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아폴리네르'는 1916년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관자놀이에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고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2년 후인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 중에 사망했다.
아폴리네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는 1912년 2월 <레 수와레 드 파리 Les soirées de paris> 창간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화가 마리 로랑생과의 이별이 시인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이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인의 이름보다 시의 제목이 더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흔히 사랑을 주제로 한 시는 사랑의 기쁨보다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다. 시인은 사랑이 끝났을 때 비로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시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폴리네르의 이 시를 마리와의 결별 이후에 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일 것이다.
마리 로랑생의 전기를 쓴 플로라 그루에 의하면, 이들이 결정적으로 헤어진 때는 1914년이다. 그러니까 이 시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들의 관계는 이 빠진 톱니바퀴처럼 듬성듬성 이어지면서 간간이 파란 많은 격정을 치르기도 했고, 서로 헤어지자고 말하고 각자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라보 다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환기시키는 시이자 이별을 예감하는 모든 연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중요시하는 까닭은 '미라보'나 '센' 같은 고유명사가 아닌데도 이 시에서 대문자로 시작하는 명사는 오직 '희망 L'Espérance'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희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독자의 몫'이다. 그것은 새로운 사랑일 수도 있고 새로운 출발일 수도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 속 깊이깊이 아로 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강물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하더냐,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은 가서는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