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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10部
서계집 제1권 / 시(詩)○잠고(潛稿) 선생이 소싯적에 잠수(潛叟)라 자호(自號)하고 시고를 잠고라 하였다.
망해암(望海庵) 3수
뜨락의 발아래는 천 층의 파랑이요 / 階除危壓千層浪
난간에는 몇 조각 구름 낮게 떠가누나 / 欄檻低飛數片雲
그 누가 가부좌로 조수 소리에 잠 못 이루나 / 趺坐聽潮人不寐
깊은 밤 절간 향로에 연기는 피어오르네 / 上方深夜一爐燻
바닷가 뾰족한 봉우리는 하늘 한쪽에 기대어 있고 / 海畔尖峯倚碧霄
서쪽 숲 사찰은 맑은 밤에 좋아라 / 西林蘭若好淸宵
은두꺼비는 삼경 달 속에 거꾸로 걸려 있고 / 銀蟾倒掛三更月
백마는 만리의 조수 가로질러 나네 / 白馬橫騰萬里潮
바둑판에 흩어진 바둑알 같이 섬들은 자그맣게 떠 있고 / 散局殘棋浮島小
진영 나선 높은 깃발 떠가는 배 아득하네 / 離營高旆去帆遙
고개 끄덕이며 인간 세상 하찮음을 깨달으니 / 點頭已悟人間陋
한 심지 향 사름에 온갖 근심 사라지네 / 一炷香熏百慮銷
해 기울어 차츰차츰 물결 붉게 물들고 / 斜陽瀲瀲低紅浪
섬 하나 아득히 푸른 이내 덮여 있네 / 孤島茫茫羃翠煙
기둥에 기대어 한가로이 읊조리며 눈길 멀리 보내니 / 倚柱閑吟送遠目
조각배 하나 새처럼 날아가네 하늘과 바다 맞닿는 곳에 / 片帆如鳥海連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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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1권 / 시(詩)○북정록(北征錄) 병오년(1666, 현종7) 겨울부터 정미년(1667) 봄까지 ○ 북도 병마평사(北道兵馬評事)로 부임할 때 지은 것이다.
귀문관(鬼門關)을 지나며 3수
꽁꽁 언 험한 바윗길 말조차 다니기 어려워라 / 層氷危石馬行艱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언덕길 험하긴 마찬가지 / 隴阪高低險一般
장한 뜻 펼쳐 나라 은혜 아직 갚지 못했기에 / 秪爲壯心酬未得
귀문관 밖 나가는 것 근심하지 않는다네 / 不愁身出鬼門關
군사들 언제나 오랑캐 평정하고 / 戍兵何日定樓煩
뿔피리에 붉은 깃발 귀문관을 내려올꼬 / 畫角紅旗下鬼門
왕사가 접전 없어 우선은 기쁘니 / 且喜王師無薄戰
북쪽 변방 여전히 중국의 산하라네 / 塞垣猶是漢乾坤
모랫벌엔 시신들 켜켜이 쌓여 있고 / 殭骸藉藉平沙裏
쌓인 눈 속 원혼들 구슬피 울어 대네 / 冤魄啾啾積雪間
무수한 고금의 전사들 중에 / 無限古今征戰士
살아서 귀문관 지난 이 몇이나 되겠는가 / 幾人生度鬼門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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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1권 / 시(詩)○북정록(北征錄) 병오년(1666, 현종7) 겨울부터 정미년(1667) 봄까지 ○ 북도 병마평사(北道兵馬評事)로 부임할 때 지은 것이다.
강생 세작(康生世爵)에게 주다 3수 ○ 세작은 회남(淮南) 사람인데, 난리를 피해 우리나라로 와서 회령(會寧)에 살고 있다.
유랑 세월 오래라 돌아갈 맘 잊었구나 / 流落年多不憶歸
이국 의복 걸쳐 입고 여생을 사네 / 餘生慣着異鄕衣
천만 가지 근심 회한 누구에게 말할꼬 / 千愁萬恨從誰說
고국은 아직까지 일마다 그르치네 / 故國如今事事非
길이 멀어 서쪽 생각 뜻도 이미 아득해져 / 路遠西歸意已迷
떠돌이 새 나무 찾아 이럭저럭 터 잡았네 / 羈禽得木且安棲
봄이 오면 몇 번이나 회남 꿈을 꾸었는가 / 春來幾度淮南夢
흰 널 사립 텅 비고 들녘 풀만 우거졌겠지 / 白板扉空野草齊
가무 즐기고 호사 부리는 강회 땅이요 / 笙歌綺縠江淮土
화려한 누각 화류의 풍류 오초 지역이라 / 花柳樓臺吳楚鄕
타국에서 일신을 몸담고 보니 / 棲泊一身安異俗
이웃의 지인들 생사로 갈린 듯해라 / 四隣知舊隔存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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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1권 / 시(詩)○사연록(使燕錄) 무신년(1668, 현종9) 겨울부터 기유년(1669) 봄까지 ○ 절사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연경에 갈 때 지은 것이다.
상사가 두 공부(杜工部)의 시구 ‘구객의선패(久客宜旋旆)’ 한 구절을 운자로 하여 나누어 다섯 수를 지었기에 각각에 차운하다
천도는 능히 오래가지 못하니 / 天道不能久
작년은 무신년이고 올해는 기유년이네 / 昨申而今酉
다시금 누가 장수를 보장하여 / 誰更保長年
적송자 왕자교와 벗삼을 수 있을까 / 得與松喬友
연경 유람은 고작해야 십분의 일이니 / 游燕了十一
만사를 사절해야지 / 萬事但揮手
시운도 마침 떠나가서 / 時運適已去
주린 입에 고기가 떨어진 형국이니 / 如肉落饞口
만국을 차지할 힘 있다 해도 / 雖有萬國力
하루도 지켜낼 수 없는 걸 / 不能一日守
쯧쯧쯧 어찌할 길 없으니 / 咄咄無奈何
공에게 때때로 술 마시자 권할밖에 / 勸公頻飮酒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 故鄕歸意動
새봄 되어 고개 돌려 바라보네 / 新春一回首
어디에서 시름을 삭일 수 있을까 / 何處可銷愁
한강 가 버드나무 늘어진 곳이라네 / 漢江江上柳
둘
내 본래 동해의 길손이라 / 余本東海客
연경으로 떠나와 달이 가고 해가 바뀌었네 / 游燕歲月積
물가에 해가 떠 비스듬히 바라보니 / 側望滄洲日
아침노을 자적색으로 오르누나 / 朝霞昇紫赤
유도는 왕성한 기운 스러져 / 幽都旺氣盡
풍경이 예전 같지 않아라 / 風景不如昔
어느덧 삼백 년이라 / 倏忽三百載
지난일 부질없이 자취를 돌아보네 / 往事空撫跡
어찌하여 당우의 백성이 / 云何唐虞人
느닷없이 오랑캐가 되었단 말인가 / 遽化爲夷貊
구정이 때론 송곳보다 가벼우니 / 九鼎或輕錐
연성이 어찌 화씨벽보다 무거우랴 / 連城詎重璧
초궁에는 해가 저물지 않고 / 楚宮日未晏
진관은 밤에도 막지 않네 / 秦關夜不隔
매질을 하려 해도 힘없으니 부끄러워라 / 鞭笞恥無力
회초리가 있어도 한 자가 채 못 되네 / 有箠不盈尺
셋
천성이 원래 산림이 제격이라 / 素性本山林
세상에 나와선 맞춰 사는 법 모르겠네 / 行世昧適宜
억지로 벼슬하자니 마음에 차지 않고 / 強宦不入心
억지로 먹으니 허벅지 살로도 가지 않네 / 強食不安脾
우선은 쉬면서 편하게 지내 / 且圖休中逸
바쁠 때 피곤함을 피하고자 했는데 / 得免忙裏疲
떨쳐 일어나 서쪽으로 연경에 가게 되었으니 / 奮起西赴燕
왕명을 받아 감히 지체할 수 없어서라네 / 受命不敢遲
새로 난 길 가느라 / 跋涉新道路
옛길 풍광은 보지 못하지만 / 抛棄舊園池
의 실행함에 기갈 들린 듯 한다면 / 蹈義苟如渴
어찌 이 한 몸을 돌보겠는가 / 安恤一軀爲
천지가 한 울타리 안이니 / 天地是樊籠
굳이 세상 끝까지 갈 필요는 없어라 / 不必戀方陲
염려되는 건 때를 놓쳐 / 所恐時節晩
천자를 뵙지 못하는 거라네 / 差池見彤墀
넷
서쪽으로 떠나오매 참으로 운이 좋아 / 西來固多幸
다행히도 공과 함께 가게 되었네 / 幸與公周旋
이 땅은 슬프기 그지없으니 / 此地不勝悲
구정이 옮겨짐을 슬프게 봐야 했네 / 悲見舊鼎遷
아 저 만 길의 장벽이 / 喟彼萬丈隄
한 마리 개미가 뚫어 무너진 건 아니지 / 潰非一蟻穿
동으로 흘러가야 할 물줄기가 바다를 알 수 없어 / 朝宗迷巨壑
세모에 온갖 내가 들끓는구나 / 歲暮沸百川
애달파라 마음 아픈 이 사람은 / 哀余病心人
샘물이 쏟아지듯 눈물이 흐르네 / 有淚如傾泉
감상에 젖은들 무엇하랴 / 感傷且奚爲
천지의 운수가 절로 그러한걸 / 天地數自然
고국은 푸른 바다 저 건너 동쪽이니 / 故國滄溟東
어찌 미적거릴 수 있으랴 / 何事日留連
서둘러 돌아가야지 / 但應及早歸
갈 길이 삼천리인데 / 前路有三千
다섯
오랑캐별 북방에서 반짝이더니 / 旄頭彗幽朔
운기가 광대하게 휩쓸었네 / 雲氣掃碭沛
어찌 옥백으로 섬긴다 하는가 / 詎云玉帛事
예모 갖춘 선비들 더 이상 모이지 않는걸 / 不復冠裳會
금나라 원나라 번갈아 해내를 점거했지만 / 金元遞居內
우나라 하나라 일찍이 천하를 차지했었으니 / 虞夏曾無外
천운은 변과 정이 있어 / 天運有變正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네 / 人力不可奈
수많은 창생들이 불쌍하니 / 愍伊衆蒼生
끓는 솥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구나 / 坐受沸鼎害
붉은 노을 봉래를 감싸매 / 紅霞繞蓬萊
동쪽을 바라보니 밝은 햇살 어둑해지네 / 東望杲日靄
이곳에 머물며 퍽이나 소침해져 / 淹滯多失意
수심으로 허리띠가 헐거워졌네 / 愁瘦寬縞帶
소릉이 나보다 먼저 말했었지 / 少陵先我道
타향살이 접고 돌아가야 한다고 / 久客宜旋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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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1권 / 시(詩)○사연록(使燕錄) 무신년(1668, 현종9) 겨울부터 기유년(1669) 봄까지 ○ 절사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연경에 갈 때 지은 것이다.
청음(淸陰) 김 상국(金相國)이 지은 〈연대팔경(燕臺八景)〉 시가 있기에 본떠서 짓다
시가지 시끌시끌 누런 먼지 풀썩이건만 / 喧喧街市漲黃埃
군왕 위해 준마 끌고 오는 이는 보이지 않네 / 不見君王駿馬來
고국은 다년간 인사가 바뀌었으니 / 故國多年人事改
석양 가득한 고대 아래 시름을 견딜 길 없네 / 更堪斜日滿高臺
이상은 ‘금대의 저녁놀[金臺夕照]’이다.
잔잔하고 맑은 노구하(盧溝河)에 / 瀲瀲澄澄一泒河
오경의 낮은 달이 금물결에 떠 있구나 / 五更低月泛金波
다리 앞 거마가 동서로 흩어지니 / 橋頭車馬東西散
물줄기는 끝이 없고 눈물은 넘쳐나누나 / 不盡寒流瀁淚多
이상은 ‘노구교의 새벽달[盧溝曉月]’이다.
천 길의 성이 만 길의 계곡을 굽어보니 / 千仞城臨萬仞谿
들쭉날쭉 아롱진 봉우리 하늘 아래 나직하네 / 晴峯錯彩向空低
장군이 횡마검을 차고 있으니 / 將軍謾倚橫磨劍
관문을 막는 데 진흙은 필요 없네 / 用着封關不抵泥
이상은 ‘거용관(居庸關)의 첩첩한 푸른 산[居庸疊翠]’이다.
온천의 푸른 물결 오리 한 쌍 목욕하네 / 暖浴雙鳧綠浪堆
화려한 배 풍악 울리던 이 그 얼마나 왔던가 / 畫船歌舞幾時來
여린 부들 가는 버들에 곡하는 이 하나 없네 / 新蒲細柳無人哭
태액지 주변엔 겁회가 있다는데 / 聽說池邊有劫灰
이상은 ‘태액지의 맑은 파도[太液晴波]’이다.
신기루와 용궁에 속진(俗塵)은 없겠지 / 蜃闕蛟宮塵想休
작은 자라 머리 위 삼신산은 보일 듯 말 듯 / 神山隱映小鼇頭
봄 물가 적막해라 붉게 물든 저녁 구름 / 春洲寂寂紅雲晩
그저 수심에 잠길 뿐 / 遣作人間一段愁
이상은 ‘경도의 봄 구름[瓊島春雲]’이다.
천정관 서쪽으로 만마가 날뛰더니 / 天井西來萬馬騰
파란 하늘 하얀 눈에 높은 전각 우뚝해라 / 晴空雪色對觚稜
세상의 뭇 화공들 실의에 빠져 / 人間畫手頻怊悵
일천 봉 저 멀리에 솟는 해 바라볼 뿐 / 遙見千峯曉日升
이상은 ‘서산의 갠 눈[西山霽雪]’이다.
계문에는 예로부터 드나든 이 몇이던가 / 薊門從古幾人來
찬 나무를 감싼 이내 저물어도 걷히지 않아 / 寒樹籠煙晩不開
타향살이 오래되니 고국 갈 길 아득해라 / 久客欲迷鄕國路
봄이 되어 돌아갈 일 더더욱 시름겹네 / 更愁車馬趁春回
이상은 ‘계문의 이내 낀 나무[薊門煙樹]’이다.
까마득한 저 봉우리 청천 위에 솟구치고 / 迢遞孤峯倚碧天
일천 길 무지개는 폭포에 걸렸구나 / 霽虹千丈掛飛泉
바위 가 연도는 봄 이끼로 미끄러워라 / 巖邊輦道春苔潤
행궁에서 폭포 본 해 그 언젠가 아득하네 / 不記行宮翫瀑年
이상은 ‘옥천에 드리운 무지개[玉泉垂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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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춘첩(春帖) 3장(章)
신년에 신년이 되었음을 기뻐하고 / 新年喜新年
기쁜 일 자주 생김을 기뻐하네 / 喜事喜頻頻
곡식은 풍년 들고 전원엔 과실 익어 / 田穀豐登園果好
태평 시절에 한가한 사람 되었으면 / 太平時節作閑人
신년에 신년이 되었음을 좋아하고 / 新年好新年
좋은 일 자랑할 만함을 좋아하네 / 好事好堪誇
남쪽 마을 사람 노래 북쪽 마을 이어지고 / 南里人歌賡北里
동쪽 집 늙은이 서쪽 집과 부유함을 자랑했으면 / 東家翁富鬪西家
신년에 신년이 되었음을 즐거워하고 / 新年樂新年
즐거운 일 다시 흡족함을 즐거워하네 / 樂事樂更愜
집집마다 찧은 곡식 창고에 넘쳐나고 / 家家舂粟溢囷倉
사람마다 지은 옷 상자에 가득했으면 / 人人製衣盈箱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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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윤자인(尹子仁) 증(拯) 이 시 세 수를 보내왔기에 차운하여 사례하다
풍우 몰아치는 거리에서 분주했고 / 風雨街頭走
연하 자욱한 골짜기에서 거처하니 / 煙霞谷口居
한가함과 바쁨 전후에 다르건만 / 閑忙前後異
이내 신세는 고금에 같다오 / 身世古今如
명분에 어긋나지 않게 하려 함이지 / 未欲爲名誤
세상과 소원해지려 해서가 아니라오 / 非緣與俗疏
은근한 마음으로 나의 안부를 물어 / 勤心相問訊
멀리서 서찰을 보내 주었구려 / 遠枉故人書
둘
개구리는 턱을 듦을 즐거워하고 / 䵷愜持頤樂
오리는 다리 이어 줌을 근심하니 / 鳧懷續脛憂
짧고 긺은 진실로 취향이 다르고 / 短長誠異趣
작고 큼은 교유를 함께하지 않네 / 小大不兼游
성품이 괴팍하여 화합하기 어려울까 저어하고 / 性牾嫌難合
재주가 엉성해 주밀하지 못할까 두렵다오 / 才疏懼未周
차라리 충조의 계획을 따르리니 / 寧從蟲鳥計
이곳이 바로 머리 묻고 살 곳일세 / 是處便埋頭
셋
승경을 함께 구경하지 못하고서 / 勝地違攀袂
빈 울타리에 말 매던 일 생각하네 / 空籬憶繫驂
문선에 어찌 한이 적겠는가 / 聞蟬寧少恨
제봉에 속절없이 부끄러움 많다오 / 題鳳漫多慙
이 세상이 그대를 어찌 버렸는가 / 斯世君何棄
지금 세상을 견딜 수가 없구려 / 今時我不堪
머리 긁으매 흰머리 뒤덮으려는데 / 搔頭絲欲遍
아득히 멀리 강남을 바라본다오 / 迢遞望江南
‘今’이 어떤 본에는 ‘明’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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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계축년(1673, 현종14) 12월 25일 경신일 밤에 짓다 3수
봄이 돌아가매 이미 홍안을 빼앗아 가더니 / 春歸已奪韶顏去
가을이 이르매 누가 백발을 보내왔는가 / 秋到誰追白髮來
덧없는 생각 일시에 모두 싸늘히 사라질 제 / 浮念一時俱冷盡
화로의 불마저 꺼져 식은 재를 마주 대하네 / 爐中火絶對殘灰
눈은 침침하고 등잔은 희미해도 잠 못 이루니 / 眼昏燈暗猶無睡
몸은 병들고 나이는 많아도 감정은 남아 있는가 / 身病年衰尙有情
어찌 미칠 수 있으랴 옛적 즐기며 놀던 곳에 / 爭及昔時行樂處
날이 샐 무렵까지 술자리에서 떠들며 웃던 시절 / 樽前喧笑到天明
세월을 붙잡기 어렵다는 걸 본래 알지만 / 本知光景難留駐
정회를 스스로 견딜 수 없음을 어이하랴 / 其奈情懷不自聊
노경에 젊은 시절 일 한가로이 생각하며 / 老境閑思少日事
자지도 않고 벗도 없이 오늘 밤 보내노라 / 無眠無伴度今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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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사예 조여길(趙汝吉)이 도봉서원(道峯書院)에 있다는 소식을 도중에 듣고서 가서 유숙하고, 이어 그 시에 차운하다
말을 멈춘 채 사람 만나 얘기 나누고서 / 駐馬逢人說
그대가 어제 도성을 나간 줄 알았어라 / 知君昨出城
바야흐로 시내를 지나가려다가 / 方將過溪去
도리어 숲 속 길로 접어들었네 / 却復入林行
눈 아래엔 푸른 산이 펼쳐지는데 / 眼底靑山在
머리 가엔 흰 머리털이 생겼구려 / 頭邊白髮生
계창에서 지난 십 년 얘기하다가 / 鷄窓十年事
졸다 깨어 새벽 시간을 묻노라 / 睡醒問殘更
둘
권하노니 그대 일이 없거든 우선 머물러 / 勸君無事且遲留
모쪼록 다시 한 번 깊은 골 찾아보게나 / 深處應須更一搜
야윈 말 채찍질하여 도성으로 들어간 뒤에는 / 從此鞭羸入城去
이 운산이 좋다지만 속절없이 그리워하리니 / 雲山雖好謾回頭
셋
형창에서 옛적 독서하던 소년이 / 螢窓昔日少年生
백발에 다시 이곳에 찾아왔네 / 白首還從此地行
산새와 물고기 모두 낯이 익건만 / 山鳥溪魚皆舊識
하염없는 세월만 홀로 무정하여라 / 悠悠歲月獨無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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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약천(藥泉)의 별장에서 남운로(南雲路)에게 주다 4수
약천은 광진(廣津) 강가에 있는데 운로의 작은 집이 있다. 내가 가서 여기에서 이별하였다.
호해에서 서로 그리며 세월을 보냈는데 / 湖海相望歲月空
강산에서 또 이렇게 잠깐 함께하노라 / 江山又此暫時同
표표히 헤어져 동서로 흩어지리니 / 飄飄觧袂東西散
먼 길 어떻게 소식을 통할 수 있을까 / 路遠何緣信耗通
강을 따라 아득한 백운 속으로 들어가니 / 緣江路入白雲賖
붉은 밤과 누런 배 달린 두서너 집 있다오 / 赤栗黃梨三兩家
멀리 바라보니 새로 지은 집 가장 깊은 곳에 / 遙見新齋最深處
솔 드리워 그늘진 언덕에 작은 시내 비껴 흐르네 / 低松陰畔小溪斜
처음 이곳에 집 지음 뜻이 없지 않았으니 / 初營此地非無意
만년을 쉬며 한가롭게 지내려 해서였지 / 應有休閑歲晩期
오늘날 도리어 와서 지나는 길손 되니 / 今日却來爲過客
아득한 세상만사 뉘라서 먼저 알리오 / 悠悠萬事孰先知
그대에게 들으니 호중에 승경 있는데 / 聞君見說湖中勝
꽃을 심을 만한 곳 유난히 많다지 / 勝處偏多可種花
어찌하면 가솔 데리고 그대 따라 은거해서 / 安得將家隨共隱
모내기하고 게 잡으며 생애를 보낼 수 있을는지 / 秧苗罛蟹送生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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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여러 사람과 수락산(水落山)에 오르다 3수
두 손으로 벼랑을 잡고 두 무릎으로 기어올라 / 兩手爬崖兩膝前
고생 끝에 해가 기울어서야 꼭대기에 이르렀네 / 日斜辛苦到層顚
끼었다 개었다 하는 구름바다를 돌아보고 / 回看雲海相呑吐
이어져 늘어선 봉우리를 손으로 가리키네 / 却指岑巒互接連
가슴속에 답답함 사라짐 절로 느끼겠나니 / 自覺胸中無芥滯
하늘 밖에 세속의 번뇌를 어찌 알겠는가 / 豈知天外有攀緣
목마르매 다시 부지의 물을 마시고 / 渴來更酌鳧池水
왕교를 불러다 열선을 묻노라 / 喚取王喬問列仙
십 년 동안 이 봉우리 아래에서 늙어 가며 / 十年休老玆峯下
초가집이 옥당보다 낫다 스스로 자랑하네 / 自詑茅茨勝玉堂
오늘 문득 높은 정상에 오르고 나니 / 今日却登高頂上
비로소 천지가 바늘 끝에 모였는가 했지 / 始疑天地集針芒
숲에 비치는 서리 맞은 잎엔 가을빛이 한창이고 / 映林霜葉酣秋色
바다에 뜬 구름 파도엔 햇빛이 어른거리네 / 浮海雲濤盪日光
흥에 겨운 한때 애오라지 흡족함을 취하니 / 乘興一時聊取愜
무엇하러 돌아갈 길 바쁘다 쉬이 말하랴 / 何須容易道歸忙
이상은 태유(泰維)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외로운 봉우리 땅에 솟아 그 형세 우뚝하니 / 孤峯拔地勢嵬嵬
언뜻 보매 부용이 손바닥 위에 핀 듯하여라 / 乍似芙蓉掌上開
지금까지 고사의 은거한 자취 남았는데 / 高士至今留隱跡
노니는 사람 선대에 이르는 일 드물어라 / 游人罕得到仙臺
아침에 폭포에서 은하수 떨어짐을 보고 / 瀑流朝見銀河落
밤에 오리 그림자 따라 섭현으로 돌아오네 / 鳧影宵從葉縣回
젊은이들이야 이 산에 오름 싫어하지 않겠지만 / 年少登山應不厭
노쇠한 몸 감히 후일 다시 오길 바라겠는가 / 衰遲敢望異時來
이상은 이성석(李聖碩)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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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매월당(梅月堂)의 옛 자취를 찾다 3수
불경을 읽지도 않고 좌선도 하지 않았으니 / 不讀梵經不坐禪
출가하고도 여전히 집에 있을 때와 같았네 / 出家因似在家年
광달한 노래와 통곡은 무뢰함은 아니지만 / 狂歌痛哭非無賴
외로운 달과 찬 매화는 일찍 인연이 있었지 / 孤月寒梅夙有緣
지금까지 우뚝한 산속에 자취가 남았고 / 遺跡至今危嶂裏
예로부터 깎아지른 벼랑 가에 누대가 황량하네 / 荒臺終古絶崖邊
누구에 의지하여 동봉이라는 글자를 기억해 내어 / 憑誰記作東峯字
인간 세상에 남겨 두어 호사가가 전하도록 하겠는가 / 留與人間好事傳
어떤 본에는 ‘한가한 사람에게 남겨 두어 왕래하며 전하게 하겠는가.[留與閑人往來傳]’로 되어 있다.
등나무 덩굴은 섬돌 감싸고 풀은 길을 덮으니 / 藤蔓籠階草覆逕
깊은 숲 가을 저물어 다니는 사람 끊어졌네 / 深林秋晩斷人行
적막한 바위의 거처에 남긴 자취 대하고서 / 巖栖寂寞對遺跡
속절없이 천고의 맑은 풍모 생각노니 서글퍼라 / 怊悵空懷千古淸
텅 빈 산 지는 해에 나그네 마음 슬픈데 / 空山落日客心哀
누런 잎 푸른 이끼 옛 누대 덮었구나 / 黃葉蒼苔遍古臺
덧없는 세상 모든 인연 그대 이미 끝났으니 / 浮世萬緣君已了
무엇하러 여기에 이르러 배회하겠는가 / 何須到此更徘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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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제생(諸生)들이 ‘강(江)’ 자 운(韻)을 모두 사용하여 쓴 시에 차운하다
가슴속엔 만경의 저수지 물이요 / 胸中萬頃陂
붓 아래엔 아홉 갈래 강물일세 / 筆下九派江
용기는 북해를 뛰어넘음 자부하고 / 勇負北海超
힘은 태산을 듦을 확신하네 / 力倚泰山扛
단에 올라 소왕에게 읍하니 / 登壇揖素王
용과 호랑이 깃대를 감아 펄럭이네 / 龍虎纏旗杠
홀로 우스워라 늙은 서생이 / 獨笑老書生
밤에 글자 보느라 찬 등 가까이함이 / 夜字親寒釭
어설프고 껄끄러운 문장 구사하매 / 出語態跼澁
절뚝거리는 나귀로 위태한 다리 건너는 듯 / 驢蹇度危矼
연인의 돌을 보배처럼 간직하여 / 寶櫝燕人石
야광주인 양 소중히 여기고 / 意重照夜玒
쑥을 캐서 올리며 / 採擷登蕭艾
이를 향초에 비기네 / 持以比芷茳
쇠미한 세상 날로 경박해지는데 / 衰俗日澆淺
묵묵히 순박한 마음 지녔네 / 默默抱淳厖
어찌 오색찬란한 저 사자가 / 豈彼五色猊
울타리 아래의 삽살개와 같겠는가 / 可同籬下狵
자취를 감추어 형모에 의지하고 / 斂跡依衡茅
입을 닫아 수군거림을 피하네 / 閉口避噂哤
쑥대는 장후의 삼경을 뒤덮고 / 蓬蒿翳蔣逕
소나무와 국화는 도잠의 창에 어여뻐라 / 松菊媚陶窓
발을 끌며 상송을 부를 때면 / 商歌時曳縰
금석에서 나오듯 울려 퍼졌지 / 金石振摐摐
다행히 태평 시대에 태어났건만 / 有幸生太平
나라에 정사를 펴지 못함 부끄러워라 / 愧無能施邦
조물주의 주장이 강하여 / 主張眞宰強
사마를 제압하여 항복시키네 / 制伏邪魔降
추위를 막을 갖옷이 부족하고 / 禦寒衣乏裘
주림을 구제할 쌀독 비었는데 / 救飢粟空缸
외려 문자가 풍부함을 자랑하니 / 尙誇文字富
경적이 텅 빈 배를 지탱하네 / 經籍撑肚腔
늙어 가매 예리한 기상 사그라지고 / 老而息機鋒
어리석게도 우직함을 지켰네 / 愚乃守愿悾
눈앞엔 참새만 보이고 / 過眼但看雀
귀에는 발자국 소리 끊겼도다 / 警耳絶聞跫
장저와 걸닉만 따를 만하거늘 / 只堪追沮溺
또다시 관녕과 방공을 가까이하네 / 且復親管龐
장안 거리로 고개 돌려 보니 / 回首長安街
새벽 북소리에 분주히 오가누나 / 競蹋晨鼓逄
날마다 속을 태우지만 / 神慮日焦然
겉으로는 살져 보이는구나 / 外覺形軀胮
잘 알겠어라 가지에 깃든 뱁새는 / 固知棲枝鷯
수레에 탄 학과 어울리기 어려움을 / 難與軒鶴雙
백 길 장대 위에 위태롭게 서서 / 蹲蹲百丈竿
자주 춤추니 곁에서 보는 이 두려워라 / 屢舞旁觀𢥠
사람 없는 들 나루 고요하니 / 野渡寂無人
진종일 빈 배만 비껴 있네 / 盡日倚虛艭
근심스러워라 다리가 형틀에 묶여 / 有憫脚纏械
질질 엉덩이로 밀고 다님이 / 遷延行臀肛
어찌 천금호가 없으리오마는 / 豈無千金壺
감히 산봉우리의 여울에서는 헤엄칠 수 없네 / 不敢泅嶺瀧
선인 왕자교는 / 仙人王子喬
높은 하늘에 비단 깃발 멈추었네 / 絳霄駐綵幢
내려다보니 달팽이의 양쪽 뿔에서 / 下顧蝸兩角
요란스레 서로 다투는구나 / 擾擾自相撞
따르려 하나 길이 없음을 탄식하노니 / 欲從嗟無路
그루터기만 바라보듯 움직이지 않네 / 兀坐如株樁
봄 시냇물 집을 감싸 흐르니 / 繞屋春澗流
금과 축이 옥 소리를 내는 듯 / 琴筑鳴琤淙
그 소리 들으며 근심을 잊노니 / 聽此以忘憂
어찌 빈 골짜기에서 늙음을 사양하겠는가 / 何辭老空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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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새하곡(塞下曲) 4수
정탐 기병이 나갔다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 探騎軍前且未回
선봉이 출발하려다 오래도록 머뭇거리네 / 前行欲發久遲佪
속히 험지로 나아가 먼저 물에 의지해야 하고 / 徑須出險先依水
또 선우가 사막을 가로질러 올까 두려워해야 하리 / 又恐單于絶漠來
변새로 나가는 군대의 항오 북소리가 재촉하는데 / 出塞軍行疊鼓催
눈 속에 멀리 불운퇴를 바라보노라 / 雪中遙望拂雲堆
소군이 원광의 세상을 만났더라면 / 昭君若遇元光世
어찌 고달프게 이 길을 왔겠는가 / 那肯辛勤此道來
‘雪中’이 어떤 본에는 ‘磧西’로 되어 있다.
휘하를 다섯 명의 교위에게 은밀히 분속시키니 / 帳下潛分五校尉
정녕코 군사 기밀을 누설치 말라 / 丁寧莫遣漏軍機
모래를 넣은 자루로 밤에 호타의 물을 막는다면 / 囊沙宵壅滹沱水
짐작건대 살아 돌아갈 호병 적으리 / 料得胡兵少脫歸
‘滹沱’가 어떤 본에는 ‘桑乾’으로 되어 있다.
막부에서 빈번히 상부를 재촉하지만 / 幕府頻頻催上簿
흰머리의 비장은 마음이 무료하여라 / 白頭飛將意無聊
나이 육십에 천번의 전투를 겪었는데 / 生年六十經千戰
선우는 보이지 않고 물수리 쏘는 것만 보이네 / 不見單于見射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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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제석(除夕) 3수
날마다 하루씩 제하여 제할 날이 없어지고 / 一日日除除會盡
해마다 한 해씩 늙으니 누가 영원할 수 있는가 / 一年年老老誰存
다만 오늘 같은 밤 붙잡아 두기 어렵나니 / 只如今夜難留住
세대를 건너 장생함을 다시 논할 수 있겠는가 / 度世長生更得論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기 어렵지만 / 人老皆知難再少
한 해 다하면 그래도 봄은 돌아온다네 / 歲窮猶見却還春
봄이 돌아와도 한스러운 세월은 마냥 흘러 / 春還只恨年仍往
머리에 점점 백발이 생기는 거라오 / 漸漸頭邊白髮新
일년 중에 고운 봄 경치 많지 않으니 / 歲內無多麗景春
인생에 소년 시절 어찌 오래이겠는가 / 人生寧久少年身
형체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변해 가니 / 形骸坐共流光變
흐르는 세월 대하여 자주 탄식할 뿐 / 只對流光歎惜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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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2권 / 시(詩)○석천록 상(石泉錄上) 무신년(1668, 현종9)에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 석천에 거처한 이후에 지은 것이다.
고신선곡(古神仙曲) 4수
영서를 쪼개어 시험 삼아 한 번 태우니 / 劈破靈犀試一燃
온갖 괴물들의 실체가 환히 드러났네 / 紛紛百怪失重淵
옥황상제가 높이 통명전에 납시어 / 玉皇高御通明殿
예전대로 조화의 권세를 되찾았네 / 依舊收還造化權
홍란과 취봉이 날마다 울며 나니 / 紅鸞翠鳳日飛鳴
현포에서 동쪽으로 보매 바로 적성이로다 / 玄圃東看是赤城
귤 속의 대국을 탐닉하지 말지어다 / 莫要橘中耽對局
맑은 상계의 풍운을 길이 얻을 것이니 / 風雲長得上界淸
지초 밭에서 사슴이 노는 것도 터무니없는데 / 芝田戲鹿亦無端
공작이 푸른 여울물을 마심은 막아야 하리 / 孔雀須防飮碧湍
이는 선가의 좋은 닭이나 개와 같으니 / 同是仙家好鷄犬
그릇된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갈까 근심스럽네 / 更愁非意輒相干
곤륜산에 부신 날리고 봉영에 편지 보내 / 飛符崑閬牒蓬瀛
크게 금단을 조제하여 온갖 정기를 모았네 / 大劑金丹聚百精
서둘러 화로에 넣어 구전금단을 이루니 / 急就爐中成九轉
도규로 떠내어 아래로 억만창생 구원하네 / 刀圭下救萬蒼生
‘急’이 어떤 본에는 ‘徐’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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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문월당(問月堂)에 지은 시를 부치다. 서 처사(徐處士) 봉령(鳳翎) 의 시에 차운하다. 3수
취한 눈으로 산을 보니 녹음 더욱 짙고 / 醉眼看山翠轉濃
늘그막에 다시금 젊은 얼굴일세 / 暮年仍復少時容
외로운 달을 벗했으니 손을 부르지 마오 / 伴將孤月休招客
천 봉우리 독차지했으니 봉후 부럽지 않네 / 占斷千峯不羨封
강호에서 늙어 가리라 이미 마음먹었으니 / 已向漁樵甘送老
서검에 끝내 공이 없음을 무어 따질까 보냐 / 豈論書劍竟無功
술을 마주한 맑고 참된 경계 알고 싶거든 / 欲知對酒淸眞境
항아에게 묻지 말고 주인옹에게 물어보오 / 莫問嫦娥問主翁
아침저녁 안개는 옅어졌다 짙어졌다 / 暮靄朝嵐淡復濃
서시의 웃음과 찡그림을 아울러 갖추었네 / 態兼西子笑顰容
본디 삼공의 존귀함과 바꾸지 않았는데 / 從來不換三公貴
이제 와 무엇 하러 만호후를 바라랴 / 只此何須萬戶封
한 동이 새로 빚은 술은 잘 익었고 / 新釀一缸蛆報候
천 번 찧은 환단은 공이 완성되었네 / 還丹千杵兎收功
남쪽 고을 고사들이 자주 찾아와 / 南州高士知頻到
몸소 밭매는 곡구옹을 사랑하리라 / 應愛躬耕谷口翁
선산을 생각하매 귀밑털 새하야리니 / 仙山結想鬢霜濃
약초 캐던 당년에 젊음 잡아 보려 하였지 / 採藥當年擬駐容
헌함은 아득히 듣자니 암학을 대한다지 / 軒檻遙聞對巖壑
시편을 멀리서 청하기에 서신에 부치노라 / 篇章遠覓寄書封
정자 경영한 지 몇 해에 한이 없어졌고 / 經營幾歲方無恨
단약 달임은 뒷날에 공을 이루리로다 / 煮煉他時可有功
만약 관원에 틈을 내어 가 본다면 / 若待灌園乘暇往
장차 왕로가 범옹과 다름을 보겠지 / 且看王老異凡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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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연경(燕京)에 사신 가는 운로(雲路) 상국(相國)을 보내며 6수
만리의 산천은 그림에서 보았던 거요 / 萬里山川圖裏見
천년의 인물은 서책에서 논했던 이라 / 千年人物卷中論
변함없는 산천에 발길 닿을 터이고 / 峙流不改還身到
무수히 명멸한 인물들은 눈길에만 남았으리 / 興歇無端但目存
탁록엔 지금 황제의 자취가 사라지고 / 涿野近平黃帝轍
금대엔 오래전에 악의의 혼 끊겼으리 / 金臺久斷樂生魂
영웅의 눈물이 고금에 어찌 한량 있으랴 / 古今何限英雄涕
요동을 찾아가거든 학의 말을 들어 보오 / 去訪遼東聽鶴言
화이가 오랜 세월 섞여 풍속을 분간하기 어려우니 / 華夷久混俗難分
견주어 보면 말하던 것과 다름을 응당 알리라 / 準擬應知異所云
계주의 나라는 쇠잔해 옛날 심은 나무는 없고 / 薊土國殘無舊植
요양의 학이 돌아오매 황폐한 무덤만 있겠지 / 遼陽鶴歸但荒墳
유안의 고아한 조행을 어떡하면 볼거나 / 幼安雅操何因見
월석의 웅대한 도략은 다시 들을 수 없네 / 越石雄圖不復聞
옛사람들이 힘을 허비했음을 알겠노니 / 惟覺前人虛用力
아스라이 솟은 장성은 층운 속에 숨었으리 / 長城遙起隱層雲
바꾸어도 바뀌지 않는 건 중조의 산하니 / 改應不改漢山河
일이 끝난 오늘날 어이할 수 있으랴 / 事去如今可奈何
금대가 폐해졌으니 또한 곽외가 없음을 알겠고 / 臺廢亦知無郭隗
연대가 옮겨졌으니 어찌 형가가 있음을 볼 수 있으랴 / 市遷那見有荊軻
짧은 고름 좁은 소매를 놀라서 오랫동안 바라볼 것이고 / 禿衿小袖驚看久
오사모와 홍서대를 괴이하게 여겨 많이도 물어보리 / 烏帽紅犀怪問多
개구리처럼 웅덩이 속에 물러나 숨는 게 마땅하니 / 只合退安鼃一窞
봄이 와 푸른빛이 압록강 물결을 물들이리 / 春來綠染鴨江波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정원에 눈이 둥그레지고 / 貧家眼駭富家園
하백이 물결 따라 바다에 이른 격이리 / 河伯乘流到海門
한바탕 요동쳐서 잠깐 만에 만상이 생기노니 / 搖蕩俄而生萬象
돌아오면 어찌 천원에 물 대는 데에 그치랴 / 歸輸何止注千源
고금의 조시는 진실로 신기루이니 / 古今朝市眞浮蜃
남북의 영웅이 몇이나 곤으로 변했던가 / 南北英雄幾化鯤
웃으며 사람들에게 이르네 앞의 말은 장난이고 / 笑謂傍人前語戲
상공의 가슴엔 천지가 들어 있다고 / 相公胸有一乾坤
지난날 일찍이 요동 땅을 밟아 봤으니 / 昔歲曾經華表下
그대 통해 지금 다시 유민 소식 묻노라 / 憑公今更問遺民
들판에 빼곡한 무덤들 보이지 않는다면 / 郊原不見纍纍塚
어쩌면 모두가 신선이 되었으리 / 詎是俱爲化鶴人
그대가 장차 먼 길 간다는 소식 듣고 / 聞君將有行
그대가 계북으로 갈 줄을 아노니 / 知君向薊北
거마는 이미 풍진의 형색을 띠었네 / 車馬已帶風塵色
패수 건너 요동 지나 사천 리 길에 / 涉浿踰遼四千里
눈길 닿는 곳곳마다 일은 옛날과 다르리라 / 山川滿目事異昔
착치와 동두가 세상에 날뛰건만 / 鑿齒銅頭馳宇內
헌원황제께서는 도대체 어디 계시나 / 軒轅皇帝復安在
오가는 길에 행여 정영위를 만나거든 / 去來儻遇令威鳥
사람을 묻지 말고 상해를 물으시게 / 莫問人民問桑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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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지난해부터 여기에 동봉(東峯)의 영당(影堂)을 경영하였다. 호남의 서 처사(徐處士 서봉령(徐鳳翎))가 듣고서 기뻐하며 선배들이 동봉의 일을 읊은 시 및 내가 지은 장단(長短)의 절구시ㆍ율시ㆍ고시에 차운한 것이 총 7수인데, 깊은 감동을 편 데다 아울러 장려하는 뜻을 담았다. 그 시를 반복하여 읊음에 고무가 되고, 이어서 부끄러워져 문득 이제 화운을 한다. 처사께서 본디 나를 알지 못하는데도 나의 시에 화운해 지어 준 것이 이번이 두 번째이니, 스스로 분에 넘치는 복이라고 생각한다. 8수
고사리가 정말 영약이라고 내가 그리 말하노니 / 薇眞靈藥我云然
서산에 불사의 신선이 계심을 보았기 때문이지 / 見有西山不死仙
동봉에게 복련법을 전수하여서 / 傳授東峯服煉法
함께 벽운 창공에 노닐고 있구나 / 相携游戲碧雲天
기상이 신위처럼 유난히 특출하니 / 氣高莘渭獨超然
그대는 백이 숙제와 같은 수준의 신선일레 / 君與夷齊一等仙
유상을 와서 본 이 그 몇이런가마는 / 遺像來瞻人幾許
도리어 저마다 촌심의 충정을 알리라 / 還須各認寸心天
고옥(古玉) 선생 시에 화운하다.
미친 체하며 터뜨린 통곡을 성상이 받아 주셨으니 / 佯狂痛哭聖能容
재단을 더럽힘은 마치 공경치 않은 듯하였지 / 沾汚齋壇似不恭
내가 백년 뒤에 이 사당을 짓는 것은 / 我作祠堂百歲後
명주께서 이 옹 알아주심 드러내고자 함이지 / 擬彰明主識斯翁
세인들은 도연명이 시상에 누운 걸 부러워하는데 / 世憐陶令臥柴桑
더구나 그대는 산사의 승방에 종적을 숨겼네 / 況子逃蹤竺老房
《이소경》을 이어 은거의 뜻 펴야 마땅하지만 / 合續離騷發幽隱
애석하게도 반양에 필적할 문장 솜씨 없구나 / 惜無辭理似班揚
상촌(象村) 상국(相國) 시에 화운하다.
오월 지역은 강산이 훌륭하여 / 吴越江山勝
삼고에다 또한 정자까지 있다네 / 三高亦有亭
그대 위해 누가 뜻을 세워 / 爲君誰刱意
이 푸른 몇 봉우리를 대하게 하나 / 對此數峯靑
현곡(玄谷) 사장(詞丈) 시에 화운하다.
동봉 아래 살면서부터 / 自住東峯下
수석의 빼어남을 더욱 사랑했지 / 尤憐水石奇
이로 인해 청은의 노옹이 / 因懷淸隱老
성명한 시대에 고결하게 은둔함을 사모했노라 / 高遯聖明時
진영엔 남기신 필적이 전하고 / 眞像傳遺筆
새로운 사당은 옛터에 세우네 / 新祠傍故基
못난 내가 품고 있는 이 뜻이 / 區區抱此意
멀리 과분한 시에 부끄럽다오 / 遙愧過情詩
청계도인(淸溪道人) 시에 화운하다.
옛날 현자가 수양산에서 굶주림은 / 昔賢餓首陽
오직 인을 구하기 위해서이지 / 只爲求仁也
청은께서 그 정신 계승하시니 / 淸隱復繼之
천고에 짝할 이 드물어라 / 千載少似者
탕 임금 마음이 스스로 부끄러우니 / 湯心猶自慙
뒷사람에게 빌미를 줄까 해서이지 / 恐爲後人藉
이런 까닭에 세 분의 뜻 중에서도 / 所以三子意
이 일이 유독 확고하지 / 此事獨牢把
백호(白湖)의 〈압구정(狎鷗亭)〉에 화답하여 차운하다.
골짜기에 사당이 새로이 지어지니 / 祠屋新成寄谷中
누군들 그대의 높은 풍모 우러르지 않으랴 / 何人不仰子高風
와룡의 유상에서 전대의 일을 헤아리나니 / 臥龍遺像推前事
중론이 떠들썩한 오늘 동봉 어른을 기다리지 / 衆口紛紜待一翁
〈송유상수찬(誦遺像手贊)〉에 화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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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연경으로 가는 금평위(錦平尉) 박필성(朴弼成) 를 보내며 3수
압록강 서쪽 가는 길이 까마득하니 / 鴨江西邁路迢迢
애끊는 봄바람에 옥퉁소 오열하네 / 腸斷春風咽玉簫
수많은 세월 흐른 오늘 정영위를 만나면 / 逢着令威多劫後
초췌한 봉루의 소사를 딱하게 여기리 / 應憐憔悴鳳樓蕭
정영위가 떠나갔다 금세 돌아왔건만 / 令威仙去暫歸還
오가는 사이 외려 오랜 세월 흘렀네 / 來往猶爲歲月間
오늘날 옛 성곽은 그만두고서라도 / 今日休論舊城郭
그에게 물어보오 산천이나 알아보겠는지 / 問渠能復認江山
도시와 금대가 어딘지 곳곳마다 의심 가니 / 屠市金臺處處疑
유도의 지난 일은 생각건대 글렀으리 / 幽都往事念應非
더구나 우 임금 사적은 지금 없어져 버렸고 / 況如禹跡今湮没
오랜 세월에 갈석을 어찌 알 수 있으랴 / 碣石年深豈得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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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슬픔 3수
눈 아직 어둡지 않은데 / 目猶識物
네 모습 뵈지 않는구나 / 不見汝形
귀 상기도 밝은데 / 耳尙辨音
네 목소리 들리지 않는구나 / 不聞汝聲
어디로 갔길래 / 汝去何往
그림자도 메아리도 없느냐 / 滅影息響
내 못 견디게 슬퍼 / 我悲不勝
죽을 것만 같구나 / 終竟此生
네 모습 눈에 밟혀 / 形念在目
떠 보면 없어지고 / 視之卽滅
네 목소리 귀에 쟁쟁해 / 聲念在耳
기울이면 사라지네 / 聽之卽息
하늘이시여 신이시여 / 呼天呼神
망극하고 어쩔 줄 모르겠네 / 靡極靡因
내 못 견디게 슬퍼 / 我悲不勝
죽을 것만 같구나 / 終竟此生
보지 못하는 걸 봉사라 하니 / 不見曰昏
내 하늘을 원망할 것 없고 / 靡我怨天
듣지 못하는 걸 귀머거리라 하니 / 不聞曰聵
내 신을 원망할 것 없네 / 靡我怨神
눈멀지 않아도 보지 못하고 / 匪昏不見
귀먹지 않아도 듣지 못하니 / 匪聵不聞
내 못 견디게 슬퍼 / 我悲不勝
죽을 것만 같구나 / 終竟此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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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명나라 의종(毅宗)이 손수 쓴 ‘극기복례(克己復禮)’ 네 글자를 사신이 연경의 시장에서 구했는데, 지금 송 상국(宋相國)의 집에 있다고 한다 3수
황제의 친필을 누가 동방으로 가져왔나 / 宸翰誰將到海外
응당 조물주가 의도한 바 있으신 게지 / 也應造物不無心
천지를 돌아보매 오랑캐 세상이니 / 回看天地腥塵滿
오랜 세월 떠돈 게 당연한 거지 / 可合漂流歲月深
일찍이 공자 말씀에 더욱 유념하셨는지 / 曾於孔訓却留神
두루마리 속 찬란하게 먹빛이 새로워라 / 卷裏煌煌寶墨新
일일귀인이란 말씀 어찌 믿지 못할까만 / 一日歸仁寧不信
천하가 어인 일로 오랑캐 손에 떨어졌나 / 乾坤何事墮胡塵
이 네 글자는 만세 태평의 기반이니 / 四字堪基萬世安
어찌 장난 삼아 꽃과 새를 그린 것과 같으랴 / 豈如花鳥弄毫端
더욱 의심건대 하늘의 뜻이요 인사가 아니니 / 更疑天意非人事
선화 연간의 일로 비교하지 말지어다 / 莫把宣和比例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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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석천록 중(石泉錄中)
속담 풀이 4수
까마귀 검고 백로가 희다고 / 烏黑鷺羽白
백로가 날아와 까마귀 비웃네 / 鷺來笑烏黑
백로야 웃지 마라 / 烏謝謂鷺言
나는 부럽지 않다 / 汝白吾不伏
내 깃털 검다지만 / 吾雖毛羽黑
속은 본디 하얗고 / 肉膚本潔白
네 깃털 희다지만 / 汝縱毛羽白
속은 외려 검어라 / 肉膚反陋黑
겉 다르고 속 다를 바에야 / 表裏各不同
속이 흰 것만 하겠느냐 / 寧如內潔白
가마 밑도 검고 솥 밑도 검어 / 釜底黑鼎底黑
솥 밑이 검다지만 가마도 희진 않으니 / 鼎底雖黑釜未白
가마 밑아 솥 밑 검다 웃지 마라 / 釜底莫笑鼎底黑
시꺼먼 검댕을 본디 누가 취했나 / 由來此醜誰所取
모두 장군이 배를 저버리지 않은 격일세 / 摠爲將軍不負腹
말 가는 데 소도 가니 / 馬亦行牛亦行
소가 느리고 말이 빠르다 한들 / 牛行雖遲馬行速
말이 가는 백리 길을 소도 간다네 / 馬行百里牛亦得
내 천천히 감세 그대 먼저 가게 / 牛言我後君且先
저녁에 여관 문 앞에서 만나세나 / 日暮期君店門前
비둘기야 센 척하지 마라 / 斑鳩子爾莫强
육격을 채 못다 길렀으니 / 養來六翮猶未齊
어찌 능히 앞산 등성 넘어가나 / 那能便越前山岡
인생살이 모름지기 분수를 알아야지 / 人生分量須自知
어려운 일 닥치면 후회해도 늦는 걸 / 事到難時悔已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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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후북정록(後北征錄) 무진년(1688, 숙종14) 봄에 짓다. ○ 형의 아들 판서공 박태상(朴泰尙)이 함경도 관찰사가 되었을 때 감영에서 선대의 시호를 맞았다. 선생께서 그곳에 갔을 때 지은 것이다.
조카가 서 이부(徐吏部) 문유(文裕) 와 수창한 시에 차운하다 4수
난전은 휘황하고 자고는 아름다우니 / 鸞篆煌煌紫誥姸
은혜로운 영광 첩첩이 하늘에서 떨어졌네 / 恩光騈疊隕從天
백년의 새옹은 첫 만남을 놀라게 하고 / 百年北叟驚初見
백옥의 선랑은 훌륭한 모임을 압도하네 / 白玉仙郞壓勝筵
꽃과 버들은 기녀의 고움을 피할 줄 알고 / 花柳應知避妓姸
풍광은 이른 봄날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네 / 風光泥過早春天
갈고를 거듭 재촉할 것 없으니 / 不須羯鼓重催促
몇 무리의 기녀가 한자리에 빽빽하네 / 幾隊紅粧簇一筵
〈백설가〉 고운 소리 너무 사랑스러우니 / 已愛歌聲白雪姸
거듭 경물에 끌려 봄날에 취하네 / 重牽物色醉春天
아노라 문득 장안사에 들어가면 / 知應却入長安寺
세상 근심 사라지고 법연을 대할 줄 / 世慮隨空對梵筵
꽃봉오리 버들 눈에 눈이 더욱 고운데 / 花頭柳眼雪添姸
아름다운 가무를 저물녘에 대했네 / 舞艶歌嬌對暮天
내일 누대 앞 다리 옆 어름에서 / 明日樓前橋畔意
도리어 돌아보며 이별 자리 안타까워하겠지 / 還應相顧惜離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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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후북정록(後北征錄) 무진년(1688, 숙종14) 봄에 짓다. ○ 형의 아들 판서공 박태상(朴泰尙)이 함경도 관찰사가 되었을 때 감영에서 선대의 시호를 맞았다. 선생께서 그곳에 갔을 때 지은 것이다.
금수정(金水亭) 3수
금수정은 도사 김환(金奐)의 옛 별업이다. 김환이 일찍이 석천으로 나를 찾아와 한 번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이곳을 지나며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우두연은 예부터 이름났는데 / 牛頭自昔亦聞名
오늘 다시 와서 물가를 거니네 / 今日還來水上行
일찍이 인사 나누었던 주인을 찾을 곳 없으매 / 曾識主人無處問
가련하다 속절없는 세상이 마음을 상하게 하네 / 可憐浮世足傷情
정자 앞의 바위 기슭에 쪽배가 비껴 있어 / 亭前巖畔小舟橫
언제나 행인이 건너다닐 수 있네 / 常有游人得渡行
맑고 빼어난 강산을 이제 누가 맡으려나 / 淸絶江山誰管領
물새만 속절없이 사람 마음 위로하네 / 水禽空自向人情
울퉁불퉁 쌓인 돌이 자라 등 같은데 / 纍纍疊石曝黿鼉
반쯤은 기슭에 반쯤은 물속에 있네 / 半倚溪頭半入波
바위에 새겨진 양봉래의 글씨를 보니 / 見有楊家題刻在
몇 행의 글씨가 한 무리의 거위와 바꿀 만하네 / 數行堪換一群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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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후북정록(後北征錄) 무진년(1688, 숙종14) 봄에 짓다. ○ 형의 아들 판서공 박태상(朴泰尙)이 함경도 관찰사가 되었을 때 감영에서 선대의 시호를 맞았다. 선생께서 그곳에 갔을 때 지은 것이다.
남쪽으로 돌아온 뒤 조카가 〈재를 넘다[過嶺]〉에 차운한 시를 보내왔기에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짓다
바닷물 깊이가 천 길이라도 / 海水深千尺
이별의 마음에 비겨 어떠료 / 何如送別情
뜬구름만 만리를 달려 / 浮雲馳萬里
나와 함께 남쪽으로 왔구나 / 相逐客南行
둘
꿈결 같은 일들 어제인 듯하니 / 夢中如昨日
이 몸은 떠나려는 사람이었지 / 身是欲歸人
고맙구나 다리 어귀까지 나와 배웅하며 / 見出橋頭送
깊은 술잔 들이켜라 거푸 권해 주어서 / 深杯勸倒頻
셋
들풀은 봄빛을 띠기 시작했고 / 芳草一年色
멀리서 온 편지엔 천리의 정 담겼네 / 遠書千里情
변방 지방에도 봄은 또 와서 / 邊城春又到
기러기 줄지어 북녘으로 가누나 / 歸雁幾群行
넷
비록 남쪽으로 돌아온 몸이지만 / 縱作南歸客
오히려 북녘 그리는 사람 되었네 / 猶爲北望人
변방 기러기 다 사라지도록 바라보나니 / 塞鴻看欲盡
어느 편에 자주 편지를 부칠까 / 何處寄書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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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3권 / 시(詩)○후북정록(後北征錄) 무진년(1688, 숙종14) 봄에 짓다. ○ 형의 아들 판서공 박태상(朴泰尙)이 함경도 관찰사가 되었을 때 감영에서 선대의 시호를 맞았다. 선생께서 그곳에 갔을 때 지은 것이다.
다시 앞의 운을 써서 북녘에서의 즐거움을 말하다
명월교 어귀의 강물이요 / 明月橋頭水
춘풍루 위의 사람이라 / 春風樓上人
넓게 펴진 명주 같은 시내에서 / 平鋪素練闊
취하도록 자주 술병 기울였지 / 醉倒玉壺頻
둘
고운 기녀 일흔 짝에 / 紅粧七十對
철기병 오천 병사 / 鐵騎五千人
변방엔 병란이 그치고 / 塞下煙塵息
진중엔 웃음소리 잦았지 / 軍中歌笑頻
셋
장사는 검을 뽑아 날을 살피고 / 壯士劍看色
가인은 거문고로 마음을 보내누나 / 佳人琴送情
변지의 관아가 오랫동안 태평하여 / 邊庭久無事
한가로이 달빛 아래 거니노라 / 閑向月中行
넷
북소리는 병사들 사기를 돋우고 / 鼓增戎士氣
화살은 오랑캐 마음 떨게 하네 / 箭慴虜人情
투호의 즐거움 버리지 않아 / 不廢投壺樂
때때로 띠를 느슨히 하여 가는 걸 보네 / 時看緩帶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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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동파의 〈사시사〉에 차운하다[次東坡四時詞韻]
작은 뜰은 고요하고 깊은 정원 쓸쓸하니 / 小庭寥寥深院落
이른 봄 꽃샘추위가 푸른 장막 덮쳤네 / 春早輕寒籠翠幕
도랑에 서린 맑은 이내는 고운 풀을 어루만지고 / 繞渠晴煙惹細草
주렴에 가득한 붉은 해는 작은 꽃을 간질이네 / 滿簾紅日媚小萼
옥인은 한을 봉하여 남몰래 몸속에 감추니 / 玉人緘恨暗銷肌
한 점 향기로운 마음을 뉘에게 하소연할까 / 一點香心訴向誰
봄바람 열흘 동안 눈물 마르지 않으니 / 東風十日淚不乾
붉은 비가 아롱아롱 비단옷을 적시네 / 紅雨斑斑濕羅衣
위는 봄을 읊은 것이다.
겹겹 주렴 그림자에 맑은 낮은 긴데 / 簾影重重淸晝永
상아 평상 닦으매 얼음 빛 냉랭해라 / 象床拂拭氷光冷
늘어진 버들에 그림자 짙어 아름다운 누각 어둡고 / 垂柳陰繁粧閣暗
익은 매실에 비 그치자 향기로운 티끌 고요하네 / 黃梅雨歇香塵靜
굽은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살짝 찡그린 얼굴 / 曲欄徙倚帶輕顰
화장한 볼에 눈물 자국 여태 다 지우지 못했네 / 粉汗啼痕懶未匀
금 북을 던진 채 시름겹게 턱을 괴고 있더니 / 金梭抛擲愁支頤
파랑새 날아간 뒤 가인은 뵈지 않네 / 靑鳥飛去不見人
위는 여름을 읊은 것이다.
푸른 미무에 무서리 한 번 치매 / 淸霜一洗蘼蕪綠
창 밖에 가을 소리 대숲에서 이누나 / 窓外秋聲生苦竹
비단 장막 처량하고 대자리 색은 찬데 / 羅幕凄凄簟色寒
반딧불은 성근 발로 들어오고 달은 지붕을 비추네 / 螢入疏簾月照屋
외로운 다듬이 소리 끊어지고 깊은 창문 닫히더니 / 孤砧搗盡閉深扃
오동나무에 새벽 비 내려 빈 뜰을 울리누나 / 曉雨梧桐咽空庭
휘장 내리고 꿈속에서 님을 뵐까 했더니 / 低帷欲作相思夢
가을바람 기러기 울음소리에 잠이 깨누나 / 驚起西風雁一聲
위는 가을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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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두 공부의 〈세병마행〉에 차운하다[次杜工部洗兵馬行]
발해와 갈석산의 서쪽 곤륜산의 동쪽 / 渤碣以西崑崙東
지극한 교화 양양하여 문궤가 같아라 / 至化洋洋文軌同
사람은 수역과 춘대의 위에 올랐고 / 人登壽域春臺上
시대는 정관 무덕 연간과 흡사했어라 / 時似貞觀武德中
편안히 즐기며 재앙의 싹을 깨닫지 못했으니 / 恬嬉不悟孼釁萌
한 삼태기 흙이 모자라 구 인의 공이 무너졌네 / 一簣還虧九仞功
영주의 갈노가 늙어서 은혜 저버리니 / 營州羯奴老負恩
반역의 서찰이 함양의 궁에 먼저 들어갔네 / 叛書先入咸陽宮
태자의 깃발은 북방을 가리키고 / 儲君旌旗指朔野
천자의 대장은 공동으로 행차했네 / 至尊隊仗游崆峒
만국이 삼 년 동안 오랑캐 세상 되었으니 / 萬國三年墮胡塵
황실의 풍화 회복할 줄 누가 알았으랴 / 誰知再復皇家風
중흥의 공이 누가 큰지를 한번 볼 뿐 / 試看中興功大小
누가 모책 훌륭한 장상인지 논하지 마라 / 休論將相謀多少
다만 성패를 주한과 비교해 본다면 / 但將成敗較周漢
하늘과 땅보다도 현격하게 멀겠지 / 相去豈直霄壤杳
이곽 두 장군을 하늘이 보내 주셨기에 / 爲緣李郭天遣來
건곤이 쪼개지는 것을 면할 수 있었네 / 免把乾坤斷送了
무너지는 형세는 이리를 무는 모기인 듯 / 崩騰勢似螭噉豺
공격하는 기세는 새를 쫓는 매와 같았다네 / 摧擊功如鸇逐鳥
구금과 오옥이 모두 당나라 신하이니 / 九金五玉盡唐臣
북신의 존위를 뭇별들이 둘러싼 듯 / 北辰高居衆星繞
황하 이북 지역은 아직 교화가 막혔으니 / 大河以北猶阻化
후회하지 않는 하늘의 마음을 모를레라 / 天不悔禍意難曉
출병하여 토죄하는 일을 누가 감당하리오 / 出兵問罪誰敢當
절제의 모든 책임 분양왕에게 맡겼네 / 節制盡屬汾陽王
반도의 소굴을 조만간 소탕하리니 / 掃穴傾巢行可期
너희들의 행패가 얼마나 가겠느냐 / 爾輩安得常倔強
삭방의 건아들 신체가 늠름하니 / 朔方健兒好身手
허리에 칼 차고 활통에 활 있네 / 劍揷腰間弓在房
누가 능히 목숨 바쳐 적의 성루로 달려가 / 誰能拚命馳賊壘
한번 군왕을 위해 백성들 편안히 해 줄까 / 一爲君王安黔蒼
사해를 거울처럼 맑게 한다면 / 庶令四溟澄如鏡
조정에 충신 많음을 더욱 알 텐데 / 益見聖朝多忠良
인심은 또한 난리 싫어하고 태평을 바라는 법 / 人心厭亂亦思理
천운이 어찌 쇠퇴함만 있고 창성할 날 없으리 / 天運有替詎無昌
삼척의 청모를 즉시 귀의하여 바쳐야 하고 / 三脊菁茅卽歸貢
사진의 판도를 반드시 정성스레 보내야 하네 / 四鎭版圖須款送
병기를 거꾸로 실어 호피에 갈무리하고 / 干戈倒載韜虎皮
술이 서교에 이르자 만 독을 마셨네 / 飮至西郊行萬甕
듣자니 시인이 대업을 노래하여 / 聞道詞人歌大業
오계에 이미 찬송하는 마애비 새겼다지 / 磨崖已勒浯溪頌
두릉의 병든 늙은이 눈물 마르지 않으니 / 杜陵病叟淚不乾
반평생 시국 걱정에 머리카락 성성해졌네 / 半世憂時髮種種
날마다 시름겹게 전쟁 소리 듣고 / 日日愁聞戰鬪聲
밤마다 속절없이 태평 시대 꿈꾸었네 / 夜夜謾作昇平夢
은하수 끌어올 힘이 없어 바람이 영영 글러 버렸으니 / 挽河無力願長違
갑옷 씻는 노래가 이루어진들 어디다 쓰리오 / 洗甲詩成亦安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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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해직(解職) 후 짓다 3수
서른 해를 앓아 온 이 몸 / 三十年來抱病身
성은이 퇴거를 거듭 허락해 주셨다오 / 聖恩重許作閑人
제공들아 못난 나를 딱하게 여겨 / 諸公幸是憐衰拙
도미를 펴게끔 연사에 불러 주오 / 招社陶眉可便伸
지리소가 양양하게 요역을 비웃으니 / 支離攘臂笑征徭
조물주가 네게 교만함을 유난히 많이 주었구나 / 造物偏饒爾得驕
부역과 곡식이 천자의 힘 아니라 하기 어렵건만 / 賦粟難言非帝力
크게 노래하며 또 감히 요순시대를 오시하네 / 狂歌又敢傲唐堯
상제가 천오를 보내어 바닷물 옮겨 와야지 / 帝遣天吳移海水
상거에게 미루어 맡긴다고 맡을 수 있겠나 / 推辭商蚷謂可能
작은 벌레가 어찌 천오의 힘이 있을쏘냐 / 微蟲詎有天吳力
스스로 변론하여 각자 다시 예전대로 지내게 되었네 / 自辯還蒙各復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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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외손 이후옹(李後翁)에게 주다
정축년(1697, 숙종23) 5월 6일에 후옹이 종이를 가지고 와서 글을 써 달라고 하기에 이 시를 준다.
외조부 설초공이 / 外祖雪樵公
기사년에 나셨는데 / 生以己巳年
나도 기사생이니 / 吾又己巳生
한 갑자 돈 것이지 / 甲子一回旋
네가 내 외손으로 / 汝爲吾外孫
너도 기사생이구나 / 汝生如我焉
너를 후옹이라 이름 지은 건 / 名汝曰後翁
내 마음에 연유가 있음이니 / 吾意所由緣
백이십 년 / 一百二十年
오 대째 셋이 기사생이구나 / 五世蓋三傳
네 아비가 나를 따라 / 汝尊從我居
서계 남쪽에 집을 지으매 / 結屋溪南邊
네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 汝於朝晝晩
늘 눈앞에 있으니 / 常多在眼前
이 늙은이 어린 외손 대해 / 老人對稚孫
어찌 어여쁘지 않았겠니 / 安得不心憐
네 자라는 게 이뻐서 / 喜汝身漸長
내 늙는 줄도 몰랐구나 / 忘我年力愆
나는 백에 하나도 / 顧我百之一
설초 외조부에 미치지 못하고 / 不及雪樵賢
목숨만 기니 / 獨此得壽多
하늘 뜻 유난했는데 / 造物意苦偏
네가 지금 여덟아홉 살에 / 汝今八九歲
공부도 잘하고 글씨도 이쁘니 / 善學字又姸
내 어릴 적에 비하면 / 比量吾幼少
댈 수 없이 똑똑하지 / 才否甚相懸
틀림없이 너는 뒷날 / 故知渠異日
나보다 이름나겠지만 / 聲名掩我先
딱하게도 그때쯤엔 / 但悲當此時
나는 벌써 저세상에 있겠구나 / 吾久歸下泉
부지런히 효도하고 공경하렴 / 勸汝勤令德
복이 오롯하길 빌어 주마 / 祝汝吉祥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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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이생(李生) 익명(翼明) 형제에게 부치다
근래 듣자니 제현들께서 번번이 낙방한 것에 분을 내어 과문(科文) 연마에 몹시 열심이라 자못 읊조림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말기(末技)요 근본을 탐구하는 뜻이 아니다. 까닭에 졸시(拙詩)를 가지고 내 구구한 마음을 보이니, 혹시라도 오활하다 여기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도움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또 회계에서 한때 곤궁하다 해도 / 雖復回谿困一時
처진 날개 끝내 떨칠 줄 모두가 안다네 / 翅垂終奮衆皆知
분을 내어 연마함은 부질없는 짓이니 / 控拳扼腕徒爲爾
시례를 이야기할 사람 도리어 누구인가 / 說禮敦詩却又誰
천산의 삼전을 자부하지 말라 / 三箭天山休自負
황석공의 일편이 진귀한 것이니라 / 一編黃石是眞奇
다시 촌설로 공을 이루는 날에 / 還須寸舌成功日
물어보자 유후에게 본디 스승 있었는지 / 試問留侯有本師
가시나무 끝에 원숭이 새기는 기예 쓸모없건만 / 藝成無用棘端猴
누가 능히 노고를 일찍 그만두라고 권하겠나 / 勞苦誰能早勸休
물러나 삼만 장 옛 연못을 보수한다면 / 退補舊塘三萬丈
가문 해에도 천 이랑의 벼를 수확할 텐데 / 旱年千頃稻秔秋
용 잡는 기술 익히느라 천금을 들였는데 / 屠龍不惜千金費
몇 해의 공을 쏟아야 이 꿰뚫는 솜씨 완성하나 / 貫蝨能專幾歲功
만약 사업 세우려는 성군을 만난다면 / 若遇商宗將建事
반가운 소식 부디 이 촌옹에게 전해 주게 / 多聞且要傳巖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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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연경으로 사신 가는 이 참의(李參議) 덕성(德成) 에게 주다 3수
서쪽으로 아득히 길은 몇천 리 / 西去迢迢路幾千
의무려산 너머엔 인가도 드무네 / 巫閭山外少人煙
그대여 물어보오 명나라 유로에게 / 請君試問燕遺老
옛날의 의관을 기억이나 하는지 / 能復衣冠憶往年
갈석산과 금대의 열 길 먼지 속에 / 碣石金臺十丈塵
언어도 복색도 다르니 뉘와 친할꼬 / 殊音異服更誰親
연경에서 놀라지 마오 동국의 사신이여 / 燕中休怪東來客
역수에서 비가 부르던 사람과 딴판이라고 / 不似悲歌易水人
옛 성은 의구하되 옛사람 아닌데 / 舊城猶在舊人非
학이 된 신선은 어느 해에나 돌아오려나 / 化鶴仙翁幾歲歸
가는 길에 한번 말을 멈추고 / 行處遙知聊駐馬
화표주 찾으려도 표지가 드물리라 / 欲尋華表識應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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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집 제4권 / 시(詩)○보유록(補遺錄)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들은 모두 원고(原稿)에는 빠진 것으로, 난고(亂藁) 및 지인이 전송하던 것을 뒤미처 얻어 보록(補錄)한 것이다.
신 판부사(申判府事) 여철(汝哲) 에 대한 만사 3수
몸소 성상을 모시고 온 나라 비추었으니 / 親扶日轂照中天
기상에 새겨진 공훈 백대에 전해지리 / 功勒旂常百代傳
장군이 아름다움 계승하였으니 / 更見將軍能踵美
서평에게 참으로 어진 자손 있어라 / 西平眞有子孫賢
삼공의 품계와 판서의 관직 / 秩比三公官六聯
보좌하는 장수들이 문 앞에 있네 / 逡巡群帥在門前
하늘은 어찌 우리 귀한 간성을 앗아 갔나 / 天何奪我干城重
명주께선 조정에서 유난히 애석해하시네 / 明主中朝歎惜偏
창해에선 누선으로 만 척 배를 거느렸고 / 滄海樓船擁萬艘
취모검의 천 기병으로 변방을 방어했지 / 塞門千騎劍吹毛
일생을 남북으로 고생한 지 오래더니 / 一生南北勤勞久
기련총 높은 무덤으로 돌아갔구나 / 只得祁連塚墓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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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선생문집 제2권 / 시(詩)
느낀 일[感事]
지난날 나라가 간난하여 / 社稷昔艱危
뛰는 고래 큰 바다를 뒤엎었네 / 奔鯨蕩溟渤
관문의 방비 잘못으로 / 關門失鎖鑰
대 쪼개듯 여러 고을 당했네 / 列郡如破竹
연추문에 흰 까마귀 부르니 / 延秋呼白烏
궁궐에 연기와 티끌 일었네 / 宮闕烟塵勃
임금 수레 여러 번 옮겨져 / 玉輦累遷次
유월에 모래밭을 헤맸네 / 六月巡沙磧
어찌 태사를 모신 사당 / 寧知太師宅
놈들의 소굴될 줄 알았으리 / 化作傖人窟
6월에 평양이 함락되어 왜적이 들어가 웅거하였다.
압록강 물 질펀하게 맑아 / 鴨水淸瀰瀰
요동 산이 눈에 뚜렷하였네 / 遼山明刮目
그때 낭패가 심하여 / 當時狼狽甚
일을 차마 말할 수 없었네 / 事有不忍說
그때에는 내부(內附)하기 위해 요동으로 건너가자고 청했다.
하늘은 마침내 순리를 돕고 / 天道竟助順
우리 임금은 성덕이 있었네 / 吾王有聖德
백성의 마음이 중국을 잊지 못해 / 民心不忘漢
지극한 정성 황제에게 밝혀졌네 / 至誠昭皇極
사신이 천자의 뜰에 울어 / 使臣哭天庭
황제의 군사 세모에 출동했네 / 王師歲暮出
흰 말 탄 이 장군은 / 白馬李將軍
의기가 산과 바다 삼키도다 / 意氣呑海岳
정신은 천지를 움직이고 / 精神動天地
긴 무지개는 해를 꿰었네 / 長虹貫白日
계사년 1월 1일에 황제의 군사가 숙천에 당도했다. 흰 무지개가 해를 꿰었는데, 군중에서는 적을 이길 조짐이라고 했다.
한 번 북 울려 평양을 회복하고 / 一鼓下箕城
두 번 진격하여 개성을 되찾았네 / 再進麗京復
길게 몰아가다가 잘못도 하고 / 長駈或不戒
이긴 것만 믿다가 잠시 차질이 났네 / 恃勝暫蹉跌
궁지에 몰린 짐승은 치지 않는 법 / 窮獸法勿搏
조금 늦춤이 잘못된 계책 아니로다 / 少緩非計失
모든 계책으로 경영을 다하고 / 衆策極經營
유세하느라 혀끝을 의뢰했네 / 遊說資談舌
심유경을 보내어 적이 성에서 나오도록 달랬다.
그리하여 4월 말에 / 迺於四月末
서울이 판도에 들어왔네 / 神京歸版籍
한강 남쪽에 길이 트이고 / 漢南道路通
북악산 북쪽에 요기가 걷혔네 / 嵩北妖氛豁
천지가 다시 정돈되고 / 乾坤再整頓
일월이 거듭 빛나도다 / 日月重煥赫
이해 시월에 / 是歲月臨陽
임금 수레가 서쪽 끝에서 돌아왔네 / 六轡回西極
10월에 거가가 도성으로 돌아왔음.
도성 사람들이 취화를 맞이함에 / 都人迎翠華
상서로운 기운이 궁궐을 둘렀네 / 佳氣還金闕
초라한 한관의 모습 / 草草漢官儀
고로들이 많은 눈물 흘렸네 / 故老多垂泣
양궁은 여염집에 머물고 / 兩宮寄閭閻
백관은 담벼락에 의지했네 / 百僚倚墻壁
공사의 것이 다 없어지고 / 公私一塗地
거리마다 비린 바람 휩쓸었네 / 九街腥風拂
종을 단 곳 다시 뉘에게 물을꼬 / 鍾簴誰復問
종묘에는 가시만 우거졌네 / 淸廟生荊棘
남은 백성 적의 형벌 벗어난 자 / 遺民脫黥劓
백이나 천에 겨우 한둘일세 / 百千纔二一
주리고 여윈 자는 일어나질 못한 채 / 饑羸不能起
입을 가리키며 먹을 것 찾네 / 指口求饘粥
꽃은 궁궐 구석에 피었고 / 花明紫殿陰
풀은 성 남쪽 굽이에 푸르렀네 / 草綠城南曲
보이는 건 이전과 다름이 없지만 / 所見無異物
널린 것은 백골뿐이로다 / 縱橫惟白骨
고신이 아주 보잘것없어 / 孤臣極無似
나랏일이 따라서 뒤집혔네 / 國事從顚覆
외람되이 삼접의 총애를 받고 / 濫荷三接寵
쓸데없이 오정식만 차지했네 / 虛叨五鼎食
받은 은혜 갚지 못했으니 / 承恩不能報
만번 죽어도 책임은 남으리 / 萬死有餘責
군마 사이에 쏘다니며 / 驅馳戎馬間
힘써 근력을 바쳤었지 / 黽勉輸筋力
살수 연안에서 바람 맞으며 / 風餐薩水岸
파주 눈 속에서 들잠 잤네 / 野宿坡州雪
허물 쌓여 산처럼 겹쳤지만 / 釁積丘山重
효력 있는 계책 조금도 없었네 / 效計絲毫蔑
치란은 정해진 것이 없으나 / 治亂無定形
사람의 일로 점칠 수 있다네 / 人爲可以卜
곰곰 생각하니 난리 초기에 / 永念陰雨初
단속이 혹 주밀하게 못했네 / 綢繆或未密
조정에는 인원만 앉아 있고 / 廟堂坐麟楦
변방에는 썩은 사람 많았네 / 邊鄙多朽木
인정이란 만 가지여서 / 人情有萬般
세상 의논 번복이 많네 / 世議多翻覆
기강이 이미 풀렸으니 / 維綱旣解紐
만 가지 계책이 허사로다 / 萬計歸虛擲
많은 병사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 千兵非所急
장수 하나 얻기가 참으로 어려워라 / 一將眞難得
그림의 떡 먹을 수 없으니 / 畫餠不可食
금항아리 이로부터 이지러졌네 / 金甌從此缺
염소를 잃었으니 우리를 보수하고 / 亡羊牢可補
말을 잃었으니 마구를 고칠지로다 / 失馬廐可築
지난 것은 비록 그만이지만 / 往者雖已矣
오는 일은 그래도 해갈 수 있도다 / 來者猶可及
누가 능히 이런 뜻을 진술하여 / 誰能陳此義
하나하나 임금께 들려주리오 / 一一聞閶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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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의졸 남중휘를 곡하다〔哭宜拙南仲輝〕
세상 사람들 장수가 좋다지만 / 世人樂久生
오래 사는 게 또 무엇이 좋으랴 / 久生亦奚益
물줄기 모여서 흐르듯 / 有如川閱水
수없이 가는 사람 보았다오 / 無數見零落
까닭에 공문거는 / 所以孔文擧
개연히 벗 그리워했지요 / 慨然戀知識
평소에 사귀는 벗 적었고 / 平居寡友朋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외톨이었는데 / 我生本介特
오십 하고 두 살 더한 나이에 / 五十適過二
태반이나 저승 명부에 올랐다오 / 太半在鬼錄
그대도 날 버리고 떠났으니 / 君又捨我去
어찌 통곡하지 않으랴 / 如何不慟哭
고상한 의표 다시 보기 어려우니 / 高標難復見
옥 같은 모습 어디로 떠나가셨는가 / 玉貌逝安適
옛날 젊은 시절 돌아보면 / 念昔少年日
기쁜 생각 매우 적다오 / 歡意苦不足
술 마시면 기운이 호기로웠고 / 得酒氣豪橫
시절을 근심하시면 말씀 격렬했으니 / 憂時語感激
철없던 수십 년 동안 / 猖狂數十載
그대와 고락을 함께했다오 / 與君同苦樂
벗들과의 사귐 돌이켜 보면 / 追思交友間
누가 옛정 보존했던가 / 孰能保疇昔
똑똑한 사람 높은 자리로 훌쩍 떠나가고 / 高者騰踏去
변변찮은 이들 거의 좌절하고 말았다오 / 下者多隕穫
부침에도 사모하고 반기면서 / 浮沈相慕悅
오직 그대만 변하지 않았지만 / 惟子心不易
어느새 백발의 나이 되어 / 居然到白頭
상란이 어지럽게 뒤섞였네요 / 喪亂紛參錯
지난번 그대의 집에서 곡할 때 / 向者哭君堂
골목길 벌써 쓸쓸했지요 / 門巷已蕭索
길게 울부짖은들 그대 어찌 들으리오 / 長號君豈聞
애통함이 가슴에 맺혔도다 / 痛結在胸臆
늘그막에 송도 지킬 적 / 松都老居守
옛 편지에 담긴 뜻 슬펐는데 / 昨書意慘慼
이제 그만이로다 무슨 말을 하리오 / 已矣欲奚言
저승에서나 다시 만날 기약이라 / 心期付冥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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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분애의 시에 차운하다〔次汾厓韻〕
옛일을 사모하여 먼 유람 좋아했기에 / 好古慕遠遊
어려서부터 여행을 다니며 / 發迹自幼稚
남으로 월악산에 오르니 / 南行上月嶽
흔들바위 기울어 떨어질 듯 / 動石欹欲墜
조각배 큰 바다로 띄워 / 扁舟泛溟渤
푸른 한라산 마음대로 구경하고 / 縱望拏山翠
서석산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가 / 瑞石陟崔嵬
뛰어올라 북쪽 근처에 다다랐지 / 超騰北臨廁
푸르고 푸르던 동백 숲은 / 靑靑冬柏林
눈 속에서 추위에도 시들지 않았으니 / 雪裏寒不瘁
만년에 봉래와 영주로 가서 / 歲晩向蓬瀛
신선 찾다가 스스로 부끄러웠지 / 尋眞還自愧
길이 은거할 계책 없는 건 아니지만 / 非無長往計
속세 버리기는 참으로 쉽지 않도다 / 脫屣諒未易
골짝에 신령한 기운 모이고 / 洞府集仙靈
바위 벼랑에는 고찰 많았다오 / 巖崖多古寺
머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 棲遲未云幾
시간 참으로 쏜살같았다오 / 馳景劇奔駟
고개 넘다 비로소 눈 만나고 / 踰嶺初逢雪
바닷가에서 복된 터전 구했으니 / 傍海求福地
용산에선 눈 먼저 밝아지고 / 龍山眼先明
학교에선 마음 벌써 취했네 / 鶴橋心已醉
맑고 깨끗한 지역에 집 짓고 / 綢繆淸淨界
남은 생애 맡기려 했는데 / 寄托殘生事
돌아와 궁궐에 이르러 / 歸來到京輦
임금 모시는 대열에 끼어 / 威顔忝列侍
고개 숙여 형역에 괴로우니 / 低頭苦形役
선경이 꿈에 들었다오 / 靈境入夢寐
일찍이 패왕의 도략 품었으나 / 夙懷霸王略
이제 와 은거의 이로움 알았다오 / 今覺幽貞利
피곤하고 게으른 몸에 병까지 많으니 / 疲慵矧多病
늙은 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리라 / 老大須恣意
노자는 만족할 줄 알라고 경계했고 / 眞人戒知足
칩거할 나이 장차 다가온다오 / 伏驥齒將至
그대만은 재주와 힘 넉넉하여 / 唯君富才力
조정의 보배라오 / 廊廟儲國器
거취가 어찌 꼭 같아야 할까 / 趨舍何必同
대장부는 각각 품은 뜻이 있나니 / 丈夫各有志
훗날 푸른 바닷가에서 / 他時滄海上
그리워하는 글이나 자주 부치리라 / 數寄相思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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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태백산인 이세열에게 주다〔贈太白山人李世說〕
듣자 하니 동남방의 좋은 경치 / 聞說東南勝
태백산만 한 곳 없다 하니 / 無如太白山
수백 리 뻗어 내려 / 蟠根數百里
바다 구름 사이로 우뚝 솟았다지 / 秀出海雲間
그 가운데 복된 터 많아 / 其中多福地
쇠사슬 잡고도 오를 수 없어 / 鐵鎖不可攀
신선과 승려들이 / 仙翁與釋子
세상 등지고 산다지 / 棲托絶人寰
아 나는 세상 그물에 매어 / 嗟余困世網
늙도록 조정 반열에 있으니 / 白首滯朝班
운산을 하릴없이 바라보지만 / 雲山空在望
조도는 대관령에 막혔구려 / 鳥道阻大關
부럽다오 그대 홀로 떠나가 / 羨君能獨往
푸른 시내 굽이에 집터 닦아 / 誅茅碧溪灣
계수나무 가지 얽어 집 지으니 / 桂樹枝相樛
신령한 풀에 붉은 반점 섞인 듯하다지 / 靈草雜朱斑
말끔하게 세상 생각 잊고서 / 蕭然塵想絶
편안하게 누워 한가로움 즐기다가 / 高臥樂幽閑
산을 나와 나를 방문할 적마다 / 出山時相訪
험한 산길 꺼리지 않는구려 / 不憚山路艱
산중의 일 자세히 듣다가 / 細聞山中事
머뭇대며 늙는 내 얼굴 부끄럽지만 / 棲遲愧衰顔
세모에 아름다운 기약 있으니 / 歲暮有佳期
시 지었다가 돌아가는 그대에게 준다오 / 題詩贈君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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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분애의 〈일곱 가지 감회〉에 화답하다〔和汾厓七懷詩〕
분애 노인 일찌감치 특출하여 / 汾翁早特達
호탕한 기상은 늙어도 줄지 않았지 / 豪氣老不除
술 얼큰하면 말씀 더욱 호방하고 / 酒酣語益放
새로 지은 시로 자주 나를 일깨우시네 / 新詩數起余
평생 동안 남다른 뜻 지니셨기에 / 平生倜儻志
마주하면 번번이 탄식부터 나온다오 / 相視輒唏噓
세상사 굴곡 많았지만 / 世路多屈曲
은거할 계획 머지않으시리 / 無何計非疏
이상은 분애 신정을 읊은 시이다.
계군은 기이한 생각 많아 / 季君饒奇思
술 좋아하고 솔잎도 먹었으니 / 嗜酒且餐松
솔잎으로 흉년을 구제하고 / 松以救歲飢
술로 괴로운 마음 씻어냈다오 / 酒以滌煩胸
시대 걱정에 말 격렬해서 / 憂時語感激
임금께서도 용모를 가다듬었는데 / 明主爲動容
나라를 살리는 여러 처방 / 活國自多方
깊은 마음에서 나왔다오 / 來往有深悰
이상은 송간 이단하를 읊은 시이다.
매간 노인은 깨끗한 마음 많고 / 梅翁多素心
글 짓는 재주도 특출했다오 / 文雅邁群倫
말끔하기가 속세를 벗어났으니 / 瀟灑絶塵紛
편안히 누워 걸핏하면 열흘씩 보내신다네 / 高臥動經旬
주옥같은 글이 방 안 가득 빛나는데 / 珠璣璨盈室
탑상 풀어 귀한 손님 맞나니 / 解榻邀佳賓
작은 뜰에 꽃과 나무 무성해지면 / 小園花木深
벼슬 내려도 번번이 머뭇거리신다오 / 除官輒逡巡
이상은 매간 이익상을 읊은 시이다.
성동에 사는 노시인 / 城東老詞伯
자칭 호곡 노인이라 하였으니 / 自稱壺谷翁
시정과 주흥이란 / 詩情與酒趣
오묘한 해석이 이 아호 안에 있다오 / 妙解在此中
약관 때부터 재주 많으시니 / 弱齡富才思
기이한 문장은 조물주에게 빼앗아 왔다오 / 奇藻奪天工
높은 걸음으로 재상 자리 섭렵하고 / 高步躡台躔
기묘한 시로 못난 시인 비웃었네 / 蟲吟笑詩窮
이상은 호곡 남용익을 읊은 시이다.
나는 향산을 사랑하노니 / 我愛香山子
품은 도략 넓고도 기이해라 / 恢奇蘊韜略
높은 재주 어찌 오래 좌절 속에 지낼까 / 高才寧久屈
공평한 마음으로 손님들 좋아했다오 / 坦懷且愛客
부절 내주며 구관의 정치 부끄러워했지만 / 交符愧舊政
술잔을 잡으면 허심탄회하였다오 / 把酒見心曲
승산은 권도 맞춤에 있으니 / 勝算在中權
시절이 위급해지면 마땅히 힘을 다해야 하리라 / 時危宜戮力
이상은 향산 조사석을 읊은 시이다.
금화는 뛰어난 자질로 / 金華玉樹姿
문채는 선조들을 이었지 / 文彩繼前烈
술을 사랑하여 깊은 정취 얻었고 / 愛酒得深趣
사귀는 사람 모두 재사와 호걸 / 論交摠才傑
무리 속에서 기상 더욱 떨치고 / 衆中氣益振
문단에서 문장으로 굽힘 없으니 / 詞場語不屈
바야흐로 알겠도다 아름다운 풍류는 / 方知美風流
한미한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 不自寒儉出
이상은 금화 홍만용을 읊은 시이다.
훤칠하셔라 석문 노인이여 / 軒軒石門翁
재주와 품격이 동료들 뛰어넘어 / 才格出流輩
훌륭한 선비들과 어울려 / 綢繆群彥間
형해를 벗어나 사귀었다오 / 脫略形骸內
호탕한 마음 늙을수록 더 커져 / 豪情老益壯
강직한 성격은 속태를 벗었는데 / 骯髒非俗態
아름다운 약속이 노년에 있으니 / 佳期在晩暮
일찍부터 임천을 사랑하였지 / 林泉夙所愛
이상은 석문 임규를 읊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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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칠언고시(七言古詩)
삼강으로 떠날 적에 자형 이경략과 이별하며 시를 남겨 주다〔將赴三江留別李兄景略〕
천 리 산하에 갈림길 잔뜩 있고 / 山河千里足岐路
백 년 인생에 슬픔과 기쁨 많다오 / 人世百年多哀樂
분분한 이별과 만남 무상하니 / 紛紛離合不可常
수심 띤 얼굴로 먼 길 나그네 전송하지 마시라 / 莫將愁顔送遠客
내 그댈 위해 노래 한 곡 부르기 위해 / 我有一曲爲君歌
짐짓 돌리던 술잔 멈추고 말도 세웠지요 / 故停行杯駐金絡
그대는 본래 훌륭한 가문의 기재로 / 君身自是鳳穴奇
시례를 처음에는 가친께 배우셨지 / 詩禮初從鯉庭學
푸른 매가 둥지로 내림에 토끼들 굴을 경영하고 / 蒼鷹下巢兔營穴
완국의 새끼 말 벌써 붉은 땀 흘리니 / 宛馬爲駒汗已赤
삼대를 널리 엿봐 뜻과 기상 호매하고 / 旁窺三代志氣豪
백가의 글 섭렵하여 문사가 훌륭하셨다오 / 汎濫百家文詞博
돌아보면 옛날 내가 남쪽 바다 나그네 되었을 적 / 憶昨南溟我作客
가군께선 오히려 조양에서 배척된 신세였으니 / 家君尙爲潮陽斥
경주와 뇌주가 만 리 파도 사이에 둔 것처럼 멀고 / 風濤萬里際瓊雷
위리안치되어 산과 바다로 막혔지만 / 棘以爲欄山海隔
형님께선 그 험한 길 어렵다 않고 / 吾兄不道跋涉難
멀리 유배지 찾아와 적적함 달래 주셨으니 / 遠訪長沙慰幽獨
등불 앞의 담소에 분위기 온화하였고 / 燈前笑語氣溫溫
술자리에선 정다운 마음 끊임없었지요 / 杯酒慇懃心脈脈
형제들 가을비 내리는 시기에 모여 / 鴒原秋雨雁一行
거문고에 〈고산〉과 〈유수〉 몇 곡조 탔는데 / 流水高山琴數曲
남북으로 오가느라 거듭 바다 건넜으니 / 北去南來再渡海
그대의 높은 의리는 높은 구름에 닿았지요 / 惟君高義層雲薄
누가 알랴 인간사 조석으로 변하여 / 誰知人事異朝夕
형님은 서쪽 성에 머물고 아우는 북으로 돌아가니 / 兄住西城弟歸北
북관 아득하고 철령 높아서 / 北關迢迢鐵嶺高
산과 강을 사이로 사막과 나뉘지요 / 間以山河界沙漠
한 조각 외로운 성은 목책을 둘렀는데 / 孤城一片木爲柵
이곳과의 거리가 천육백 리라오 / 此去脩程千六百
첩첩의 산중에 산길 가늘게 이어지고 / 千山萬山鳥道細
칠팔월에도 흰 눈이 내리지요 / 七月八月飛雪白
떠나는 수레 몰아 상동문 나설 적에 / 征車將出上東門
이별연 비로소 한양 길가에 열리니 / 別筵初開洛陽陌
서쪽 이웃에 사는 형님은 자가 여현인데 / 西隣有兄字汝鉉
우리 형님과 마음 통하는 동갑내기로 / 與兄同心亦同甲
몇 년을 따르면서 흉금 나누는 사이였기에 / 幾年追隨共襟期
오늘 함께 오셔서 이별 자리에 참석하셨네 / 今日同來登祖席
가을바람 언뜻 불어 기러기 높이 날고 / 秋風乍入雁背高
고목에 된서리 내려 낙엽 지는데 / 古樹霜濃黃葉落
서울 구름 아득하고 변방의 해 뉘엿뉘엿 / 秦雲杳杳塞日黃
비바람 치는 저녁에 형제들과 헤어지네요 / 斷雁離鴻風雨夕
떠나는 내게 한 편의 글 보여 주시니 / 臨行示我一篇文
주옥같은 문장에 약석 같은 말씀이라 / 字綴瓊琚語藥石
변방으로 가지고 가 펴 본다면 / 持歸塞外儻披拂
하늘 끝에서 긴 그리움 달랠 만하겠지요 / 可慰天末長相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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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칠언고시(七言古詩)
월나라 왕 구천에 대한 노래〔越王句踐歌〕
밤에 〈월(越)나라 세가(世家)〉를 읽었는데, 구천(句踐)의 뜻 세움이 뚜렷해서 약소국임에도 품었던 뜻을 바꾸지 않고, 피폐한 성 하나로 수십 년 동안 오래도록 버티면서 참고 견디며 때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강성한 오(吳)나라에게 보복해 큰 공을 이룬 사실을 기이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기이한 공업과 남다른 업적은 뜻에 있지, 다른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초(楚)나라가 회왕(懷王)을 돌아오지 못하게 한 일과 후세에 남송(南宋)이 구차하게 안일함을 추구한 일이 내 마음을 통한스럽게 하였다. 마침내 느낀 바가 있어 월나라 왕 구천을 위해 노래를 지어 그의 공렬을 기리니, 뒷날 이 시를 읽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 반드시 나의 탄식을 뒤이으리라. 때는 갑오년(1654, 효종5) 12월 23일이다.
월나라 왕 구천은 회계에 있으면서 / 越王句踐在會稽
오직 강성한 오나라에 앙갚음할 마음뿐이었으니 / 一心唯在報強吳
귀신도 알아줄 만한 간절한 그 정성이여 / 精誠耿耿鬼神知
밤낮으로 오나라 고소대 서글피 바라보았지 / 日夕悵望吳姑蘇
쇠잔한 병사들 다만 수천 명에다 / 凋殘兵甲只數千
외로운 작은 성 도읍 아니었네 / 一片孤城非故都
어찌 잘 먹고 편히 잘 길 없으랴만 / 豈無甘飴與安寢
모욕 참아 가며 구차하게 사는 건 대장부 아니라오 / 忍詬偸安非丈夫
문종은 나라 밖을 범려는 나라 안을 다스렸으니 / 種治其外蠡治內
천 년에 한 번 나올 기이한 공은 이 두 사람 필요했지 / 千載奇功二子須
고심하고 생각 거듭한 스무 해 만에 / 苦心積慮二十年
한번 거병해 웅장한 계책 이뤘다오 / 奮兵一出成壯圖
오나라 궁의 노래와 춤이 월나라로 들어오고 / 吳宮歌舞越宮入
패업 크게 떨쳐 기틀 마침내 옮겨 왔으니 / 霸業張皇基畢輸
장사들 크게 노래하며 오나라 저자에서 술 마시고 / 壯士高歌飮吳市
공신은 옷깃 떨치며 강호에서 배를 띄웠다오 / 功臣拂衣浮江湖
오호라 구천은 참으로 현명한 왕이로다 / 嗚呼句踐眞賢王
패전하고 나라 잃는 일 어느 시대인들 없었던가 / 敗軍喪國何代無
귀한 것은 기이한 뜻을 가을 서리처럼 힘씀이오 / 所貴奇志勵秋霜
강약을 논하는 건 정녕 구구한 짓이라오 / 強弱之論眞區區
소왕은 다만 이 방책을 약한 연나라에 썼지만 / 昭王只是用弱燕
오자서에겐 일찍이 따르는 무리 백 명도 없었나니 / 子胥曾無百人徒
필부도 오히려 강자에게 원수를 갚을 수 있고 / 匹夫猶能報強怨
만승의 천자도 혹 몸을 보존하지 못한다오 / 萬乘或不容其軀
강한의 남쪽 육천 리 되는 / 江漢之南六千里
초나라 군신들은 벌을 줄 가치도 없지만 / 楚國君臣不足誅
예로부터 영웅들 월왕 같은 이 드무니 / 古來英雄似王少
사람들로 하여금 오호 하며 세 번 탄식케 한다오 / 令人三歎發嗚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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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오언절구(五言絶句)
병풍에 그린 팔경을 읊다〔詠屛畫八景〕
1
눈 녹아 봄물 맑고 / 雪消春水淥
버들가지에 산들바람 이누나 / 楊柳生微風
고깃배가 안개 섬에 머물렀으니 / 漁舟泊煙渚
그 위에 술 받아 온 노인 있구려 / 上有沽酒翁
2
향긋한 풀 파릇파릇 자라나고 / 芳草綠萋萋
푸른 숲이 초가집을 둘렀구려 / 靑林繞茅屋
노인은 소 몰고 돌아오고 / 老翁驅牛歸
아이는 처마 아래 기다리네 / 童子候簷隙
3
초가집 처마에 여름 볕은 더딘데 / 茅簷夏景遲
논 두둑에 흐르는 샘물 가득하구려 / 稻畦流泉滿
농부가 짐을 지고 돌아오니 / 田夫負來還
주린 소는 해 지는 걸 두려워하누나 / 飢牛畏日晩
4
더운 여름은 보내기 어려운데 / 畏景不可度
높은 누각이 물 가운데 솟았구나 / 高閣水中央
고깃배는 앞 포구로 내려오고 / 漁舟下前浦
저녁 비에 강 하늘만 길어라 / 暮雨江天長
5
올벼 벌써 벨 만하기에 / 早稻已堪獲
집 안에 사람 드무나니 / 居人在舍稀
고목 아래 초가에 / 茅茨古樹下
늙은 삽살개만 빈집 지키네 / 老尨狵守空扉
6
한가한 사람이 높은 누각 사랑하여 / 閑人愛高閣
난간 기대 가을 물에 낚시하다가 / 倚檻釣秋水
술에 취해 돌아가는 구름 바라보니 / 醉後望歸雲
기러기 우는 소리 하늘가에 들려오네 / 雁聲天際起
7
산중이라 인가 드물고 / 山中罕人居
흰 눈만 계곡에 가득한데 / 白雪滿溪谷
멧돼지가 말 앞에서 놀라니 / 豪猪馬前驚
소년들 좋아라 달려가 쫓네 / 少年喜馳逐
8
절름발이 나귀가 눈길에 비척거리는데 / 蹇驢困積雪
술 싣고 매화를 찾아가니 / 載酒尋寒梅
초가집은 한낮이라 적막하고 / 茅茨晝寂寞
외로운 학만 부질없이 배회하누나 / 獨鶴空徘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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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경략 매형께서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가시는 길을 전송하다 4수〔送景略兄渡海往耽羅 四首〕
강 머리에 달님 솟자 떠가는 배 보이고 / 江頭月出見行舟
갈매기와 백로의 추운 소리가 아래 섬에서 나네 / 鷗鷺寒聲起下洲
언덕에는 연무 낀 나무 캄캄한데 / 滿岸冥冥煙樹色
더구나 내일 아침에 이별할 근심 있음에랴 / 明朝況有別離愁
듣자 하니 제주도는 바다 가운데에 있어 / 聞道瀛洲在海中
외로운 배 아득히 기러기처럼 멀리 가누나 / 孤舟杳杳去如鴻
지금 그대의 장한 뜻은 이별을 가볍게 여기니 / 今君壯志輕離別
양주가 갈림길에서 울던 일 배우지 말아야지요 / 莫學楊朱泣路窮
평생에 신선 만나려는 뜻 품었기에 / 平生素有求仙志
삼신산 가는 길 끊어진 걸 매우 한탄했었지 / 苦恨三山路絶尋
오늘 그대가 제주로 떠나는 걸 전송하노니 / 今日送君瀛海去
여섯 마리 자라 머리에 한번 올라 보소서 / 六鼇頭上試登臨
말년이라 은정을 형제간에 맡겼는데 / 末路恩情托弟兄
바닷길 전송할 줄 어찌 알았으랴 / 那知送作海中行
만리창파에 외로운 배 멀어지리니 / 滄波萬里孤舟遠
이별 후에 그리우면 밝은 달을 봐야겠네요 / 別後相思對月明
……………………………………………………………….
서하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현석 박화숙 세채 이 주희의 시에 차운한 것을 차운하다 3수〔次玄石朴和叔 世采 所步晦菴韻 三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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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구름 본래 깊기에 / 南山雲物自幽深
저물녘 지팡이 짚고 소요하다 올랐다오 / 日夕逍遙杖屨臨
다만 서쪽 동산에 꽃 피기 기다렸다가 / 直待西園花發後
전현과 똑같은 마음 꼭 찾아봐야지 / 要探前哲一般心
푸른 봄 아득히 눈앞에 깊은데 / 靑春杳杳眼前深
밝은 해 환하게 머리 위에 떠올랐네 / 白日昭昭頭上臨
크게 노래하며 멀리 바라보다 문을 나서지만 / 高歌遠望出門去
천하에 내 마음 아는 이가 없어라 / 天下無人知我心
비 기운 막 걷혀 초목이 짙어지니 / 雨氣纔收草木深
봄빛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春光何處可窺臨
봄 구경하다가 또한 인술 보게 되었으니 / 觀春亦得觀仁術
왕성한 생의를 이 마음에 깨닫노라 / 生意融融會此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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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함경도 관찰사로 떠나는 남운로를 전송하다 11수〔送南雲路按節北關 十一首〕
북관의 경략은 현명한 인재에게 맡기는데 / 北門經略屬賢才
덕망이 때때로 대성에서 나왔지요 / 雅望時時出省臺
영천 땅에 이미 황패의 직함 더하더니 / 穎上已增黃霸秩
하서 지역에 다시 필함 같은 분 보내네요 / 河中復遣畢諴來
함경도 천 리 남짓에 / 嶺海中間千里餘
한나라의 정장이 오랑캐 천막과 맞닿았지 / 漢家亭障接穹廬
지금 허리띠 늦추고 갖옷 가볍게 입는 때에 / 今當緩帶輕裘日
누가 알랴 창 빗겨들고 말 치달림이 시작됨을 / 誰識橫戈躍馬初
오랑캐 막는 일에 선춘령을 분변치 말게 / 防胡莫辨先春嶺
송나라 조문하는데 오국성 찾기 쉽지 않다오 / 弔宋難尋五國城
다만 시중대 위에 달님만 남아 / 惟有侍中臺上月
옛일 생각하며 깊은 정 일어나게 하네 / 令人感古起深情
병주의 도독은 장성이라 일컬어졌고 / 幷州都督號長城
섬서의 용도에겐 수만 갑병 있었지 / 陜右龍圖有甲兵
오늘날 바야흐로 도략을 방치해 두었지만 / 今日韜靲方束閣
덕성이 응당 관을 넘어가리라 / 德星端合度關行
장사는 예로부터 사방을 정벌할 뜻을 두니 / 壯士從來志四方
남아가 나라에 목숨 허락하면 어찌 고향 생각할까 / 男兒許國豈思鄕
공명이란 기린각에 있지 않으니 / 功名不在麒麟閣
우선 어진 바람 일으켜 북쪽 황무지 채우시게 / 且扇仁風滿北荒
장군 깃발 빛을 뿜고 채의가 알록달록하니 / 牙旗輝映彩衣斑
환호성이 북관에 진동하리라 멀리서 상상되네 / 遙想歡聲動北關
만세교 머리 위에 훌륭한 일 남았으니 / 萬歲橋頭留勝事
서평이 남긴 자취를 그대가 거듭 따르시게 / 西平遺迹子重攀
지난밤 기러기 울며 북관을 지나갔으니 / 昨夜鳴鴻已度關
삭풍이 눈 몰아쳐 오랑캐 산 어두워지리라 / 朔風吹雪暗胡山
귀문관과 흑수는 일찍이 지나갔던 곳이니 / 鬼門黑水曾經地
그대 이곳에서 수레 돌려 돌아올 걸 알겠다오 / 知子回車自此還
병을 안고 귀향해서 홀로 문을 걸었는데 / 抱疾歸田獨閉門
변방으로 그대 전송하려니 혼이 녹아나누나 / 送君邊塞欲銷魂
만 리 길 가는데 몸이 우선이라는 말 알겠으니 / 從知萬里身爲本
이별에 임해 간곡하게 이 옛말 들려준다네 / 臨別丁寧贈古言
십 년 세월 분분하게 만났다가 헤어졌으니 / 聚散紛紛十載中
뜬구름처럼 각각 동서로 떠돌 수밖에 / 浮雲無奈各西東
그대 호영의 부절 받고 나가니 / 君家又出湖營節
사귐에 자리 비어 더욱 탄식한다오 / 益歎交遊座上空
북방에는 영약이 지천으로 난다는데 / 靈藥如蓬產北巒
문화와 무화로 다리면 먹을 만하다지 / 煉成文武味堪餐
번거롭겠지만 그대가 이 약을 구해 주시면 / 煩君爲乞刀圭惠
참동계에서 논한 내단은 필요없다오 / 不必參同講內丹
듣자 하니 오랑캐의 매는 흰 비단 털로 / 聞道胡鷹白錦毛
깊은 가을날 날개가 바람 타면 하늘까지 오른다지 / 九秋風翮正凌霄
가까운 산에 악조 있어 아침마다 어지럽게 쪼니 / 近山惡鳥紛朝啄
눈빛 노란 매 가져와 이것들을 꼭 잡아 주시라 / 要得金眸搏此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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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곡운 김연지 수증 가 부쳐 준 시에 차운하다 3수〔次谷雲金延之 壽增 寄示韻 三首〕
맑은 시내 백 줄기가 천산을 두른 곳 / 淸川百道繞千巒
누가 은자를 그 속에 있게 하였나 / 誰遣幽人在此間
내가 소식을 전하려 해도 물을 곳 없으니 / 我欲寄聲無處問
그리운 마음 아득히 겹겹의 산에 막혔다오 / 相思遙隔萬重山
작은 정자에서 종일토록 산을 마주하노니 / 小亭終日對巖巒
그 정자 달리는 물 어지러운 돌 사이에 있네 / 亭在奔流亂石間
복사꽃 물에 떠오길 기다렸다가 / 會待桃花浮水出
조각배로 곧장 무릉산 찾아가리라 / 扁舟直訪武陵山
그대에게 묻노니 무엇 때문에 산중에 계시오 / 問君何事在山中
운림 찾아 은거하니 고풍을 간직했구려 / 長往雲林有古風
온 산에 찬 서리와 눈 내린 속에서 / 萬樹千峯霜雪裏
솜옷과 학창의 입고 그대와 함께하겠소 / 褞袍鶴氅與君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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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관사 동산의 열 가지를 읊다〔官園十詠〕
미인이 고운 손으로 당겨 꺾을 만한데 / 美人纖手堪攀折
아쉬워라 십 리 넓게 녹음을 이루지는 못했구나 / 恨未成陰十里寬
어찌하면 집집마다 담장 아래 심어서 / 安得家家墻下樹
노인들이 추위 걱정 않게 할 수 있을까 / 可敎頒白不憂寒
이상은 뽕나무를 읊었다.
꽃다운 녹음 조석으로 바뀌는 것 기뻐했는데 / 芳陰已喜遷朝夕
맛있는 열매 쟁반에 오르니 또한 맛볼 만하지 / 美實登盤亦可嘗
아쉬워라 산골짝 굽이에 옮겨 심어서 / 恨不移栽山澗曲
등덩굴이 가지 타고 맘껏 뻗어 가게 못 함이 / 任敎藤薜繞枝長
이상은 호두나무를 읊었다.
나무 심으면서 굳이 꽃과 열매 바라랴 / 植木不須花與實
빽빽하고 시원한 홰나무 그늘 참 좋구나 / 森涼最愛綠槐陰
봄철의 온갖 꽃들 시든 뒤로 / 春天百卉飄零後
여름철 짙은 녹음 그 가치 만금이라오 / 夏日雲屯直萬金
이상은 홰나무를 읊었다.
비둘기 우는 철에 먼 마을에서 피어 / 鳴鳩時節遠村開
흰 꽃과 붉은 꽃받침 이른 매화와 짝이 되네 / 素蘂紅趺伴早梅
거리의 북쪽 남쪽에서 물색을 독차지하니 / 巷北巷南占物色
고고한 자태를 구름에 의지해 심을 필요 없다네 / 不須孤絶倚雲栽
이상은 살구나무를 읊었다.
더운 철에는 반지르르한 잎 무성하여 더욱 좋고 / 當暑偏憐沃葉稠
서리 맞은 붉은 열매는 가을에 또 좋다오 / 經霜頳卵亦宜秋
몇 창고의 감잎을 글씨 연습에 제공한다면 / 能令數屋供揮翰
강남의 귤 소후가 부럽지 않으리 / 不羨江南橘素侯
이상은 감나무를 읊었다.
이름난 꽃은 화장한 미인과 흡사하니 / 名花恰似美人粧
하늘하늘 농염한 자태에 애간장 녹네 / 濃艶依依可斷腸
제일은 작은 동산에 봄비 내린 뒤 / 最是小園春雨後
식희가 말없이 장왕 마주한 것이라오 / 息姬無語對莊王
이상은 복숭아나무를 읊었다.
은근한 향과 성근 그림자 황혼을 독차지하고 / 暗香疏影占黃昏
가지 끝의 청조에 또한 넋을 잃도다 / 靑鳥枝頭亦斷魂
동각의 몇 그루 더욱 속세에서 벗어나니 / 東閣數株尤絶俗
나부산의 꽃 핀 마을 찾을 필요 없어라 / 羅浮不必訪花村
이상은 매화나무를 읊었다.
소나무 심으면 십 년 세월 기다려야 하니 / 種松要待十年陰
타인에게 남겨 주는 것이 어찌 내 마음이랴 / 留與他人豈我心
이제 내가 처음 세 길의 소나무 옮겨 심으니 / 今我初移三丈幹
푸른 수염 푸른 일산 이미 무성하네 / 蒼髥翠蓋已蕭森
이상은 소나무를 읊었다.
몇 년을 뭇 풀과 함께 묻혀 있었나 / 幾年埋沒同凡草
오늘 심으면 추운 계절에 드러나겠지 / 今日栽培表歲寒
이슬 듣고 연기 섞여 반짝이는 빛이 / 滴露和煙翻動色
아침저녁으로 그윽한 기쁨 도울 만하네 / 可堪朝暮助幽歡
이상은 대나무를 읊었다.
도연명이 죽은 뒤로 아끼는 사람 없고 / 淵明去後無人愛
굴원이 상강에 투신하였으니 누가 또 먹을까 / 屈子沈湘誰復餐
나 홀로 벼슬 좋아하고 국화도 사랑하여 / 我獨愛官兼愛菊
동쪽 울타리의 물색을 부절 차고 보노라 / 東籬物色佩符看
이상은 국화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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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산중의 즐거움 여섯 가지를 읊다〔山中樂六詠〕
나는 산속에 눈 쌓인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積雪時
천 겹 어지러운 봉우리 모양이 바뀌었네 / 亂峯千疊幻殊姿
눈앞의 만상이 모두 묻혔는데 / 眼前萬象皆埋沒
저 소나무만은 특별히 기이하구나 / 猶有寒松分外奇
나는 산속에 달 떠오른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月出時
차가운 밤바람과 이슬 함께 처량하네 / 夜寒風露共凄其
쓸쓸히 천 봉 위에 홀로 서서 / 蕭然獨立千峯上
고요함 속에 허공을 보며 스스로 느끼노라 / 靜裏觀空秖自知
나는 산속에 저물녘 비 내리는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暮雨時
산 가득 소나무 회나무가 울창하구나 / 滿山松檜鬱參差
도랑물 콸콸 흐르고 산 모습 담박한데 / 泉流決決山容淡
맑고 찬 기운 가져다 얼굴에 올리네 / 收取淸寒上額眉
나는 산속에서 《주역》 읽는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讀易時
누가 말에 얽매이지 않고 뜻을 찾으랴 / 孰能求意不因辭
화로의 향불 꺼져 가고 등잔불 싸늘한데 / 爐香欲歇孤燈冷
껄껄 웃으며 흔쾌히 복희씨를 마주하네 / 一笑欣然對伏羲
나는 산속에서 술 마실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飮酒時
저녁연기와 찬비가 몹시도 사람을 기롱하네 / 暮煙寒雨苦侵欺
시름 삭이고 흥 내는 것 모두 부질없는 일이니 / 消愁遣興渾閑事
그러한 때 하늘의 섭리를 보아야 하네 / 看取那時燮理宜
나는 산속에서 약 달일 때를 사랑하노니 / 我愛山中煮藥時
석천과 신화가 암암리에 서로 불어 주네 / 石泉新火暗相吹
솥 안에서 군신의 비법을 이루어야 하는데 / 要成鼎裏君臣訣
문무화의 경륜을 어린아이에게 맡기네 / 文武經綸付小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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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금강 12절〔金剛十二絶〕
수많은 산이 둘러싼 한 봉우리 우뚝한데 / 萬山環擁一峯孤
골짝에는 가을 깊어 분위기 다르네 / 澗壑秋深氣色殊
십이폭포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는데 / 十二飛泉遙在眼
북풍이 얼굴 스치며 물방울 날리네 / 北風吹面送跳珠
이상은 은선대에서 십이폭포를 보면서 지은 시이다.
물소리 귀에 가득하니 세속 잡음 사라지고 / 水聲盈耳世音息
산빛 옷깃에 비끼니 속된 생각 없어지네 / 山色橫襟塵相空
눈과 마음 시원하여 다른 사물 없으니 / 泠然心眼無他物
맑고 찬 기운 거두어 배 속 가득 채우리 / 收取淸寒滿腹中
이상은 백천동을 읊은 시이다.
만 길의 푸른 벼랑 전혀 티끌 없는데 / 蒼崖萬丈迥無塵
하늘 높이 새겨 놓은 관세음보살 / 刻畫彌天大士身
깊은 산 청정한 경계에 홀로 서서 / 獨立空山淸淨界
천추토록 오가는 사람들 지나 보내네 / 千秋度過去來人
이상은 관음석상을 읊은 시이다.
약관에 동쪽 유람하다 이 암자 들렀을 때 / 弱冠東遊過此菴
저녁 종 새벽 풍경 소리에 원숭이 울음 섞였었지 / 暮鍾晨磬雜猿吟
지금은 폐찰되어 청소하는 사람 없으니 / 今來廢院無人掃
문밖에는 이끼 끼고 낙엽만 가득 / 門外蒼苔落葉深
이상은 마하연을 읊은 시이다.
절이 높이 기둥 하나에 매달려 버티는데 / 蘭若高懸一柱撑
골짜기 바람 종일 기둥을 뒤흔드네 / 谷風終日撼仙楹
우객이 때때로 찾는 곳일 뿐이니 / 秖應羽客時相過
세속 사람 찾아오도록 하겠는가 / 肯遣人間俗子行
이상은 보덕굴을 읊은 시이다.
여러 갈래 흐르는 냇물 골짝 냉기 내뿜고 / 百道奔川噴壑涼
기이한 봉우리 우뚝 솟아 석문이 맑도다 / 奇峯突兀石門淸
연못과 폭포 많아 셀 수 없거늘 / 潭淵澗瀑紛無數
어떤 사람이 하나하나 억지로 이름 붙였나 / 一一何人強指名
이상은 만폭동을 읊은 시이다.
골짝의 서늘한 바람 얼굴을 스치는데 / 谷口涼風拂面來
상서로운 노을과 향기로운 안개 선대를 감싸네 / 瑞霞香霧擁仙臺
누대 주변 늙은 나무에 가을 저물어 가고 / 臺邊樹老秋光暮
생학은 떠나 천년토록 돌아오지 않네 / 笙鶴千年去不廻
이상은 학대를 읊은 시이다.
걸음마다 아름다운 못에 맑은 물 흐르는데 / 步步瓊潭帶玉流
한 줄기 냇가 따라가니 골짜기 어귀 깊구나 / 沿溪一道洞門幽
이 속의 원통사 오래전부터 알았건만 / 此中久識圓通寺
낙엽 쌓인 가을이라 좁은 길 찾기 어려워라 / 微逕難尋落木秋
이상은 원통사를 바라보다가 도착하지 못하고 지은 시이다.
절의 옛 전각 대낮에도 컴컴한데 / 招提古殿晝冥冥
눈 아래 일천 봉우리 채색 병풍 두른 듯 / 眼底千峯遶綵屛
벽에는 오생이 그림 남겼는데 / 壁上吳生留繪畫
스산한 그 기운 선령을 모았네 / 陰威颯爽集仙靈
이상은 정양사 약사전을 읊은 시이다.
빈산의 밤은 고요하고 불등은 외로운데 / 空山夜靜佛燈孤
스산한 골짝에서 때로 괴이한 새소리 들리네 / 哀壑時聞怪鳥呼
창밖에 우뚝한 독수리 머리 보이기에 / 窓外鷲頭看突兀
어둠 속에서 더듬어 보고 향로임을 알았네 / 暗中摸索認香爐
이상은 정양사 선방에서 밤에 유숙하며 지은 시이다.
한 줄기 시내 따라 깊이 들어가 송라암 찾으니 / 一溪深入訪松蘿
찬비 쓸쓸하고 낙엽 수북하구나 / 寒雨蕭蕭落葉多
서글퍼라 시왕천 가의 길이여 / 惆悵十王川畔路
구름 깊은 곳에서 높은 산봉우리 바라보노라 / 亂雲深處望嵯峨
이상은 망고대를 찾아가다가 비를 만나 도착하지 못하고 지은 시이다.
수많은 산천에 자유로운 몸이요 / 萬水千山自在身
흰 구름과 붉은 단풍 좋아하는 사람이라오 / 白雲紅葉好隨人
오늘 아침 또 절을 떠나니 / 今朝又出招提境
신선 찾아 상안 향하려 하네 / 欲向商顔訪隱淪
이상은 장안사를 떠나면서 지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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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송도원 규렴 의 시에 차운하다 3수〔次宋道源 奎濂 韻 三首〕 당시 월파정에 있었다.
갑작스레 도성을 나와 강촌에서 병으로 칩거하는데, 어제 우편을 통해 아름다운 시를 전하여 곤궁하고 적적한 처지를 위로해 주었으니, 도타운 호의에 감사하였다. 또 그 말뜻을 음미하니 더욱 감발하는 점이 있기에 졸렬함을 잊고 화답하여 보낸다.
임시로 머물며 적막하게 열흘을 누워 있자니 / 僑居寂寞臥經旬
꽃과 버들 가득한 마을에서 봄인 줄도 모르다가 / 花柳村中不省春
새 시를 보내 나를 흥기시켜 준 덕분에 / 賴有新詩還起我
흥이 나 술상 내라 하여 서쪽 이웃을 찾았네 / 興來呼酒問西隣
강 구름 아득하고 물결 일렁이는데 / 江雲漠漠水粼粼
강가 날씨 봄추위로 봄 같지 않구려 / 江上春寒不似春
어지러운 한바탕 영욕의 장에서 / 擾擾一場榮辱地
당당한 칠 척의 몸으로 오고 갔지요 / 堂堂七尺去來身
까마귀 다 날아가고 저녁연기 사라지는데 / 寒鴉飛盡夕煙收
물결 위에는 여전히 갈매기 둥실 떠다니네 / 波上猶看泛泛鷗
태항산이 탄탄대로임을 비로소 알았으니 / 方識太行爲坦道
푸른 바다에 조각배 띄우는 것 무방하다오 / 不妨滄海有扁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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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문곡 시에 차운하여 청평 심 도위 익현 의 작은 동산을 읊어 부치다 3수〔次文谷韻 寄題靑平沈都尉 益顯 小園 三首〕
서울의 집집마다 봄빛이 생동하지만 / 洛城春色萬人家
공자의 동산이 좋은 경치 다 차지했구려 / 公子芳園擅物華
무수한 세간의 요염한 식물들을 / 不數世間千種艶
서울에 옮겨 심으니 모두가 이름난 꽃이로세 / 日邊移植摠名花
주렴 밖 날씨 막 개어 온갖 새 울어 대고 / 簾外新晴百鳥喧
퉁소 소리가 꽃 지는 동산에 한가롭네 / 鳳簫閑占落花園
굽은 못은 적적한데 향기로운 바람 지나가고 / 回塘寂寂香風度
연잎은 흐르는 물의 원천을 가벼이 덮었구려 / 荷蓋輕籠活水源
장맛비에 자상을 찾는 사람 없는데 / 霖雨無人問子桑
생황 노래는 어느 화려한 집에서 나오나 / 笙歌何處鬧華堂
공이 여름 자리에 객을 머물게 하는 것일 테지 / 知公夏簟能留客
낚시하며 늙어 가는 모습 부끄럽구나 / 堪愧漁竿兩鬢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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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선유봉으로 돌아가며 3수〔歸仙遊峯 三首〕
강물 불어나 사방의 산만 남아 / 江漲唯餘四面山
이 몸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였네 / 此身疑在有無間
문득 바라보니 하늘가 외로운 배 / 却看天際孤舟子
한번 노 저어 훌쩍 떠나 돌아오지 않네 / 一棹飄然去不還
강물에 큰 들이 잠겨 인적 없는데 / 江呑巨野絶人煙
압도와 잠두봉이 작은 배 같도다 / 鴨島蠶峯小若船
병든 나그네 지주산 위에서 외로이 자며 / 病客孤眠砥柱上
넓은 물 건널 배 없음을 한스러워하네 / 恨無舟楫濟長川
맑은 강에 해 비치고 산에 구름 가득할 제 / 日照淸江雲滿山
조각배가 물 위를 둥실 떠가네 / 扁舟泛泛水雲間
높이 나는 외로운 학 구름 뚫고 가는데 / 高飛獨鶴穿雲去
어느 산으로 온종일 돌아가려 하는가 / 欲向何山盡日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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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두 공부의 시체를 본떠서 시냇가에서 한가로이 읊다 6수〔溪上閑吟效杜工部體 六首〕 포천 묘 아래에서 머물 때이다.
시냇가에서 지팡이 짚고 오래도록 서서 / 澗邊扶杖立多時
비 온 뒤 수석의 자태 즐거이 보노라 / 新雨耽看水石姿
가는 풀 부드러운 부들 땅에 가득 나니 / 細草柔蒲生滿地
저물녘 그윽한 흥취 아는 사람 드무네 / 晩來幽興少人知
콸콸 흐르는 물소리 비바람인가 의심스럽고 / 水聲激激疑風雨
산안개 가득하여 낮인데도 분간이 안 되네 / 山靄盈盈晝不分
종일토록 쓸쓸히 아무 일 없어 / 盡日蕭然無一事
꽃과 채소 심으며 날을 보내네 / 栽花種菜度朝昏
태백산에서 온 어떤 객이 / 有客自從太白山
산에서 캔 영초를 가져왔네 / 袖携瓊草採山間
동이에 옮겨 심고 부지런히 가꾸면 / 瓦盆移植勤培漑
영험한 뿌리로 아홉 번 제련한 단약을 보게 되리라 / 會見靈根煉九還
복숭아 심어 천 년의 열매 기다리려 하고 / 栽桃欲待千年實
잣나무 심어 백 척의 가지 보려 하네 / 種柏要看百尺柯
괴이하여라 짧은 인생에 생각 많은 것 / 還怪短生多意緖
때때로 돌아보며 또 길게 읊조리노라 / 有時回首且長歌
들 노인네 울타리 앞 버들은 다리에 늘어졌고 / 野老籬前柳拂橋
산 노인네 집 가 풀은 허리까지 자랐네 / 山翁宅畔草齊腰
밤에 내린 세찬 비에 시냇물 새로 불었으니 / 夜來急雨溪新漲
깊은 골짝에는 안개와 노을 절로 넉넉하다네 / 深洞煙霞自在饒
삼 년 동안 큰 새 울음소리 듣지 못했는데 / 三年不聽大鳥鳴
십 리까지 외려 쓰르라미 소리 들리네 / 十里猶聞蟪蛄聲
이제부터 산에 들어가 귀를 아주 닫고 / 從此入山堅閉耳
동물들이 제 맘대로 울게 내버려두리 / 任敎群動自啁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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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연경에 가는 부사 윤중린을 송별하다 3수〔送副使尹仲麟之燕 三首〕
해마다 서쪽 교외 길에서 객을 전송할 때 / 年年送客西郊道
찬 구름 속 눈 가득한 산 마주하며 시름겨웠지 / 愁對寒雲雪滿山
오늘은 푸른 버들가지 꺾을 만하니 / 今日柳枝靑可折
술 한 잔 권하며 양관곡을 읊노라 / 一杯相勸唱陽關
방초 무성하고 꾀꼬리 어지러이 우는데 / 芳草萋萋鸎亂啼
그대 보내며 멀리 계문 서쪽을 가리키네 / 送君遙指薊門西
만 겹의 호산을 구불구불 지나가지만 / 胡山萬疊逶迤過
화표주가 중간에 있어 길 헷갈리지 않으리라 / 華表中間路不迷
들으니 중원 땅 옛날과 다르다지 / 聞道神州異昔時
풀 더미 속 망주석 참으로 비통하네 / 草間翁仲正堪悲
망저군의 무덤에 혼이 아직 남아 있으리니 / 望諸古墓魂猶在
누가 청향 마련하여 술 한 잔 올릴꼬 / 誰瓣淸香酹一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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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송간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 3수〔次松磵學士韻 三首〕 한창 선봉정사를 짓고 있었으므로 말구에서 언급하였다.
우연히 서관에 와서 숙직하며 / 偶來西館直
벗의 시를 기뻐하며 보노라 / 欣閱故人詩
귀향의 즐거움 공연히 말하여 / 謾說歸兮好
한갓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만 하네 / 徒令聽者疲
행하고 은둔하는 것은 오직 내게 달렸지만 / 行藏唯我在
가부는 또한 때에 맞게 해야 한다오 / 可否亦時宜
물어보노라 동쪽 성의 좋은 경치가 / 借問東城勝
한강 가와 견주어 어떠한지 / 何如漢水湄
2
바빠서 말 다 못하여 / 悤悤說不盡
억지로 앞 시를 잇고자 하네 / 強欲續前詩
예로부터 조롱을 해명하기 어려웠으니 / 自昔嘲難解
이제부터 비웃음이 피곤케 하리라 / 從今笑恐疲
경서 사서 잘못되어 바로잡히지 않았고 / 群經訛未正
《대전》을 손질해야 하거늘 / 大典擧方宜
가서 봉래원을 지으니 / 行築蓬萊院
누가 알리오 물가를 빌린 뜻을 / 知誰借澗湄
경사(經史)를 교정하고 대전을 손질하는 일 모두 형이 아니면 안 되니, 이 또한 앞 시에서 머물기를 권면한 뜻이다.
3
그대 떠날 마음 있는 줄 알기에 / 知君有去意
누차 시를 지어 주고받았지 / 往復累題詩
우선 시대의 의리를 논해야지 / 且可論時義
한갓 병만 핑계 대는 것이 아니라오 / 非徒說病疲
그대 조정에 남으면 두 계획을 이룰 수 있지만 / 君留容再計
나는 떠나야 할 세 가지 이유 있다네 / 我去有三宜
멀고 가까운 것 무얼 따지랴 / 遠近那須問
동서로 똑같이 물가에 있다네 / 東西等水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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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이형 경략이 교하로 찾아왔기에 차운하여 주다 3수〔李兄景略來訪河上 次贈 三首〕
서하에서 병을 안은 채 / 抱病西河上
해가 넘도록 교제를 그쳤는데 / 經年且息交
기쁘구려 그대가 바닷가 고을에서 / 喜君從海邑
나를 찾아 강교에 오셨으니 / 尋我到江郊
세상일은 구름이 눈앞 스치듯 부질없고 / 世事雲過眼
한가한 정취는 새가 둥지로 돌아온 듯 편안하오 / 閑情鳥返巢
돌아오는 것이 진정 즐거우니 / 歸歟眞可樂
형도 얼른 터를 잡으시구려 / 兄亦早誅茅
2
겨울 동안 큰 눈 없더니 / 經冬無大雪
지금 눈 날리는 것을 보는구려 / 及此見飛花
나뉘었다 합쳐지는 것을 고요히 사랑하고 / 靜愛分還合
바르고 또 기운 것을 고상히 보나니 / 高看整復斜
가벼운 한기는 작은 누각에 밀려오고 / 輕寒排小閣
깨끗한 눈빛은 모든 집들 뒤덮었네 / 淨色覆千家
산음을 향해 가려 해도 / 欲向山陰去
검은 말이 길 겁내 더디다오 / 黎騧㥘路賖
3
해 바뀌어도 문 여전히 닫고 지냈는데 / 歲改門猶掩
아름다운 기약 있어 만남이 이루어졌소 / 佳期邂逅成
전원으로 돌아와 재야의 한가로움 사랑하고 / 歸田憐野逸
대궐 연모하여 새해 든 것을 하례하오 / 戀闕賀王正
박주로도 깊은 정취를 알고 / 薄酒知深趣
남긴 시에서 옛정을 본다오 / 殘篇見故情
망아지를 가벼이 출발하지 말지니 / 驪駒莫輕發
눈이 내려 앞길에 가득하다오 / 飛雪滿前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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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삼각산을 유람하며 동행한 이에게 보이다 4수〔遊三角示同遊 四首〕
명승지를 누가 다투어 감상했던가 / 勝地爭誰賞
우리들 같은 사람 일찍이 없었노라 / 曾無我輩人
솔 그늘에 차갑게 바람 불어오고 / 松陰寒送籟
돌길은 깨끗하여 먼지가 없네 / 石逕淨無塵
풀 깔고 앉으니 비 내린 줄 알겠고 / 藉草知前雨
꽃을 감상하니 저무는 봄 아쉬워라 / 賞花惜暮春
늦도록 놀았지만 여전히 한스러운 건 / 晩來猶有恨
귀로에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네 / 歸路未同輪
2
아득히 먼 신선굴을 / 縹緲神仙窟
우리가 근원을 파헤쳤지 / 窮源自我儕
옷 벗으니 달관한 그대 부러운데 / 解衣憐子達
술 들고 아름다운 철을 감상하네 / 携酒賞時佳
취하여 천 년 된 나무에 기대고 / 醉倚千年樹
시름겹게 만 길 벼랑을 내려다보네 / 愁窺萬丈崖
기다린 듯이 꽃이 떨어지니 / 落花如有待
바위 밑에서 잠깐 회포를 푸노라 / 巖下乍開懷
3
냇가의 길 끝이 없고 / 沿溪路未已
머리 들어 높은 산을 바라보네 / 仰首望崔嵬
천 년 묵은 바위에 이끼가 수북하고 / 苔老千年石
간밤의 우렛소리에 꽃이 피었네 / 花開昨夜雷
봉우리 높아 노적가리인 듯하고 / 峯高疑積粟
물 얕아 술잔 띄울 만하네 / 水淺可浮杯
고요한 곳이라 찾아오는 사람 없으니 / 境寂無人到
봄철의 새만 객을 재촉해 부르네 / 春禽喚客催
4
절로 가는 길 돌아들다가 / 轉入僧伽路
푸른 냇물 모퉁이를 찾았네 / 行尋碧澗隈
온 산에 회나무 잣나무 가득하고 / 一山多檜柏
모든 골짝에 바람소리 우렛소리 세차네 / 萬壑號風雷
오랜 비에 불어난 시냇물은 나막신 적시고 / 久雨溪添屐
외로운 구름 그림자가 술잔에 비치네 / 孤雲影倒杯
내일 아침에 봉사가 있어 / 明朝有封事
돌아가는 말 문득 재촉하네 / 歸馬却相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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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비 내리는 가운데 한가로이 지내다가 느낌이 일어 분애에게 부치다 3수〔雨中閑居有感 寄示汾厓 三首〕
말을 잃은 것이 어찌 복인 줄 알리오 / 失馬焉知福
사람을 그리는 마음 끝이 없구려 / 懷人意不窮
꽃구경하는 앞서 왔던 객이오 / 看花前度客
사물에 감동하니 어제가 그릇된 노인이로세 / 感物昨非翁
아리따움은 예쁜 얼굴에 들고 / 嫩入妖韶面
향기는 비단 떨기에서 전해지리라 / 香傳錦綺叢
향기로운 꽃은 장사를 번뇌하게 하나니 / 芳華惱壯士
묘한 시구는 한가한 중에 나온다네 / 妙語出閑中
2
젊은 시절 늘 생각나노니 / 長懷少壯日
늘그막 인생길 가고 가도 곤궁하구려 / 去去暮途窮
더 이상 전대의 공렬 좇을 수 없으니 / 不復追前烈
취한 노인 된들 무슨 상관이겠소 / 何妨作醉翁
몸을 보전하려 역사 찾으니 / 全身尋櫟社
눈에 들어오는 꽃떨기에 부끄럽구려 / 閱眼愧花叢
문 닫아걸고 아무 일 없어 / 閉戶渾無事
가랑비 속에 시를 짓는다오 / 詩成細雨中
3
나는 황룡동이 있으니 / 我有黃龍洞
산길이 끝이 없다오 / 丘林路不窮
부질없이 신선 사는 곳 꿈에 들어오니 / 仙區空入夢
이미 머리 센 노인이 되었구려 / 衰鬢已成翁
먼 언덕에는 모래 산 이루고 / 遠岸沙爲麓
겹겹의 바다에는 돌무더기 쌓였다오 / 重溟石作叢
그대가 이 즐거움을 함께한다면 / 君能同此好
만년의 교분은 산중에서 나누시기를 / 晩契在山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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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부질없이 읊다 4수〔謾吟 四首〕 포천 묘 아래에 있을 때이다.
열흘 넘도록 골짝에 누웠노라니 / 經旬臥澗谷
봄빛이 앞산에 가득해졌네 / 春色滿前山
여린 풀은 다투어 푸른빛 발산하고 / 細草爭抽綠
아름다운 꽃은 일찍 망울을 터트리네 / 嬌英早綴斑
비둘기 소리에 잠 깨지 않고 / 鳩吟眠不起
해오라기 서 있으니 마음 함께 한가롭네 / 鷺立意俱閑
이 즐거움 속에 참으로 늙을 만하니 / 此樂眞堪老
무엇 하러 오고 가리오 / 胡爲往復還
2
산중이라 아무 일 없고 / 山中無一事
온종일 비만 어지럽구나 / 終日雨紛紛
약초 심어 새 물을 대고 / 種藥迎新濕
꽃 옮겨 심어 해 질 녘에 감상하네 / 移花賞晩曛
높이 읊조리니 그럭저럭 마음에 맞고 / 高吟聊取適
조금씩 술 마시니 문득 취기가 오르네 / 細酌却成醺
임천의 고요함을 비로소 알겠노니 / 始覺林泉靜
시끄러운 세상사 고요하여 들리지 않네 / 囂塵寂不聞
3
사립문 밖에서 지팡이 짚고 바라보니 / 倚杖柴門外
산빛이 눈 가득 푸르구나 / 山光滿眼靑
새소리는 인근 나무에서 들려오고 / 鳥聲來近樹
구름 기운은 빈 뜰을 지나가네 / 雲氣度空庭
저녁밥에는 생선과 고기 없고 / 晩飯無魚肉
한가히 자노라니 취하든 말든 / 閑眠任醉醒
고요히 사는 일에 만족하노니 / 蕭然生事足
그윽한 골짝에서 콸콸 물소리 들려오네 / 幽磵聽泠泠
4
부귀는 내 소원 아니요 / 富貴非吾願
공명은 세상과 기약해야지 / 功名與世期
부여잡고 올라 봐야 겨우 분촌이요 / 躋攀纔分寸
득실은 서로 변해 간다오 / 得失互推移
장차 편의의 비결을 찾아 / 且訪便宜訣
지극히 깨닫는 때를 구하려네 / 要看究竟時
외로운 구름이 한가로이 눈을 스쳐 가니 / 孤雲閑度目
만고 세월 다만 이와 같다오 / 萬古只如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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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북평사 김중화 창협 를 보내며 4수〔送北評事金仲和 昌協○四首〕
재주 뛰어난 그대 대궐을 떠나 / 才子辭金殿
군무에 종사하러 북쪽 변방에 나가네 / 從戎出北陲
다행히 변방의 경계가 없으니 / 幸無方外警
군막 속 기이한 계책을 어디에 쓰랴 / 焉用幕中奇
북방의 기운은 아침마다 어둡고 / 朔氣朝朝暗
변방의 소리는 밤마다 구슬프리라 / 邊聲夜夜悲
이별하는 이때 감개 많으니 / 此時多感慨
어느 날에나 돌아오려나 / 何日是歸期
2
북문에 특별한 일 없건만 / 北門非有事
군막에서 조정의 인재를 거두어 가네 / 戎幕輟朝英
오히려 처음의 잘못을 징계할 수 있겠지만 / 尙可懲初誤
어이하여 내직을 가벼이 하는가 / 如何任內輕
흰 구름 보면 나그네의 그리움 일고 / 白雲遊子戀
밝은 달 보면 타향의 수심 들겠지 / 明月異鄕情
풍속 물어 부지런히 자문을 구하는 것이 / 問俗勤咨度
그나마 나라에 보답하는 정성 되리라 / 猶爲報國誠
3
한해에 시커먼 구름 떠 있고 / 瀚海浮天黑
호산에 변방의 음기 닿아 있네 / 胡山接塞陰
시인은 웅장한 생각 과시하고 / 詞人誇壯思
지사는 씩씩한 마음 치달리도다 / 志士騁雄心
그대 가면 응당 먼저 공을 얻을 테지 / 子去應先獲
나는 쇠약하여 겨우 괴로이 읊는다네 / 吾衰且苦吟
남아는 사방 경륜할 뜻 품으니 / 男兒四方志
잠깐의 이별로 어찌 옷깃을 적시랴 / 暫別豈沾襟
4
북막에 간 사람 많은데 / 北幕人多往
인정은 대체로 동일하여 / 人情大抵同
시호들 소굴에서 의기 사라지고 / 氣消豺虎窟
기녀들 무리 속에 마음 도취한다네 / 心醉綺羅叢
강학하는 곳에서는 새 명성 자자하지만 / 講帳資新譽
전략 펼치는 곳에서는 원대한 공에 어둡지 / 戎氈昧遠功
그대 특별한 지조 지닌 줄 아노니 / 知君有特操
머리 들어 높은 풍모 상상하노라 / 矯首想高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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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이여상 항 의 집에서 이형 경략과 밤에 대화하다 7수〔李汝常 恒 宅 與李兄景略夜話 七首〕
젊어서는 이별이 대수롭더니 / 少壯輕離別
늙어서는 한스러움 견딜 수 없소 / 年衰恨莫勝
만나 보니 모두 흰머리인데 / 相逢俱白首
조촐히 모여 푸른 등불 함께 하였소 / 小集共靑燈
세상사에 새로운 감회 많은데 / 世事多新感
인정은 옛 벗을 사랑한다오 / 人情戀舊朋
관청의 매화 봄 들어 점점 보기 좋으니 / 官梅春漸好
떠나면 흥 탈 만하리라 / 此去興堪乘
2
몸은 머물러 있으나 마음은 가고 / 迹滯心猶往
벼슬은 높아 직분 감당 못하오 / 官高職不勝
거울 속 서리 가득한 모습 함께 탄식하고 / 共嗟霜滿鏡
비 내려 침침한 등불 마주하였네 / 相對雨昏燈
옛날 공후의 저택에서 / 舊日公侯宅
좋은 밤에 시 벗과 술 벗 함께 했지요 / 良宵詩酒朋
절룩이는 나귀를 누가 빌려 주려나 / 蹇驢誰借我
옛 자취 찾아 함께 타고 가기를 원하오 / 訪古願同乘
3
우습구려 서하의 노인이 / 可笑西河老
분주하여 힘이 감당 못하는데 / 奔忙力不勝
우연히 일 없어 술을 지니고 / 偶携無事酒
외려 책 읽던 등불 추억한다오 / 猶憶讀書燈
평소의 오랜 벗들 참으로 아끼노니 / 最愛平生舊
멀리서 찾아오는 벗 무슨 소용이겠소 / 何須自遠朋
건거와 소도를 / 巾車將小棹
훗날 그대와 함께 타리라 / 他日與君乘
4
보내준 시 모두 절묘하니 / 詩來皆絶妙
늙고 졸렬한 이 감당치 못해 부끄럽구려 / 老拙愧何勝
들어 보니 오늘 아침의 객이 / 聞有今朝客
어젯밤 등불 아래에서 함께 읊었다지요 / 同吟昨夜燈
떠나는 역말은 머뭇머뭇 멈추었고 / 留連停去馹
아름다운 벗들 연이어 모여드는구려 / 絡繹會佳朋
늘그막엔 이런 일 만나기 어려우니 / 老境難逢此
흐르는 세월 뒤쫓을 수 없다오 / 流光不可乘
5
일생의 일을 따져 보건대 / 較量平生事
세상사의 부침 누가 과연 나았던가 / 浮沈果孰勝
오늘 아침 함께 이별하노니 / 今朝共分袂
어디에서 홀로 등불 밝힐까 / 何處獨張燈
낙사에는 빼어난 이들 많은데 / 洛社多英俊
양관에는 벗이 적으리 / 陽關少友朋
응당 머지않아 다시 만나리니 / 應須簪盍早
만남과 이별은 성쇠와 같다오 / 聚散類除乘
6
양쪽 군사가 급히 맞부딪히면 / 兩軍摩壘急
약한 상대는 힘으로 이기지 못해 / 弱對力難勝
갑옷 걷어치우기를 돌 던지듯 하고 / 捲甲如投石
칼끝 피하기를 등불 내걸듯 하지요 / 逃鋒欲掛燈
공은 돌아갈 땅 얻어 흔쾌하지만 / 公歸欣得地
나는 머물러 벗 없음 한탄한다오 / 我滯歎無朋
아름다운 글귀를 재촉하니 / 佳句相催促
늙은 내승에게 많이 부끄럽구려 / 多慙老內乘
7
젊어서 호방한 기운 자부하여 / 少負雄豪氣
미친 행동 주체 못했지요 / 猖狂不自勝
바다에서 일찍이 항해하였고 / 海門曾破浪
산사에서 몇 번이나 등불 걸었던지요 / 山寺幾懸燈
외려 소부와 허유의 은둔을 생각하고 / 尙想巢由隱
팔원 팔개와 벗할 마음은 없소 / 無心元凱朋
지금 이처럼 꺾였으니 / 摧殘今若是
위나라 수레를 타는 것이 부끄럽구려 / 堪愧衛軒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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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4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화양동에서 우재 선생에게 드리다 4수〔華陽洞呈尤齋先生 四首〕
화양 선동 가는 길 예전부터 알았는데 / 華陽仙洞舊知津
이 밤에 종유하여 참된 도를 찾습니다 / 此夕從遊訪道眞
푸른 물은 태곳적부터 돌고 돌아 흘러가고 / 碧水縈回流太古
푸른 산은 고인같이 우뚝 솟아 있다오 / 靑山偃蹇似高人
하늘이 구름 골짝에 참된 은일을 남겨 두었으니 天敎雲谷留眞逸
저는 무우에서 바람 쐬며 모춘에 읊으려 합니다 / 我欲風雩詠暮春
후일에 다시 찾아뵈어도 된다면 / 他日更容牀下拜
약초 밭 서각에서 경륜을 묻겠습니다 / 藥欄書閣問經綸
구학에 은거하여 도 더욱 높은데 / 丘壑棲遲道愈高
맑은 시내 깊은 곳에 새집을 지었지요 / 淸溪深處架新寮
선생은 나귀 타고 출타할 필요 없으니 / 先生不用騎驢出
속객은 번거롭게 숨은 선비 부르지 마소 / 俗客休煩杖策招
세월 오래되어 삼나무 소나무 모두 장대한데 / 歲久杉松皆老大
가을 깊어 바위 골짝은 모두 쓸쓸합니다 / 秋深巖谷摠蕭條
소매 속에 조원의 손 한가로이 간직하고 / 袖中閑縮調元手
조석으로 변하는 풍연을 느긋이 볼 테지요 / 臥看風煙變暮朝
골짜기의 선풍이 얼굴에 불어 서늘한데 / 洞裏仙風拂面涼
맑은 시내 깊이 들어오니 길은 얼마나 먼지 / 淸溪深入路何長
다행히 예닐곱 관동의 뒤를 따라 / 幸從六七冠童後
동남쪽 수석 빼어난 곳을 찾았습니다 / 仍訪東南水石場
옛 골짜기 물결 차가우니 용이 서리고 / 古壑波寒龍正蟄
빈 숲에 낙엽 지니 국화가 외려 향기롭습니다 / 空林木落菊猶芳
집을 옮겨 화산의 반을 빌리고자 하나 / 移家欲乞華山半
선생께서 뻣뻣함을 비웃을까 두렵습니다 / 却恐先生笑倔強
구불구불 흐르는 물 참으로 기이한데 / 流水縈回境絶奇
푸른 산이 만겹으로 찬 울타리 감쌌구려 / 靑山萬疊擁寒籬
선실에서 등대한 밤에 충심 외로웠고 / 孤忠宣室延登夜
빈산에서 통곡할 때 한이 남았지요 / 遺恨空山痛哭時
달 지니 두견새 원통한 피 울음 울어 대고 / 月落鵑禽啼怨血
구름 깊으니 범이 그윽한 자태 기르는데 / 雲深虎豹養幽姿
골짜기에서 상송을 부르는 이 뉘신지 / 何人谷裏歌商頌
문 앞에서 삼태기 맨 자가 알아주리다 / 恐有門前荷蕢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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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4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우연히 짓다 3수〔偶題 三首〕
공명은 다만 도의 나머지이니 / 功名直是道之餘
천고의 뜬구름 허공을 지나가누나 / 千古浮雲過太虛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운 공자의 즐거움 알겠고 / 飮水曲肱知孔樂
창에 기대고 무릎 들일 도잠의 집이 있다오 / 倚窓容膝有陶廬
떨기에서 참새 잡는 어린아이 한가로이 보고 / 閑看稚子叢羅雀
버들가지에 물고기 꿰어 준 이웃 노인에게 웃으며 인사하네 / 笑謝隣翁柳貫魚
종일토록 쓸쓸히 아무 일 없는데 / 盡日蕭然無一事
골짜기 바람 때때로 책상 가득한 책을 날리네 / 谷風時動滿牀書
빈 처마에 해 비치어 오후 기운 맑은데 / 日照虛簷午氣淸
못에 바람 불어 조금 서늘한 기운 일렁이네 / 風來池面動微涼
책 내던지니 삼동의 공부 부족한데 / 拋書不足三冬學
뜻 얻으니 만사가 가벼운 줄 비로소 알겠네 / 得意方知萬事輕
새로 심은 포도나무에 짧은 지지대 덧붙이고 / 新種葡萄添短架
예전 옮긴 총죽은 묵은 줄기 보호하노라 / 舊移叢竹護陳莖
이웃 사람 억지로 상여를 재촉해 가더니 / 隣人強促相如往
산사에 돌아와 〈녹명〉을 읊는다오 / 山寺歸來賦鹿鳴
천하가 어지러워 바다 밖에서 놀라니 / 天下紛紛海外驚
십 년간 남북으로 전쟁 치렀네 / 十年南北正交兵
성인은 아직 향 사르며 축원한 것에 반응 없는데 / 聖人未應焚香祝
별자리는 공연히 더러운 것 쓸어버린 명성 전하네 / 星象空傳掃穢名
뜻 있는 선비 닭 소리 듣고 괴로운 원한 많은데 / 志士聞鷄多苦怨
은사가 칼 어루만지자 차가운 소리 진동하네 / 幽人撫劍動寒聲
황금대 위에 여한이 남았으니 / 黃金臺上留遺恨
갈석의 시름겨운 구름 만고의 정 일으키네 / 碣石愁雲萬古情
당시 혜성(彗星)의 이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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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4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속리산 운장대에 올라 3수〔登俗離山雲藏臺 三首〕
구름 헤치고 높은 석대에 곧장 오르니 / 排雲直上石臺危
서리 내린 붉은 벼랑 그림자 거꾸로 드리웠네 / 霜落丹崖影倒垂
가을빛 하늘에 가득하여 손 휘둘러 들어오고 / 秋色滿天揮手入
석양은 골짜기에 드리워 머리 들어 의심하네 / 夕陽飜壑擧頭疑
서남쪽 두 물은 갈라져 멀리 흘러가고 / 西南二水分流遠
동북쪽 뭇 산들 달리는 형세 기이하도다 / 東北群山走勢奇
고향길은 멀리 돌아가는 기러기 따라 아득하니 / 鄕路迥隨廻雁盡
나무 끝에 바람 세차 장부 마음 비통하구나 / 樹梢風急壯心悲
시끄러운 속세 만겹 산에 막혔는데 / 世外囂塵隔萬重
올라서서 곧장 시원한 바람 맞으려 하였네 / 登臨直欲御泠風
산들은 석양 속에 선명하고 / 諸山歷歷夕陽裏
대지는 원기 속에 아득하여라 / 大地茫茫元氣中
삼계의 안개와 노을 속에 두루 호흡해 보니 / 三界煙霞呼吸遍
십주의 난새와 학이 오고 가도다 / 十洲鸞鶴往來通
옥경의 황제들이 기다리는 듯하니 / 玉京群帝如相待
연꽃 잡고 자궁을 찾으려 하노라 / 願把芙蓉訪紫宮
바람이 가벼운 깃옷을 불어 날리는데 / 天風吹送羽衣輕
돌길에 덩굴 부여잡고 오르니 저녁 맑아 기쁘구나 / 石棧捫蘿喜晩晴
만겹의 먼 봉우리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 萬疊遙岑生暝色
천산의 잎 떨군 나무는 가을 소리를 내도다 / 千山落木度秋聲
구름 깊은 석실은 여는 사람 없고 / 雲深石室無人啓
나무 늙은 선대에는 새가 울도다 / 樹老仙臺有鳥鳴
어찌하면 노을 먹으며 절벽에 둥지 틀고 / 安得餐霞巢絶壁
세상 잊고 정마저 잊을 수 있을까 / 可能忘世又忘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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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집 제5권 / 악장(樂章)
영소전 악장〔永昭殿 樂章〕
아 빛나게 하늘 위에 계시어 / 於昭在上
당에 오르내리시니 / 陟降堂只
신명 앞에 나아가 감격할 때 말이 없어 / 奏假無言
광주리 받들어 폐백을 올립니다 / 承筐將只
이상은 전폐(奠幣)이다.
음식을 지으매 / 有執其爨
향기로우니 / 有飶其馨
신령께서 밝게 오시어 / 有來皇皇
우리의 생각하여 이룸에 흠향하소서 / 賚我思成
이상은 진찬(進饌)이다.
하늘이 성인을 낳아 / 維天生聖
성녀로 배필 삼으시니 / 聖女作配
유순하고 아름다움이 안에 있어 / 柔嘉在中
좋은 명망이 밖으로 드러났도다 / 令聞在外
경계에 게을리 않아 / 警戒不怠
그 덕이 더욱 빛나니 / 其德孔彰
아 만년토록 / 於萬斯年
끝없이 우리에게 은혜 베푸소서 / 惠我無彊
이상은 초헌(初獻)이다.
하늘을 받든 그 유순함이여 / 承天其順
태양을 짝한 그 밝음이여 / 配日其明
안에서 다스림 도와 / 贊乎內治
곤도가 이에 형통하도다 / 坤道乃亨
엄숙하고 사랑받아 / 思齊思媚
오직 효를 본받으셨도다 / 惟孝之則
정위에서 체에 거처하니 / 正位居體
황중의 덕이로다 / 黃中之德
경으로 몸을 바로잡고 / 敬以禔身
인으로 계책을 펴시니 / 仁以宣猷
경과 인이 드러나 / 敬仁著矣
왕후의 교화 넉넉하도다 / 陰化優優
아 드러나지 않겠는가 / 於戲不顯
우리로 하여금 잊지 못하게 하시도다 / 俾我不忘
밝게 이르심을 지체하지 않으시어 / 昭假不遲
증상을 돌아보소서 / 顧于烝嘗
이상은 아헌(亞獻)이다.
천명이 초년부터 돌보시어 / 天命眷爾自初載
빛나고 빛나는 덕음이 영원토록 흐르도다 / 顯顯德音流永世
상하좌우에 신명이 계신 듯하니 / 上下左右神洋洋
그 모습 더욱 빛내 밝은 덕을 비춰 주소서 / 載烈象容昭耿光
제수가 매우 아름다워 예에 부족함 없으니 / 籩䇺孔嘉禮罔愆
억만년 풍성하게 복을 내려 주소서 / 降福禳禳彌億年
이상은 종헌(終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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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감회(感懷) 3수
오늘 홀연 마음이 즐겁지 않아 / 今日忽不樂
지팡이 짚고서 북쪽 숲에 오르니 / 杖策登北林
눈 녹아 먼 산은 말끔한 모습 / 雪消遠山淨
해가 지니 뜬구름은 어둑해라 / 日落浮雲陰
숲 사이로 바람은 소슬히 불고 / 蕭蕭叢薄間
새들은 짹짹거리며 우는구나 / 磔磔喧衆禽
새들은 저마다 짝이 있건만 / 衆禽各有侶
나그네는 홀로 시를 읊노라 / 客子方獨吟
그리운 님은 하늘 저편에 있으니 / 美人在天端
서글피 바라보매 내 마음 아파라 / 悵望傷我心
건거를 타고서 가고는 싶지만 / 巾車欲有往
도로가 몹시 험준한 곳 많고 / 道路多嶇嶔
돌아와 배와 노를 수리하지만 / 朅來理舟楫
푸른 바다가 넓고도 깊구나 / 滄海闊且深
앉아서 높이 나는 기러기 보며 / 坐看高飛鴻
흐르는 눈물로 옷깃을 적실 뿐 / 涕下沾衣襟
밤에 돌아와 추운 방에 누우니 / 夜歸寒檐臥
꿈속에 상수 가를 거닐었어라 / 夢行湘水潯
물가에서 초나라 넋을 위로하니 / 臨水弔楚魂
푸른 물만 속절없이 깊고 깊구나 / 碧水空沈沈
고개 돌려 우순을 소리쳐 부르니 / 回首叫虞舜
보이느니 구름 저편 산봉우리뿐 / 但見雲外岑
예로부터 먼 이별이 있었으니 / 古有遠別離
이런 한이 어찌 지금뿐이리오 / 此恨寧獨今
가고 가서 다시는 생각지 말고 / 去去勿復念
향긋한 술 스스로 부어 마시자 / 芳樽聊自斟
참새는 어쩌면 저리 펄펄 나는가 / 黃雀何翩翩
마른 갈대에다 둥지를 틀었구나 / 寄巢枯葦枝
강가에 세차게 바람이 불어오니 / 江天喟然風
갈대가 꺾이고 둥지가 기울었네 / 葦折巢仍欹
둥지 부서진 건 아깝지 않으나 / 巢破不足惜
알이 깨진 건 참으로 슬프구나 / 卵破良可悲
암수 한 쌍이 날면서 우나니 / 雄雌飛且鳴
날이 저물자 깃들 곳이 없어라 / 日夕無所依
그대는 저 참새를 보아라 / 君看彼黃雀
사물의 이치를 미루어 알리라 / 物理因可推
둥지 튼 게 견고하지 않았으랴만 / 結巢豈不固
둥지 튼 곳이 좋지 못했던 게지 / 所託非其宜
구완에 난초를 가득 심으니 / 種蘭盈九畹
비와 이슬 젖어 날로 자라누나 / 雨露日芳菲
잎새 무성하길 앉아 바라노니 / 坐冀枝葉茂
이 난초를 허리춤에 차리라 / 庶用充佩幃
그런데 간밤에 된서리가 내려 / 嚴霜昨夜下
온갖 풀들이 갑자기 시들었네 / 百草倏已腓
소나무 대나무도 못 견디는데 / 杉篁尙不免
하물며 미약한 난초 혜초임에랴 / 況乃蕙茝微
밝은 햇빛을 우러러보노라니 / 仰視白日光
눈물이 흘러 내 옷깃 적시누나 / 有淚霑我衣
어찌 시절을 슬퍼할 뿐이랴 / 豈徒感時節
군자는 생각하는 바가 있도다 / 君子有所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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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밤에 몹시 취해 앉아 있다가 주필(走筆)로 짓다 3수
나는 본래 무심한 사람이라 / 我本無心人
말이 없는 벗을 얻고 싶어라 / 願得無言友
같이 무유향에 노닐며 / 同遊無有鄕
함께 맛이 없는 술에 취하리라 / 共醉無味酒
없음이 있으면 참된 없음이 아니요 / 有無不是無
없음이 없으면 다시 무엇이 있으랴 / 無無更何有
묻노라 무시공이여 / 爲問無是公
이와 같은 것이 없음인가 / 如此是無否
옛날 내가 꿈속에 새가 되어 / 昔余夢爲鳥
날아서 백운향에 들어갔으며 / 飛入白雲鄕
또 한번은 꿈속에 물고기가 되어 / 又嘗夢爲魚
푸른 물결 속에서 발랄하게 헤엄쳤지 / 潑剌游滄浪
그 당시 바야흐로 득의할 때엔 / 方其得意也
유유히 날아다니고 헤엄쳤지만 / 翐翐且洋洋
잠깐 사이에 문득 깨어 보니 / 俄然形忽開
이 몸은 여전히 침상에 있더라 / 此身尙在床
사물은 모였다 흩어지는 법 / 物理有合散
변화는 정녕 일정하기 어려우니 / 變化固難常
뉘라서 생시와 꿈을 구별하며 / 孰辨眞與夢
뉘라서 나비와 장주를 구분하리오 / 孰分蝶與莊
예로부터 인간 세상의 일은 / 古來世間事
몇 번이나 황량이 익었던고 / 幾度炊黃粱
유유히 산의 누각에 기대니 / 悠悠倚山閣
천지에 바야흐로 석양이 지네 / 天地正斜陽
그윽한 이곳에 거처하는 집 / 幽居所居屋
집을 둘러싸고 고목이 많아라 / 繞屋多古木
어떤 새가 한밤중에 우는데 / 有鳥半夜鳴
소리가 마치 어린애 울음 같네 / 聲如小兒哭
이 새 이름을 훈호라 하니 / 其名曰訓狐
울면 주인이 액운을 당한다네 / 鳴則主人厄
이에 주인이 훈호에게 말하노라 / 主人語訓狐
네 소리는 비록 몹시 독하지만 / 爾聲雖甚毒
온 세상이 모두 너와 같으니 / 擧世皆爾曹
불길한 것이 어찌 너뿐이리오 / 不祥爾豈獨
간교한 혀를 놀려 아첨하고 / 哫訾弄巧舌
간사한 눈을 떠서 곁눈질하지 / 睗睒張奸目
만나면 교묘히 함정을 만들어 / 對面設機阱
자칫하면 사람을 재앙에 빠뜨리니 / 陷人動不測
너를 이러한 세상 사람에 비기면 / 以爾比世人
오히려 복이 될 줄 어찌 알리오 / 焉知不爲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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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홀로 술을 마시며 시를 짓다 3수
봄비가 안개처럼 솔솔 내리니 / 春雨細如霧
좋은 꽃이 가지에 가득 피었어라 / 好花開滿枝
홀홀히 앉아 계절 변화에 느꺼워 / 忽忽感時物
홀로 탁주 따라서 스스로 마신다 / 濁酒聊自私
종일토록 남창 아래 누웠노라니 / 竟日臥南榮
눈길을 들면 좋은 시가 많아라 / 擧目多好詩
인생은 모쪼록 적의하게 살아야지 / 人生貴適意
옹색하게 살아 무엇을 할 것인가 / 局束欲何爲
마음을 같이하는 이에게 이르노니 / 寄語同心子
은거하자던 기약 저버리지 마오 / 莫孤林下期
평생 술 취하건 깨건 아랑곳 않노니 / 百年任醒醉
남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알까 / 人知我是誰
소싯적에는 명절 오길 기다리며 / 少也待佳節
늘 일월이 더디 간다 원망했는데 / 長恨日月遲
장성해서는 노쇠할까 염려하여 / 及壯念衰老
세월이 빠르다고 앉아서 한탄한다 / 坐嘆年光馳
부디 노력해 홍안 시절 아껴서 / 努力愛紅顔
즐겁게 놀 때를 잊지 마시라 / 莫忘歡樂時
눈앞에선 스스로 깨닫지 못하다가 / 眼前不自覺
후일에 가서 스스로 슬퍼하게 되지 / 後來徒自悲
그 누가 귀천이 다르다 하였는가 / 孰云貴賤殊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이 같은 것을 / 貴賤皆若斯
그저 원하느니 백 년 평생 안에 / 但願百年內
술 있으면 부지런히 서로 권하자오 / 有酒勤相持
어제는 진종일 바람이 불더니 / 昨日盡日風
오늘은 진종일 비가 내리누나 / 今日盡日雨
하늘이 하는 일 어찌 뜻 없으랴 / 天道豈無意
흐림과 맑음도 본래 정해진 운수 / 陰晴自有數
유인은 시절의 변화를 생각하며 / 幽人念時節
허름한 옷 두르고 북쪽 문을 여니 / 擁褐開北戶
가까운 마을 연기는 아른거리고 / 曖曖近村烟
먼 호수의 나무는 푸릇하구나 / 蒼蒼遠湖樹
이내 생각은 여기에 있지 않으니 / 所懷不在此
한가한 정을 누구에게 말할거나 / 閑情向誰吐
다행히 한 병의 술이 있어 / 幸有一樽酒
세모에 적적함을 달랠 만해라 / 可以慰遲暮
지은 시를 아침저녁 기억하지만 / 書詩記朝夕
좋은 시구를 얻고자 함은 아닐세 / 不是要佳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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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성동(城東)에 노닐며 사상(使相)의 시에 차운하다 사상은 바로 월사(月沙) 이공 정귀(李公廷龜)이다.
이내 생애 모진 풍파를 만나 / 我生遭飄蕩
십 년 만에 고향을 떠나와서 / 十年別鄕國
세상 속무에 몹시 시달리다가 / 苦被世務迫
이제는 서쪽 지방 나그네 됐네 / 又作西州客
서쪽 지방은 경치가 좋은 곳 / 西州形勝地
펼쳐진 산수에 눈길이 놀라도다 / 川原紛駭矚
땅은 외져서 산들이 빼어나고 / 地僻衆山秀
하늘은 차가워 골짜기들 움츠렸네 / 天寒萬壑縮
평소에 유람하고 싶었던 마음이 / 平生延賞心
경치를 만나자 억제하기 어려웠지 / 遇景輒難抑
그저께 우리가 용만에 당도하니 / 日昨到龍灣
성안에는 아침 햇살이 비치고 / 城府開淸旭
성가퀴는 높아 구름과 잇닿았으며 / 粉堞連雲烟
청루가 거리 양쪽으로 늘어섰어라 / 靑樓夾街陌
사람들이 말하길 성 북쪽 변새에 / 人言城此陲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이 있는데 / 有淵深莫測
거울 같은 수면은 속진이 묻지 않고 / 玉鏡不受塵
맑은 빛이 높은 성벽에 일렁이지요 / 淸輝蕩高壁
그 물결이 천 리나 멀리 흘러가 / 餘波瀉千里
눈길 저편으로 아스라이 멀어지며 / 浩浩窮遠目
말라 죽은 소나무와 괴이한 바위들은 / 枯松與怪石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벼랑에 섰다오 / 顚倒蒼崖側
이 연못 경계로 화이가 나뉘나니 / 華夏此爲界
주위에 산천의 형세가 웅장하여라 / 控引雄拖軸
바위 사이 단풍은 가을에 붉고 / 巖楓九秋赤
물가의 풀은 봄에 짙푸르니 / 汀草三春綠
광경이 시절 따라서 새로워 / 光景逐時新
그 빛이 풍이의 집을 비추지요 / 照映馮夷宅
때로 용이 씩씩하게 나오면 / 有時龍用壯
밝은 대낮에도 벽력이 치니 / 白日飛霹靂
간사한 자들은 몸을 움츠린 채 / 陰姦所含蓄
물을 굽어보며 더욱 두려워 떨지요 / 俯瞰彌悚惕
신통한 영물을 어찌 감히 모독하며 / 神物豈敢侮
신령한 근원을 어찌 막을 수 있으리오 / 靈源何可塞
그 옛날에 기이한 일이 있었으니 / 當年有異事
당시의 쇠사슬이 아직도 남았어라 / 鐵鎖留古跡
이때 나는 빈관에 앉아서 / 伊余坐賓館
먼 변새에 노니는 것 슬퍼하다가 / 自傷遊絶域
우연히 함께 구경하게 되었는데 / 偶此忝陪賞
술자리를 벌이자 풍악이 울리고 / 初筵動匏革
강 물고기 회가 백설처럼 쌓였고 / 江鱠白雪高
산 열매는 갈라져 붉은 속살 보이네 / 山肴絳實拆
경치 구경에 목이 공연히 수고롭고 / 覽物脰空勞
옛일 회고하며 주먹 자주 불끈 쥔다 / 弔古腕屢扼
다행히 지금은 태평한 시대이니 / 幸今時運泰
바로 병화가 그친 때 만났어라 / 正値兵火熄
흥취 따라 술 마시고 노래할 뿐 / 卽事但酣歌
병장기를 펼쳐 놓을 필요 있으리오 / 金戈何用拓
해가 지고 변새에 달이 뜨니 / 日入邊月生
흥이 몹시 일어 주체할 수 없네 / 奇興殊未極
만나는 자리에서 맘껏 즐길지니 / 逢場却盡歡
고향이 멀다고 어찌 말하리오 / 豈道鄕關隔
고운 여인이 금빛 옷을 입고 / 佳人金縷衣
젓대 소리 따라 사뿐사뿐 춤춘다 / 裊裊隨長笛
난리 뒤에 이런 놀이 즐기니 / 亂後得此遊
세상에 오늘 밤 같은 때도 있구나 / 人間有今夕
그나마 아쉽기는 강물이 얼어서 / 所恨江水凍
비단 돛을 펼쳐 뱃놀이 못 하는 것 / 錦帆不可劃
술 취한 뒤에 썰매를 모노라니 / 醉來驅雪馬
적로가 뛰는 것처럼 빠르구나 / 忽若的盧躍
돌아오는 길에는 횃불 호위 받으며 / 歸路擁火城
채찍을 가로 들고 유유자적했어라 / 橫鞭意自得
공의 맑은 시가 눈에 비쳐 드니 / 公詩淸照眼
마치 강한으로 씻은듯이 맑아라 / 有如江漢濯
수주를 무엇으로 보답할거나 / 隋珠何以報
서툰 내 시는 연석과 같아라 / 拙語同燕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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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옛날에 노닐던 시절을 추억하며 오백 자 시를 지어 개성 유수(開城留守) 허 영공(許令公) 잠(潛) 에게 삼가 부치다
회상하노니 세성이 섭제에 있을 때 / 憶歲在攝提
시문을 지으며 관서를 유람했었지 / 翰墨遊關西
관서는 풍광이 뛰어난 고장이라 / 關西形勝地
곳곳마다 좋은 산수도 많았지만 / 觸處多山溪
아쉽게도 왕사로 바쁜 몸이라 / 恨爲王事拘
맘껏 유람하며 즐기지 못하였지 / 不得窮遊娛
어느덧 공무 굴레를 벗어나자 / 居然脫羈縶
시원하기가 마치 나는 새 같았어라 / 決若驚飛鳧
사람들은 말하길 송양국은 / 人言松壤國
바로 신선이 살던 나라라 하네 / 乃是神仙區
더구나 듣자 하니 태수가 어질어 / 況聞太守賢
그 풍류가 천하에 둘도 없다지 / 風流天下無
이에 배를 돌려 말 타고 가니 / 回輈駕言邁
산길은 험한 곳이 많았어라 / 山路多崎嶇
도중에도 기이한 경치를 보았거늘 / 途彈得異境
하물며 호공의 호리병에 들어감에랴 / 況入壺公壺
군후는 나를 만난 게 기뻐서 / 君侯喜得我
안색에 자못 화기가 돌았어라 / 顔色頗敷腴
풍악을 대령하라 소리치고는 / 號呼促管絃
나와 함께 화려한 자리로 오르니 / 接袂登華筵
붉은 누각은 푸른 물가에 서서 / 紅樓枕綠水
넓고 후련하게 반공에 솟았어라 / 敞豁當中天
이에 아리따운 모습의 신녀봉이 / 娟娟神女峯
술잔 앞에서 나란히 시립하는 듯 / 列侍尊罍前
이때는 막 여름에 접어들 무렵 / 是時朱夏初
경치가 어쩌면 그리 맑고 고운지 / 景氣何澄鮮
강 흐름은 그야말로 호탕하고 / 江流正浩蕩
강가의 풀은 바야흐로 우거져 / 江草方芊綿
늘 생각했던 그러한 풍광이니 / 逈然諧宿心
속세의 인연을 벗어난 듯해라 / 似脫區中緣
미녀의 눈동자는 창칼을 쏘는 듯 / 艶姬眸射戟
능라 소매도 가볍게 춤을 추누나 / 羅袖輕翩翩
요염한 노래는 단청한 들보를 치고 / 妖歌激畫樑
분방한 춤사위에 금비녀가 떨어진다 / 亂舞落金鈿
고담준론에 해학과 웃음이 섞였고 / 高譚雜嘲笑
취한 모습은 마치 미친 듯하여라 / 醉態狂且顚
잔을 들어 동명왕께 술을 붓노니 / 擧酒酹東明
어언 지금에 천 년 전의 일이로다 / 事往今千年
해가 지자 뜰에 화톳불을 피우고 / 日入設庭燎
화려한 촛불은 서까래만큼 길구나 / 華燭長如椽
봉우리 위에서 불놀이를 하니 / 峯頭擲火戲
이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 至樂寧有此
밤이 깊어 술자리를 마쳤으나 / 夜闌淸讌終
호일(豪逸)한 흥은 그치지 않누나 / 逸興殊未已
동이 틀 무렵 채색 배에 올라타 / 平明登綵舟
뱃전 두드리며 중류로 떠 가니 / 扣拽浮中流
물고기들은 화익을 보고서 피하고 / 魚龍避畫鷁
풍악 소리에 백사장의 백구가 놀라네 / 簫鼓驚沙鷗
다리 뻗고 앉은 채 두건도 벗은 채 / 箕踞露吾髮
편안한 자세로 물가를 굽어보고 / 嘯傲凌滄洲
푸른 벼랑 아래에 닻줄을 맨 뒤 / 結纜蒼壁根
걸어서 고당의 구름을 밟으니 / 步躡高唐雲
양왕은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데 / 襄王去不返
기이한 전설만 속절없이 남았어라 / 異跡空傳聞
평생에 기괴한 일 좋아했지만 / 平生好奇怪
이번 유람이 으뜸인 줄 깨닫겠네 / 頓覺斯遊最
사람의 일은 뜻대로 아니 되어 / 人事不如意
사흘을 묵고는 이내 돌아오니 / 三宿乃旋旆
산천은 홀연 나와 멀어지기에 / 山川忽已隔
서글피 바라볼 뿐 어이하리오 / 悵望知何奈
내가 또 지난해 가을 무렵 / 我於去歲秋
필마를 타고 서쪽 지방에 가니 / 匹馬趨西州
공은 당시 경성의 우윤이었는데 / 公時尹右京
성 남쪽 누각에서 나를 맞이하여 / 邀我城南樓
말 머리도 나란히 자하동에 가니 / 聯鑣紫霞洞
수석의 경치가 맑고도 그윽해 / 水石淸而幽
뜻하지 않게 가는 도중에서 / 不謂道途間
무산의 놀이를 다시 이었어라 / 更續巫山遊
이별한 뒤로 얼마나 지났는가 / 別來幾多時
세월은 배부른 말이 달리는 듯 / 歲月秣馬馳
중간에 한두 번을 더 만나니 / 中間一再見
만남이 이어져 정 더욱 도타워라 / 綴綴意益彌
공은 실로 세상에 드문 인재 / 公材實間世
일찍부터 청운의 자품을 지녔지 / 早抱靑雲姿
그 청풍은 혼탁한 세속 진작해 / 淸風振濁俗
국가만 생각하고 자신은 잊었어라 / 國耳忘其私
사람은 반드시 명사를 끌어들였고 / 引士必名勝
은혜는 외로운 백성을 우선하였지 / 布惠先惸嫠
돌아보면 이 내대자는 / 顧惟褦襶者
길을 잃어 갈 곳을 몰랐으니 / 失路迷所之
세상을 구제할 계책 없었으랴만 / 豈無濟時策
속절없이 홀로 가슴에 품었을 뿐 / 耿耿空自奇
술을 좋아하고 게다가 허탄하니 / 嗜酒益踈誕
거동이 사람들의 비웃음거리요 / 擧動人共嗤
백발의 몸으로 진토를 다니느라 / 髮白走塵土
한 끼 양식도 마련할 겨를 없는데 / 未暇營一炊
진흙탕에서 건져 털고 닦아 주었으니 / 泥塗垂拂拭
군자가 나를 알아준 것에 감사하오 / 感荷君子知
허여함이 미우의 사이에 있었고 / 許與眉宇間
한 번 허락은 산도 움직였어라 / 一諾山可移
우리의 이합이 본래 많았으니 / 離合故多端
승침을 어찌 기약할 수 있었으랴 / 升沈那得期
그래도 오직 방촌의 마음만은 / 唯餘方寸心
금석과 같아 닳고 물들지 않았지 / 金石無磷緇
외로이 사노라니 몹시 울적하여 / 索居殊壹鬱
옛날 노닐던 때 몹시도 그립구려 / 舊遊徒夢思
서풍이 무더운 날씨를 쓸어내어 / 西風掃炎溽
가을 기운이 골짜기에 일어나건만 / 秋氣生磵谷
그 언제나 그대를 모시고 가서 / 幾時陪杖屨
천마산 폭포를 구경할 수 있을꼬 / 天磨看飛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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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篇 漢詩-사10部.끝.

첫댓글
長篇 漢詩 많은 자료들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시원한 하루가 되십시오.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