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떠나보내고 18년이 지난 작년 겨울, 엄마까지 먼 곳으로 보냈다. 기억 속 엄마는 언제나 욕하고 윽박지르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신세 한탄을 하며 딸들을 돈 벌어 주는 일꾼 정도로 여겼다. 그리고 늘 아픈 모습이었다. 항상 아프다. 죽겠다 소리를 달고 살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정을 느낀 순간은 드물었다. 어떤 때는 나와 언니들의 어깨에 매달린 짐 같기도 했다. 요양 병원 입원과 퇴원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온 엄마라 작년에 입원할 때도 그저 다시 얼마 동안 이렇게 있으려나 보다 생각했다. 친정은 마음 편히 가는 곳이 아니었기에 항상 큰맘 먹고 다녀오곤 했다. 그날도 숙제를 해치우듯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는 스스로 움직이지도, 배변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간병인에게 의지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어서 안타깝고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거동은 힘들지만 정신은 멀쩡했으니 남의 손으로 배변 도움을 받는 게 엄청난 수치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간병인의 눈치를 많이 봤다. 딸들이 오면 돈을 달라고 해서 때마다 간병인에게 건넸다. "엄마. 괜찮다. 눈치 보지 마. 여기 공짜로 있는 거 아니니까 힘든 건 간병인한테 얘기해라." "이노무 다리가 꼼짝을 안 하니 이리 살아 되긋나." 이렇게 말하며 엄마는 눈물을 삼켰다. "젊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다. 울 엄마 사느라 고생했다." 엄마의 볼을 문지르며 나도 모르게 한 말이었다. 그게 엄마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 될 줄이야….
병문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5일 만에 엄마의 부고를 들었다. 이렇게 갑작스레 떠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막둥이 보고 가려고 견뎠나 보다." "자식들 그만 괴롭히려고 급히 가셨나 보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엄마를 미워한 시간이 후회스러웠다. 너무 미운 엄마였는데, 떠나보내고 나니 엄마에 대한 다른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첫째를 낳고 한 달 만에 친정에 갔더니 몸조리 못 해준 게 미안했는지 자꾸만 내 앞에 국그릇을 밀어 준 엄마, 막둥이가 석류 좋아한다고 이불장에서 예쁘고 커다란 석류를 꺼내 언니들 몰래 건넨 엄마, 그렇게 돈을 밝히면서도 자꾸만 그 돈으로 반찬을 사서 보내 준 엄마 …. 왜 이제야 이런 것들이 생각나는 걸까. 같은 여자로서 고달팠을 엄마의 삶을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엄마는 지금 편안한 곳에서 아빠를 만나고 있을까. 저세상에서 엄마를 다시 만난다면 살아 내느라 애썼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할 것이다. 보고 싶었다고. 이명자 | 경기도 구리시 이별의 아픔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다. _ 조지 엘리엇
지푸라기 삶
"손재주는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았구나." 볏짚 공예품 공모전 당선 소식에 큰이모가 한 말이었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아 짚이며 나무를 살뜰히 거둬 생활 용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전에 볏짚 꼬는 재주로 상을 탄 손녀를 봤다면 참 별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볏짚으로 만든 짚둥우리를 보고 짚공예에 빠졌다. 농부의 생활이 담긴 그 투박함이 푸근했다. 아직 남아 있는 기술이라도 익혀 짚이 잊히지 않고 귀한 대접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볏짚은 흔하긴 했지만 보잘것없진 않았다. 귀천을 따지지 않고 의식주 모든 곳에 공기처럼 함께했다. 조상들은 땅을 일궈 곡식을 얻고, 농한기에는 부지런히 짚을 비비고 꼬아 망태, 도롱이, 짚신 등 여러 물건을 만들었다. 흙에 짚을 섞어 벽을 만들고 키 큰 짚으로는 지붕을 올리기도 했다. 짚은 곡식을 품는 신성한 몸체로 여겨져 민간 신앙에도 쓰였다. 산모 방에 볏단 한 묶음을 놓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빈 다음, 깨끗한 것을 골라 깔고 분만했다. 태반은 잘 싸서 짚불에 태우거나 개울에 흘려보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였다. 망자를 멍석에 말아 묻기도 하고 불에 탄 묘는 조상님이 놀라지 않도록 짚으로 덮었다. 이 땅의 농민은 볏짚 위에서 태어나 볏짚과 더불어 살다 볏짚과 함께 땅으로 돌아갔다. 볏짚은 곧 그 시절의 고단함이라 옛날 사람들은 짚 세공 기술을 귀한 재주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볏짚이 귀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이 땅을 일구고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자, 내 손이 나이 들어 볏짚처럼 바스락거릴 때까지 짚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황정화 | 볏짚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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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망실봉 님!
올려주신 부모 없는 삶 ~ 지푸라기 삶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추천 드립니다.
고운 걸음 코멘트
감사합니다 ~
yyuu 님 !
풍성한 한가위,
남은 한 해 보름달처럼
마음도 풍요로우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추석 명절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좋은 날 되시고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
부모 없는삶/지푸라기 삶 너무나 좋아요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고운 걸음으로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든 소원 이뤄지는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동길짱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