칠 후 열린 남자 1,500m는 오노를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절정이었다. 오노가 억울하게 은메달에 그쳤다고 이미 부풀려 오노를 모르는 미국인은 없을 정도가 됐고 미국인들의 관심은 남자 1,500m가 열리는 아이스 센터에 집중됐다.
그러나 오노의 실력은 세계선수권 우승자 김동성에 미치지 못했다. 1바퀴 남은 상황에서 오노는 실력으로 안되자 헐리웃 액션을 취했고 심판들은 마치 각본에 있었다는 양 김동성을 실격처리하고 오노의 손을 들었다.
미국이 원하는 1,000m의 좌절을 딛고 또 교묘한 반칙을 딛고 미국선수인 오노(사실 그의 아버지는 일본인)가 금메달을 따내는 극적인 장명이 연출된 것이다.
9·11 테러 참사는 분명 전세계인들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러나 전세계인들의 스포츠축제인 올림픽이 미국인들이 911 테러참사를 딛고 하나로 결속되고 미국 제일주의를 전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되서는 안 된다.
미국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자국 남자농구팀이 경기가 끝난 후 두 차례나 다시 시계가 되돌려져 억울하게 소련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또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복싱의 로이 존스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 한국의 박시헌에게 금메달을 넘겨준 억울함을 잊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