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빵 클럽
김광한
얼짱이란 신식말은 알아도 얼빵이란 말은 조금 생소할거에요.얼짱이란 말은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말하지만 얼빵이란 말은 이와는 전혀 반대에요.얼빵이란 얼, 즉 넋이 빵점이란 말이지요. 그러니까 조금 바보같기도 하고 영악하지를 못해서 현실사회에서는 낙오가 된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이에요.내가 아는 몇분이그런 분들인데 이번에 모임을 갖기로 했어요. 대여섯명이 돼요.한 친구는 친구의빚보증을 섰다가 친구는 도망을 하고 빚을 떠안아서 자식들에게 빈축을 사면서도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오히려 도망한 친구를 걱정해주는 그런 친구이고요, 또 한친구는 상처(喪妻)를 해서 어쩌다가 젊은 여자를 만나 몇달 깨가 쏟아지듯 신혼 살림을차린 것은 좋은데 이 젊은 여자가 음식 가게터를 얻어달래서 얻어 줬더니 보증금을빼갖고 행방불명이 됐어요. 그런데 원망은 커녕 남자 춘향이 처럼 언젠가는 돌아올것이라고믿고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는 친구이고요,
이번에는 여자에요. 여자 얼빵이지요.나와 친한 여류 소설가가 있어요.누구라면 금방알만큼 유명한 분인데요, 올해 나이가 65세이고,젊어서는 상당한 미인이었어요.집안도 괜찮아서 전남 구례가 고향인데,왜 박경리 선생의 토지 영화를 보면 거기 나오는 대가집이 원래 그분의 터전이었어요.그런 그분의 남편이 원래 천성이 바람기가 있어서 평생여자때문에 속을 썩혔어요.그러다가 10여년전에 남편이 돌아가시자 생계를 위해 충무로에 설렁탕 집을 차렸는데 남편이 애지중지 하던 여자가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는 말에 그분은 불쌍해서 병원에 입원 시키고 살려냈어요. 그런다음 그 여자를 그 설렁탕집의 관리를 맡게 한 것까진 좋았는데 가난한 문인들이 들락거리면서부터 재정이 바닥이났어요.설렁탕 값을 받지 않고 차비까지 쥐어주다보니 그게 운영이 되겠어요.일년만에 음식점을 걷어치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저와같이 강화도에 가끔 가서 그곳 단군 계통의 사람들과 어울려 웃으면서 보낸답니다.살아있는 것만도 하느님의 축복이라고요..
또한 친구는 젊었을때 방석집(술집의 종류)에 놀러가서 술을마시다가 작부의 지나온이야기가 눈믈이 나서 그만 가족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까지 했어요.그런데 결혼하고부터 이 작부가 된 부인이 여간내기가 아니에요. 질투심 강하고 돈욕심 많고 옛날 버릇 남못준다고 가끔씩 바람을 피우고, 그런데도 아이가 생겨서 어엿하게 안방차지를 하면서 지냈는데 살다보면 남편이 실업자도 되고 어렵게도 되는데 이때마다부처님 반토막같은 남편에게 구타를 하고 손찌검을 해서 얼굴에 피멍이 가실날이 없어요.
어머니의 행패를 보다 못한 두 아들이 어머니에게 대들면서 아버지를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눈알을 부라리면 이 친구가 나서서 너의 어머니는 불쌍한 분이다.내가 이해를 하는데 자식들이 그래서야 쓰느냐면서 말려주지요. 학력도 좋고 인물도 훤한 그가 스스로 고난의 십자가를 진것같아요.
얼빵의 압권은 10여년전에 데리고 있던 운전기사와 마누라가 눈이 맞아서 도주를 했는데 세월이 지나자 간부(奸夫)와 시들해졌는지 마누라가 돌아오겠다고 해서 받아줬더니 이번에는 아이들까지 꾀어서 나가버리고 얼마후 내용증명서와 함께 생활비 청구서를 보내 이 친구는 원망은 커녕 편지 한장을 정갈하게 쓰고 집을 정리해서 반을 뚝 잘라주고 자기는 월세방을 사는 친구에요.
이 친구는 그 마누라에게 언제든지 문은 열려있으니까 젊은 놈과 정분이 다하면 오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썼어요. 현대판 처용(處容)같은 사람이지요.그런데 이상한 것은 얼빵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웬일인지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지금 아무도 없다는 거에요.저는 요, 가진게 뭐가 있어야 얼빵 노릇도 하는데 그냥 일반회원이지요.그래도 나는 좀 약은 편이지요.얼빵 클럽의 총무를 구하는데 응모할 분 있으면 해보세요. |
첫댓글 히힛
재미있게 잘 사는 얼빵
여기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