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로울 때가 있느니라…(중략)…모든 소망하는 일과 모든 행사에 때가 있음이라.” 전도서 3장의 구절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였던 디즈레일리도 “때를 얻는 사람은 만사를 얻는다.”고 갈파했다. 우리는 보통 철없는 어린아이, 혹은 철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여기서 철부지는 아마도 철, 계절이 어떤지를 모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때와 절기를 잘 알고 지낸다는 것은 분명 현명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이치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계절이 바뀐다. 인간의 삶도 자연의 사계절과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난다. 자연의 사계절은 입춘(立春)부터 대한(大寒)까지 자연의 순환의 길을 따라 24절기로 나뉜다. 올해 입춘은 2월 4일. 입춘은 봄의 상징이고 시작의 상징이다.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이것은 특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강원대학교 김풍기 교수는 자연의 순환을 세밀하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 인생을 세밀하게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자신의 저서(삼라만상을 열치다)에서 강조하고 있다. 농부는 3월 20일경 춘분(春分)이 되면 봄기운이 강해지고 볕이 길어지니 장차 씨를 뿌리게 될 논과 밭갈이에 나선다. 그러고 한 달 뒤 4월 20일경의 곡우(穀雨)에는 모판에 볍씨를 뿌리게 되고, 다시 한 달이 지나 5월 20일경의 소만(小滿)부터는 모내기에 나선다. 다시 한 달이 지나서 6월 20일경인 하지(夏至)가 되면 그야말로 오뉴월 햇빛이라 벼가 매 시각 부쩍부쩍 자란다. 동시에 잡초 또한 무성해지는 때라 김매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다시 한 달이 지나서 7월 20일경의 대서(大暑)가 되면 이제 벼는 키가 다 자라서 때론 논에서 물을 빼내기도 한다. 다시 한 달이 지나 8월 20일경의 처서(處暑)가 되면 벼꽃이 피고 즉시 수정이 되어 이삭이 맺힌다. 그것이 다시 한 달이 지나 9월 20일경의 추분(秋分)이 되면 논에는 어느덧 황금물결이 일렁거린다. 그리고 10월 20일경의 상강(霜降)에는 쌀을 거두기 시작하니 비로소 그간의 수고를 보상받게 된다. 이에 다시 한 달이 지나 11월 20일경의 소설(小雪)이 되면 창고에 쌀을 모두 들여놓고 내다 팔 것은 팔고 종자는 남기고 먹을 것은 광에 갈무리한다. 이러면 한해의 농사가 끝난 것이니 농부는 길고 긴 겨울 휴식에 들어간다. 벼농사의 과정이지만, 이것이 바로 운명의 흐름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위대한 것은 바로 때를 알고 때에 맞춰 이뤄낸 산물이다. 때 맞춰 활동하면 번영을 가져오고 성공의 문이 열리며 행복의 열매가 열린다. 그러나 때를 놓치면 힘든 생을 살아가게 된다. 가난해지고 쇠퇴하고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내 가족의 번영을 위하여, 내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먼저 때를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자기의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부도 때가 있다. 기억력이 왕성하고 지식욕이 뛰어날 때 공부를 해야 한다. 나이 70이 되어 시력도 약해지고 의욕도 고갈됐을 때 아무리 공부를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선용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인생의 낭비 중에서 최악의 낭비는 시간 낭비다. 돈은 없다가도 벌면 또 생기지만, 한번 가버린 시간은 영원히 가버리는 것이다. 억만금을 주어도 단 1분의 시간을 살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만물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누구나 모두 자신의 때는 오는 법이다. 혹시나 내게는 때가 오지 않거나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나 마음은 그저 조바심일 뿐이다.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성실하고 열심히 해가다 보면 이윽고 자신의 때가 오기 마련이다. 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교육자였던 슈바프는 우리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노인은 무슨 곤란한 일에 부닥칠 때면 급히 서두르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사실 하루가 지나면, 선악을 불문하고 사정이 달라지는 수가 많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로써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시간이 가끔 해결해 주는 수가 있다. 오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우선 하룻밤 푹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곤란한 문제는 조급히 해결해 버리려고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잘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깊은 진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