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 중간고사 대체 과제
2022101235 철학과 김나현
간혹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 비해서 두리뭉실하고, 현실과 거리가 먼 신비적인 요소로 점철된 학문이라는 평을 듣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철학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그저 남의 나라의 학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는 그러한 우리의 학문이 걸림돌로서 작용하여 근대로의 전환이 느려졌다는 식의 공격을 받았다.
때문에 그 당시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불교·유교를 비롯하여 도가와 같은 모든 사상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아빠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동양 철학을 배우다보면, 우리의 철학이 그저 다른 나라의 철학을 그대로 베껴 온 게 아니라는 것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외려 우리의 철학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신라 시대에 나온 불국토사상은 자신이 뿌리내린 땅이 일종의 성지라고 외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는 국가의 일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땅을 지킬 명분과 의무를 심어주는 장치로서 활용되었다. 불교와 관련된 여러 국가 행사도 실은 종교적인 색깔만 표방했지, 그 목적은 외교나 민생안정과 같은 현실적인 것이었다. 현대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와 지역적인 축제들의 목적과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이다.
불교를 끊임없이 견제하던 유교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유교 사상은 군주들에게 땅을 다스리는 명분을 주는 동시에 민생을 돌봐야하는 의무 의식을 심어주었다. 때문에 유교는 신분질서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평을 듣지만, 당시의 권력 장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옹호하면서도, 그 장치에 대한 견제(올바른 정치)또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신분질서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한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의 대부분의 학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문제였다. 유교 사상의 역할을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주권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명분을 심어주는 동시에 의무를 부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사상들이 그것이 유교든 불교든 간에 사상의 전개와 표현 방식에 있어 신비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현실적인 것과 완전히 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현실에 일어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종교적인 것들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도덕을 배울 때, 그 실천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을 때, 종교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방식은 서양에서도 종종 활용되어왔는데. 과거에 그들이 내세웠던 왕권신수설이나 근래에 나온 천부인권설, 그리고 종종 행해지던 종교 전쟁들을 보면, 모두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비현실적인 요소를 끌어온 결과물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동양철학을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으로 보거나, 서양 철학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는 옳지 못하여, 이러한 견해는 자문화 중심주의나 사대주의에서 비롯한 그릇된 시각이다.
첫댓글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의 관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국주의와 신제국주의를 거치면서 유럽의 근대국민국가질서가 동양에도 이식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글로벌리즘의 이상 속에 유럽과 북미의 세계 시장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이미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무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오리엔탈리즘이 양쪽 모두에서 발견됩니다. 사실 동양철학이 신비주의적이고 직관적이라고 하는 평가는 서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동양에도 있습니다. 그러한 구분이 동양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날의 국가나 민족 개념에 비해서 동양과 서양이라는 개념은 그 실체를 찾기가 곤란합니다. 따라서 동양은 이렇다, 서양은 저렇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문화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서양 제국주의가 스스로를 문명국, 식민지를 야만상태로 규정한 데서 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그것에 반대하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나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