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번씩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를 연습했어요. 억양 하나하나 연습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처럼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청각 장애인으로 스타벅스 첫 부점장이 된 권순미(36)씨는 "하도 연습해서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가 잠꼬대로도 나왔다"고 했다. 권씨는 스타벅스가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기 시작한 2011년 1기로 입사, 최근 부점장 승진 시험에 합격해 지난 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남문점으로 발령받았다. 두 달간 필기시험, 인·적성 검사, 직무진단, 인성면접, 임원면접을 거치며 10대1의 경쟁을 뚫었다.
발음 어색해 잠꼬대할 만큼 연습… 'short'와 'tall' 구분 가장 힘들어
두 살 때 고열(高熱)로 청신경이 손상된 권씨는 보청기를 끼어야만 미세한 소리나마 들리는 2급 중증 장애인이다. 주문받을 땐 입 모양을 보는 '구화(口話)'로 손님 말을 이해한다. 필요한 표현들의 발성을 매일 집에서 연습했다.
쉽지 않았다. '쇼트(short)'와 '톨(tall)' 사이즈를 입 모양으로 구분하기가 제일 어려웠다. 장애인임을 모르고 "발음이 왜 그러냐" "외국에서 왔느냐" "치아교정 중이냐"고 묻는 고객은 그나마 나았다. 커피를 만들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 사이, 계산대 밖에서 "묻는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고객도 많았다. "저한테 화를 내는데 저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았을 때 자괴감도 들었어요." 권씨는 "하지만 내가 장애가 있는 걸 모르고 그러신 거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며 "좋은 손님이 훨씬 많으니 금방금방 잊힌다"고 했다.
3년 전엔 권씨에게 동반자가 생겼다. 남편(41)이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만나 통성명한 남편은 권씨가 올림픽공원점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자주 찾아왔다. 마침 올림픽공원 관리 업무를 하고 있던 그는 "장애가 있는데도 자격지심이 없고 밝은 모습이 좋았다"며 프러포즈해왔다. "알고 보니 남편은 커피를 전혀 못 마시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저를 가장 많이 응원해주는 사람이랍니다."
권씨는 "장애인을 무조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보지 말고, 그냥 똑같이 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2년 반 함께 일했던 점장이 다른 직원과 똑같이 야근을 시켜준 것이 고마웠다고 한다. 요즘은 라테 아트(라테 거품으로 그리는 그림)에 푹 빠져 우유를 직접 사다가 연습한다는 그는 "동료와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커피 세미나를 열어 청각 장애 고객에게 커피의 다양함을 체험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