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을 용서하라면
서재남(무애자無碍者)
당신은
자꾸만 용서하라는데
이제 다 잊고
그만 용서하라는데
그러라면 그리 못할 것도 없지만
당신 뜻대로 그러고야 싶지만
정작 저 자들은
용서고 나발이고 바라지를 않으니
이를 어쩌라고
엎드려 두 손 싹싹 비벼 용서를 구한대도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
저러고들 있는데
그 때 저 자들
'화려한 휴가' 내어 거기 내려가
밖으로 통하는 길이란 길은 죄 막아놓고
그 안에서 당신들에게 무슨 짓들을 했는지
아마 벌써 잊었을 리는 만무하고
23년 세월이 흘렀으면
저들도 이제는 뉘우칠 만도 하건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가슴에 다 묻고
까짓 것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용서하리 했다가도
저 더럽고 추악한 자들 하는 걸 보면
그 마음이 싹 가시는 걸 또 어쩌라고
도시전체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아예 지도에서 없애버리자던
학살자 계엄군의 우두머리 하나는
40억 저택에 호의호식하면서
오늘도 벤츠 몰고 골프치러 갈 돈은 있어도
전재산 탈탈 털어도 29만원밖에 없으니
벌금 받으려면 내 배 째라 저러고
또 다른 하나는 가슴에 금뱃지 훈장처럼 달고서
큰소리로 "극렬좌경 용공 반미분자의 척결"을 부르짖고
북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의 준동에 광주는 무법천지라며
계엄군의 노고에 깊이 감사 또 감사하노라며
침 튀겨가며 나발 불던 그 날의 못된 개들은
지금까지도 광주를 물어뜯고 찢어발기느라
저리도 골몰해 있는데
당신은 그 무덤 속 백골로 누워서
올해에도 용서하라 용서하라
그 말이 그리도 술술 나올까
2003.5.18
*화려한 휴가 : 5.18 광주시민항쟁 진압 작전명
5.18 국립묘지 민주광장
옛 전남 도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