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저항하는 라이온
글 : 케냐에서 의료활동중인 사람의 편지
곡.노래 : 최영주
갑작스런 편지에 많이 놀랐지만 무척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제게 실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제부터 이곳에서 보내게 될 제 귀중한 하루하루를 의지할 곳이
생겼습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나이로비에서 맞이하는 세번째 봄이되어서야 새삼스레
북한산 자락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그립군요.
고향의 진달래가 아닌 당신이 계신 서울의 진달래가
그리운 것은 왜 일까요.이상하네요
3년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느낀
그 감동의 시간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빅토리아 호수의 아침노을 백만마리의 플라밍고가
일제히 날아오를때 암흑으로 변하는 그 장엄한 하늘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초원의 코끼리의 실루엣
무엇보다 제 환자들의 아름다운 눈동자
작년 크리스마스때는 국경근처 부락에서 지냈습니다.
이런 더운 곳에도 산타클로스가 오네요.작년엔 저였습니다.
어둠속에서 울리는 그들의 기도소리와 격렬한 북소리
남십자성 수많은 별빛 그것과 어우러지는 은하수
진료소에 모여드는 사람들 모두 환자들입니다만
적어도 마음만은 저보다 건강합니다.
저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라면 거짓일거고 행복합니다.
당신이나 조국을 버린것은 아닙니다.
제 삶의 방식에 우쭐대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늘을 두갈래로 가르며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저는 멈추지 않고 살고 싶을 뿐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짖푸른 하늘
바람을 향해 갈기를 날리는 라이온이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모두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요.
두서없는 편지였지만 당신의 행복을
마음속 깊이 멀리서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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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마디로 좋군요....소름이 돋을 만큼....노래도 글도...그 삶까지.....
다시 고쳐 올렷습니다.
이렇게 긴 글에 어떻게 곡을 붙일 생각을 햇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