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함과 낯설음의 감정을 번갈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감정은 특히 자취방이라는 개인적이고도 독립적인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자취방은 매일 일상에서 나만의 안식처가 되면서 익숙하지만, 때로는 작은 변화나 새로운 관찰로 인해 낯설음이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자취를 시작하였다.
자취방은 본가와는 달리, 나만의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와 물건 배치가 이루어진다. 좋아하는 색깔의 벽지나 선택한 가구, 배치된 소품들은 내가 꾸준히 보는 익숙한 장면이 된다. 또한 자취방은 개인적 활동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곳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방, 침대, 책상 등 각 공간의 위치와 쓰임새는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간다. 자취를 시작한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는 나만의 루틴도 형성이 된다. 몇시에 일어나고, 무슨 요일에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기를 언제 돌리고 등, 이러한 반복적인 루틴은 익숙함을 지속시키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취방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자취방의 사소한 변화가 눈에 띄면, 익숙했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를테면 가끔 오시는 엄마가 해준 청소를 해주거나 새 소품을 놓는 것만으로도 자취방의 느낌이 달라진다. 작은 변화이지만, 평소 보던 모습과 다른 장면이 눈에 띄면 순간적으로 새로운 시선에서 자취방을 바라보게 된다. 이것 이외에 가장 낯섦을 느끼는 순간은 혼자 있을 때이다. 예전엔 항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면 나를 반겨주던 가족들이 있었다. 하지만 자취방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의 문을 열면 집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럴 때 자취방은 평소와 다른 낯선 공간으로 다가오며,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진다.
자취방은 익숙함과 낯설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익숙함은 반복적인 일상과 나만의 공간을 통해 형성되며,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반면, 사소한 변화나 외부 요인, 감각의 변화 등은 자취방을 일시적으로 낯선 공간으로 만들며,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익숙함과 낯설음의 반복은 자취방이 단순히 생활 공간을 넘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되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공간과 장소는 엄밀하게 말하면 구분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간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공간과 장소라는 말을 혼용하고 있습니다. 삶아가는 곳, 삶이 펼쳐지는 곳, 특히 각각의 경계로 구분되는 공간은 그 나름대로의 용도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집니다. 쉽게 말하면 자취방으로 얻었지만, 부모님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준다면 집의 연장이 됩니다. 반대로 집의 한 구역인 방을 각자의 취향대로 꾸미고 관리하면 그것은 자취방보다 더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다'라고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혼자 있다'라고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없다'라는 말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이 방에는 나 혼자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집, 아파트, 학교, 지역에는 나 혼자 있다'라고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고 관계 맺지 않는다면 '혼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간과 사람이 '있다'라고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것이 철학하기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