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인근의 유명 식당.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연세 지긋한 노모를 모신 한 가족이 들어온다. 아마 효도 여행을 온 듯하다.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자식들의 마음이다. 마침 우리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식당 안을 휙 둘러보시던 노모는 "왜 이렇게 비싼 데를 왔냐"며 툭 한마디를 던지시더니, 당장 나가자며 보채기 시작하셨다. 당황한 딸이 "엄마, 엄마…" 하고 다급하게 말려본다.
이내 주인이 다가와 주문을 받는데, 어머니는 대뜸 "나는 안 먹소!" 하며 손사래를 치신다. 주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어르신, 여기는 1인 1메뉴라 인원수대로 주문하셔야 합니다" 하고 안내해 보지만, 어머니는 들은 척도 않고 "나는 안 먹소"라며 고집을 부리신다. 이제는 아들까지 나서서 "어머니, 제발요…" 하고 달래보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결국 인원수대로 주문이 들어가고, 상 위로 반찬이 깔끔하게 차려졌다. 자식들이 반찬을 노모 앞으로 살며시 밀어드리지만, 어머니는 짐짓 옆으로 치워버리신다. 노모의 밥상 위에 정성껏 황태살을 발라 놓아드려도 "뭐 하러 이렇게 비싼 데 와서 돈을 쓰냐"는 투덜거림은 그치지 않는다.
결국 식구들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밥자리가 여간 불편하고 안절부절못해 보인다. 자식들의 얼굴에는 난처함과 서운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제는 마음 편히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셔도 될 나이건만, 어머니의 마음과 기억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수십 년 전에 여전히 머물러 있나 보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아끼며 살아오신 그 세월이 몸에 완전히 배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에, 곁에서 지켜보는 나의 마음마저 쓸쓸하고 짠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가슴 한쪽이 먹먹해온다. 불현듯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 생전에 어디든 모시고 가려고 하면 언제나 안 간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집에서 밥 먹지 뭐 하러 밖에서 돈을 쓰냐"면서. 사정사정해서 겨우 식당에 모시고 가도, 늘 오늘 본 저 노모와 똑같이 행동하셨더랬다. 자식 돈 한 푼이라도 아껴주려는 그 지독한 사랑이었다.
첫댓글 맞아요. 저도 그래요.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 돈 벌때는 편의점에가서 바가지 쓰고 물건을 샀었는데요. 요즘엔 백원이라도 싼 대형 마트에 가서 따져보고 구매한답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밥 먹을 때도 집에서 양푼 비빔밥 먹으면 배도 든든하고 영양소도 많은데 뭐하러 밖에서 돈을 쓰냐는거지요 ㅎㅎ 가계부 쓰는 주부, 엄마의 마음은 매일반인가봅니다. ^^
제 아내도 돈 아낀다고 미끼상품 할인 나오면 사러 갔다가 더 사오게 되더군요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광경 입니다.
그 기저에는 자식 💕이 깔려 있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좋은 뜻으로 대접하려는 자식들 입장도 헤아려 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수필을 읽으면서 갑자기 수필 글감이 떠 오르게 해주셔서 수필가 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수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