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논평 다시 보기 [Re. 녹색당 논평] 일곱번째는 2017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문화예술 노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작년 총선 때 녹색당을 지지했던 문화예술인들을 기억해봅니다.
[Re. 녹색당 논평 (7)] 블랙리스트의 이름으로 우리는 당신들에게 경고한다
#1.
나는 블랙리스트다.
태어나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서 사람들한테 칭찬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참으로 생경한 경험이다.
#2.
2014년 8월, 세월호 광장에서 영화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때부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하필이면 내가 단식을 했던 날은 박영선 국회의원(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아침 일찍 유민아빠 김영오 님을 찾아왔던 날이기도 했다. 부슬비가 내리던 아침, 단식하던 사람들은 모두 광화문 일대 피켓팅을 나갔고 그 잠깐 사이에 박영선 의원이 다녀간 것이다. 돌아온 우리는 무기력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너무나 화가 났다. 힘없는 우리들도 이렇게 비를 맞아가며 세월호 참사를 알려나가는데, 제1야당인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문화예술인의 분노는 세월호 광장으로 그들을 나오게 했고, 그 이후 연극인, 만화인을 비롯 일반 시민들까지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의 경험이 쌓여 새로운 시민의 정치를 꿈꾸는 녹색당에서 나는 활동하고 있다.
#3.

2015년 녹색당 입당 첫 해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당내 행사 중에 하나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녹색당 정당연설회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정부, 노래로 저항하자'라는 행사 제목을 가지고 춤추고 노래했다. 녹색당원인 사이님과 하늘소년(김영준 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기타에는 노란색 세월호 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옥바라지 골목 등 녹색당 연대의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대한문 매표소 앞에서 '돈만 아는 저질'을 부르며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 뒤를 따르던 우리는 절로 강강술래가 되어 대한문 앞에서 신나게 춤추었다. 처음엔 대한문 앞이 좁아서 걱정했지만, 민중총궐기에 합류하는 노동자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사 나누고, 소리 지르며 서로를 응원하면서 느꼈던, 마치 우리가 승리한 것 같은 그 날의 희열이란! 그 날은 이제 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지신 슬프고 아픈 날로 더 기억에 남겠지만, 대한문 앞에서 느꼈던 감정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녹색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문화예술로 시민의 정치를 이야기했다. 서대문갑 김영준 선본에서는 '필리버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노래가 있는 정당연설회를 진행했고, 영화감독들이 여러 주제의 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그리고 녹색당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명단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이 가지는 힘은 녹색당과 많이 닮아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무엇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박근혜 정권은 '한류'에 집착했다. '코리아 에이드'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3개국 순회 등 한국 문화 알리기에 참으로 앞장 섰다. 그래, 당신만 앞섰다. 문화예술을 지금까지 이렇게 키워나간 것은 각 분야에서 노동조건에 있어서 굉장히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열망을 안고 고생해왔던 수많은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새롭게 문화컨텐츠가 만들어지는 환경이 아닌, 그저 일부 컨텐츠를 소설-드라마-뮤지컬로 돌려막는 형식이 계속 되면서 창작자들이 대중을 만날 수 있는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아 에이드'는 그저 김 빠진 사이다에 꽂혀 있는 빨대일 뿐, 근본적인 문화예술 융성을 만들지 못한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 정권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영화제에 대한 탄압은 물론, 상영했던 극장에 대한 탄압을 제도를 통하여 진행했다. 영화는 물론, 연극이나 무용 등 정권의 탄압은 여러 형태로 계속되어 왔다. 문화예술의 매력은 다양함이고, 문화예술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목숨과도 같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칼날을 휘둘렀다. (문화예술 분야는 아니지만, 마땅한 이유 없이 법원 승소를 연이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립대학 총장 인선을 승인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5.
어제 저녁, 송인서적 부도 이후 출판업계를 함께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출판업계는 시장 규모에 비해 타 국가에 비해 지원정책이 굉장히 미약하다고 익히 알려져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그 고름이 이제서야 터진 것이다. 이후 대책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출판노동자들에 대한 보도가 언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토론회를 끝내면서 객석에 앉아 있던 송인서적의 한 노동자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100여명의 직원 중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40명이 넘는다는 곳, 그리고 회사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 7,80여명의 임직원이 지금 계속 결정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는 말이 코 끝을 시리게 했다. 이 사태는,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0.
박근혜 정권 탄핵 국면에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인들은 다시 광화문으로 나섰다. 11월 4일부터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옆에는 텐트 농성부터 시작, 현재는 '블랙텐트'라는 실내 공연장과 '궁핍현대미술광장'이 설치되어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는 9,473인의 문화예술인들이 올라갔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을 잘못했다. 이것보다 정말 엄청난 수의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노동자 뿐만 아니라, 좀더 자유롭게 창작자들이 활동하길 원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을 생각한다면 그 수는 더욱 엄청날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이름으로 우리는 당신들에게 경고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문화예술을, 그리고 노동자들을 우리의 힘으로 지켜낼 것이다.
글. 루카 / 서울녹색당 사무처 활동가, <서울플랜 2030> 집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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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6 녹색당 보도자료]
녹색당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명단 발표
* 홈페이지에서 읽기 : http://www.kgreens.org/?p=9267
예술인 지지자 많고 ‘기본소득’, ‘노동단축’ 내건 “녹색당은 예술당”
12년 전 진보정당 첫 진출 당시 예술인 선언 방불케 해. “반드시 국회로!”
녹색당의 국회 진출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30일 녹색당은 김선우 시인, 홍승희 사회예술가, 백현진 음악가 겸 미술가, 정유희 <페이퍼> 편집장, 임경선 작가, 싱어송라이터 시와, 김탁환 소설가, 목수정 칼럼니스트 등이 포함된 문화예술인 지지자 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29일 따로 공개된 영화인 지지 선언에는 영화감독 방은진, 양익준, 부지영, 김동원, 황철민 씨와 배우 정수영, 김혜나 씨, 평론가 황진미 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원임을 밝힌 문화예술인들도 많아 눈길을 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중 이명박 정부와 불화했던 김정헌 화가, ‘쌈지농부’의 천호균 대표,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소설가, 밀양송전탑반대운동 등 현장을 누벼온 장영식 사진작가, 인문학카페36.5°를 운영하는 홍승은 씨와 ‘대한민국 효녀연합’으로 알려진 사회예술가 홍승희 씨 자매, <제보자>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 등은 녹색당 당원이다. 한편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프로필 사진촬영을 자처했던 노순택 사진작가, ‘녹색당 노래’ 포크 버전에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시와’, 녹색당 제20대 총선 비례대표 공보물에 수록된 삽화를 그린 박찬우 화백 등
녹색당과 인연을 맺어온 예술인들도 보인다.
녹색당 후보로 총선에 나선 문화예술인들도 있다. 서울 서대문갑 김영준 후보는 1인조밴드 ‘하늘소년’으로 테러법 반대 시민필리버스터에서 ‘필리버스킹’을 선보인 바 있다. 대구 달서갑에 출마한 변홍철 후보는 시인이며 도서출판 한티재를 운영해왔고 경기 과천의왕 홍지숙 후보는 출판사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는 황윤 영화감독(1번), 이계삼 에세이스트(2번)가 있으며, 5번 후보인 신지예 녹색당 정책대변인은 ‘이야기꾼의책공연’에서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예술인 당원이 많고 ‘예술당’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녹색당이 많은 예술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배경이 되었다. 또 녹색당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과 ‘노동시간단축’은 ‘모든 시민이 예술인인 세상’을 만드는 밑바탕이다. 이번 선언 참여자들은 “삶도 예술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녹색당을 지지한다”(권세미 연극연출가), “녹색당은 예술가가 어깨 펴고 사는 세상을 만든다”(양혜진 번역가)라고 밝혔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그럴 때도 됐잖아”라며 간명하게 ‘녹색당 국회 진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녹색당 총선대책본부 김수민 대변인은 “2004년 총선에서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진보정당 최초의 국회 진출’에 지지를 보냈다면, 12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흐름이 ‘진보’를 넘어서 ‘전환정당’ 녹색당을 향해 흐르고 있다. 크나큰 성원에 힘입은 만큼 녹색당은 2016년 총선을 통해 반드시 국회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