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작가의 단편 소설 ‘이 인간이 정말’은 무척 재미있다. 그의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이 소설 역시 읽는 내내 능청스러운 해학으로 피식피식 웃게 한다.
소설에는 도무지 적당한 선을 모르는 남자가 등장한다. 금수저인 그는 엄마가 마련해준 맞선 자리에서 소위 ‘맨스플레이션’의 폭주를 감행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차례대로 제공되는 음식을 보며 접시마다 끝없이 ‘썰’을 푸는데, 여자가 스테이크를 주문하자마자 소의 종자 ‘썰’부터 시작해서 새우가 나오면 새우 ‘썰’을, 소고기가 나오면 O-157 대장균 ‘썰’로 넘어가고, 아이스크림이 나온 다음에는 우유 ‘썰’로 넘어간다. 그의 ‘썰’은 대체로 인간이 이것들을 먹기 위해 얼마나 잔혹한 짓을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자는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접시를 물린다. 남자는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말하느라 바빠서 먹을 틈이 없다. 대화의 9할 이상을 혼자 떠들던 남자는 점점 더 자기 이야기에 도취해 급기야 중국의 매춘 이야기로 넘어가고, 여자가 기함할 말을 지껄인다. ‘그렇게 빠진 거 하나 없는 여자들이 남자를 계속 우습게 알면서 살다가 결혼도 못 하고 하면 남자 생각이 날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나. 폭탄 맞은 기분으로 자리를 지키던 여자는 남자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길게 한숨을 내뿜은 뒤 말한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그가 늘어놓은 말의 내용에는 물론 꽤 괜찮은 정보도 있었다. 그러나 매사 과하면 탈이 나는 법. 그는 멈춰야 할 때를 몰랐던 것이다.
입추도 처서도 지났는데 폭염이 숙을 줄 모른다. 더워도 좀 적당히 더웠으면 좋겠다는 푸념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실은 그런 푸념을 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 싶다. 지구상에서 쓰레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종의 일원으로, 나도 오십 년 넘게 이루 측정할 수 없는 부피와 무게의 쓰레기를 생산해 오지 않았던가. 욕심에 겨워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들이고 처박아 두었다가 버리기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혼자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올랐던 적은 또 몇 번이었던가. 작년은 지구가 10만 년 만에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이라는 1.5도 상승은 향후 5년 이내에 무너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너무 많이 들어 무감해진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이 예민한 지점은, 폭염에 에어컨을 종일 틀었으니 전기요금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같은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난방을 위한 화석연료 값으로 얼마나 쓰게 될지로 걱정은 바뀔 것이다. 요컨대 돈 걱정이다.
그렇게 돈 걱정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돈을 쓴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서 처박아두거나 버리는 데에 쓴다. 시도 때도 없이 유혹하는 온라인 쇼핑몰이여! 꼰대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예전에는 추석빔, 설빔이라는 게 있었다. 명절이나 돼야 겨우 옷 한 벌 얻어 입던 시절이 좋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 본, 옷더미로 된 산 귀퉁이에서 소인지 염소인지가 먹이 대신 옷가지를 질겅질겅 씹어 삼키던 영상을 떠올리면 소비에 보수적이 될 수밖에. 이빨 사이로 늘어져 있던 칙칙한 섬유 쓰레기와 그것들을 삼키느라 꿀렁거리던 목 줄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래놓고도 무언가 꼭 사들이게 되니 문제다.
수돗물을 꼭 잠근 상태로 이를 닦는다는 누군가에게 수도요금 그거 아껴서 부자 되겠냐고 응수하던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요금은 돈 내면 된다. 진짜 문제는 하루에 몇 킬로씩 맨발로 뜨거운 흙길을 걸어 흙탕물을 길어와 마시고 병이 나는 아프리카의 소녀들이 있다는 거지. 오가는 길에 강간을 당하기도 한대. 그걸 생각하면 잠깐이라도 물을 틀어둘 수가 없어. 빈정거리던 이의 다음 반응은 기억나지 않는다. 옆에서 듣기에도 민망한 나머지 기억에서 삭제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기가 더 쉽다”라고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말했다. 기후위기는 사실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재난에서 연약한 사람들이 먼저 나가떨어진다. 영화 ‘기생충’의 폭우 장면을 보면 반지하에 물이 차자 거기 살던 주인공 가족이 탈출한다. 현실의 어느 장애인 가족은 탈출하지 못하고 반지하 집에서 익사했다. 지구상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규모의 장기간 산불에 대해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이송희일은 저서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소고기와 대두를 위해 대농장과 기업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에 가공할 만한 규모로 불을 지르는 것처럼, 돈벌이에 미쳐 다국적 기업들이 유칼립투스를 심고 그것을 불태우며 탄소중립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나무와 식물을 태우고 끝내 지구에 불을 지르며 폭주하는 체제다.”
자본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우리는 성난 지구에 호되게 당하면서도 별수 없이 ‘폭주하는 체제’와 공모하면서 산다. 소시민들의 ‘돈’이 힘 있는 자들의 ‘자본’과는 물론 다르겠지만, 이윤과 편리 앞에 다른 가치는 빛이 바랜 지 오랠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도 닿지 않는 연서처럼 중얼거림에 그칠 것이다. ‘운수 좋았던’ 인력거꾼 김 첨지도 일찍이 이렇게 절규하지 않았던가. “이 원수엣 돈! 이 육시(戮屍)를 할 돈!”
이경란 소설가
지구의 허파
맹그로브 나무 한 그루의 뿌리 개수는 보통 100개에서 500개 정도다. 맹그로브는 이 뿌리를 통해 수면 위로 몸을 띄워 자라는 등 독특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 염분이 있는 연안에 서식하는 맹그로브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이를 산소와 탄소로 각각 배출한다. 자동차 연료 연소, 전력 생산, 난방, 운송 등에 쓰이는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산소를 만나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두는 성질이 있어 공기 중에 쌓이면 지구를 덥게 만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맹그로브가 큰 도움이 된다. 맹그로브는 수백 개의 뿌리로 숨을 쉬며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신다. 내뱉은 산소와 탄소는 플랑크톤 같은 해양 생물이 분해해 맹그로브 숲의 토양과 해양 생태계에 영양분으로 공급한다. 숲에 사는 다양한 생물종은 이를 흡수한다. 이로써 생태계 보존과 탄소 선순환을 동시에 이룬다. 오늘날 맹그로브 숲은 해안 지역 관광지 조성이나 동남아시아 새우 양식장 개발로 무분별하게 잘려 나가고 있다. 맹그로브의 중요성을 인식한 유네스코는 2015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맹그로브 서식지가 없지만, 그 가치에 주목해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열대 지역의 맹그로브 종을 제주도에 들여오려는 것이다. 지구 환경을 복원하려는 전 세계의 움직임을 볼 때 맹그로브 숲을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응원할 만한 일이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관심이 꼭 필요하다.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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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폭염은 성난 지구의 절규 좋은글 이네요.오늘도 무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
멘트 감사합니다 ~
추석 연휴 즐겁게
잘 보내셨나요 ~
오늘도 활기찬 하루
응원합니다
동길짱 님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트는아침 님 !
더울 때일수록 감기
조심하라던 옛사람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
코로나를 비롯한 각종 질병
계절을 잊은 폭염과 추위
병균이나 날씨 탓이 아니고
인간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섯불리 한탄도 못하겠어요 !
반갑습니다
소산 님 !
고운 걸음으로 고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열을 받기만 하고
밖으로 내뿜지 못해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ㅠ
보람으로 미소 가득
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
~^^
시인님 ! 감사합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마리아마리 님 !
다녀가신 고운
멘트 감사합니다~
오늘도
보람으로 미소짓는
좋은 하루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