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기도는 하느님께로 올라갑니다 (집회 21,5참조)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 앞에 다다른다는 확신을 담고 있습니다. 집회서의 저자 벤시라는 자신의 젊은
시절부터 지혜를 구하는 여정에서 계시의 기본 진리들 가운데 하나를 발견합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 앞
에서 그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하시지 않고서는 '참지 못하실' 정도로 가난한 이들은 하느님의 마음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
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는 모두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지 않으셨다면 우리 목
숨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무기와 관련된 그릇된 정책으로 얼마나 점점 더 많은 이가 가난해지고 있습니깜?!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등 돌릴 수 없습니다.
기도에 봉헌된 이 해에,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 가난한 이들과 함께 기도하여야 합니다. 이는 우리
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도전이자 장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목 활동입니다. 나아가, "가난한 이가 겪는 최악의 차별을 영
적 관심의 부족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복음이 기쁨, 200항).
하느님께서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시고 여러분 가까이에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잊지 않으
시고 한시도 잊지 못하십니다. 우리 모두에게는기도를 하여도 응답이 없는 듯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하느님께
서 우리의 고통에 무심하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침묵에는, 하느님과 그분 뜻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며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이제 모든 교회 공동체의 정규 거행일이 되었습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가난한 이들이 기도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현존과 필요를 인식하라는 도전 과제를 모든 신자에게 내어놓는, 그래서 결코 소흘히 여겨서는 안 되는 사목
적 기회입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에 헌신하는 사제, 축성 생활자, 남녀 평신도는 그들
의 증언을 통하여, 당신을 향하는 사람들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의 진정성은 만남과 곁에 있어 줌으로 드러나는 애덕 안에서 확인됩니다. 기도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헛된 것입니다. 그런데 애덕도 기도가 없음면 이내 바닥이 드러나고 마는 자선 행위에 불과할 윗험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삶을 바친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성녀는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을 섬기는 사명을 위한 힘과 믿음
을 바로 기도에서 길어 올렸음을 계속해서 거듭 밝혔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저는 그저 기도하는 가난한 수녀일 뿐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제 마음에 당신 사랑을 채워주십니다. 그리하여 저는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가난한 이에게
그 사랑을 전해 줍니다.
성년을 향한 여정에서, 저는 모두 희망의 순례자가 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를 권고합니다.
잠시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작은 관심과 미소, 다정한 손길,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넵시다. 이러한 몸짓들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노력이 필요하고 흔히 드러나지 않으면 조용하지만 기도로 힘을 얻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 전문은 교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1월 대구 주보에서 옮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