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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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
작고 소박하더라도 그 꿈은 자신의 꿈이기에 빛난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자유를 바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내 진정한 꿈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이 그렇게 잘 났어? 그럼 당신이 애 맡아 키우던가!"
"이 여자가 애 앞에서 못 할 소리가 없어! 지은아 그만 가서 자렴."
"응…."
6살. 분명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하늘은 내 편이 아닌건지 하늘은 항상 날 슬프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부부싸움.
엄마의 변해가는 모습. 비뚤어지는 모습.
매일 밤 진한 빨간 립스틱을 칠한 채로 집을 나서는 엄마는 타락 하고 있었다.
17살.
고등학교 1학년.
십 일년이 지난 나에게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엄마,아빠의 이혼. 양육권 포기. 버림받은 나.
둘 모두 날 키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랬다. 난 엄마,아빠에게 짐 밖에 되지 않는 그런 존재였다.
"…양지은, 내일 당장 부모님 모셔와!"
"……."
부모가 없어요 선생님.
호적상에는 있지만 저한테는 부모란 존재가 없어요, 선생님.
내가 삐뚤어져도 내가 타락해가도 잡아 줄 부모가 없는 걸요.
모셔올 부모님이 없어요.
자식에게 애정을 쏟는 부모가 없어요.
자식에게 욕짓꺼리를 해 대고 상관쓰지도 않는 부모는 말이죠.
내가 버렸어요. 그래서 난 부모가 없어요.
버렸다. 난 그렇게 부모님을 버렸다.
부모라고 칭할 가치도 없는 썩어버린 그 사람들을
난 버렸다.
"몇 번째냐? 양지은. 자꾸 이러면 정말 집어 넣는다!"
"…집어 넣어요."
"뭐?"
"집어 넣고 싶으면 집어 넣으라고!!"
경찰서에 들락날락. 이젠 익숙해진 일이다.
멍청한 경찰관이 쓰레기같은 인간들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전화가 끊겨진 뚝뚝뚝- 소리나
내 마음대로 하게 놔 두라는 어이없는 말 뿐이었다.
아니, 내가 고등학교에 가고 부터는 휴대폰 번호도 바꿔버린건지 다른 사람이 받기 일쑤였다.
"가 봐! 다음번에도 이러면 정말 집어넣는다!"
"…."
감방에 가면.
그렇게 교도소로 가면 훨씬 더 좋을텐데.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것 보다는
백배 천배 나을텐데.
그 날.
눈보라가 세게 몰아치는 겨울날.
난 오들오들 온 몸을 떨며 보일러도 끊겨버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어, 기다려 봐!"
"……."
나에게로 다가온 사람.
밝은 미소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럽고 추잡한 세상을 밝고 환하게 밝히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랑은 격이 다른.
"얘,너 참 예쁘게 생겼다."
"……?"
엉뚱한 소리를 뱉어내는 그 사람의 이름은 정윤희.
얼굴 만큼이나 예쁜 윤희..윤희..윤희.
윤희는 특유의 발랄한 성격으로 날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리 오래가지 않았지만.
그 따스함이 윤희가 있는 시간만 지속 되었지만.
그래도 난 조금은 사람이 된 듯 했다.
"지은아, 이거 예쁘다!!"
윤희의 손을 차갑게 쳐 버렸다.
팬던트를 만지는 윤희의 손을 차가운 내 손으로 더 차갑게 쳐 버렸다.
후회. 후회. 후회.
후회가 물 밀려오듯이 밀려왔다.
실수한거야. 윤희야. 난 널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칠 자격조차 없는 걸.
실수한거야. 실수..실수...
"미, 미안해!!"
윤희는 내 마음속의 사과를 듣지도 못한 채로 사라졌다.
그 일 때문인건가.
윤희의 발길은 뜸해졌다.
그렇게 나는 또 타락해갔다.
"은광아. 담배 좀."
"예, 쌔끈한 지은누님!"
술과 담배.
배워서는 안 될 나쁜 것들을 배웠고 물들어 갔다.
깡패녀석들도 만나 난 더욱 나쁜물에 적셔지고 있었다.
검은 물에 물들여져 가는 스펀지처럼.
"……정윤희?"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윤희였다. 분명 윤희가 확실했다.
병원복을 입고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윤희.
하얗게 내리는 눈꽃을 보며 웃음 짓고 있는 윤희.
윤희에게 곧장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모습이 너무나도 더러워서.
그렇게 꼬박 한 주가 지나고
한 주동안은 담배도 술도 하지 않았다.
윤희에게 짠-하고 멋지게 나타날 나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난 일주일을 지새왔다.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정윤희라고 이름을 말해주었고
간호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어느 곳을 가르켰다.
하늘도 무심하게도..
그 곳은 장례식장이었다.
"윤희야..윤희야.."
"안 돼!!!!!!!!!!! 가지마!!!!!!!!!!!!"
아주머니의 힘빠진 울부짖음.
목이 쉬도록 가지말라고 불러대는 한 남자.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윤희겠어.
윤희는 항상 하얗고 투명한 미소로 나를 쳐다봐 주었는데.
아픈 낌새는 하나도 없었잖아.
그렇게 나를 타이르고 타일렀다.
윤희의 이름을 불러대는 영안실은 분명 윤희와 동명이인인 사람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안실로 들어갔다.
"…윤희야?"
하지만 흑백 영정사진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하얗고 투명한 미소가 가득 담긴 윤희의 모습이
그렇게 담겨 있었다.
토옥- 토옥-
부모라는 작자들이 이혼할 때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눈물들이
윤희의 죽음앞에서 하나 둘 씩 떨어졌다.
난 고개를 푸-욱 하고 숙였다.
"…누구?"
힘이 빠진 목소리의 윤희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
난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윤희에게 최대한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모르게 천천히 죽어간 윤희에게
최대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싱긋-"
환한 웃음.
장례식과는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니, 한참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물범벅된 환한 웃음을 난 윤희에게 선물해줬다.
윤희는 날 구원해준 은인이니까.
타락..
찢겨진 날개로 하늘을 날려 발버둥 친 수 많은 날들.
윤희야, 최대한 널 닮게 내가 말 해볼게.
내 찢겨진 날개를
투명테이프로 붙여주었던 너.
하지만 투명테이프라 그런지 떼어지기 일쑤였어.
그런데 난 지금 찢겨진 날개를 펴려고 해.
네가 테이프가 아닌 다른 걸 사용했잖아.
진득진득한 초강력 본드.
내 눈물을 사용했잖아.
그렇게 난 윤희가 그렇게도 바라던 착한 사람이,곧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난 자유로워 지려고 했던게 아니었다.
부모라는 꺾어진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지려 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으려 했었다.
관심을 받으려 했었다.
내 반항은 자유를 추구하는 반항이 아니었다.
내 반항은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 반항은 날 더 타락의 끝으로 몰아갔다.
허나 하늘은 날 구원해주었다.
작은 천사 정윤희를 내 보내서.
나에겐 아주 작은 꿈이있다.
윤희가 나를 바꿔 놓은 것 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바꿔 놓는 것.
그게 나의 바람이고 꿈이다.
"상관쓰지마, 당신이 뭔데!!"
지금은 많이 서툴지만 난 내 꿈을 이룰 거다.
윤희가 하늘로 견학을 간 지 5년이 된 지금.
스물 두살 나는 그렇게 내 꿈을 이룰 거다.
윤희야.
지켜 보고있지?
나 이렇게 달라지고 있어.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니가 있어서 이렇게 난 날아가고 있단다.
끝까지 봐 줘.
내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단다.
네 손을 잡고 달라진 나 처럼.
내 손을 잡고 달라진 누군가를 위해.
내 손을 잡아…. 너의 날개를 고쳐줄거야.
무엇보다 크고 아름다운 너의 날개를 펼쳐줄거야.
내 손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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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한이유] ※※ 내 손을 잡아. _꿈、※※
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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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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