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비가 거칠게 창문을 내리치는 소리에 일어나 문을 열었다.
5시에 출발하려 했던 계획은 조금씩 미뤄지고
아내는 길을 나서기가 꺼림칙한가 보다.
연천댑싸리공원을 거쳐 설마리영국군 추모공원을 들린 후
가고자 했던 율곡수목원이다.
아침식사를 하니 시계는 훌쩍 9시를 지난다.
가을의 전령 구절초의 계절이 아니던가..
가까운 파주에 꽤 볼만한 구절초동산이 있다 하여 며칠 전부터 준비했는데...
아내는 혼자라도 다녀오라고 등을 떠민다.
계단 있는 산길을 꺼려하는 아내기에 지난 몇 개월동안은
조금만 걷기가 힘든 곳이라면 갈 생각을 못했다.
나의 근력이 예전 같지 않음엔 그런 이유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아파트 출입문 앞에서 9710번 버스를 탄 후, 문산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리면
바로 92번 버스가 율곡수목원까지 간다.
수목원 정류장에서 5분 거리에 정문이 있다.
입장료가 없는 파주시 산림욕장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우라가 떠나기 직전의 모습으로 반겨주고
시원스러운 팜파스가 바람에 휘날리며 내 볼을 스친다.
율곡수목원의 하이라이트가 장원종이 있는 전망대로 알려져 있다.
구절초는 수목원 제일 위쪽에 있으나 거기까진 누구라도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다.
구절초동산 위쪽에서 군부대막사로 가는 차도는 둘레길을 가려면 몰라도
장원종이 있는 전망대로 가려면 흙길로 가는 게 좋다.
물론 가팔라 쉽지는 않지만 2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할 만한 길이다.
그리로 가고자 한 사람치고 중도 포기했던 사람은 볼 수 없었으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이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듯..
비 개인 후의 맑은 하늘 저~~ 높은 곳에 하얀 풍선 두 개가 남쪽으로 떠가고 있었다.
강너머 멀지 않은 곳이 북녘이니까..
가끔은 원치 않게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러한 날인가 보다.
아직은 2~30% 정도 개화된 구절초는 10월 10일 전 후면 만개될듯하고
부분 부분 공사 중인 곳이 있어 불편을 견뎌야 한다.
돌아갈 땐 수목원 앞에서 내렸던 곳 건너 쪽에 굴다리를 건너면 정류장이 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빠른 듯 이내 탈 수 있다.
시차를 두고 심은듯한 꽃무릇의 마지막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