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는 6대 광역시 10년만에 집값 최대폭 하락한다.
조선일보|진중언 기자|2022.08.16.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가 서울·수도권에서 지방 대도시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6대 광역시(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울산) 아파트값이 1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촉발한 주택 매수 수요 감소 여파로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추세다.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지역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 아파트 매물 쌓이면서 광주도 하락 전환된다.
8월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6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1% 내렸다. 2012년 8월 첫째 주(-0.1%)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이다. 전체 지방 아파트값이 0.05% 내린 것을 생각하면 도(道) 지역보다 광역시 중심으로 집값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광역시 아파트값은 최근 4주 연속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6월까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아파트값 상승세를 유지하던 광주가 7월부터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하면서 전체 하락폭을 키우는 상황이다. 광주는 7월 둘째 주 2년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값이 하락 반전(-0.01%)한 후 5주째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광주는 올해 하반기에 약 8000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광주는 새 아파트 입주를 계기로 기존 아파트가 매매·전세 매물로 쏟아져 나오지만, 금리 상승 여파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내림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광주의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은 1만6078건으로 3개월 전(1만4055건)보다 14.3% 늘었다. 증가율만 따지면 광주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1위다. 같은 기간 경기도 매물은 10.2%, 서울은 9% 늘었다.
울산의 경우는 8월 들어 아파트값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주일 사이 울산 남구 아파트값은 0.3%, 동구는 0.24% 내렸다. 부동산원은 “울산 남구는 무거동과 달동의 노후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고, 동구는 서부동과 방어동 일대에서 매물이 적체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 18개월 만에 미분양 24배 증가한 대구광역시이다.
작년 4분기부터 집값이 내리막을 탄 대구는 주택 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올 들어 전국 시·군·구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대구 달서구(-6.4%)다. 세종(-5.4%)에 이어 대구 중구(-5.25%)·달성군(-3.95%)·동구(-3.88%)·수성구(-3.76%)가 차례로 하락률 상위 3~6위에 올랐다.
대구 아파트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은 과잉 공급 때문이다. 수요는 제자리인데 수년 전 분양한 아파트는 입주 물량으로 쏟아지고, 새로 공급하는 단지도 많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6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6718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2만7910가구)의 24%를 차지한다. 전국 미분양 주택 4채 중 1채는 대구에 있다는 뜻이다. 2020년 말 대구 미분양은 280가구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1977가구로 늘었고, 6개월 만에 다시 3배 넘게 폭증했다.
새 아파트 입주도 많다. 이달 대구는 3424가구가 입주 예정이어서 수도권인 경기(8016가구), 인천(5655가구)을 빼고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직방 집계로 대구는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9398가구에 이르고, 내년에는 역대 최대인 3만281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가 쉽게 늘어나기 어려운 지방에서 미분양 급증 같이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지점장은 “인구가 줄고, 일자리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 비용 부담 때문에 아파트 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