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2년 인생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 중 하나는, 어렸을 때 자주 가던 곳을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았을 때의 경험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주로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 집은 신산공원 근처여서 우리는 자주 그곳을 함께 찾곤 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할머니와 함께 공원에 갈 일이 줄어들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신산공원을 혼자 찾게 되었다.
혼자 공원을 걸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할머니와 함께 운동기구를 타고 놀았고, 땀이 나면 할머니께서 내 얼굴을 닦아주시며 세수도 시켜주셨다. 우리는 공놀이를 하며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신산공원은 그저 자주 가던 장소였지만, 더 이상 할머니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들었다.
어느 날, 다시 신산공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그랬다는 생각이 났다. 그 시절의 나는 공원에서 맑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그곳은 항상 기대되는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이 스며든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후로 나는 신산공원을 자주 찾지 않게 되었지만, 어느 주말 오후 우연히 그곳을 다시 찾아보았다. 공원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문득 어렸을 적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저 아이들처럼 자주 웃으며 뛰어놀았었지"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렸을 때는 그저 익숙하고 재미있던 공간이, 이제는 추억의 장소로 바뀌어 낯설게 느껴졌다.
이 경험은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 장소를 넘어서 우리의 기억과 감정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익숙한 곳을 찾을 때, 그 장소 자체보다 그곳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곳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변했다. 과거의 기억이 쌓이면서 그 익숙했던 장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그리움과 아쉬움을 함께 안겨준다. 결국,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과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한 추억이 없거나, 추억할 장소를 상실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산공원에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에서 좀 더 생각을 확장시켜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친구들에게 대한 생각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겠지요. 할머니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할머니가 내 또래에 신산공원은 어떠했을까,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은 어떤 시절일까 등등으로 생각을 확장시키면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신산공원의 의미도 가족과 함께 행복했던 장소라는 개인적인 체험에서 지역사회의 관점으로 옮겨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전공에 맞추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요. 신산공원은 어떻게 건립되었고,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내가 설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은 어떤 점이 의미 있고, 어떤 점은 다소 아쉬운지 등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