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비치는 북한산의 아침이 예사롭지 않다.
어딘가로 다녀오지 않으면 후회가 될 거 같아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어디로?
지난주 늦은 시간에 다녀온 직지사로 다시 가던지
아니면 선운사로? 가면 좋았겠지만
오늘은 장거리 운전은 피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북한산이라도 가면 좋겠으나
요즘 들어 삐끗거리는 무릎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어디까지가 무리인지..
나이 들수록 뒷걸음질하고 있는 내 모습에 마음은 무거워진다.
무책임?? 의사는 당장의 통증을 멈추게 하려고 마취크리닉을 권한다.
올해 들어와 자주 갔던 신경외과..
평생 약이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지난 반 년동안 약에 의존하고 있었다.
10월부터 신체구조를 바르게 맞추기 위해 준비해 둔 것을
지난 월요일부터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다.
만보든 이만 보든 많이 걸을수록
근력이 붙고 건강해진다는 논리에 그동안은 열심히 걸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리하게는 안 하려 한다.
바른 자세와 짧은 시간이라도 필요한 보폭만큼 내디딜 거고
속도 또한 강약을 달리하며 해볼 생각이다.
소식은 아닐지라도 과식만큼은 피할 거고 하루 두 끼는 챙기고 싶다.
음식이 보약이라 했다.
걷기 후에 스트레칭은 필수다.
예전 한의원 원장이 몇 번이고 강조했던 것이 근육마사지다.
근육의 피로를 풀지 않았기에 생긴 것이 족저근막염이 됐다했는데도
그때는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기에 귀 담아 듣지 않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내게 필요한 것들을 해야겠다.
힘없이 걷고 있는 노인이,
내가 아니길 바라면서 오늘 길상사를 다녀왔다.
한성대역에서 나와 길을 건넌 후
02번 버스를 타고 8 정거장쯤 가면 길상사지만,
바른 자세 바른 보폭 바른 속도를 생각하며 편안하게 걸었다.
지하철에서 서서 오는 동안 살짝 통증이 있었기에
처음엔 그 통증으로 무릎이 아팠으나
걷는 동안 스르르 사라졌다.
왕복 5km에 50분을 투자했으면 무난한 걷기가 아닐까^^
길상사 앞도로로는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경내로 들어가긴 오늘이 처음이다.
걷는 길 한편에 성당과 교회와 사찰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와 만나는 현수막을 보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좋은 성직자들이 많은 나라가 되길 희망해 본다.
내 것만 옳고 네 것은 틀리다고 하면 싸움이 될 수밖에..
사랑과 자비와 관용을 가르치면서 싸우자는 것은 무슨 신념일까??
결국은 자기 밥그릇 다툼이 아니겠는가....
경내 한편에 앉아 숨 고르고 잠깐의 명상을 ~~~^^
떠난 이를 애도하는 예식을 보았고
많은 신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활기가 보였으며
꽃무릇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열흘 남짓 피우고 떠나야 하는 꽃이기에
가장 아름다울 때를 찾는 건 예의가 아닐 듯싶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한 때에 왔다 갈 뿐이지만,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신 분이
기거하셨던 "진영각" 앞마당에도 꽃무릇이 붉게 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