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터미널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정이라고 했던 신영복씨의 말이 떠올려진다. 운명이 정해준 곳도 아닌데 꼭 가보아야 되는 것처럼 울릉도를 간다. 밤 11시 무렵 완수, 동관이 그리고 인봉이 넷이 영동고속도로 어둠을 가르며 ‘만남의 광장’에서 우동 한 그릇씩 맛나게 챙긴 뒤 차가운 밤공기를 달랜다. 묵호에서 8시20분 출발하는 배다. 쉬엄쉬엄 달리며 3시경에 도착한 묵호는 어정쩡한 시간이라 무박일 수밖에 없는 가운데, 남은 시간을 찜질방에서 보내자며 묵호시내를 뒤지듯 다녔지만 난데없이 제주도에나 있을 법한 ‘도깨비道路’를 발견하고는 기다 아니다 로 옥신각신 했다. 그렇게 시간 보내면서 묵호역 앞에 있는 ‘24시 해장국집’서 아침까지 챙겼으니 이젠 연료 보충도 했겠다. 여객선터미널 解憂所에서 고양이식 세수 까지 완료. 배만 타면 되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전까지 사람구경 힘들던 썰렁한 터미널에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왔는지 간만에 초만원이 되어있었다.
봉래폭포
우리가 타고 가는 여객선 ‘선풀라워2‘는 한사람 정도만 겨우 들어갈 것 같은 작은 문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배의 크기에 비해 승선입출이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 울릉도까지 세 시간 반 소요되는데 일반 객실은 상하 좌우 출입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었고 안내방송도 꽤 인색한 것 같다. 도착할 무렵 섬 주변 절반 정도를 도는 동안 배에서 보이는 멋진 비경에 대하여 멘트 한마디 없이 지루하게 접안만 시키고 있어 아쉬웠다. 전화로 예약된 민박집에서 점심을 해먹고 제일먼저 버스로 봉래폭포를 향했다. 차에서 내려 매표소를 지나 산을 오르자 원시림군락지라는 명소에 걸맞게 울창한 숲에 우선 놀란다. 봉래폭포는 지하수가 해수의 압력으로 용출되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상수원으로도 쓰는 풍부한 수량과 멋진 경관도 뽐낼 만 했다. 에어컨 바람이부는 ‘풍혈’실, 하산 도중에 식당이라기보다 정원 같은 곳에서 더덕무침에 곁들이는 동동주 맛은 나름 각별했다. 도동항에서 동관이와 인봉이가 잡은 ‘아지 매운탕’으로 멋지게 울릉도 입성을 자축하며 건배. 울릉도를 위하여!
성인봉
성인봉은 애당초 등산이라기보다 호기심정도에 관광하는 기분 담아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던 것은 사실이다. 버스를 타고 KBS중계소가 있는 곳을 내릴 때까진 그랬다. 성인봉 3.8 Km란 이정표를 보고 내심 놀랐고, 가파르게 오르고 또 올라도 원시림군락지의 명성답게 우거진 숲이 정상을 보여주지 않자 그때는 질려버린다. 비로소 성인봉이 1,000에서 16m 부족한 산임을 되새기게 한다. 산죽으로 둘러싸인 성인봉표지석은 의외로 작지만 야무져보였다. 하산은 나리분지 명소로 내려가며 버스를 탈 계획이었으나, 식당주인이 방금 전에 버스가 출발했다며 2시경 도착한 사람에게 3시5분차가 있을 뿐이라는 전언에 그만 맥이 풀렸다. 내친김에 해안도로까지 걸어가자며 길은 잡았으나 가파른 산길, 지그재그로 만든 도로가 네 명의 노인들을 지치게 했으나 물맛 좋은 신령수, 나리동의 투막집, 천부해안도로에서 보는 곰바위 터널 등의 멋진 경관들이 우리 눈에 자주 띄면서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난해한 해안도로 공사를 터널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용궁을 품은 해안도로
울릉도 하나 갖고 무박에 2박3일이라면 후한? 일정 같지만 그래도 각본 같은 독도탐방을 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성인봉이 그 첫째 이유이고, 봉래폭포를 포함한 해안 비경을 봐야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도동항에서 촛대 바위로 가는 해안도로는 입항할 때 배에서 이미 감탄 했던 곳이다. 아침의 일출과 어우러진 해안풍경은 그림 자체다. 해안도로를 얼마동안 넋 빠지듯 보다가 아쉬운 것처럼 몇 발자국 걷다보면 어느새 ‘용궁’으로 불리는 곳이 의젓하게 버티고 있다. 이어서 TV에 나오는 명소100경에 방송국 PD가 사진으로 찾아낸 명소를 보여주며 자랑하던 곳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 처음인데 언제 한번 보았던 것처럼 반갑다. 1시 배를 타려면 식사도 해야 되겠고 그 덕에 명물이라는 ‘홍합밥’ 한 그릇을 먹는데 만오천 원이다. 일단 주문해놓고 기대를 했으나 결론은 실망하는 얼굴들이다. 즐비한 상가가 많음에도 오수 관리를 잘한 것 같다. 도동항 바닷물이 심산구곡 맑은 물 못지않게 깨끗하다. 그렇기는 해도 자동차 많고 의사는 없다는 울릉도주민의 不調和가 꼭 문명의 짓궂음 같았다.
첫댓글 사또 수고가 많아요,울릉 울릉 울릉도,풍경 사진찍느라 본인은 빠진 곳 이많아 좀 섭섭 하네요.아무 쪽 수고 수고,
이곳은 나오는 친구들만 잘 보는 곳이라 기념될 만한 것만 대충 실었는데,
'광운인의 방'엔 그래도 꽤 실었으니 생각나면 그곳에 들어가서 보게나.
잘 보고 갑니다.
춘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