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창가에 놓아둔 수경 튤립이 11송이 꽃을 피웠다.
꽃 몽우리가 보일 듯 말 듯했을 때 그것들을 데려와
언제쯤 꽃이 피려나 기다리는 마음이 즐겁다.
사실 튤립은 어쩌다 보니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costco에 가면 살 맘도 없으면서 옷 코너도 둘러보고 ,
몇 종류 꽃이 선반에 올려 있는 꽃 코너도 기웃거려 본다.
수시로 품종이 바뀌는 그곳은 잠시 눈요기하는 정도인데
그날은 한국의 진달래 비슷한 azalea가 많이 있었다.
그 꽃은 여러 번 사들여서 죽인 것도 있고 화분 하나는
요즘 진분홍 꽃이 피어 있다.
봄꽃인데 가끔 가을에도 몇 송이 피기도 한다.
내 친구 경숙이가 그 꽃을 샀는데 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보낸 사진을 보니 나도 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연분홍과 하얀색 꽃이 필 두 가지가 꼬여 있는 화분을
선택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혼자 갔으니 괜찮은 것이지 , 동행이 있으면 무모한
시간 낭비가 짜증 낼 만한 이해 못 할 일이다.
사나흘이 지나니 연분홍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옆의 흰색꽃은 몽우리만 맺은 채
꽃나무가 시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관리를 잘못했나 싶어 물도 주고 흙에
숨구명도 내주고 정말로 정성을 다 했다.
그래도 흰색 꽃이 피는 그 줄기의 잎은 점점 시들어 가고
꽃 몽우리는 피어 날 가망이 없어 보였다.
꽃나무들은 어느 화원에서 모종으로 자라다가
화분으로 옮겨져 매장으로 와 주인을 기다리는 게
꽃들의 판로라고 나는 생각한다.
꽃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내 친구 경숙이가
말을 했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꽃도 태어날 때부터
부실한 것과 건강한 게 따로 있어서 살것은 잘 살고
죽을것은 어떻게 해도 죽는다 했다 .
이 꽃나무도 태어날 때부터 인지 옮겨질 때
그랬는지 아무튼 건강하지 못한 게 확실하다.
그런 azalea를 내가 사 온 것이 확실하지만
소심한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한 화분에서 두 색깔의 꽃을 보려 했던 욕심
탓을 해 본다 .
반쪽으로 만족을 할까? 아니면 리턴을 할까?
리턴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폼 안나는 행동 같아서
내가 그리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꽃 화분을 비닐봉지에 넣고 차에 태우고 가서는
코스코 주차장부터는 잘 안고 리턴을 하러 갔다.
리턴이 까다롭지 않은 곳이지만 혹시 사유를
물어볼까 봐 나름 할 말을 연습도 했는데
영수증과 멤버십 카드만 필요했다.
리턴으로 돌아온 돈으로 꽃을 사야 할 것 같기에
꽃 파는 코너로 가 azalea를 사려고 했더니
하나도 없었다.
그 사이에 다 팔렸고 이젠 안 들어 올 모양이다.
그냥 올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많이 들어와 있는
튤립을 사기로 맘을 정했다 .
물에 뿌리를 담그고 살아가는 꽃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사 보기로 했다.
꽃 색깔도 여러 가지여서 한참을 심각하게 이리보고
저리 보고 하다가 골랐다.
그런 이유로 나의 집 거실로 온 튤립은 빨강색과
흰색이 섞인 꽃 열 한송이를 활짝 피워 주었다 .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예쁘고 향기도 그저
밋밋한 풀 냄새 정도다.
죽어가는 꽃나무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바꿔 온 것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한 일이지 싶다.
튤립이 언제 꽃을 피우나 기다리는 마음과
다 핀 꽃을 바라보며 손해는 안 봤다고 위안을 삼는
이런 것이 나의 소소한 삶이다.
첫댓글
더디어 봄은
아녜스님의 집에 도착하였네요.
유난히도 꽃을 사랑하는 아녜스님 ~~~~^^
아녜스님의 꽃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작년 겨울까지는 화분을 잘 카웠지만,
올해 겨울에는 그만...
그런데요, 화분을 꽃 집에서 들일 때,
흙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도 있었어요.
잎이 무성해서 사왔지만...
집안에서 키워서 그렇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열과 정이 듬뿍하신
아녜스님을 따라 해봤는데,
실패 해버려서 할 말이 없습니다.^^
아녜스님의 꽃이야기에
창밖을 봤더니 화창한 봄 날씨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도 많은 꽃을 죽입니다 .
주 원인은 제가 장기간 집을 비우기 때문이죠.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요즘은 꽃사는 일을 거의
멈추었답니다 .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늘 꽃이 몇가지는 피어 있어요.
요즘 오렌지 꽃과 레몬꽃이 향기로 저를 부르네요.
그곳도 봄이 오고야 말았네요 .
곧 꽃들이 만발 하겠네요 .
좋은 날들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물러가지 않을 것 같던
동장군도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네요.
수경튤립 11송이.
넘 예쁩니다.
azalea도 우리나라 진달래같고요.
큰행복은 잃을까 두렵지만
소소한 행복은 잃을 염려없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소소한 삶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 잘 읽었습니다.
정답입니다 . 소소한 행복은 크게 기대치도 없고
또 잃을까 두려워 할 일도 없습니다 .
고작 $30정도의 꽃값을 생각하며 리턴을 했던
제가 좀 우습지요 ?
또 그 마음의 공백을 채우려 다른꽃을 사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만족 합니다 .
이베리아님 , 건강 하세요.
한편의 서정시를
접하는 것 같습니다
튤립
참 아름답고요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겠어요
고향에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
버들 강아지인가요 ? 아님 목련인가요 ?
아무튼 그곳에서 봄이 보이네요 .
성모동산의 봄은 참 아름답겠지요?
늘 축복 된 나날 되세요 홑샘님 .
리턴을 한 게 잘한 일이었군요.
그런데 리턴을 해준게 고맙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
원래 리턴 조항에 7일 인가 10일인가 그안에
사온 화초는 환불이 가능합니다 .
불량품으로 인정이 되는것이지요 .
수필방에서 자주 뵙게 되니 고맙습니다 .
우~와 아녜스 님 거실에 새봄이 왔어요.
튜울립이 넘나 예뻐요^^
튜울립도 향기가 나나요?
잊고 있었던 새봄을 기억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향기는 거의 없어요 .
제가 늘 이상하게 생각 하는것은 미국 꽃들은
한국 꽃들보다 향기가 덜 해요.
색깔을 더 화려하지만 ....
나무랑님은 늘 봄 같아요 . 생기 발랄한 ~~
꽃을 기다리고 돌보며 느끼는 기대와 만족,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실패 속에서도 결국 자신만의 선택과 경험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을 통해,
인생은 완벽하지 않아도 그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 제가 꾸며서 올린 담백한 삶 보다 훨씬 진솔한 글이라 많이 비교 됩니다,
다음부턴 제글 바로 위에 잇달아 글 올리지 마세요ㅡ무지 비교되어서 창피해요 ~
제 생각에 아젤리아는 진달래 보다는 철쭉을 많이 닮은듯 해요, 제집 뒤뜰에 몇종류 있습니다.
아참 그리고
(리턴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폼 안나는 행동 같아서 내가 그리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평소 꾸밈없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폼생폼사 좋아하신다니 급 실망 했슴다, 진짜로 ~~
단풍님의 "담백한 삶" 글을 읽고 쓴 글입니다 .
제가 단풍님의 글을 좋아하지만 이제껏 읽은것 중
제 성향에 제일 잘 맞는 글이었습니다 .
언젠가 단풍님도 아젤리아에 대해 글을 쓰신적이
있었지요., 철쭉꽃과 비슷한데 꽃이 좀 작지요 .
아뇨 ..이제껏 저를 잘못 아셨네요.
꾸밈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
폼생폼사 좋아 합니다 .ㅎㅎ
급 실망이라 하시니 이를 어쩌나 ~~
비가 오는 화요일 아침
폼생폼사로 진한 커피 마시며
클래식 음악에 취해 보렵니다 .
그러다 잠이 들겠지요 . 우헤에 ~~
@아녜스 오백불 내세요,
우헤헤~~ 는 단풍 특허입니다 ~ 그리고 지금 아침인데 무슨 잠을 잡니까? 걱정된다 큰일이네 ~
뒤뜰에서 22년6월에 찍은 아젤리아 인데요 미국제보다 캐나다제가 한결 나아보이지요
@단풍들것네 약간은 다른 꽃이네요 . 그것은 철쭉에 가깝고
우리 아젤리아는 겹 진달래 같아요 .
아무렴요 . 단풍님이 사시는 나라인데 ....
저쪽도 싫고 이쪽도 싫고 저도 캐나다로 갈까봐요 .
$500 너무 비싸요 . 한번 따라 해 본것치고는 ..
깎아 주세요.
집안의 화사한 꽃으로 장식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보는 우리도 한결 상쾌해집니다. 요새 올림픽공원을 돌아다니면서 80세의 교장선생님 출신인분이 말없이 조용조용 피는 꽃들을 핸드폰에 담고 계십니다.
그리고나서 아침6시에 매일 걷는 동네주민들은 그분따라 꽃이 피어있는 바로 그현장엘 가곤 합니다. 봄은 오고 있고 꽃이 달린 가지를 코에 대어보니 향기가 뿜뿜입니다.
언덕저편 1님이 쓰신 글을 읽으며 그 모습을 연상해 봅니다 .
남여노소를 불문하고 꽃과 마주하는 순간은 선한 마음이 될테지요.
봄 향기가 느껴지는 댓글 감사 드립니다 .
꽃은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식물이죠?
곧 이곳도 꽃이 필 시기입니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아잘리아가 봉오리를 맺고 있어요.
아녜스님 아름다운 봄날 되세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인데 물을 자주 안 주면
그 영향이 바로 오는것 같아요.
늘 차분하신 푸른비 3님은 화초에게도
정성을 다 하실것 같아요 .
튤립 인물이 아주 좋습니다.
바꿔오시길 참 잘 하셨습니다. ㅎ
인물 좋은 튤립은 떠나갔습니다 .
이제 뿌리는 땅에 묻어 줘야 해요 ㅎㅎ
튜립이 수경으로도 재배가 가능하군요^
아젤리아가 한나무에서 두가지 색상의
꽃을 피우나보네요!!
저의 약국에도 자그마한 양란이 망울을
터뜨리는 중입니다.
COSTCO에서 사 왔습니다 .
물에 담겨 있는것을요 .
저희집에도 양란이 몇개 있어요.
꽃이 가격대비오래 가서 제가도 사고
선물로도 받고 합니다 .
그리고 아젤리아는 두개를 꼬아 놓은
다른 나무라서 한개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
마론님께 저도 평화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