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는
달팽이가 팽이처럼 빠르다고
복 뭐 머시기 머시깽이 머시매 시인이
뻥을 쳤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우리집 달팽이가
앞마당을 가로질러 비파나무 아래
울타리 버팀목을 오르는 동안
하루가 벌써 지났나
노랑나비는
자주 초롱꽃에서
사철나무 초록으로
잠자리를 옮기고
그 사이
빈 택배상자를
평상에 풀어 놓았더니
콧털양이 들어가 곤한
낮잠을 즐기다
나갔다 다시 돌아와
자세를 바꿔 잠을 자고
그래 이다지 늦었으나 탓하지 않으련다
첫물 청양고추가 이제
먹을만 해지고
나는 달팽이가 가로지른
앞마당 왕마사 위를
맨발로 걷는다
첫댓글 달팽이 / 복효근
어찌나 빠른지
달나라에선 나를 팽이라 부르지
내가 느린 게 아니라
쓸데없이 당신이 빨라
생애를 건 달팽이의 여정같았던 어제의 하루
오늘은 마당을 어슬렁 거리는 기분으로 하루가 져물었으면......
몸은 느린데
마음만 쓸데 없이 빠르네요.
같이 옆에서 나란히~~ 가자^^
달팽이도
맨발로 마사토 마당을 거니는 시인도 거의 行禪중 ...
나비와 콧털양은 睡禪 중...
고요와 평화가 깊어진 심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