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자들이니까 충분히 해결하리라 기대하였을 것입니다. 더구나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양쪽 숫자도 대등하였으니 걱정도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러할까요? 아무리 연약해보여도 그곳은 뭍이 아닙니다. 물속입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낯설지만 여자들에게는 익숙한 곳이고 어쩌면 뭍보다도 놀기 편한 곳이며 늘 일하던 삶의 터전입니다. 비록 산소통을 메고 있으니 호흡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지만 그것은 약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산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면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산소통 없이 몇 분을 버티는 사람들과 산소통이 없으면 1분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속에서 게임이 안 됩니다.
그 지역 세관에 책임을 맡고 있는 ‘이 계장’이 얼마나 책임에 충실한 공무원인지 처음에는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의 반전이 꽤나 충격적이고 더욱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 이게 현실이지 싶기도 합니다. 당시 ‘3억’이라는 돈, 대화 중에 나오지만 집 50채를 가질 수 있는 돈이랍니다. 세상에! 단숨에 빌라 왕이라도 될 수 있는 거액이지요. 그러니 속된 말로 눈 뒤집히지 않겠습니까? 그까짓 공무원 평생 해봐야 그 십분의 일이나 건지겠습니까? 그 놈의 돈 때문에 성실한 사람이 졸지에 부패 공무원으로 돌변합니다. 자신의 그 자리가 한 몫 단단히 해주는 것이지요.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얼마나 잘 이용하고 있습니까?
또 다른 이야기가 마음에 닿습니다. 바다를 일터로 삼고 그곳에서 일상 경제를 이루고 사는 해녀들입니다. 그런데 그 바다가 그만 오염됩니다. 얻을 수 있는 해산물들이 썩어가고 죽어서 나옵니다. 그 바닷가에 화학공장이 들어선 결과입니다. 공장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를 죽이는 것이지요. 삶의 터전을 잃습니다. 어디에 항의합니까? 항의를 해봤자 누가 들어주기나 합니까? 언제 어디서나 힘 있는 자나 가진 자가 이깁니다. 힘없는 해녀들이 모여와서 떠들어봐야 듣지도 않습니다. 어떻게든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는 것이라고는 바다밖에 없습니다.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솔깃한 말이 들어옵니다.
하기는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 놈들이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우리라고 껴들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문제는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행여 발각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법대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또 그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이래저래 세상은 서로 얽키고 설켜서 사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이 사회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삶의 터전을 잃은 해녀들이 어떻게 살 길을 찾을까요? 사실을 알고는 ‘진숙’의 아버지가 극구 반대합니다. 그러나 속된 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안고 뛰어들었다가 생을 달리합니다.
바로 그 때 요행히 ‘춘자’만 현장에서 피합니다. 모두가 세관 경비선에 붙잡혀 결국 옥살이를 합니다. 그런데 춘자는 그곳을 떠나 홀로서기에 성공(?)합니다. 이제 아는 것은 바다와 밀수 통로입니다. 그래서 업자의 대표 격인 사람 ‘권 상사’를 만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기로 위험을 벗어나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알고 보니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2년 만에 춘자가 군천 항으로 돌아옵니다.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옛 동료들이 곱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충분히 의심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모두 잡혀 들어갔는데 춘자만 살아남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옥고를 치르는데 면회 한 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변해 있었습니다. 어리버리 했던 ‘장도리’가 진숙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겉모습이고 속은 밀수지요. 건져내서 건네주는 중간 거래처입니다. 여기에 실세인 권 상사가 등장합니다. 그러잖아도 일은 자기가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속은 권 상사 쪽에서 다 먹으니 불만이 많습니다. 그 사이에 춘자가 껴들고 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한 사람 더 실속을 차리려는 세관의 이 계장이 껴듭니다. 곁들여 중간 소식통 역할을 하는 젊은 다방 마담 ‘옥분’이와 그녀를 좋아하는 이 계장의 직속 부하 직원이 나옵니다. 밀수품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욕심도 드러나고 싸움판이 전개됩니다.
춘자가 밀고한 줄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이 아님을 진숙이 알게 됩니다. 그 진범이 누구인지 알게 되지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휘하는 자가 누구라는 것도 바다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자기 부하까지 없애고 완벽하게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물론 자기만의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이루어집니까?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 1 : 15) 그렇게 끝납니다. 결국 누구의 차지가 되겠습니까? 이야기가 재밌기는 한데 배경 음악이 더욱 매력 있습니다. 당시의 가요들이 멋지게 영화를 꾸며줍니다. 영화 ’밀수‘(Smugglers)를 보았습니다. 2021년 작품인데 이제야 개봉하였습니다.
첫댓글 잘보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
한번 보고 싶습니다.
예, 괜찮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