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풀린 날씨다.
아내와 함께 실내의 전용 걷기 트랙에서 짧은 걷기 운동을 끝내고 도심 속 공원을 찾았다.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도심 속 공원이다.
풀렸다고 하지만 걷기에 망설여 질만큼 쌀쌀한 기온이라 단단히 채비를 한다.
수시로 넘어지는 아내를 위해 한쪽 팔을 내밀며 단단히 팔을 잡으라고 당부했다.
잔설이 쌓였지만 확연히 바람이 누그러졌음을 느낀다.
살얼음이 반쯤 보이는 호수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헤엄치는 캐나다 기러기와 청둥오리를 무심히 살피던 아내,
'머리 부분이 녹색으로 광택 나는 새가 청둥오리 같은데
몸빛깔이 갈색이고 체구가 작아 보이는 옆의 새는 무슨 새일까?'라고 물었다.
'글쎄, 암수 한쌍이 아닐까?'
긴가민가해서 귀가 후에 검색했더니
청둥오리는 암수 구분이 확연해서 암수의 깃털 색깔이 다르며 체구도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암수를 외형만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현상은 다수의 동물과 일부 식물에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생물학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우리는 쉽게 주위에서 그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암사자에게는 없는 수사자의 늘어진 갈기나 암수의 차이를 보이는 은행나무가 대표적인 예이며
위 에서 서술한 청둥오리도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외형의 차이는 인간에게도 나타난다.
남자는 튼튼한 골격과 근육질의 외형으로
여자는 작은 골격과 부드러운 체형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외형적인 차이를 인정한 것이
남성을 ‘이성’과 ‘능동성’의 상징으로, 여성을 ‘감성’과 ‘수동성’의 상징으로 묘사한 서양의 이분적 사상(*1)일 것이다.
그러나 남녀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어서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적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2)
동양에서는 성별 차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존재로 보는 음양론 (陰陽論)을 들 수 있고
유교에서는 여성의 역할을 가정과 가족 내에서 강조하며, 남성은 바깥일을 주도하는 존재로 보았지만,
여성의 역할을 단순히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중요한 윤리적, 정신적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이하게 불교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궁극적으로는 무의미하며, 깨달음을 얻는 데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문학쪽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로만 보지 않았지만,
서양과 동양 각각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성별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햄릿의 명대사 'Frailty, thy name is woman!' 은 당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주며
여성의 삶이 남성에게 종속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절개와 충절을 강조하는 조선시대의 '춘향전'은 남여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남녀의 차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상, 문학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어쩐 일인지 모르겠네,
매년 몸집이 쫄아드는지, 이제 키가 나보다 적게 보여요.' 팔짱을 끼고 걷던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튼튼한 골격과 근육질의 외형이 되지 못해 듬직하게 의지가 안된다는 꾸중은 아닐 테고 건강에 신경 쓰라는 말이겠지만
매년 차이를 느낄 만큼 신체가 약해진다,
아내의 걱정을 들기 위해서라도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
*1. 이분법적 사고
서양 철학은 고대 그리스 이래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대조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성을 ‘이성’과 ‘능동성’의 상징으로, 여성을 ‘감성’과 ‘수동성’의 상징으로 묘사했으며
기독교 사상에서도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통해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이 보조하는 관계를 강조했다.
*2. 근대 이후, 여성의 권리와 역할이 강조되면서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에 도전하는 사상이 등장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라 주장하며,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적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 이틀 편안한 내용이 아닌 유산, 유언 이야기를 올려서 미안함에 다른 내용의 글을 올리며
식상하게 며칠동안 계속 글 올렸으니 당분간 자중하겠습니다.
첫댓글 자중하지 마시고 게속 글 올려주세요.ㅎ
어제부터 냉장고 정리하느라
댓글도 못달아 드렸네요.
이제 남녀의 차이를 이분법적 사고에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겠지요.
그런데 71세 제 남편도 아직까지
이분법적 사고에서 못벗어나는 것 같네요.
옛날에 시골에서 살 때 집 뒤에
작은 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청둥오리 몇 쌍이 노닐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단풍님, 사모님 위해
같이 운동다니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차츰차츰 쾌차하시겠지요.
제가 회사 다닐때는 여자 대리, 과장은 간간히 있었지만 차장 부터는 드물었어요.
지금 살펴보니 헌재 재판관 구성이 남여 반반이네요.
그런걸 보면 우리 세대가 지나가면 남녀 차이는 많이 희석되지 싶습니다.
여성 국회의원들의 목소리 무척 크잖아요..
최민ㅎ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누구를 죽인다고도 하데요
여긴 도로공사장이나 트럭,중장비 운전에 여성들 참여가 높아보입니다.
오늘 걷다가 조금 다퉜습니다. 삐져서 말도 않고 집에 들어왔어요 ㅎ
유산, 유언 이야기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한결같이,
같은 방향의 삶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더 재미가 없을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이야기를
재빨리 글로 옮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일 끝내고 쓰려다간
뭘 쓸려고 했지? 하고 잊고 맙니다.
같은 명제의 글일지라도,
서로 내용은 달리 적습니다.
젊어서는 사랑 이야기 좋아하고,
나이들어선, 세상하직 할 준비도 서서히 하면 좋지요.
서로서로 이야기 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익히겠지요.
단풍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게시판에서 편하게 자주 다룰 소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매일 매일 밝고 활기찬 생활은 아니더라고 되도록 이면 글은 밝고 긍정적인게 나을듯 하구요.
다음 글은 가볍고 유머스러운 화재를 찾아볼까 합니다.
글이 재미있네요.
신화에 의하면 원래는
자웅동체였다지요.
아쉬움이 없으면 건방떨기 마련인데
그래서 신이 둘로 갈라놓았다는데
이젠 자웅을 가를것없이 서로 돕는 삶이어야겠지요.
이젠 근육질을 자랑할것도 없겠고요.
그래서 평준화되어도 좋겠네요.
암수의 한자뜻이 자웅이더군요.
작년부터 부쩍 체구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털 방한모가 작년부터 헐렁거리길래
두상의 크기도 줄어드는가, 하고 씁쓸했습니다.
어제 산책길에서 팔짱을 낀 아내가 기어코 한마디 하길래 이런저런 남녀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셈입니다.
재미있는 책에 푹 빠지거나
재미있는 영화에 빠져들었을 때
사실 제가 남잔지 여잔지,
어디에 있는지... 다 잊고 있음을
자각하며 놀라곤 합니다.
지금처럼 서로 위하시는 그 마음이
두분을 누구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무엇이던 몰두하는 편인가 봅니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분들이 대부분 그런 성향이지요.
수술전 부터 두어해 힘들었어요, 수술후 경과가 좋지 않으니 힘이 부치네요.
아마도, 단풍님은 전생에 귀족의 유전자를 잔뜩 물려받으신 분 같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바,
삶의 질도 귀족이십니다!
어쩜, 아내분과 그렇게 다정다감하신지요 ㅎ
참! 보기 좋습니다!
ㅎ 맞습니다.
영국에서는 은퇴를 귀족이 된다고 하지요.
2년전 은퇴를 했으니 弄이지만, 귀족의 반열에 들었지요.
은퇴 즈음하여 '귀족이 된다는데..' 라는 글을 삶의 방에 올렸는데
그 글을 본 아내는
은퇴가 귀족은 커녕 잉여품이 되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아픈사람 돌보기 쉽지 않아요, 오늘 걷다가 다투었습니다. ~ 땡큐~~
이 세상의 모든 동물은 수컷이 아름다운데
인간만 암컷이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자연의 눈으로 보면 수컷이 더 아름답게 보이겠죠?
가을님. 요즘 아내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퍽 보기 좋습니다.
저는 단풍들것네입니다. ~~~~~~
@단풍들것네 앗 실수. 단풍님. 죄송합니다
@푸른비3 ㅎㅎ 일찍 기상하셨네요 ~~
요즘 베스트셀러인 <코의 한의학>을 쓴 이상곤 한의사가 14년전에 발간한 < 낮은 한의학> 이란 책을 보고 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몸의 지혜를 다룬 한의학.. 그책속에 음양사상을 많이 다룬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재밌습니다.
책의 제목이 특이하네요, 정보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