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선교사
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존재하며(「현대의 복음 선교」, 14항), 세례 받은 우리는 모두 복음의 증인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사도 4,20 참조)입니다. 사도들은 주님과 함께 걸으며 병자를 고치고, 굶주린 이들을 먹이시며, 죄인과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목격했습니다. 그 체험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고, 마침내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게 했습니다. 우리 역시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할 때, 보고 들은 것을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내적 열망을 느낍니다.
특히 올해 전 세계 교회는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주제로 25년 만에 찾아온 정기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는 제99차 전교 주일 메시지로 ‘모든 민족을 위한 희망의 선교사’를 제시했습니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은
“우리의 희망”(1티모 1,1)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이 사명을 분명히 합니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인구 감소의 상황 속에서도 전주교구 복음화 율은 11.64%로 전국 평균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통계라는 숫자 이면에서
공동체의 건강성과 실제 신앙 참여를 성찰해야 합니다. 가파른 냉담자 증가와 세례자 감소, 주일 미사 참여자
감소는 선교 동력의 약화를 뜻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등록된 신자’를 넘어, ‘참여하는 신자’, ‘성장하는 공동체’로
나아가 숫자 이면에서 공동체의 건강성과 실제 신앙 참여기 위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교회는 공동체를 갈라놓는 사회적 분열과, 신앙을 생활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냉담과 세속화의 거대한
장벽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선교의 기회가 됩니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받은 은총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깨달음은 감사의 마음을 낳고,
바로 그 감사가 선교의 열정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기꺼이 선교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시노드 정신’에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성령 안에서 대화’하며 서로 경청하고 동반하는 교회, 바로 이것이 희망의 순례를 이어가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당신 제자들을 모든 민족에게 보내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신비로이 동행해 주시며, 우리가 그 희망을 잇도록 이끄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교주일을 맞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가정과
공동체, 사회의 모든 자리에서 ‘희망의 선교사들’로 살아갑시다. ‘발길 닿는 모든 곳, 만나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며, 주님께서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을 믿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걸어갑시다.
글 : 朴商雲 Thomas 神父 | 全州敎區
지금 여기
본당에서 교리 교사로 활동한 지 10년쯤 되었을 무렵, 교구 청소년국에서 마련한 근속 교사 성지순례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때는 교사 생활이 길어지면서 반복되는 교리와 행사 준비가 신앙 활동이라기보다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사실 늘 아이들을 위한 캠프와 피정, 교리 준비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제 개인의 신앙을 위한 시간은 마련하지 못한 채 조금씩 교사 생활에 힘이 빠지고 있었기에, 무언가
저를 위한, 저의 신앙을 위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던 때라 큰 기대를 품고 성지순례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성지순례를 기다리며 다양한 기대가 생겨났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성지순례지가 바로 이스라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실제로 활동하셨던 장소들을 순례하며 그분을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설렘이 컸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예수님께서 설교하시던 갈릴래아 호수에 가도, 첫 기적을 행하셨던
혼인 성당에 들러도,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길을 따라 걸어도 이상하게 저는 예수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대와는 다르게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 때문에 제 성지순례는 점점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느끼고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밤 공식 일정이 끝난 후 함께 순례하는 선생님들과 모여 그날 방문한 성지와 관련된 복음 말씀을 묵상하고 하루 동안 느낀 점을 나누었던 시간, 또 매일 성지 성당에서 함께
드리는 미사와 기도 시간은 제 순례를 따듯하게 채워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지순례에 대한 제 기대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제 곁에 계시고, 다양한 모습으로 저와 함께하고 계셨음에도, 부족한 제 신앙으로 만나지 못했던 것인데,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계셨던 장소에 간다고 그분과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점이 참 부족했음을 알게 되었죠.
지금 함께 순례 중인 동료 선생님들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제게 오셨듯, 평소 교사 생활 속에서 만나는 주일학교
친구들,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동료 교사들, 늘 우리를 위해 애써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본당 신자 분들을 통해 예수님께서 항상 함께해 주셨는데, 그런 예수님은 알아보지 못하면서, 이스라엘만 가면 갑자기 예수님을 만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죠.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성지순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계획으로 제 삶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멀리서만 하느님을 찾던 저에게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고 계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매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더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 백근재 Dominic Savio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