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시골 마루에서..... -
권다품(영철)
또 시골에 올라왔다.
특별히 논농사나 하우스를 안 하다보니, 일꺼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시골에는 일꺼리가 조금씩은 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장난 같은 일기긴 하지만 겨울 준비는 있다.
앞마당 텃밭에 가을에 간단한 수확을 하고나니 공터가 좀 생기길래, 그냥 두기가 그래서 퇴비를 좀 많이 사다가 한 골에 한 포대씩 덤뿍 뿌리고, 괭이와 삽으로 흙을 파고, 1m가 조금 넘는 골을 지어서 양파를 두 골 심고, 마늘도 한 골 심었다.
몇 년전에 집 담장을 돌담으로 낮게 쌓았더니 내가 봐도 시골정취가 나고 좋았다.
그 돌담을 계속 이어서 쌓아야겠다 싶었는데, 요즘은 시골에도 돌이 없어서, 몇 년간 그대로 두고 쌓지를 못했다.
그런데, 집안 아지매 집 헛간을 헐고 나온 돌들이 있다길래, 웬 떡인가 싶어서 동네 동생에게 경운기를 빌려서 두 경운기를 실어다 날랐다.
대문까지 담을 다 쌓으려면 앞으로 다섯 경운기는 더 실어다 놔야 할 것 같다.
한꺼번에 하면 몸살할 것 같아서 쉬었다가 천천히 할 생각이다.
또, 온갖 잡나무들과 넝쿨들이 우거져 아버지 돌아가시고는 엄두가 안나서 몇 십년간 묵혀두었던 건너밭도 손질을 좀 했다.
이번에도 엄두가 안나서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웃집에 부산에서 이사온 아주머니가 "밭 손질을 해서 머위를 좀 따먹어야 겠다."며, 가시가 있는 넝쿨들을 걷어내고 있길래, 밭주인인 내가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헛개나무도 두 나무만 남기고 두 그루를 베어내고, 찔레 가시와 다른 여러 가시나무나 사철나무 등 여러 잡나무와 넝쿨들을 걷어냈다.
베어낸 나무를 불 땔 때 쓰려고 집으로 나르고, 일을 잘 않던 내게는 가시나무나 작은 가시들이 촘촘한 넝쿨들을 정리하는 게 엄청 힘이 들었다.
그런데, 힘은 을었지만, 해놓고 보니 깨끗하고 이제 제법 밭 티가 나고 내 마음도 개운하고 보기에도 좋다.
이튿날은 아침에 일어나니까, 이웃집 아주머니가 또 어제 하다가 만 그 건너밭을 밭 손질을 하고 있길래 또 나가봤더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태 그 밭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무너져서 여자들이 머위를 따러 올라갈 때는 미끄러지고 불편했다.
그래서, 주위 돌들을 줏어다가 몇 계단을 만들었더니, 내가 생각해도 참 새첩게 잘 쌓은 것 같다.
그일을 마치고 마당앞 텃밭을 보니까, 어제 일을 했는데도 또 남은 땅이 두어 골 보였다.
그런 빈땅을 보면 그냥 놀리기가 아까운 걸 보니, 나도 촌놈인가 보다.
또 퇴비를 한 골당 한 포대씩 덤뿍 뿌리고, 호미로 파고 골라서 새롭게 두 골을 더 지어서, 한 골은 겨울초를 심고, 또 한 골은 시금치를 심었다.
일을 할 줄도 모르고 하기도 싫었지만, 해놓고 보니 참 잘했다 싶다.
동네 동생도 "형님은 일 안해서 그렇지 하니까 잘하네요." 했다.
이제 내년 한 햇동안 닭백숙 오리 백숙을 해먹을 약나무들 자르는 일이 남았다.
약나무들은 가시가 엉성엉성한 게 조심을 해도 여기 찔리고 저기 찔리고 일하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그 일은 쉬다가 다음에 올라올 때 해야겠다.
대봉감 몇 개 달린 것도 그 때 따고.
일은 심심해서 '뭐 할 일이 없나' 싶을 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녁은 그 동안 나를 도와준 동네 동생과 이웃집 이사온 분들과 무안에 내려가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 오니까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요런 날씨에는 마당에 불을 피우며 불멍 때리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불을 피웠더니 정말 좋았다.
오늘은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 잔 타서 햇볕 따뜻하게 들어오는 마루에 앉아서 이 글을 써 본다.
2023년 11월 9일 오전 10시 12분,
햇볕 따뜻하게 들어오는 시골 마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