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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 뒷골목 연구소
바라건대 이 연애가 지겨워지길.
가슴에 닿은 기준의 입술을 느끼며 지은은 눈을 감았다.
내가 아닌 나와, 네가 아닌 너. 광기와 욕망만 난무한 이런 불장난 같은 연애. 남김없이 타오르기를, 한 줌 재조차 남기지 않기를.
봄 깊은 밤 | 이유진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 기도하게 해달라고 했던가.
비겁한 너의 겨울은 | 디키탈리스
그 순간 항해는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천국을 향하여.
열감기 | 김영한
눈이 내리고 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어 가고 그 모든 순간이 증발하여도 진실된 동반자 하나만 있으면 세상은 영원토록 찬란할 것이다.
순간으로 영원히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속 좁은 황후 | 차서진
누워서 하늘만 보는 일이 이다지 좋다는 걸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반짝이는 무언가를 떠올릴 틈 없이 지내 왔다는 걸 반짝이는 별을 보고 깨달았다.
여름의 캐럴 | 박영
가슴 속에서 마치 소리굽쇠를 울린 것처럼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수천송이의 꽃잎이 일제에 날아오르는 것처럼.
여름날 무성하게 자란 버드나무 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양철지붕 위로 나리는 시원한 소낙비의 요란한 두드림처럼 가슴이 떨렸다.
뜻밖에 우리는 | 신민영
내가 찾아오지 않는 지하에서.
살육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에 슬퍼하며. 온종일 지하실 계단만 쳐다보고 있었던 거다.
오늘은 내려올까. 자신을 만나러 올까. 해가 지고 다시 뜨면, 내일은 볼 수 있을까.
한 달이 지나자 기약 없는 기다림에 힘들어진 데시는 울었다. 매질을 당하는 것보다 더 아픈 고통에 난생처음 울음을 터트렸다.
알바르드 저택의 짐승 | 애플망고
내 안은 그저 고요한 바다인 줄 알았는데 소금물이 아니라 기름으로 채워진 거였나 보다.
아, 저 눈빛. 기름 바다에 작은 불꽃 한 방울이 톡 떨어져 닿고 말았다. 삽시간에 온 사방이 빨갛고 뜨겁게, 맹렬히 타올라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화제의 여학생 | 연초
나를 무더울 정도로 안아 상처의 갑옷을 벗겨 준 조한새처럼,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름 그 자체였다.
내가 느린 만큼 그가 무더워 다행이었다. 우리는 참 오래도록 뜨거울 것 같았다.
여름이 나만큼 느리다면 | 디키탈리스
수연이 난처해지길 원치 않는다. 수연이 자신에게로 오는 길은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5월의 국도 같았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초록 잎들이 산들거리는,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1번국도 | 이유진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입을 갖게 된 게 오래되지 않았고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은 그 입에 말 대신 꽃을 물려준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캐롯 | 위빙위버
이번 한 번만 제가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진심으로 빌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혹여 신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스스로 그 길을 만들어 내리라 결심했다.
일레나 에보이 관찰일지 | 명초
내 마음에 꽃을 피우세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당신의 품에서 열매를 맺게요.
결혼의 의무 | 달로
이렇게 결국 계절이 돌고 다시 봄이 올 것을 왜 겨울이 춥다고 서늘한 가슴을 껴안고 불안에 떨었을까.
절대역 | 교결
음이 아닌 사랑이 흘러가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며 올라오는 봄바람. 햇살로 엮은 바구니를 들고서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줄 꽃을 꺾으러 가는.
절절한 구애이자 숨 막히는 고백 같은…….
파반느 | 얍스
잡히지 않는 것처럼 굴어도 결국 내 손에 있음을 실감하는 건 그가 사랑한다는 말을 제외한 모든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달콤하게 영원을 약속하지 않아도 결국 시사하는 것은 같다.
대호 | 가김
몰아친 파도에 나의 벽은 마모되었다.
조금은 패이고, 무너지더라도.
나는 여기에 서 있고, 파도는 언제나 나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언제까지나.
내 벽을 움킨 해일 | 디키탈리스
도시의 붉고 노란 불빛들을 보며 준일은 지금 같은 상황을 조율하는 건축에 도전해 보자 결심했다. 매스에서 그 역할을 실험해 볼 만하다 싶었다.
그때의 결정이 연초록으로 손끝을 물들인 채 잠들었던 소녀를 다시 만나게 할 줄은 모르고…….
나의 아름다운 선 | 조강은
너는, 곧게 뻗어 나가고.
나는 구부러진 이곳에 갇혀.
후회하겠지. 매일.
괜찮다.
후회 같은 건 전문이야.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도는 것도.
그러니 한 번쯤 더.
괜찮다.
그러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
태연한 거짓말 | 김언희
용이 사라진 시대에 용의 축복이 왜 있어야 하는가?
이제는 오직 인간의 세상이었다.
스스로 사유하고 길을 내고 삶을 일구어 살아감이 마땅한 세상이었다.
그 무엇도 이를 침범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이를 재단할 수 없다.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 서사희
여전히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기적과 이해할 수 없는 행운이 드물게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아마 평생이 가도록 그 드묾에 속하지 못하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지금, 내게도 무엇인가가 닥치고 말았음을 예감했다.
겨울 문방구 | 박영
결국 나는 자경이의 앞에 나타났다. 무얼 하고 싶은지 몰랐는데. 자경이를 보니 알겠다.
나는 자경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느꼈던 것이다.
내 일생에 놓지 않을 흥을 만난 것을. 자경이는 이미 내 삶의 구렁으로 걸어들어왔다.
여러 해를 사는 나무여 | 디키탈리스
누군가의 의지로 자행된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우연히 누군가는 살았고, 우연히 누군가는 죽었다.
모든 것이 미완성인 채로 막막한 우연 속에 던져졌다.
그리고 그렇기에 뒤에 남겨진 것은 오히려 의지뿐이었다. 의지만이 뒤에 남겨졌다.
연우 | 서누
매서운 파도는 뽀얀 포말을 쉬지도 않고 일으키며 육지로 달려들고 있었고, 그런 바다를 통째로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붉은 노을이 일렁거렸다.
그 몸부림이 마치 죽음을 앞두고 치열하게 발버둥이라도 치는 모습처럼 보여서,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이, 이별이, 그리고 죽음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썸 모어 썸머 | 김지애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았고, 그럼에도 욕심에 놓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끔찍한지도 처음으로 알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길을, 모두가 말리는 길을 어떻게든 선택하고자 하는 스스로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한심한지도.
그럼에도 끊어 낼 수 없는 이 사랑은 나락이다. 동시에 반드시 닿아야만 하는 낙원이었다.
세상의 끝 | 달로
금방이라도 동이 틀 것처럼 저 멀리에서부터 하늘이 희미하게 빛난다. 삶을 밝히는 빛은 저 희끄무레한 빛에서 시작된다.
아직 사위는 어두웠지만 결국 밝아지리라.
지금은 그저 여명일 뿐이었다.
그저 여명일 뿐 | 우지혜
그 여름으로부터 달라진 건 형편없는 내 농구 실력만이 아니다.
그날부터 나의 세상은 다른 궤도로 진입했다. 우리는 서로의 중력장에 휘말려 서로의 궤도를 흔들어 버렸다.
여름 복숭아의 맛 | 가가린
차창으로 한 칸 남은 여름이 지나간다. 달력을 뜯으면 거짓말처럼 온도가 달라져 있겠지.
그리고 달라진 계절에도 우리는 함께있겠지.
만추 여관 | 박영
첫댓글 하앙 ⋯
역시 로설은 문학이지
이게 다 로설이란 말이야...? ㅈㄴ 좋다ㅠㅠ
로설 사랑혀 .....
하앙 그여명 넘 좋아
로설이 이러케 유익하다••! 좋다••! 하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