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가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가르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가르지 않는다.
제 몸 위에 작은 나무토막이며 쪽배를 띄워
서로 뒤섞이게 하고, 도움을 주고 시련을 주면서
다른 마음 다른 말을 가지고도 어울러 사는 법을 가르친다.
건너 마을을 남의 나라 땅이라고 생각하게 버려두지 않는다
한 물을 마시고 한 물속에 뒹굴며 이웃으로 살게 한다.
강은 막지 않는다.
건너서 이웃 땅으로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짐짓 몸을 낮추어 쉽게 건너게도 하고
몸 위로 높이 철길이며 다리를 놓아
꿈 많은 사람의 앞길을 기려도 준다.
그래서 제가 사는 땅이 좁다는 사람은
기차를 타고 멀리 가서 꿈을 이루고
척박한 땅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강 건너에
농막을 짓고 오가며 농사를 짓다가
아예 농막을 초가로 바꾸고 다시 기와집으로 바꾸어
새 터전으로 눌러 앉기도 한다.
강은 뿌리치지 않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오랫동안 흩어져 있던 제고장 사람들이
뒤늦게 찾아와 바라보는 아픔과 회한의
눈물 젖은 눈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제 조상들이 쌓은 성이며, 저자를 폐허로 버려둔 채
탕아처럼 떠돌다 돌아온 메마른 그 손길을 따뜻이 잡아 준다.
조상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수없이 건너가고 건너온 이 강을 잊지 말란다.
강은 열어 준다, 대륙으로 세계로 가는 길을,
분단과 전쟁이 만든 상처를
제 몸으로 말끔히 씻어 내면서, 강은 보여 준다.
평화롭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어두웠던 지난 날들을 제 몸속에 깊이 묻으면서,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