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독거미의 투혼 / 정균승 교수
검은 독거미(black widow)는 교미를 한 후 수컷을 잡아먹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수컷이 암컷과 교미를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은 독거미를 애칭으로 가지고 있는 여자 당구선수가 있다. 항상 검정색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그녀는 집요한 공격으로 상대방을 밀어붙여 끝내 굴복을 받아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숱하게 많은 남자 선수들이 그녀 앞에서 그렇게 무너졌다. 그녀가 당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8살 때였다. 당시 그녀는 여고생이었다. 처음 당구를 쳤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아 그 후로는 결코 큐를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당구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꿈을 갖고 불철주야 당구에만 몰입했다. 큐를 잡는 손가락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손가락을 테이프로 고정시킨 채 생활했는가 하면, 어떤 때는 30시간 이상을 잠도 자지 않고 연습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1994년 처음 큐를 잡은 지 불과 5년 만에 그녀는 마침내 세계 여자프로당구 챔피언에 올랐다. 그 후에도 꾸준한 성적으로 지금까지 세계 톱 랭커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한국인 2세 자넷 리(Jeanette Lee)다. 그녀를 화려하게 소개했지만 사실 그녀는 당구선수로는 치명적인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만곡증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12살 때는 휘어진 척추를 조각내 다시 붙였는가 하면, 척추에 금속 막대를 박아 척추를 바로 세우는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 후유증으로 이듬해에는 4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모두 8번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엄청난 장애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손으로 들고 있는 큐와 몸속의 또 다른 큐(금속 막대)가 삶의 전부’가 되어버릴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역경을 승화하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가끔 학생들로부터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하는 내용의 질문을 받곤 한다. 그 때마다 나는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대답해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곧바로 또 다른 질문이 날아온다. “그런데 진짜 고민은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조금 관심이 가는 일은 그 일을 해서 과연 먹고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맞는 말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어떤 일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자신과 가족의 경제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의 가치를 돈의 개념으로만 따지려고 하는 사람은 돈이 되는 일을 찾아다닌다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다가 결국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늙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과 그저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려고 일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물론 그 격차 속에는 경제적 격차도 포함되어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자넷 리는 세계적인 당구선수가 되기에는 선천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당구가 너무도 좋아서 미친 듯이 당구에 매달렸다. 그 열정이 전화위복이 되어 평생 불구로 살아갔을지도 모를 삶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 나는 재탄생의 삶을 가져다주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업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인생의 변방에서 늘 방황하고 서성거리게 된다. 물론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과정에는 심각한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시간의 부족,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장벽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신천지가 펼쳐진다. 그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하는 한 인생은 늘 끝이 어딘지 모르는 팍팍하고 황량한 광야를 헤매는 것만큼이나 고통과 시련의 연속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제2, 제3의 자넷 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각자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열정에 달려 있다. 행동하지 않음으로 인한 그 어떤 결과도 결국 변명과 이유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지금 시작하라. 수영을 하고 싶으면 먼저 물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물속에 뛰어들 생각은 않고 물의 온도만 재고 있어서야 언제 수영을 할 수 있겠는가. ▶ 정균승 : ․ 군산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평생대학원장 ․ 자기계발 컨설턴트 ․ Holland(적성 및 직업 탐색검사) 컨설턴트 ․ MBTI(성격유형검사) 컨설턴트 ․ 7H(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프로그램 퍼실리테이터 ․ 리더십 강의 저서 : 시간관리 자기관리, 당신의 인생을 낭비하지마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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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ision-21 원문보기 글쓴이: 부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