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ig를 그리며
내가 죽치는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 병영은 다양한 색깔의
종자들이 *화기애매 애매모호하게 살아가기에 이방인의 땅으로
다가선다. 29년 전, 앞이 안 보이던 팍팍한 시절 어쩌다 만난
흑인, 해군 중사 <크레이그>는 내가 뭘 고민하는지 훤히 짚어
내며 기회는 언제나 주어진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려진다!
하며 북돋우고 위로해주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이브, 허연 눈 찌질 찌질 흩뿌리는 날,
다른 화려한 영내 파티를 마다하고 우릴 초대해 주었다 경비
삼엄한 군인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정수리에 눈을 가득 덮어
쓴 채 미리 기다리다가 아내에게 목도리를 감아주며 추운데
와줘서 고맙다 했다. 또 내게는 신념 가져라! 일깨워 주었다,
그때 목도리 감아주는 모습이 내 눈에는 성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1-2년인가 뒤, 난 무일푼에서 특유의 사교성과, 장사
기질로 단독 주택도 사고 점포(세)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뒤에는 소식을 전혀 모르고 난 돈 벌기에 급급했고 금실이
닭 침낭 같았던 이 크레이그 부부는 본국으로 돌아가 이혼을
하였다는데 그 사유가 능력 없다, 이다. 이건 영어회화 배워
보라고 그에게 소개해 준 내 친구가 펜팔을 이어 가다가 뒤늦게
전해 준 사실이다.
요즈음 꿈 잃고 드러누운 노숙자 많은 서울역 지하도를 지날
때마다, 혹시나 뉴욕 엘에이 쎈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어느 빈
민가나 노변에 고꾸라지거나 쥔 없는 공실 룸에서 코를 킁킁
거리며 뽕을 밝히는 드럭-피플 되지나 않았을까? 오지랖도 넓
게 걱정이 된다.
근 30 년 이상 흐른 울 동네에는 <크레이그> 아들, 아니 손자
같이 생겼을 신참들이 집 앞 커피 집에 종일 노닥거리고 있다.
큰 싸이즈 커피를 주문하여 억지로 논아 마시며 추억을 더듬으니
무심하게 떠나버린 그가 사무치게 그리운 연인 같고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새롭게 입성하는 까만 피부의 사람들에게 지긋
한 연민마저 느낀다.
친구라는 건 꼭 필요할 때, 곰팡이 핀 막걸리라도 함께 마시며
내 설움 너의 설움 눈물 콧물 나게 읊조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친구도 변했고 늙고 병들었다. 또 내 젊은 날의 순수도 열정도
성취감도 다 변질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크레이그는 이 땅에서 인종차별 간혹 받는 검둥이 임
에도 속을 들여다 보면 꼭 배우고 본 받아야할 인간미 진득하게
배여 있었다.
*이제사 , 내 삶의 높은 고지에서 무언가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저 아래 꾸무대며 내려다 보니 참말 지겹게 멀게도 와 있다.
옛날-- !
이때 쯤 되면 이 흑인 병사! 꼭 서울로 돌아와
꼭 날 만나고 싶다 분명 힘주어 말했는데-----
첫댓글 오늘, 날 데디라 부르는 흑인(병원 근무) 아들(?)과
그의 아내인 육군 소령과 통화했습니다.. 미 영내 재향 군인회
명단을 추적해보거나 관계 싸이트에 들어가 사진을
올리면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게 이루어진다면
한국으로 초대하든가 혹은 그 뒤 사연을 꼭 적어볼까 합니다.
크레이그는 나와 동년배 친구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사랑하는 5060 아주메! 할매 할배들
성탄과 함께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저도 오늘 저녁 왜 이리 우울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많은지
모르겠네요,
스믈스믈 그리움이 일어나는 ,,
왜그런진 몰라도(?) 그런 밤 입니다.
참 지겹게 멀리도 와있다..ㅎㅎ
인생 여정에 참 좋은 추억이 있네요~~.
저도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중동에서 동남아에서 잊지못할 그리움들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다시 만날 그런 정도는 아니었는데 거서리님은 더 깊은 인연이셨나 봅니다.
크리스마스도 그리고 더없는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이번 겨울 나시면
좋은 소식도 있을 수도 있겠네요.
건강하시고 고운 날들 이어가세요~~
그렇지요. 참 멀리도 와 있지요. 건강하시옵구. . .
이틀후 내릴 초상화 모 따문에 올리누? 학실한 태클~ ㅎㅎ
거서리님 얼굴 모를까봐서리? 눈, 코, 입, 아라여~ 알오. 다 아로욧!! ㅋ
정을 나눌 줄도... 그리워 할 줄도... 인간미 비교 되네여
이 나이 되도록... 늙어가면서... ...
옛벗을,옛것을 ... 헤집으며,꼬집으며...
맴까정 구지 아프고만 싶은 어르신들도... ...
... ... 새
거서리님의 본성이 잘 나타나는 글, 잘 보았습니다.
저는 이런 스타일의 글이 정서에 맞는가 봅니다.
언뜻,, 이런 말이 생각 나는군요,,,
내가 눈을 감을때,,
과연 몇명에 친구들이 달려와서 슬퍼할까??
인간미가 있는 거서리아우님의 글감과 흐르는 조용한 음율이 넘 좋아 한참 머물러봅니다,
나도 한때는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추억어린 그시절이 그리워지며 더듬어봅니다..
근디 기비님한테 거서리 충고좀 해줘요, 답글마다 은근히웃겨서 배고파,,기비님..ㅎㅎㅎ
흑인들을 보면, 그 내면은 참말로 고운 비단결 같을꺼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그들의 피부가 매끈한 흑비단 같은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거서리님에겐 용기를 준 그 흑인 친구가 자기 자신은 콘트롤을 못하고
능력없다고 부인에게 내쳐젔다니...아이러니긴 하네요.
어째든 내게 깊은 인상을 준 친구분이 잘 산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여
더욱 애타해 하는 거서리님이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친구분을 찾아 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
멋지십니다..거서리님..크레이그님을 꼭 만났으면 좋겠네요..^^
거서리님 !! 떠나기전에 전화를 드렸으나 받지않기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셨나 하고 아쉬움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에 있을때 이방인에 대한 아픔을 잘 아시기에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대하여 주시고 격려해주신 은혜 결코 잊혀지지 않을것
같네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롱 할러데이에 아직도 몸은
한국에 았는듯 17시간의 시차 적응이되지 않아 비몽사몽 하면서
거서리님의 그.엣날 멋진 사진과 친구를 그리는 우정의 고운글 읽고 흔적내려 놓고'갑니다
그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 지시길 빌며 년말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세요-
먼 태평양건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