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레터 96]일주일새 ‘벗길맛’투어 또 출발!
‘벗길맛’모임이 몇 회째인지 모르겠다는 글에, 한 친구가 “그 뿌리를 모르냐”며 따지듯 전화가 했다. 뿌리가 십수 년 전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게, 당초 ‘무식회’라는 모임이 그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무식회는 무식회無食會인데, 무식한 친구들이 무식하게 시도때도 없이 먹는다는 뜻으로 지었다. 당시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이번주 언제 너희 직장으로 퇴근시간에 몇몇이 갈테니 인근 맛집 예약해두라하면 끝이었다. 어느 곳이든 소문난 맛집이 없으랴. 미식가 몇 명이 시작했는데, 미식가 아닌 친구들도 친구들이 보고 싶어 떼로 몰려다니곤 했다. 그 무식회가 발전된 것이, 이른바 ‘벗길맛’인 셈이니, 20여차례도 훌쩍 넘으리라.
지난 화요일 익산-여수-임실-정읍을 거쳐 군산맛집을 섭렵한 ‘벗길맛’멤버에서 빠진 친구들이 울진대게 철이니 갔으면 했다. 서울에서 울진은 멀어도 너무 멀고, 일박을 하려면 포항친구에게 민폐를 끼쳐야 하니 거시기하다고 해, 대안으로 제시한 곳이 ‘인천 연안부두’였다. 마침 고정멤버라 할 친구의 삶터가 인천이었다. 모두 찬성. 순식간에 7명이 일요일 오전 잠실에서 출발, 1시쯤 8명이 친구형수가 강추하는 건물메기탕 맛집. 생물메기보다 5000원이 더 비싼 5만원. 연안부두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부두가를 좀 거닐다, 친구의 집으로 향한 게 오후 4시. 한 친구가 필수휴대품 “칩”과 “카드”를 가져왔다. 형수는 고맙게도 남편과 놀아줄 친구들이 몽땅 오자 일요일 오후 집을 통째로 비워줬다. 집들이도, 돌잔치도 없어진 세상에서 집을 빌려주는 마음씨 착한 형수가 어디 흔할까.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마음놓고 흥겹게 놀기 5시간. 그 전에 연안종합어시장에서 장보기를 또 몽땅 해왔다(멍게, 해삼, 죽합, 생합, 낙지, 오징어튀김, 호떡, 야채튀김, 새우튀김 등). 저녁으로는 탕수육과 짜장 그리고 짬뽕. 부족한 것이 ‘1’도 없이 배를 빵빵하게 채우며, 웃고 떠드니 밤 9시. 일어날 시간이 사실 늦었다. 이 멤버들과 매주 어울리면서도 서울밖 나들이는 몇 십년만이라는 ‘인간목수’정형외과 병원장을 소개하자. 일찍이 방송에서 크게 방영된 ‘명의名醫’이다. 인술仁術의 화신으로 소문이 난지라 주말도 없이 병원에 매달려 살기에 초청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날은 예외였다. “나도 함 쉬어보자. 친구들과 조금 멀리 떠나 놀아보자”고 작정을 했다 한다.
이 친구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참 예쁘게 잘한다. 무엇보다 뼈에 대해선 대한민국에서 빼놓으면 서운할 위치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친구의 말이 재밌다. “직원들이 말하길, 원장이 병원에 없으면 불안하고, 병원에 있으면 불편하단다”또한 “병원에 환자가 적으면 불안하고, 환자가 너무 많으면 불만이 많다고 한단다” <불안과 불편사이, 불안과 불만사이>란 주제로 에세이 한 편을 써보라고 권했다.
이 모임이 잘되는 이유는, 언제든 멤버 중에 요리를 자청해 척척 해내는 ‘세미-쉐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자신의 요리를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그것이 my pleasure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제 토요일에도 칠팔 명이 모여 적당히 마른 홍어 한 마리로 매운탕을 해 포식을 했다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한 친구는 손 하나 까닥안하면서 이런저런 불평쟁이가 있다. 그런데도 밉상이 아니, 참 참 신기한 일이다. 하여튼, 못말리는 모임이다. 칩까지 놓고 노름꾼처럼 카드(하이로)를 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마무리가 되면 80%까지 되돌려주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다. 말하자면 10만원을 잃었다면 8만원은 회수가 되니, 2만원을 잃은 셈이나, 회식비용에 보탰다고 생각하면 약소하지 않은가. 물어볼 것도 없이 이 모임은 다리에 힘 없을 때까지 존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회원도 없을뿐아니라 예비 멤버가 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대체, 새털같이 많은 시간들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죽일 것인가? 더구나 ‘백세세상’인데 말이다. 놀아줄, 노는 친구가 없다는 것만큼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 어디 있을 것인가. 부지런히 놀자. 크게 돈도 들어가지 않고, 돈 조금 더 많은 친구가 몇 번 더 사면 된다. 흐흐. 모처럼, 수도권에서 일요일 한번 잘 보냈다. 모두 모두 굿나잇이다! see you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