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평탄하게 살아가던 나를 좁은 방에 가둔 건 팔에 생긴 작은 염증에서 시작된 피부병이었다. 잘못된 치료로 눈을 제외한 온몸으로 순식간에 번진 염증은 벌레 수천 마리가 피부 아래에서 날뛰는 것 같은 통증을 줬다. 매일 독한 약을 먹었다. 외출도 점점 불가능해졌다. 3년쯤 지나 회복기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더 깊숙이 숨었다. 병이 사정없이 할퀴어 돌처럼 거칠고 딱딱해진 얼굴 피부 때문도, 약 부작용으로 초고도 비만이 된 몸 때문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이유였다. "노력을 안 하니 그렇게 살이 쪘지. 자극받으라고 하는 말이야." "어쩜, 너는 밖에 나가기 부끄럽겠다. 불쌍해라."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자주 들려오는 부정적인 말들 탓에 섭식 장애가 생겼다. 자꾸 나쁜 마음을 먹는 나를 살리기 위해 꿈을 포기하고 방으로 숨었다.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가 된 지 6년이 흐른 서른 살의 어느 날이었다. 나의 가능성을 믿고 여러모로 도움을 준 은사님과 연락이 닿았다. 나는 은사님에게 안부 메일을 쓰다가 엉엉 울어 버리고 말았다. '사실 아직도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자유롭게 밖을 누비고 마음껏 작품을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넘치는 감정으로 적은 글에서 나도 모르게 내 진심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은사님은 비명 같은 내 글을 읽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하다 보면 결국 뭔가 하고 있더라. 어딘가 지원한다면 추천서를 써 줄게. 행운을 빈다."라고 말했다.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의 응원은 지난 몇 년간의 암울했던 마음을 한 방에 날릴 만큼 강력했다. 곧바로 작은 책상에서의 생활이 일상의 전부고, 외출은 손꼽을 정도인 나날들로부터 탈출할 계획을 짰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찾은 다음, 여러 경우의 수를 따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국 예술 유학을 선택했다. 목표를 정하고 입학시험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던 어느 날, 영국 유학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1지망 대학 교수님이 직접 입학 상담을 한다고? 그럼 꼭 가야지. 사람 많은 장소에 갈 생각을 하면 겁나지만 이 정도도 못하면 학교는 어떻게 다니겠어. 힘내자, 나는 이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박람회 당일,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건네자 교수님은 표지에 적힌 '12시간' 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물었다. 12시간은 박람회 소식을 알게 된 뒤부터 포트폴리오 책자를 완성해 이 자리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입시용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반대로 그 시간 안에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라고 설명하자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참 말없이 포트폴리오를 검토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거운 침묵을 깨고 피드백이 시작됐다. "주제가 다양하고 응용력도 괜찮은데 대부분 상상력으로만 그렸고, 소묘나 풍경 묘사 같은 기초 실력을 보여 주는 그림은 없네요. 이대로는 합격하더라도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 혹시 미술 학원 안 다녔나요?" "네, 저는 독학했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교수님은 포트폴리오를 덮으며 다시 물었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뭐죠?" 자포자기해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와르르 쏟아냈다. "학생들을 혹독하게 가르치는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된 프로가 되고 싶습니다. 원하는 주제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고, 어떤 순간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그런 실력을 갖고 싶습니다. 더 이상 포기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거든요." 고생이 좋다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망했다고 생각한 그때 교수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보충 수업을 수강하는 조건으로 학생에게 합격증을 주겠습니다." 머리가 귀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데, 주변에서 합격을 축하한다며 박수를 쳐 줬다. 합격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참으며 끝없이 생각했다. '아, 다행이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아서, 포기하지 않아서.' 그렇게 나의 가능성을 믿어 준 한 사람 덕분에 무사히 원하던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이제는 고난이 와도 숨지 않는다. 아무리 힘든 일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보면 무언가를 반드시 이뤄 낼 수 있다는 걸 잘 아니까. 김은율 | 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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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녀가신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
오늘도
기쁨과 웃음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사랑천사 님 !
안녕하세요...망실봉 님!
올려주신 포기를 포기합니다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목요일
오후가 되시길 바랍니다.
추천 드립니다.
고운 코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기쁨과 웃음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yyuu 김 님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이 기다리는
금요일,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고운 걸음으로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금요일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밝은 미소와
즐거움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핑크하트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