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적 지식은 창의성, 문제 해결력 및 분석력, 또는 의미 이해력에 대척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적 지식은 중요한 역량들과 밀접하게 통합되어 있다" (49)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75)
"지식과 역량을 따로 분리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역량만 따로 교육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41)
"학교에서 지식 교육을 축소하거나 경시하게되면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과 불평등성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199)
"지식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학생들을 19세기로 퇴보시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209)
"핀란드가 교육성공 국가로 인정받은 계기가 된 2000년 제1차 PISA와 2003년 PISA 결과는 이를 만든 그 이전의 전통적인 교사 주도 교육 덕택이며, 마침 그때 역량 중심의 교육개혁이 이뤄진 것 때문이다" (235)
영국의 중고등학교 교사가 쓴 책이다. 그가 주장하는 요점은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방향과 정반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확대되어 전 학년에 적용되고 있다. 역량 중심의 교육, 21세기 미래 교육의 방향은 학생 중심, 학생 주도 교육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 교육과정의 중심 흐름이다. 저자 데이지 크리스토둘루는 영국의 교육이 쇠퇴하는 이유가 역량을 강조한 나머지 지식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지식을 강조하고 교사 중심의 수업을 하면 전 근대적인 교육방식인양 취급하는 인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며 근거가 빈약한 허울만 자랑하는 지금의 교육방향을 '미신'이라고 일갈한다. 그의 주장이 지금 우리의 교육방향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서 무시하고 넘어 갈 수 없는 이유는 주장에 따른 논거가 튼튼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주장을 한 번 들어보시라.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주도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실 속에서 교사 주도로 지식을 명확히 알려주고 학생들의 장기기억을 튼튼히 해야할 수업도 필요하다. 학생 주도 수업이 교사를 방관자로 있게 할 수 있다. 수업이 학생 흥미로만 채워질 수 있다. 학생을 주체로 생각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온 교사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해 주는 일도 매우 필요하다. 학생 주도 수업이 내용은 온데간데 없이 무늬만 학생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역량도 지식이 바탕되어 있어야지만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사 주도의 수업이 마치 학생의 창의성을 망치는 주범이라도 된 것처럼 단정지어서도 안 되고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지식은 충분히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수업은 시간 낭비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피상적인 인터넷 지식과 교사와 학생들이 상호작용으로 습득되는 지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저자는 지식 교육의 축소로 계층간 불평등과 비민주성이 더 심화된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체험 중심의 수업으로 인해 지식 결손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며 결국 손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있는 집의 학생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지식을 습득할테니까.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수업의 방향을 균형잡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모두가 가는 방향에서 유독히 홀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이지 크리스토둘루의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선진국들이 모두 폐기한 교육 정책을 뒤늦게 수입하여 적용하려고 있지 않은지 꼼꼼히 살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