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첫 시간에 익숙한 낯설음이라는 주제의 과제를 받고 처음에 의아했다. 익숙하면서 낯설다는 느낌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주제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집에 가기 위해 언제나 그랬듯 버스에 오르고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댔다. 그 날 따라 왜인지 버스를 탈 때마다 지겹도록 듣던 처리되었습니다라는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단말기에 찍힌 1150이라는 숫자가 계속 맴돌았다. 아마 작년 이맘때쯤에는 850원을 냈던 내가 1년이 지난 지금은 성인요금을 내고 있는 게 낯설지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버스를 타면서 앉을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했어도 요금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1년 사이에 바뀐 요금에 대해 왜 낯설게 느끼지 않았던 것이고 언제부터 익숙해졌던 것일까?
내가 생각했을 때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다른 요금을 내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봤다. 나름 기준이 있는거겠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다보니 익숙했던 버스요금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제를 하며 평상시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고,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생활에 익숙한 낯설음을 찾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낯설음이 많을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해당과목과도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았다.
첫댓글 버스 요금에서 1년 사이에 성인이 된 나를 발견했군요. 버스 요금이 바뀌었는데도 왜 당연하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생각에서 버스요금이 낯설게 느껴졌다면, 현행 버스요금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로 확장시켜볼 수 있을 것같아요. 만일 내가 성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1년 사이에 내가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렇다면 성인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으로 확장시켜나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하나에만 생각이 머물러 있으면 그 다음 단계로 확장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단순해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권 보장 등 다양성을 보장하는 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단순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나 또는 우리 아니면 적이라고 하는 방식은 전근대사회, 심지어 고대에서나 통용되었던 것입니다. 크게 보면 같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해야 세계관이 확정됩니다. 세계관을 확장시켜야 하는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내 삶이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