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4-9)> 추모(追慕) 김모임 박사님
우리나라 간호계의 큰 스승이신 소연 김모임(素硏 金慕妊) 박사님이 향년 88세로 2월 28일 별세했다. 대한민국의 제36대 보건복지부 장관(1998-99)을 역임한 고인은 1935년 5월 23일 일제강점기 경기도 경성부에서 태어났으며, 2024년 2월 28일 서울에서 별세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고인은 이화여자고등학교 졸업 후 연세대학교에 진학하여 1959년에 간호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와이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 그리고 존스 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1968년)와 보건학박사학위를 1973년에 영득했다. 1969년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연세대 간호대학장을 역임하면서 간호학(看護學)을 전문직 학문분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간호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전국 간호학 교수의 훈련을 주도했으며, 질병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간호교육을 혁신시켰고, 간호학과 편입 제도를 도입하여 간호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천했다.
김모임 박사는 1978년 대한간호협회 회장, 1989년 국제간호협의회 회장 그리고 대한가족계획협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국회의원(제11대, 1981-85) 등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UN 세계여성대회의 한국대표로 활약했으며, WHO(세계보건기구), IPPF(국제가족계획협의회), ICN(국제간호협의회) 등 국제단체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했다.
1991년에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Heroes of Public Health’에 선정된데 이어 1996년에는 ‘Johns Hopkins Society of Scholar’에도 선정되었다. 국제간호협의회(ICN)에서는 ‘Kim Mo-Im Nursing Innovation and Policy Impact Award’를 창설하여 세계적인 지도자 발굴 및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에는 ‘김모임간호학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간호학계의 발전과 함께 살아온 김모임 박사의 삶을 조명하는 연구가 미국 텍사스대학교의 간호학박사(看護學博士) 학위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세계 간호학의 주류인 미국에서 동양의 간호사를 연구주제로 택한 것은 처음이다.
필자는 김모임 박사님을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장 그리고 대한간호협회장으로 활동할 때 만났다. 당시 필자는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기획관리관으로 재직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보건간호사’ 교육을 지원하면서 대한간호협회와도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김모임 박사는 국민훈장 모란장(1985), WHO 사사카와보건상(1994), 유일한상(2015)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자신의 전재산을 연세대학교에 기증했으며, 사후에 시신도 의과대학 해부학 교육용으로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고인은 간호 및 보건 분야의 학문적 선구자이자 정책가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참된 리더이다.
<사진> 素硏 金慕妊 博士
靑松 朴明潤(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1 March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