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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들꽃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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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풍경소리.사랑방 스크랩 하늘공원에서
보견심 추천 0 조회 84 08.10.13 06:57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TV방송에서 본 억새의 사진은 또 나를 들뜨게 했다.

작년과 재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고 정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곡에서 환승, 다시 약수역에서 내려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붐빈다.

그럴 것이 무슨 마라톤대회가 진행되고 있어서였다.

 

 

 

 

두 줄로 오르내리는 하늘계단은

내 걸음으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았으므로.

400여개로 짐작했던 계단이 실제로 291개라 처음부터 순조롭다.

   

 

 

두 차례나 다녀갔던 연유로 눈에 박힌 광경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억새가 덜 피었다는 사실 외엔. 

 

전에는 매점이 없어서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었는데

오늘은 커피며 떡을 파는 임시 텐트(매점)가 있어 다행. 

 

 

 

 

  

'가을편지쓰기'에 동참한 시민은 사랑의 편지 쓰기에 바쁘고 

공짜로 주는 엽서를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나도 쓰고 싶었으나 기억나는 주소가 없어 허공에 쓰고 바람에 띄웠다.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다리도 쉴겸 준비해온 김밥을 먹는데 꿀맛이다. 

배도 후식으로 먹는데 혼자 먹기엔 아까워

곁의 봉사자에게 나누어주었다. 겨우 서너쪽을.

 

 

 

와~ 억새뿐 아니라 코스모스도 지천

덤으로 얻은 또 하나의 기쁨이 나를 철부지로 만든다.

마냥 좋다. 혼자여도 좋고, 말없이 걸어도 좋다.

 

혹시 해서 가지고 온 지팡이가 쓸모가 없어져서 더욱 좋은 오늘.

 

억새 곁에 다가서서 속삭이듯 말했다.

"너 보고 싶어 왔노라"하고.

그랬더니 억새도 고개를 흔든다. 하늘하늘....

 

 

 

일찌감치 하늘공원에서 내려왔다.

저녁때 만나기로 한 김 시인과의 약속이 있어서.

 

 

북한산이 이렇듯 아름다운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동쪽으로는 남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그 말썽많던 쓰레기더미의 난지도가 이렇게 변신하다니

함부로 세상을 가늠할 일이 아니다.

  

 

오후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서

하늘계단의 왕래를 제한했음에도 인파는 그칠줄 모른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김여정님의 시를 만났다.

비록 억새를 갈대로 알고 쓴 글이지만

내가 지나친 길을 되짚게 한 글, 좋은 시였다.

  

 

늦게 만난 김 시인은

하루를 쪼개여 賢母와 孝婦의 몫을 다하고 있는 여인이라서

비록 年下의 처지임에도 나는 그녀를 존경한다.

그녀와 담소하는 중에 몽고에 있는 그녀의 아들이 전화를 걸어와

행복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나 또한 흐믓하다.

 

밤의 寒氣를 막으라고 건네준 그녀의 정(쇼올)을 안고 돌아온

나의 歸家길은 쓸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따뜻했다.

 

내가 살고 있는 자리는 바로 하늘공원

내일도 더부러 모든 이웃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하늘공원

이제 힘들여 찾지 않아도 될 하늘공원을 일기장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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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0.13 08:25

    첫댓글 일주일을 여는 월요일 아침에, 님의 글을 읽으며, 어디론가 떠날수 있는 용기를 얻고 갑니다 ..좋은 글 늘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 08.10.13 08:49

    부끄럽습니다....

  • 08.10.13 18:55

    하늘공원.. 간다간다하면서 못갔는데 사진과 글을 보니 올핸 꼭 가보아야겠습니다..

  • 08.10.13 19:51

    허공에 쓰고 바람에 띄운다. 이 글귀을 맘에 담고 ㅎㅎ 저도 저번주에 갈려다 못갔네요.잘보고 즐기고 갑니다.

  • 08.10.13 21:34

    여전히 고운 얼굴 뵈오니 반갑습니다.항상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 08.10.14 17:30

    ㅎㅎ 곱다니...거짓말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카리스마님! 집 다 지으셨으면 집들이해야죠. 만사 제끼고 달려가겠습니다.

  • 08.10.15 21:17

    가 보고 싶은 곳인데 간접 경험 감사햇슴다.^^

  • 08.10.15 23:20

    평온한 일상에 대해 늘 살갑게 풀어내시니 가까이에서 듣는 듯합니다.

  • 08.10.26 20:15

    하늘공원 가셨드랬네요. 에고 따라 갈걸^^ 저는 한참 후에 들렸는데 억새풀이 장관이더군요. 이 가을엔 더욱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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