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백인대장)
성 론지노는 어느 지방에서 나신 지 알지 못하나, 그러나 어려서부터 군법을 배워 오주(吾主) 예수 수난하실 때에 예루살렘에 있어 군사 노릇하더니,
오주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갈비리아 산으로 가실 새, 백부장(百夫長-백인대장)이 군사를 거느리고 영거(靈車)하는데, 성인도 그 중에 있으나, 본디 오주 예수를 알아 믿지 아니하는 고로 오주를 죽일 죄인으로만 지목하더니, 차차 오주의 인내하심과 순선하심을 보고 그는 범죄한 사람도 아니요, 또한 범상(凡常)한 사람도 아닌 줄을 아니라.
오주께서 산상에 이르시매 백부장이 군사를 명하여 두루 에워 수직케 할 새, 성인이 그중에 있어 모든 사정을 다 자세히 살펴보시니라.
형역(兵士)이 오주를 십자가에 못박아 땅에 세우고 간 후에 허다한 악인들이 곁에서 능욕하되, 오주 다 차마 받으시고 한 말도 대답치 아니하시며, 미구에 우도는 겸손되이 오주께 긍련히 여기심과 사죄지은(赦罪至恩)을 구하매, 오주 천당으로써 허락하시고 성모와 성 요왕(사도 요한)은 십자가 곁에 서사, 묵묵히 눈물을 내리우시고 성녀 막달레나와 다른 성녀들은 멀리서 바라보고 애통체읍하더라.
오주께서 당신 성모를 요왕 종도에게 부탁하시는 그런 사정을 성인이 다 보시고, 마음이 감동하시더니, 오후 3시에 오주께서 운명하시매, 태양이 법외(法外)로 일식(日蝕)하고 땅이 진동하며 산이 무너지며 곁에 있던 백부장은 가슴을 치며 이르되,
“이는 반드시 천주 성자(聖子)이시로다.” 하더라.
성인이 곁에 있어 심중에 감동하는 정(情)이 더욱 발하여 유데아(유다)인들이 오주를 투기(妬忌)하여 죽이는 잔포(殘暴)한 악을 미워하시더니, 미구에 형역들이 와서 오주의 두 다리를 끊고자 하거늘, 성인이 만류하여 이르시되,
“이제 이미 죽었거늘 어찌 반드시 또 다리를 끊으리오?”
형역 등이 아직 죽지 아니한 줄로 말하는지라, 성인이 앞으로 나아가 창으로 오주의 우편 늑방(肋房)을 찌르니, 곧 선연(鮮然)한 피와 물이 나오는지라, 형역등이 오주의 움직이지 아니하심을 보고,
이미 죽은 줄로 여겨, 드디어 다리를 끊지 아니하니라.
기이하도다. 성인이 오주의 늑방(옆구리)을 찌를 때에 주의 묵조(墨詔)하심을 받아, 오주 예수는 곧 이 천주성자로서 십자가에 죽으사, 만민을 구속하신 줄을 알고 곧 그 도(道)를 봉행하기로 마음을 정하니라. 오주 예수께서 이미 이르시되,
“나 죽은 지 제3일에 부활하리라.” 하신지라,
악당들이 이 말을 생각하고 총독에게 가서 청하여 하여금 군사로써 오주의 무덤을 수직(守直)하게 하니, 이는 그 문도(제자)들이 밤에 와서 시체를 도적하고 부활하였다 전파하면 백성을 고혹(蠱惑)케 함이 전에 비겨 더 괴악하겠다 함이러라.
이에 총독이 대답하되,
“너희 등이 군사가 있으니, 임의(任意)대로 무덤을 수직(守直)하라.”
하는지라,
이에 군사 열 명으로써 분묘(墳墓)를 수직할 새, 성인도 그 중에 있는데, 무덤 문을 봉(封)하여 인(印)치고 사람이 가까이 가기를 금하며 무덤 문을 큰 돌판으로 막았으니, 두어 사람이 아니면 가히 움직이지 못할러라.
성인이 여기 있어 수직 할 새, 3일 새벽에 별안간에 지진(地震)이 크게 되는지라, 수직하던 군사들이 무덤을 바라보니 일위(一位) 천신이 하늘로조차 내려와 돌판을 옮겨놓고 그 위에 앉았는데, 그 의복(衣服)은 백설(白雪)같이 빛나고 얼굴 광채는 번개같이 찬란한지라, 성인과 및 동무 군사들이 혼겁(魂怯)하여 땅에 엎더져 까무러쳤다가 미구에 정신을 차려 성중에 들어가서 이 사정을 보(報)하니라.
악인 등이 이 말을 듣고 놀라며 기이히 여겨 바삐 동류들을 모아 상의한 후에 성인과 및 다른 군사들에게 후한 뇌물(賂物)을 주며 부탁하되,
“너희 등이 곤히 잘 때에 예수의 문제(제자)등이 밤에 와서 그 시체를 도적하여 갔다 하라.” 하더라.
성인의 본성은 근본 정직할 뿐 외에 또한 오주의 죽으심과 부활하신 모든 기이한 사정을 보고 밝히 천주 성자(聖子)이신 줄을 아는 고로, 드디어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오주의 부활하신 사실을 가져 각처에 전파하고, 다른 병정들은 돈을 받고 말하지 아니하니라.
성인은 종도들을 따라 밝히 도리를 배우고 영세(領洗)한 후, 악당들의 모해(謀害)를 피하고자 하여 예루살렘을 떠나 동편 지방에 가 성교(聖敎)를 전할 새, 악당들이 대장에게 품(稟)하되,
“론지노가 망령(妄靈)되이 예수의 부활을 전파함으로써 백성을 고혹(蠱惑)케 하니, 청컨대 대장은 이 자를 없애어 써 지방 인심(人心)을 안정케 하소서.”
대장이 이에 허락하는지라,
악인 등이 성인을 잡아 죽여 그 머리를 베어 성중에 달아 증거로 삼고자 하더라.
때에 성인은 멀리 동편 내지(內地)에 가사 이미 많은 사람을 권화하여 성교(聖敎)를 봉행케 하시더니, 하루는 악당이 당신을 죽이러 온 줄을 아시고 심중에 기뻐 스스로 위로하여 이르시되, ‘이는 치명승천할 기회이니 가히 잃지 못하리라.’ 하시고, 피신(避身)하지 않으시고 여전히 성교(聖敎)를 전하실 새, 악인 등이 성인의 거처를 탐지하고 그 지방관에게 대장의 글을 올리매, 지방관이 읽기를 마치고 시행하기를 허락하는지라.
이에 병정들이 성인을 잡아 죽이고, 그 머리를 베어 예루살렘 성에 돌아와 성인의 머리를 성문 위에 높이 달아 모든 이를 무섭게 하고 경계하더라.
그러나 교우들이 매일 와서 성인을 치명자로 공경하니, 악인들이 분하여 성인의 머리를 더러운 구렁에 버려 공경치 못하게 하니라.
각설(却說), 성중 교우 중에 한 가난한 부인이 근일에 과거(寡居)하고, 또한 외아들을 잃은 외에 두 눈이 멀어, 능히 생명을 자뢰(資賴)치 못하고 주야에 외로이 통곡하더니,
하루는 성인이 발현하여 이르시되,
“아무 곳에 가서 내 머리를 찾아, 장사하면 너의 먼 눈이 낫고 또한 너의 사랑하는 아들을 상봉(相逢)케 하리라.”
하시는지라,
소경 과부가 즉시 한 교우에게 가 이 사정을 고하고 드디어 함께 밤을 타, 성인이 가르치신 곳에 가서 과연 성인의 머리를 찾아 모시고 집에 돌아오니, 먼 눈이 전과 같이 밝아지니라. 이 밤에 성인이 또 발현하실 새, 과부의 아들과 함께 오시매, 광휘 찬란하더라.
성인이 과부에게 이르시되,
“너의 아들이 천당에 있어 복을 누리니, 일절 슬퍼하지 못할지라. 오늘 내 머리를 가져 너의 아들 무덤에 함께 안장하라.”
하시는지라, 과부가 크게 기뻐하여 주은(主恩)을 사례하고 즉시 성인의 명대로 그 머리를 안장하니라.
성창(聖槍, 홀리 랜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롱기누스가 그의 옆구리를 찌르는 데 쓰인 창.
공식적으로는 현재 교황청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작은 기도실에 예수가 십자가의 길을 갈 때 성녀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은 수건, 예수가 못박힌 성 십자가의 나무 조각과 함께 보관되어 있다고 하며,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성 론지노(롱기누스)의 성상에는 다음과 같이 교황청이 롱기누스의 창을 보관하게 된 경위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옆쪽을 덧붙이고 아래쪽 경당의 건설을 통하여 교황 우르바노 8세는 교황 인노첸시오 8세가 투르크의 폭군 바예지드로부터 받은 론지노의 창이 있는 정교한 성유물함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