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불교 철학, 중간고사 대체 과제
2022101235 철학과 김나현
발표를 준비하면서 인도 문화와 신화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문득 그리스 로마 신들과 인도 신들의 유사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상과 신화의 유사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세계관이 다른 점이 신기했다. 특히 두 곳 모두 ‘다신’사상에서 ‘유일신’사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는데, 그 전환의 방식이 다른 점이 신기하다. 인도의 경우에는 신들의 상하관계와 그들 각자의 개성이 흐릿한 점, ‘아바타’라는 개념을 통해 다신에서 일신으로 전환했다. 그리스의 경우에는 사실 다신에서 유일신 사상으로 바로 전환되었다기보다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일자’라는 개념을 재해석한 기독교에게 영향을 주면서 비로써 그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도와 그리스·로마는 신들과 신화에 있어 유사점이 많지만, 각기 독창적인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신들의 모습을 인간과 같이 묘사한다는 점, 신을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로 보는 점, 불사의 원천(암리타/암브로시아)과 신들과 대적하는 존재들(아수라/티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정복활동을 하면서 다른 지역의 토착 신들을 자신들의 범주에 포함시켰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는 인도와 그리스∙로마의 신들의 수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와 그리스·로마의 신화의 차이점은 이와 같다. 첫째, 신의 ‘죽음에 대한’ 묘사이다. 인도인들은 신들 또한 ‘죽음’을 겪고 다시 부활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리스·로마에서는 신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있지 않다. ‘티타노마키아(올림푸스의 신과 티탄족의 전쟁)’에서 패배한 티탄들이 죽지 않고 타르타로스에 봉인된 것이나, 제우스의 분노를 사 산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헤라클레스를 통해 풀려난 것을 보면, 신들은 ‘죽음’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보인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고, 자연스레 언급되지 않다가 사라진 신들이 많다.
이러한 차이점이 인도, 그리스·로마의 세계관과 나아가 철학적 사유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도의 경우에는 신을 ‘죽음’과 ‘부활’을 하는 존재로 여기기에, 자연스레 그와 같은 인간 또한 죽음을 겪고 환생하여 끝없이 윤회하는 존재로 간주하게 된 것 같다. 윤회에 대해 고찰한다면, ‘다음 생’과 ‘현재의 삶’의 연관성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카르마)’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재의 삶이 다음 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상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인도의 일부 사상가들, 자연사상가들은 윤회나 업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그리스의 경우에도 인도와 같이 ‘영혼’과 ‘육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결이 조금 다르다. 플라톤의 ‘죽음’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우리의 ‘영혼’은 죽음을 통해 감옥인 ‘육체’를 벗어나 하데스(저승)에서 진정한 진리(이데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플라톤은 어디까지나 육체와 영혼의 차이(사라지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했지, 어디에서도 윤회나 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신들의 관계에 대해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최고 주신의 개념이 모호하다. 특정신이 최고 주신으로서 다른 신들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로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당시 시대에 가장 많이 언급되고, 많은 찬사를 받는 신이 최고 주신이 된다. 물론 인도에서는 가장 많은 제사를 받는 신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기에(인간의 숭배는 신의 힘의 원천), 최고 주신이 다른 신들에 비해 힘이 우세할 수도 있다. 다만, 이 힘이 신에게서 오롯이 나오는 것이 아닌 인간의 힘에 따르기에 그 변화가 크다. 즉, 특정 신의 힘이 강해서 주신이 되기보다는 그 시대의 필요에 따라 최고신이 바뀐다. 때문에 신들 간의 상하관계가 없고, 나아가 ‘모든 신들은 하나의 신이 변화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유가 생긴 것 같다. 어쩌면 신이라는 한 존재가 그 시대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이름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사용하는 캐릭터, ‘아바타’처럼 말이다.
그리스의 경우에도 언뜻 보면 신들 간의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고 주신의 개념이 비교적 명료하다.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특정 신이 최고 주신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의 힘은 인간에게 달린 것이라기보다는 오롯이 신에게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상하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신들의 세대교체(최고 주신)는 전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들은 사실 옛 토착 신들이 격하된 존재라는 점을 보면 인도에 비해 그 상하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