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도 석 자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기적이나 표징에 연연하고 집착합니다. 신앙 안에서도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 신기하고 놀라운 현상에 박수치고 환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리 한 가지! 활기차고 역동적인 신앙생활의 관건은 성령과 성모님의 현존하심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일상성, 충실성, 지속성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 말끔히 치유시켜 주겠다, 신비로운 현상을 보여주겠다, 지금 바로 여러분의 눈앞에서 기적을 일으키겠다, 순식간에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없애주겠다고 외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치는 자들은 대부분 이단이요 사이비 지도자들입니다. 그대신에 정통 가톨릭 교회 가르침은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겪고 계시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합니다.
더불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절대로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한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지루하고 힘겹더라도 한걸음 한 걸음 주님께로 나아가자고 격려합니다.
우여곡절 속에서 겨우겨우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가면서도 주님께로 향한 시선을 떼지 말자고 가르칩니다. 우리 모두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니, 서로가 서로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하느님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손잡고 함께 가자고 등을 두드립니다.
사실 우리가 보고자 노력해야 할 표징과 기적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녹아 들어있습니다.
매일의 성체성사 안에 기적이 있습니다. 매일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오니, 성사 그 자체가 기적이요 표징입니다.
절대 용서 못 할 상황이지만 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이 시대 표징이요 기적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기꺼이 견뎌내고, 그 고통이 나와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배경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한 표징입니다. 내 코도 석 자지만, 더 코가 길게 빠져나와 있는 사람의 코를 닦아주고자 손을 내미는 것, 주님께서 기뻐하실 기적입니다.
※ 출처: 원글보기; ▶글쓴이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출처: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 원문보기 글쓴이: stellakang
첫댓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이 시대 표징이요 기적이군요.
첫댓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이 이 시대 표징이요 기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