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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대학서열은? :sky
▲ 고려대학교 2010 석탑대동제 & 고파스 행사 안내
서울대의 무리수
서울대학교동창회는 2008년 이후 ‘개교 원년 찾기 운동’이라는 것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동창회의 이 운동은 앞서 언급한 서울대의대가 제중원을 자신의 모태로 삼으려는 것과 동일한 논리를 갖고 있으면서 주장하는 바는 다르다. 국립 혹은 관립 교육기관을 찾아 19세기 말로 개교 원년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것은 동일한 논리인데, 다만 제중원에 대해서는 연세대학교가 이미 교사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힘겨운 ‘역사 전쟁’을 피해 법관양성소가 세워진 1895년을 개교 원년으로 삼자고 한 것은 다른 점이다. 현재로선 서울대동창회와 서울대의대는 서로 다른 개교 원년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 이후 서울대 동창회보에 실린 글에는 한국 최고 지성인들의 글로 읽기에 언뜻 놀라운 표현들이 담겨 있다. 개교 원년 찾기 운동을 앞서 제기한 법대의 한 교수는, 외국 유명대학의 교수들을 만나 학교 역사를 이야기하다가 서울대가 고작 60여 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에 ‘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울대의 역사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1895년의 법관양성소가 관립 고등법학 교육기관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원로 교육학자는 국립대학의 법통에 대해 말하면서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성균관이 ‘국립서울대학교’로 이어져 있으므로 서울대학교의 개교 원년은 서기 372년이라고 하였다.
교사(校史)보다 교육 수준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 표기되는 몇 년의 역사가 아니라 그 기간에 이루어진 학문과 교육의 수준이다. 그 학교가 배출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그들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어떤 일을 하였는가를 소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단지 짧은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자학적인 역사관이다. 서울대학교만이 유일한 국립대학이라고 하면서 이를 고구려의 태학에 연결하는 태도는 그 반대의 태도일 것이다.
서울대학교동창회는 서울대학교가 경성제국대학의 직접적인 후신이 아니라 광복 직후 ‘국대안’에 의해 기존의 10개 학교가 만들어진 학교라는 논리를 갖고 있다. 경성법학전문학교, 경성사범학교, 경성농림학교 등의 9개 학교와 경성대학(경성제국대학에서 제국을 지운 후 사용해 온 학교명칭)이 합친 것이므로 일제하에서의 경성제국대학은 그 일부로 해체되어 수용되었다고 한다. 기존 10개 학교의 기원을 추적하여 1895년의 법관양성소가 국립 기관으로서 근대 법학 교육기관에 해당된다고 보고 이를 개교 원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동창회는 2015년을 개교 120주년으로 선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성제대출신 일본인도 선배로 삼을 셈인가
서울대학교의 개교 원년 찾기에도 연세대학교의 경우와 유사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실증적인 자료로 법관양성소가 근대 고등교육 기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3개월 내지 6개월의 속성 과정으로 이루어진 이 시기 관립 학교들에서 고등교육에 걸맞은 교육 내용과 절차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용익 사후 일제는 보성전문학교를 관립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책략을 썼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강경하게 맞서 민족사학으로서 훼손되지 않고 학교를 지켜낼 수 있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관립 학교는 결코 그 이전이나 광복 이후와는 의미가 같지 않다.
관립 학교기관과 서울대학교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역사를 정당화할 개연성이 크다. 제중원을 국립병원으로 보고 그것이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대한의원과 연결되고 이것이 서울대의대의 전신이며 지금 국립병원으로서 서울대 부속병원으로 연결짓는 것은 그대로 통감부와 총독부 통치 행위를 자신들의 역사로 수용하는 일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경성제국대학을 그 중심에 포함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이때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통치 교육기관을 서울대학교가 자기 역사로 정당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성제대를 졸업한 일본인들을 선배로 모시는 서울대 졸업생들을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역사 허무주의 경계해야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학교 역사 기술이 좀 더 합리적인 선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얼마나 긴 역사를 가졌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대학이 어떤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고 그 대학 출신들이 얼마나 정직하고 관대하게 살아가고 있는가일 것이다. 허구의 역사 만들기에 힘을 쓰는 것은 정작 공들여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역사 허무주의로는 대중들로부터 고립될 뿐이다.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해온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금 여기 대중의 희망을 발견하고 보존하는 길을 찾는 것을 대학 역사 기술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역사와 분야별 학문 내용, 그리고 개별 학자와 졸업생들의 삶은 이제 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곧 한국 현대사와 정신사 연구와 직접 연관될 것이므로 결코 자화자찬 수준에 머물지는 않게 될 것이다. 개교 120주년, 두 번째 환력을 맞이할 무렵에는 고려대학교의 분과학문별 자기 점검이 이루어지고 교풍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 고려대학교의 역사 기록이 곧 한국 근대 고등교육과 대학교육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용호(본교 국문학박사·문학비평)
첫댓글 이거 제중원 하나 가지고 서울대랑 연세대 아직도 싸우나 ? 한참 개같이 싸우던데 드라마 제중원 하나 가지고도 ㅋㅋ 둘이 서로 드라마 마지막에 자기들 대학뜨게 한다고 ㅋㅋ
너 연대다니냐?
그건 모르겠고 암튼 고대시각인건 맞음.