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DMZ 문학상 장원
유월이 핀다 / 최형만
붉게 자라난 유월이면 비무장지대에도 들뜬 소리 들린다
새들이 밀어 올린 울음으로 허공을 오가는 왁자한 장터처럼
행간의 철책에 묶인 숲들은 너나없이 햇살을 불러대는 흥정을 닮았다 해가 져도 눕지 못한 갈대처럼 손 닿으면 팽팽하게 당겨지는 말들 그런 날엔 유월도 몽땅 붉어지는 거다 발목부터 올라온 함성을 따라 이 편이든 저편이든 모두 일어나라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는데
먹먹한 소리가 축제가 되기도 하는, 비무장의 이 기습적인 무장들
바닥으로 흧어진 목숨은 야린 계절에 혼불로 오는 걸까 한 걸음 디디면 붉었던 유월이 다시 핀다 새들이 다녀간 자리가 연둣빛으로 부풀 때마다 허물어진 봉분을 덮어간 헛꽃들 여기인가 저기인가 헤집는데
말을 잃은 고목이 먼 데서 유월을 부른다
핏물 젖은 심장이 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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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DMZ 문학상에서 김예진(서울)씨가 일반부 산문 부문 장원을, 최형만(전남 순천)씨가 일반부 운문부문 장원의 영예를 차지하는 등 모두 66명의 부문별 입상자가 확정됐다.
올해로 창간 79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와 화천군이 공동으로 주최한 DMZ 문학상은 DMZ와 6.25전쟁의 상흔을 되돌아보고 평화의 소중함과 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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