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달하고 똑똑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단골 미용실에 갔다. 항상 싹싹하고 밝은 그의 얼굴에 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머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그 이유를 알았다. 3녀 중 첫째인 그는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취직해 독립했다. 미용 기술을 배워 이리저리 떠돌다 청담동 미용실 보조로 자리 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싱가포르 유학도 다녀오고 돈도 꽤 모았지만 남자를 잘못 만나 홀랑 까먹기도 여러 번. 남은 돈으로 연고 없는 신도시에 미용실을 차렸다. 혼자서 힘들 법도 한데 워낙 강단 있고 감각이 있어 단골손님이 늘었다. 결혼 안 하고 엄마한테 효도하며 산다기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다. 매일 술에 취해 엄마를 때렸고 어린 자매들은 옷장에 숨어 오들오들 떨었다. 겨우 열 살이었던 그가 도망가라며 떠밀었지만 소처럼 순하기만 한 엄마는 피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그가 차라리 자기를 때리라고 욕을 하며 아버지를 유인해 맨발로 도망치기도 여러 번이었단다. 듣고 있던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지금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엄마였다. 본인은 아버지와 연을 끊고 10년을 남처럼 살아왔는데 지난 설, 엄마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그가 나와 있었다. 마음대로 자리를 만든 엄마에게 화가 났지만 일단은 앉았다. 엄마는 아버지가 아무리 미워도 명절에 식사는 한 번 하자고 말했다. 무소불위 당당했던 아버지의 등은 굽어 있었다. 크고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작고 초라해졌을까. 먹먹했던 감정도 잠시, 그는 아버지가 늙고 약해졌다고 쉽게 흔들린 자신에게 화가 났다. 도리를 들먹이며 부추기는 엄마도 미웠다. 왜 자신만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괴로웠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단호히 말했다. "그딴 아버지가 왜 불쌍해요. 나중에 돌아가시고 연락 오면 한번 가보든가, 효도는 어릴 때 다 했어요!"
"굽은 등이 자꾸 생각나요. 뭔가 해 줘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들어요. 그러면서도 화나고…."
"뭘 해 줘! 이제 자기만 위하며 살아야지. 왜 그 밑으로 또 들어가!"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해 준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그래도 부모니까 용서하고 효도하라고 할 때마다 외롭고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도 중년 남자의 큰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그 마음속 어린아이는 아직도 슬프고 무서운데 한 번도 돕거나 막아 주지 않던 세상이 이젠 그에게 용서를 하라고 떠민다. 살아 돌아온 심청이가 자신의 인신 공양으로 새장가 든 아버지에게 효도한 것처럼. 부부든 부모와 자식이든 한쪽의 눈물을 먹고 사는 관계는 잘못된 것이다. 그가 죄책감에서 풀려나길, 도리를 모르는 아버지나 도리에 묶여 있는 어머니와는 다른 길로 자신을 위해 당당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이선미 | 경기도 화성시
해안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괜찮다는 용기가 있어야 새로운 수평선을 향해 헤엄칠 수 있다. _ 윌리엄 포크너 심장을 가져다줘'
10월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콩쿠르가 열린다. 5년에 한 번씩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다. 쇼팽의 기일인 10월 17일 앞뒤로 진행되며, 쇼팽이 작곡한 음악만으로 경연한다. 대통령이 직접 시상할 정도로 폴란드는 이 대회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쇼팽은 폴란드의 보물이다. 쇼팽도 조국을 마음 깊이 사랑했다. 꿈을 펼치기 위해 바르샤바를 떠나 빈과 파리를 전전하면서도 고향을 잊은 날이 없었다. 러시아의 압제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간절했다. 그가 작곡한 폴란드 춤곡인 '마주르카나 '폴로네이즈'에도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담겼다. 쇼팽의 음악은 곧 그리움이다. 쇼팽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파리에서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병상에 있던 쇼팽은 유언을 남겼다. '내 심장을 바르샤바로 가져다줘.' 쇼팽의 간절함을 알았던 누나 루드비카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루드비카는 쇼팽의 심장을 유리병에 숨겨 폴란드까지 무사히 가져가 바르샤바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했다. 이후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성 십자가 성당도 여러 번 위기를 겪었지만 다행히 쇼팽의 심장은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그의 심장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쇼팽이 폴란드 국민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폴란드의 가장 큰 국제공항의 이름도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이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이 쇼팽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방법이다.
허명현 |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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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과 음악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동길짱 님 !
다녀가신 고운
멘트 감사합니다~
기쁨과 미소 가득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쁨과 웃음 가득한
행복한 주말되세요
~^^
안녕하세요...망실봉 님!
올려주신 좋은 글과 좋은 음악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주말
오후 되세요
추천 드립니다.
고운 걸음으로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힐링으로 충만한
주말보내세요
yyuu 김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