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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daum.net/muchuk4050 에서 퍼온 글 입니다.
충격_그는 ‘잘나가는’ 한의사였다.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1988년)한 뒤 인천에 광혜한방병원을 운영했고, 관절염과 스포츠 통증 재활 치료로 유명했다. 어느 날, 한 부모가 병색이 짙은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그의 병원을 찾아왔다. 젊은이는 폐암 말기 환자. 부모는 자식의 고통을 보다 못해 찾아왔다며 통증을 없애달라고 애걸했다. 그가 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모는 자식의 고통을 줄일 수 없다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환자의 생사를 앞에 두고, 그동안 자부심을 가졌던 의술의 허상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후 사람이 달라졌다. 그는 암 치료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발견_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암 치료제로 ‘이성환’이 있다.『향약집성방』과『동의보감』에서 어혈 치료제라고 소개한 이성환의 주성분은 바로 옻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옻나무 추출물로 말기 암 치료제인 넥시아(Nexia;Next intervention Agent의 준말. 어떤 치료 실패 이후 그다음 치료라는 뜻)를 만들었다. 한 위암 말기 환자가 이성환으로 만든 옻 추출물 치료로 효과를 본 게 입소문이 났다. 의사는 한 방송사의 ‘대체 의학을 가다’에 소개됐고, 그와 옻나무 추출제 넥시아는 동시에 한의학계의 ‘스타’가 됐다. 1996년 한 방송사에서 공개 임상 시험을 제안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폐암, 백혈병, 간암 등 말기 환자 13명이 공개 임상 시험에 응했다. 시험 결과가 4기 ‘암은 일반적으로 치료될 수 없다’는 의학계 상식을 뒤집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성환과 치료에 관한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SCI(과학 논문 색인)급 국제 학술지에 10여 편이 실렸고,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타 vs 피고소인_말기 암 환자와 가족 사이에서 그는 희망이었다. 지난해 국내 한 여론 조사 기관이 행한 ‘의료계의 존경받는 인물’ 조사에서 3위에 선정됐다(생존 진료 의사로는 공동 1위 선정). 그러나 한방으로 말기 암을 고친다는 것을 의심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는 사기꾼이었다. 천연 치료제에 대한 논란은 각종 투서와 고소로 이어지면서 그는 10여 년 동안 피고소인 신분을 왔다 갔다 했다.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넥시아의 조제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또다시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한방 신약을 개발한 ‘스타 혹은 명의’ 타이틀의 최원철 교수는 그렇게 103번째 소환(그동안 본인과 관련 연구진 등이0 102회 소환 수사를 받음)을 준비 중이다.
십수 년의 도전과 시련, 세상은 내게 엄청난 검증을 요구했다
지난 5월 중순, 서울 강동경희대학교의대병원 MU한방암센터에서 말기 암 치료 분야의 ‘뜨거운 이슈’가 된 최원철 교수와 마주했다. 한방을 기반으로 한 말기 암 치료의 새로운 미래로 각광을 받다가 발목이 잡힌 ‘옻나무 추출물’도 인터뷰의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그는 “세상이 의사에게 주문한 요구들을 처리하다 보니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 됐다”며 난감해했다.
세상이 의사에게 주문한 것들이란 무엇인가
무명의 젊은 의사가 말기 암을 고치는 한방 치료제를 만들었다니까, 세상은 그것을 의심하며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첫째, 말기 암 환자 중 내가 만든 약을 쓰고 5년 이상 생존한 결과를 내놓으라는 주문이었다(보통 말기 암 환자는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1996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한 4기 암 환자의 공개 진료에서, 13명 중 1년 이상 생존한 환자는 9명이었고 7명이 3년 이상을 살았다. 또 1996~2006년까지 말기 암 환자 216명에게 넥시아를 임상 처방했다. 그중 114명이 5년 이상 생명을 연장했다. 현재까지 생존 환자는 89명이라는 설명). 둘째,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논문에 등재해서 국제적 검증을 받으라는 것이었다(10여 편의 연구 결과물이 국제 학술지에 등재됐다). 셋째, 신약 허가를 받아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 무효라는 주장을 했다(2009년 11월 넥시아를 기반으로 연구된 아징스(AZINX75)에 대한 식약청의 임상 시험 국가 승인을 받았고, 현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9부 능선을 넘은 시점에서 또 발목이 잡혔다. 한 가지 항목이 더 있다. 기존에 암 치료를 받던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최근까지도 세계적 의학 이슈를 보면, 어떤 치료제건 말기 암 환자의 생명을 18개월 이상 연장했다고 하면 대단한 뉴스가 된다. 이미 데이터를 통해 넥시아를 투약한 10년 생존자 사례로 검증이 되지 않았나. 그리고 항암 치료 실패 이후 한방암센터에 왔던 4기 암 환자의 치료 과정을 보면 논쟁은 그만해도 되지 않나 싶다.
이번에 식약청은 무허가 외부 조제를 문제 삼는데
치료제를 만들 때, 한방 병원 내부에서 조제하는 경우가 있고, 끓이거나 추출하거나 태우는 과정상 외부에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재료를 재가공하는 의료 행위를 ‘포제’라 한다. 식약청이 조제와 포제를 혼동하는 것 같다.
10년 넘게 항의와 논쟁, 고소에 시달리고 있는데
(1999년 13명의 4기 암 환자를 공개 진료하는 의학 다큐멘터리가 밀레니엄 특집으로 기획됐다. 큰 관심을 받았으나 1부가 나간 뒤 중단됐다. 1부가 방송되자 의사협회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라는 항의를 했기 때문. 2, 3회분은 YTN으로 자리를 옮겨 방송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련은 거듭됐다. 2004년에 검찰 조사를 받았고, 논쟁과 소환은 계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혐의 없음’ 판결이 났다. 2006년에는 경희대의료원에서 방송 내용이 사실일 경우, 최 교수를 한방암센터에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현역 의사가 다시 병원의 검증을 받는 특별한 자격 테스트를 거쳐 한방암센터에 들어왔다.) 말기 암은 치료가 어렵다는 게 의학계 상식이다. 그런데 젊은 친구가 말기 암을 고친다니 사기꾼이나 엉터리가 된 셈이다. 누가 이런 공격을 계속할까? 암 치료 신약이라면 엄청난 이권도 개입되는 사업이다. 의심되는 상대는 있지만, 그래도 생명을 구하는 쪽에 몸담은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고 혼자서 정리하고 있다. 내 나이 서른다섯에 시작된 싸움은 십수 년 동안 계속됐다. 지금까지 나와 관련 연구진 등이 102차례 소환을 당했다. 의사로서의 본업을 못 했고, 내가 운영하던 병원은 폐업 위기에 놓였다.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2004년 검찰 고소 당시에는 밤길을 걷다 심하게 눈을 다쳤다(그는 실내에서 치료 보조용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눈의 조리개 기능에 문제가 생겨 보조용으로 사용한다. 그는 이 ‘사건’을 자신을 모함하는 누군가의 ‘테러’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그래도 위안거리는 있어서 다행이다.
위안거리라니?
치료제를 두고 ‘학술적 효과’를 따지는 건 없지 않나. 학술적 검증은 게임이 끝났다는 얘기니까. 시련을 겪으면서 의사보다 위대한 건 환자라는 생각을 한다. 신약에 희망을 거는 정말 소박한 환자들이 나를 응원해 준다. 나를 위해 탄원서를 내고 시위를 해준다. 되레 아픈 환자들이 의사를 살려주고 있다.
‘정밀한 예술’로 만드는 옻 치료제는 말기 암 환자에게 대안일 수 있다
직접 만난 최 교수는 꽤나 유쾌한 사람이다. 음해와 시련을 10년 넘게 겪었으면 사람이 주눅 들거나 어두울 법도 한데, 표정에는 그런 게 묻어나지 않는다. 최 교수가 중요한 의학 정보라며 ‘우스개 데이터’를 하나 꺼냈다. 옻나무 추출물이 암 치료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옻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얘기다. 옻 건강 관련 홍보물에 최원철 교수의 얼굴과 데이터가 무단 도용된 경우도 있으니, 그가 스타는 스타였다. 그렇게 전통 치료제인 ‘옻의 재발견’을 반기지만 우려도 있다. “넥시아는 법제를 통해 나오는 안전한 한약이다. 그런데 시장의 옻 건강식품들이 마치 암 치료의 특효약처럼 홍보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본지에 처음 공개하는 ‘따끈따끈한’ 뉴스라며 데이터를 꺼냈다. NCI(미 국립암연구소)의 암 전문의제프리 화이트와 넥시아를 공동 연구한 자료의 하나인데, 날짜는 2011년 2월자로 적혀 있다. 거기에 중요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치의 1/10 수준인 무독성 레벨에서 암의 신생 혈관 생성의 81%를 제거했다”는 내용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한방에서는 피가 더러워져 뭉치는 찌꺼기를 어혈이라 한다. 암 조직은 한방에서 어혈로 분류된다. 넥시아의 어혈 억제 효과가 매우 높다고 거듭 확인된 것이다. 2006년경에 옻의 암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미 국립암연구소(NCI)가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NCI는 연간 연구비에 수십조원 이상을 쓰는 세계적 암 연구 기관이다.
이제 옻 얘기를 해보자. 옻의 암 치료 접근 방식이 궁금하다
기존 양방 항암 치료는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독성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옻 치료제는 암을 둘러싸서 고사시키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농축 정도다. 넥시아는 고농도의 옻나무 추출물로 암세포를 둘러싼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천연물 암 치료제로 주목나무 추출물인 택솔이 있다. 주목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란 얘기를 듣는 나무인데, 신비하기는 옻도 빠질 게 없다.
암 치료제로 옻에 주목한 계기는
옻은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암 치료제로 쓰였다. 고려시대 한방에서 암 치료에 썼던 ‘이성환이 있다. 이성환의 약효는『향약집성방』과『동의보감』에 나온다.『동의보감』에는 이성환의 사용법으로 ‘건칠과 습칠’이 등장한다. 건칠은 칠액을 말린 것을 쓰라는 내용이고, 습칠은 칠액을 채휘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대로 쓰면 효과가 없다. 습칠과 건칠의 비율과 포제(약효를 높이기 위해 가공하는 의료 행위)가 핵심이다. 옻의 포제 과정이 맞지 않으면 약효의 99%가 산폐(사라진다)된다. 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옻 추출 방식은 ‘정밀한 예술’이다.
‘정밀한 예술’이란 게 무슨 뜻인지
『동의보감』에서는 법제를 고집한다. 법제란 전통적인 약용 옻나무 진액 채취법인 옻나무를 불에 쪄 진액을 받는 화칠법과 『향약집성방』『동의보감』 등에 나오는 포제법을 말한다. 효능은 만드는 온도와 압력,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암 치료에 좋은 기시법(기준 및 시험 방법)을 찾기 위해 어느 계절과 나이의 옻나무가 좋은지, 어떤 기준으로 진액을 채취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들었다. 진액이 나오면 최적의 추출물을 배율했다. 1995년부터 암 환자에게 투약하면서 통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 최적의 효과가 있는 배율을 찾았다. 넥시아는 국내외 특허를 포함해 여러 개의 특허를 따냈다.
옻 진액의 어떤 성분이 암에 특효란 얘기인가
몇 가지의 특정 성분이다. 쉽게 말해, 폴리페놀(항산화 기능이 높은 성분) 종류로 보면 된다. 이 성분들은 극히 미량인데, 정밀한 방법을 통해 일정 이상 모아져야 효과가 나온다. 사람들이 옻닭을 먹는데, 옻닭에 좋은 성분이 1%가 있다면, 넥시아에는 수백 배의 효능이 있다고 보면 된다.
모든 암에 적용이 되나
폐암, 위암, 대장암에 효과가 있다. 특이적으로 혈액암에도 효과를 보였다. 최근 후배 교수들의 연구 과정에서는 신장암에서도 장기 생존 사례가 있다. 2006년부터 2008년 통계를 보면, 약물을 두 달 이상 복용한 말기 폐암 환자 96명 중 2년 이상 생존율이 90%를 넘었다.
부작용 사례는
특이한 보고 사례는 없었다. 가벼운 옻 알레르기가 몇 건 보고됐으나 가렵다는 정도였다.
넥시아는 얼마나 투약되고 있나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한약 넥시아를 투약하는 중증 암 환자는 매월 200~300여 명 정도다.
넥시아 치료 비용은 얼마인가
암세포의 증식이 진행될 때는 농축액을 쓰고, 호전돼서 유지하면 비농축액을 사용한다. 월 300만원 정도다. 한방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넥시아의 진화 버전으로 아징스라는 임상 시험용 약을 얘기한다. 아징스는 어떤 치료제인가
아징스는 넥시아의 진화 버전이다. 넥시아가 지닌 독성 레벨을 거의 제로 상태로 발전시킨 치료제다. 한약을 복용할 때 어느 종류의 육류는 궁합이 맞지 않으니 상호 복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들어봤을 것이다. 독성의 상승 작용을 막는 조치다. 무독성인 아징스는 다른 항암 치료제들과 함께 처방해도 나쁜 상호 작용이 없는 치료제로 폭이 넓어진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 모든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나
1, 2, 3기 암 환자 중에 넥시아를 쓰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 초・중기 암은 현대 의학에서 충분히 대응하고 있고, 비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는 4기와 4기 항암치료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말기 암 환자 중에서 마지막 시도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시라. 최소 6~7개월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기 B와 4기 사이에서 한두 차례 항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판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 인터뷰 중간에 최원철 교수가 지나가듯 이런 말을 꺼냈다. 언젠가 산속에 요양원을 마련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다고. 실제 그는 개인 병원을 운영하면서 암 환자와 영세민 환자를 매해 수백 명씩 무료 진료했다. 그런데 생각해 둔 요양원 이름이 엉뚱하다. ‘내시거나 말거나’라나. “인천에서 한방 병원을 운영할 당시, 돈 없는 환자들이 딱한 사정을 얘기하며 치료비를 깎아 달라고 눈물을 흘리더라. 그래서 내가 정 그러면 몰래 야반도주하시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했다. 일부 야반도주한 환자들이 있는데, 그 환자들의 100%가 나중에 치료 비용을 들고 찾아왔다. 이게 ‘생명’을 거는 사람들의 소중한 약속이 아닐까. 그래서 나중에 내가 차릴 요양원은 후불제 시스템이고, 그 이름이 ‘내시거나 말거나’가 되는 거다(웃음).” 현대 한방의 ‘아이콘’과 논쟁의 한복판에 선 의사는, 그런 상상을 하며 험난한 길을 걷고 있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2011/06 여성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